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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마검 제작사 > 마도구 제작사로 변경 되었습니다.

   

   

   

   

   

   

   

   

   크라슈 발하임.

   라헬른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인물.

     

   그가 발하임에서 태어난 새로운 별이라는 것부터.

   사실 다 과장된 소문 아니냐는 말까지.

     

   천차만별의 소문이 퍼졌었다.

     

   그러나 그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온 후부터 그 소문의 진실이 드러났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식부터 오늘날까지.

   그가 써내려 온 이야기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라헬른 아카데미는 어느새인가 크라슈를 중심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존재감은 이미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자리를 잡은 1기생조차 누르고, 자리할 만큼 커다랗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마도구 제작사이자 흑마녀의 종이 된 로나 임블라이즈는 그 소문의 진가를 깨닫고 있었다.

     

   조용한 방 안.

   커튼을 친 탓에 미약한 햇빛만이 들어오는 장소.

     

   햇빛이 비친 침대 위에 그림자가 져 음영이 진 크라슈를 본 로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이상하다.

   분명 눈앞에 있는데 그의 기척이 이상하리만치 옅다.

     

   마치, 숲에 있는 나무를 본 것처럼.

   이대로 지나친다면 그를 영영 기억 못 할것 같이 기척이 옅었다.

     

   꼴깍-

     

   그리고 그것이 더더욱 로나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위험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크라슈는 명백히 위험했다.

     

   “로나 임블라이즈.”

     

   그 순간 크라슈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만으로 로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하였다.

     

   “흑마녀의 종이 된 과정은 기억하나?”

     

   뜬금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게 무슨…….”

     

   그녀가 반문하려는 순간.

   로나의 입술이 벙긋거리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크라슈의 물음을 들은 순간 로나는 흑마녀의 종이 된 날을 되새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머릿속 한편이 무언가 지워지기라도 한 듯.

   제대로 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흑마녀의 종이 된 날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 어.”

     

   그녀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억 못 하는 모양이지.”

     

   자신이 종이 된 과정이 기억에 없다.

   로나가 그 사실을 깨달은 그때.

     

   [ 빠져나와. ]

     

   뇌리에 꽂히듯 흑마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주위에 마도구 제빌라이론이 일제히 조각되어 날렸다.

   방을 초토화하며 날아든 조각들은 크라슈마저 덮쳐 왔다.

     

   콰가가가가가가각!

     

   갈려 나간 방과 함께 크라슈의 방 벽을 박살 내놓은 로나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그녀가 자의식 없이 그대로 도주하려던 순간이었다.

     

   “이 소란을 일으키고 도망치게 둘 거 같냐.”

     

   그녀는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왜냐하면 들려온 목소리 방향은 다름 아닌 앞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신은 크라슈의 방을 빠져나왔는데.

   어떻게 그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린단 말인가.

     

   그녀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로나의 눈에 크라슈가 비쳤다.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리고 있는 그는 분명히 자신과 똑같이 달린 게 분명했다.

     

   엑셀.

     

   크라슈가 지닌 최속의 스킬이 한순간에 그녀를 따라잡은 것이다.

     

   동시에 크라슈의 손에 우뢰성이 쥐어졌다.

     

   우뢰성에서 솟아난 검의 불길은 이전과는 달랐다.

   크라슈가 항상 다루던 흑염이 아닌 새하얀 불길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출력을 보이는 불꽃.

     

   백염(白炎)

     

   크라슈가 지금껏 이그니스로 태우던 세계 침식의 힘이 아닌 세계 자체의 힘 아우라였다.

     

   그리고 그 힘은 로나에게 소름 끼치기 그지없었다.

   아우라는 세계 자체의 힘이다.

     

   당연히 세계를 지키려는 힘 자체를 가지고 있으니 세계 침식을 지닌 이로서는 꺼림칙하기 그지없었다.

     

   세계 침식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

   그것이 아우라였다.

     

   그런 아우라로 만들어진 백염.

     

   크라슈는 이 백염을 두른 채 우뢰성을 당겨 쥐었다.

   

   

   

   

     

   쭈뼛!

     

   로나의 머리카락이 일제히 바늘처럼 솟은 순간.

   이미 그녀의 눈앞은 백염으로 물들어 있었다.

     

   화르르르륵!

     

   타오르는 백염과 함께 제빌라이론이 우뢰성의 검날에 찢어발겨졌다.

   마도구 제빌라이론은 세계 침식의 힘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그러니 백염에게는 가장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이그니스는 정화의 힘.

     

   “꺄아아아악!”

     

   세계 침식자인 로나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아프다.

   뜨겁다.

     

   내가 왜 이러고 있더라.

     

   로나는 자신의 가슴팍을 베어 가르며 타오르는 백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이 마도구를 만들던 날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마도구란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나 한 사고 이후, 그녀의 마도구는 마치 불완전한 무기 취급받았다.

     

   로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니 더더욱 마도구의 연구에 열을 올렸다.

     

   보다 완성된 마도구를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 줄 수 있는 마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실제로 로나의 마도구는 계속해서 성능이 좋아져 갔다.

     

   파괴력이 늘고, 안전성도 늘어났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도 누군가 사용했을 때에야 알 수 있는 일.

   원래도 괴짜라 인간관계 쪽에서 약한 면모를 보였던 그녀의 마도구는 아무도 써주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녀의 마음속에 미세한 틈이 생긴 것이.

     

   자신의 마도구를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을 향한 원망.

   그 싹이 피어난 것이 말이다.

     

   그리고 그날.

   그녀의 앞에 한 검은 개구리가 나타났다.

     

   왜인지 꺼림칙하기 그지없는 그 개구리는 로나를 바라보더니 대뜸 말했다.

     

   [ 네 마도구를 인정받게 만들어 줄게. ]

     

   그 말이 이어진 순간 개구리는 로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막을 틈도 없이 벌어진 상황과 함께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지금껏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망설임이 깨끗하게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 모를 해방감과 고양감이 치솟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마저 솟았다.

     

   [ 로나 임블라이즈. ]

     

   마지막 부름과 함께 로나의 마음속에는 충성심이 새겨졌다.

     

   흑마녀를 향한 덧없고 깊은 충성심이 말이다.

     

   백염 속에서 타오르던 로나의 눈이 번쩍 떠졌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자신은 흑마녀의 종이 되기를 원한 적이 없었다.

   그저, 검은 개구리를 마주한 순간 어느샌가 자신이 종이 되어 있었다.

     

   분명 마도구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원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마도구가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는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세계 전체를 부정할 만큼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누구나 한 번쯤 달리다가 넘어지는 그런 때 겪는 마음 정도였다.

     

   깔끔하게 지워졌던 기억이 떠오르자 로나가 당황했다.

   자신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흑마녀를 충성스럽게 따랐단 말인가.

     

   그녀가 준 힘은 분명 대단했지만, 마도구를 제작하는 자신이 무슨 세상까지 불사른단 말인가.

     

   “떠올렸나 보네.”

     

   크라슈와 로나가 다시금 눈이 마주쳤다.

   로나의 눈에는 원래의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흑마녀는 상대의 의사 없이 종을 만들 수 있다.

   이건 미레이뿐만 아니라 로나 또한 똑같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크라슈의 백염에 당한 순간 흑마녀가 걸어 두었던 주술이 일부나마 풀렸다.

   백염은 세계 침식으로 만드는 모든 것을 지워 내는 힘이 있던 덕분이다.

     

   ‘세뇌.’

     

   마음속에 아주 작은 미세한 틈이 있는 순간.

   흑마녀는 그 틈을 제 마음대로 비집고, 그 속에 들어선다.

     

   크라슈는 이런 흑마녀의 고유 능력에 당한 수없이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창공의 세대조차 그녀의 세뇌에 당한 이들이 나올 만큼 그녀의 주술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그니스와 아우라만 있다면.

   흑마녀의 세뇌 주술을 크라슈는 마음먹으면 언제든 풀 수 있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로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녀는 자기 몸이 백염으로 타는 것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더 큰 일이라 여겼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수없이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

   [ 아쉽네. ]

     

   로나가 당혹스러운 말을 내뱉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또 한 번 벼락이 치듯 흑마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래도 꽤 정보를 많이 얻었으니까. ]

     

   그 말과 함께 로나의 목에 걸려 있던 마도구가 갑자기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빛은 일순간 이 일대의 빛을 전부 집어삼켜 버릴 만큼 강렬했다.

     

   “아.”

     

   강렬한 빛 속에서 머리카락이 휘날린 로나가 마도구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세뇌당했을 때 자신이 만들어낸 이 마도구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말이다.

     

   자폭.

     

   [ 고생했어. ]

     

   흑마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로나는 집어삼켜지는 빛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끝이다.

     

   그녀가 그리 생각했다.

     

   빠각!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과 거의 동시에 크라슈가 마도구를 쥐어뜯어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의 눈에 눈물조차 맺히기 전.

     

   바닥을 짓밟은 크라슈의 몸에 검은 불길이 일렁였다.

   아우라 대신 폭발적인 힘을 지닌 세계 침식의 흑염이 화려히 타오른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의 몸에는 이전에 없던 가속이 더해졌다.

     

   몸이 마치, 깃털과 같이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디딘 발에 담긴 힘은 이제와는 차원이 달랐다.

     

   엑셀의 힘이었다.

     

   소리가 한참 뒤늦게 그를 따라왔다.

     

   치솟아 오른 흑염의 불길의 잔적과 함께 크라슈는 즉시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그의 손아귀에서 터져 나오는 마도구의 빛이 더욱 강해졌다.

     

   그 터져 나오는 빛 속 마도구를 쥔 크라슈의 왼쪽 팔이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멸화침식을 농축시킨 팔의 힘이 최대치에 도달한 그 순간.

   크라슈는 팔근육이 찢어지기 직전까지 아슬할 정도로 하늘을 향해 마도구를 내던졌다.

     

   빛을 머금은 마도구가 구름 수십 개를 뚫고,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끊임없이 치솟아 오른 마도구가 하늘 끝에 닿았을 때.

   이윽고, 그 빛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번쩍-!

     

   소리 없는 섬광이 하늘 위, 구름을 모조리 소거시키며 한낮의 태양보다도 더한 광원을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뒤늦게 따라온 소리의 폭풍과 함께 라헬른 아카데미의 나무와 건물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그 터무니없는 폭발력에 모두가 놀라 입을 쩌억 벌린 채 하늘을 보는 동안.

     

   크라슈는 무사히 바닥에 착지하며 입에 모인 연기를 기다랗게 내뿜었다.

     

   예전과 달리 한설아귀를 끌어 올려 빠른 속도로 내부를 식힌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주저앉은 로나가 보였다.

     

   자신의 마도구 폭발로 죽음을 직감했었던 그녀였다.

   그러니 몸에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더 싸울 거냐?”

     

   크라슈가 우뢰성을 허리춤에 꽂으며 물었다.

   당연히 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난, 난 어떻게 될까.”

     

   백염 덕분인지 흑마녀의 세뇌가 완전히 풀린 로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손에 백염을 피워 올렸다.

   그러고는 로나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천천히 크라슈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걸까.

   그가 쥔 백염을 풀린 눈으로 보고 있으니 크라슈가 그녀에게 말했다.

     

   “입 벌려.”

   “어, 어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죽음을 직감했던 그녀는 뜬금없는 말에 멍하니 있자 크라슈는 손가락 끝에 백염을 모아 까닥거렸다.

     

   “세계 침식자의 종이 된 낙인을 지워 줄 테니까 입 벌리라고.”

     

   로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야, 그런 게 가능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크라슈는 그녀의 벌린 입에 백염을 밀어 넣어주며 말했다.

     

   “이 세상은 죄다 세계 침식자 탓으로 돌리면 대충 해결된다.”

   “하, 하지만 미레이는.”

     

   추기경, 미레이 베아키스.

   그녀는 흑마녀에게 세뇌당한 시점에서 프리만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다.

     

   그녀를 언급하자 크라슈는 짧게 웃었다.

     

   “그것도 걱정할 거 없다.”

     

   그도 그럴 게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프리만의 가장 높은 사람이 있으니까.

     

   “아스트리아가 고생 좀 하면 되겠지.”

     

   성녀님 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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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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