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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 * *

       

       

       

       땀을 흘리면서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있다.

       

       뭐길래 그래. 나는 말해 보라는 듯 턱을 까딱거렸다.

       

       

       “어, 음. 다음은 어, 음. 하얼빈의 빅토르 킴. 조선계 러시아인의 질문이군요. 성녀님께서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에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성녀이며 영웅이면 마땅히 제국주의 열강의 아래에 신음하는 식민지를 해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하필 조선계가 그런 질문을. 으음, 이거 좀 그런데. 좀 예민해도 많이 예민한 질문이잖아. 알아서 좀 걸러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지 몰라도 지금은 러시아 내 발해공화국 자치정부 소속일 텐데. 이러면 러시아인들에게 밉보이는 거 아닌가.

       

       그래. 식민지 해방. 말이 쉽지. 지금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국제사회란 냉혹한 법이니까. 내가 볼 때는 적어도 2대전이 끝나 각국이 도무지 식민지를 경영할 능력이 없을 때나 가능하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곤란한 질문을 했을까. 진심으로 오흐라나를 보내 알아볼까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적절이 대응하기로 했다.

       

       

       “그건 좀 냉정하게 봐야겠군요. 식민지는 안쓰럽게 생각하지만 나는 러시아의 군주입니다. 다른 나라의 식민지를 해방하겠다고 러시아인의 피를 흘릴 순 없지요. 하지만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식민지는 해방될 것입니다.”

       

       

       괜찮은 질문이라는 듯,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뭐 프랑스도 독일에 6주컷 당하고 피해자 행세하면서 알제리에 자기들 도와주면 전후에 독립시켜 주겠다는 거짓말을 하고는 후일 알제리가 독립시켜달라고 하니 씹고 군대까지 보내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민간인까지 학살했다.

       

       난징 학살을 한 일본처럼 프랑스도 알제리인들을 강간하고 참수하고 그랬지. 심지어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네덜란드는 어떻던가. 독일군에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서 미국이 마셜플랜으로 구제해줬더니 하는 짓이라곤 일본에 의해 통치권을 일었던 네덜란드령 동남아로 쳐들어가 온갖 개짓거리는 다하지 않았나.

       

       전후에 좀 잡음은 있겠지만. 식민지 해방을 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 터다.

       

       전후 유럽은 러시아 영역에 들어올 테니 원래 미국의 역할을 러시아가 해야 할 수도 있지만 뭐. 그건 훗날의 문제다.

       

       굳이 지금 식민지 해방 운운하며 영프와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음, 그래도 이거 좀 귀찮은 질문인데. 

       

       

       “그건 늘 그렇듯 폐하의 예언이신지요?”

       

       

       예언이라고 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물론 그 식민지를 경영하는 국가들과 러시아는 같은 편이니, 이점에 대해서는 깊이 왈가왈부할 수 없습니다만. 그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빌어먹을 영국과 프랑스가 따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렴 자기들 식민지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인데 말 몇 마디는 나올 수 있겠지.

       

       식민지 관련 질문은 예리하게 흘려 넘기면서 질문 시간은 한 시간 넘게 진행했다.

       

       다만, 그놈의 아나짱 다이스키는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 * *

       

       

       라디오 방송 특별 코너 ‘차르에게 질문해봐요.’ 여파는 제법 컸다.

       

       

       “차르께서 직접 통치하지 않으시다니!”

       “얼른 전제정으로 돌리는 것이 러시아가 살 길이다!”

       

       

       젊은이들은 차르가 직접 통치하는 나라를 꿈꿨다.

       

       그야 러시아의 성녀며 비잔티움의 황제이며, 초원과 만주의 주인이신 차르께서 직접 통치하지 않으면 누가 통치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세운 이 나라는 두마가 이룬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마의 근간인 남러시아 정부는 저 우크라이나 쪽에서 숨죽여 있다가 차르께서 불러 정부로 삼은 것이 아닌가.

       

       전부 다 성녀님께서 여기까지 멱살 잡고 끌고 올렸으면 마땅히 전제정이 바람직하다.

       

       내전 이후 니콜라이 2세 치세를 알지 못 하는 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새로운 전제군주정 열풍이 불고 있었고.

       

       

       “요즘 젊은 애들은 하여간 차르폐하가 아니면 다들 안 되는 몸이 되었군.”

       “하지만 지금의 폐하께서 천 년 만년 차르의 자리에 계실 게 아니면 전제정은 위험한 게 맞죠.”

       

       

       그래도 니콜라이2세 시절을 아는 어른들은 차르를 칭송하고 존경하지만 전제정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하하하! 맞지! 역시 폐하께서 직접 통치하셔야지!”

       “맞다! 맞아! 다시 우리 시대가 도래해야 하는데!”

       

       

       대가리 깨져도 차르주의자였던 노인세대나 귀족들만 빼고.

       

       또한 차르가 가진 젊음과 아름다움의 비결은 아나스타샤의 예상대로 많은 여자로부터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차르 폐하긴 해도 화가 나는데.”

       “성녀가 되면 늙지 않는다든가? 그러면 성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화를 내는 이가 있는 가하면, 성녀가 되려는 여성들도 나왔고.

       

       차르의 국가와 결혼했다는 발언 역시 많은 반응이 나왔다.

       

       

       “하. 차르께서 국가와 혼인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저리 멋질 수가.”

       “우리도 차르 폐하를 본받자!”

       

       

       전국민의 아이돌이 국가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보인 만큼, 러시아인들은 이에 감동하여 차르를 따라 국가를 위해 더 열심히 노동하기로 했다.

       

       

       “그래. 개만으로 괜찮나?”

       “애완동물은 인간의 친구니까 뭐.”

       “동물보호법도 차르께서 통과시켰다는 말이 있다던데.”

       

       

       전국민의 아이돌 차르가 개를 키운다는 말에 수상하게 강아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 차르의 라디오방송 이후 개를 키우는 러시아인도 많이 늘었다.

       

       차르의 영향력은 그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한편, 일본은.

       

       

       “러시아 여제는 일중전쟁에서 중립을 바라는 듯합니다.”

       “그건 다행이군. 뭐 우리가 지나를 점령해야 러시아도 태평양에서 열강을 견제할 수 있을 테니.”

       

       

       일본 측은 이 라디오방송으로 실제로 여제의 속내를 알아본 것이었다.

       

       러시아가 열정적으로 일본을 지지한다면 그보다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본도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고만도 말할 수 없는 전쟁이기에 러시아가 중립 역할 만 해주는 것으로 족했다.

       

       더군다나 차르 말로는 승자가 정의라고 말한 격이니, 일본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러시아는 인정해준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리하면 영국과 프랑스도 함부로 굴지 못할 터. 러시아의 묵인만 받아도 이제 슬슬 끝물이 되어가는 영국과 프랑스도 견제할 수 있으니 딱 좋았다.

       

       한편, 이번 라디오방송에서 차르에게 질문을 한 한국계 러시아인은 임시 정부의 주요 간부들로부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대체 그런 말씀을 왜 하셨습니까? 아라사의 도움이 간절한데, 차르의 심기를 건드리다뇨!”

       “맞습니다. 김주석께서는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그랬다. 그 한국계 러시아인은 발해공화국 정부의 임시 주석 김구였다.

       

       그는 무타구치 렌야의 대승으로 차르가 정말 무타구치 렌야의 손을 들어 주었다면 한국의 독립에 관심 없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약간 신분을 위장해 던져 본 것이었다.

       

       애초에 러시아인들이 피흘려 다른 나라의 식민지를 해방한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그저 차르가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허나 알아야 했네. 혹시 여제가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게 궁금했으니까.”

       “이용도 급이 맞아야 하지요! 아라사 같은 대국이 우리 같은 망명정부를 잘도 이용하겠습니다. 쯧쯧.”

       

       

       발해민족청년단을 세워 다민족 청년들로 일종의 군사 조직을 꾸린 이범석이 김구를 비웃었다.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던 안창호는 김구의 후련한 얼굴을 보고는 그가 차르에게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되셨습니까?”

       

       

       안창호의 물음에 김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 무엇을 알게 되었냐고 물으면. 솔직히 없다.

       

       그 라디오방송에서 한 말이니 아마 방송에 맞춘 것도 있을 터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여제가 정의로운 인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놈들같이 더럽지는 않은 것 같군.”

       

       

       영길리나 블란서. 왜놈들처럼 얼굴에 가면은 쓰지 않았다.

       

       적어도 제 욕심을 위해 한국을 이용할 인물은 아니었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 대사는 차르의 라디오 방송에 깜짝 놀랐다.

       

       그야 일단은 동맹국인 주제에 동맹국의 식민지를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 말의 의미는 지금 러시아와는 언제고 싸울 수도 있다는 소리인데.-라고 하기에는 차르가 러시아가 나서는 일이 없다고 한다.

       

       

       “차르가 하는 말의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지금의 러시아는 합중국이 되고부터 팽창욕은 있지만, 식민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러시아의 차르가 보기에는 아마 진심으로 다음 전쟁이 끝나면 식민지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대체 무슨 미래를 또 보았길래. 음.”

       

       

       솔직히 믿기는 싫지만. 차르가 진짜 미래는 보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국제정세를 이해하고 어림잡아 추측한다고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 식민지를 다루는 것은 힘들다.

       

       독일제국이 토해내게 만든 식민지로 배가 터져 버린 영국과 프랑스는 그 식민지에도 풀어 준 공산독일의 붉은씨가 심어지고 있었고. 처칠의 말대로 붉은 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각 식민지에 병력을 투사해야 했다.

       

       

       “결국, 차르의 말은 이번 전쟁이 중요하다는 뜻이군요.”

       “공산 독일을 바로 제압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차르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 아닌가.

       

       만일에 정말 공산독일과의 싸움이 어려워져 식민지 병력까지 돌려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한 번 차르의 말도 들어 보고 독일을 향해 선제 공격을 하는 것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 *

       

       

       라디오 방송으로 차르의 인기는 더 극에 달했다.

       

       다른 나라가 전쟁의 참화를 겪고, 전쟁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 러시아는 차르뽕에 취해서 난리가 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비를 거는 이들이 없지는 않을 거다.

       

       

       “영국과 프랑스 대사가 항의했습니다.”

       

       

       연임 중인 게오르기 리보프 총리가 나한테 쪼르르 달려와 영국과 프랑스 대사가 괴롭혔다고 일러바쳤다.

       

       아이고야.

       

       우리 누군지 모를 한국계 러시아인 때문에 귀찮게 되었구나.

       

       

       “적당히 대응해주세요. 당장 지금도 식민지 운영하기 힘든데, 공산독일과 싸운 후에 감당이 되겠냐고 말이죠. 우린 간섭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두세요. 그 답변은 명색이 성녀라 어쩔 수 없이 답변한 거라 하면 되겠죠.”

       “아, 이미 그리했습니다만, 그보다는 그 예언이 사실이라면 방책을 알려 달라고-.”

       

       

       그거 때문에 왔구나. 뭐? 미친놈들인가.

       

       그놈들 왜 내 예언을 믿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놈들도 어지간히 할 짓이 없는 모양이지.

       

       그도 아니면 전쟁을 앞두고 이제야 뭔가 느낀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칭찬 하나는 해 줄 수 있다.

       

       

       “아니, 그놈들이 왜 내 말을 믿는지 모르겠는데. 진심이랍니까?”

       

       

       그 정신 나간 놈들이 내 예언은 왜 믿는 거지.

       

       솔직히 이건 좀 거시기한데요.

       

       

       “지금까지 폐하가 자원 매장지를 점지하신 것도 있고, 대공황 예언도 있었으니까요. 이번에 추가로 금광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그래. 발견되었지.

       

       하지만 이건 어떻게든 핑계댈 거리는 조금 있다.

       

       

       “뭐 결국 전쟁이 어떻게 끝나냐에 달려 있다고 말해 두면 되겠군요. 공산 독일을 개전하자마자 무너트리고 그들의 배상금으로 식민지 유지에 힘쓴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다.”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물론 그 독일을 밟고 나서 식민지 유지할 만큼의 뭔가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금껏 해 먹었으면 되지 않나? 대체 언제까지 해 먹으려는 거야. 이 미련한 놈들 같으니라고.

       

       이래 놓고 나중에 공산 독일 잡고 또 전부 악의 축으로 뒤집어씌워 놓고 본인들은 세탁해 버리겠지?

       

       아, 그건 좀 꼬운데. 내가 솔직히 서양놈들 덕에 비문명국도 문명이 발전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식민통치라면 이야기가 다르거든.

       

       그러니, 진심으로 식민지를 해방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모자를 텐데. 더더욱 성녀인 내가 식민지 유지를 도와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전쟁이 문제가 된다고 말만 해 두세요. 전쟁을 빠르게 끝내야 하니.”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미리미리 대비를 했다가 특히 영국은 제대로 본토방어를 해야 할 테고.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폐하께서는 식민시대가 진정으로 끝날 거로 보시는지요?”

       

       

       진정이라고 부르면 아직이지. 어쨌든 한동안은 과거의 향수에 심취하는 놈들도 있으니까.

       

       그것과 별개로 정말 착취 수탈당하던 곳은, 영프의 핵심 식민지는 독립할 수밖에 없다.

       

       독립시켜 주기 싫다고 해도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뜻.

       

       

       “끝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어야만 하구요. 아마 그러지 않는다면 저들 본토부터 박살이 날 겁니다.”

       

       

       독일과 전쟁이 터지면 필연적으로 식민지의 힘을 쓸 것이다.

       

       당장 프랑코만 하더라도 내전에서 모로코 군을 써먹지 않았나.

       

       다음에는 독립시켜 줄 테니 전쟁에 참전해라~이러면 믿겠나. 심지어 붉은씨가 뿌려진 식민지다.

       

       그때는 정말 무력투쟁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한국은 후일 극동의 안정을 위해 독립시키고 더불어 그래도 내 전생의 나라니 극동안정을 핑계로 약간 좀 호의를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만. 다른 식민지는 어차피 열강들이 놓게 되어 있고. 그들스스로 독립을 해야 한다.

       

       피를 흘리며 독립을 해야 이전 종주국들이 감히 우습게 보지 못할 터다.

       

       

       “하지만 명색이 성녀이신데, 괜히 빠지는 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그 라디오 방송의 러시아계 조선인이 말한 것처럼요.”

       

       

       마리아도 아쉬워하는 눈치로 한술 얹었다.

       

       

       “어차피 지금의 방공협정은 공산세력이 무너지면 알아서 해체되게 되어 있어. 그때 가서 좀 생색만 내면 되지.”

       

       

       그때쯤 되면 영국과 프랑스는 뭐. 러시아에게 깝치겠는가?

       

       러시아가 그때 가서 님들 식민지 마음에 안 드는데 해방시키세요 하면. 거절할 수 있겠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곧, 이제 중일전쟁 관련해서 큰 거 하나 옵니다. 모전구 선생님이 그 대승을 하시고도 일본으로선 엄청 충격받을 만한 엄청난 사건이죠.

    그리고.

    7월 4일 15시부터 8월 1일 15시까지! 무려 메인페이지 큐레이션이 진행되고 밀리언 노벨 페이지는 8월 1일 15시부터 8월 29일 15시까지 진행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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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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