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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우치카와 료스케는 간절히 빌었다.

         

       진심으로.

       진실로 모든 마음을 다해서.

       그동안 겪었던 후회와 절망을 담아서.

         

       그 덕분이었을까?

         

       똑똑.

         

       2층의 창문을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보다는 ‘톡톡’에 한없이 가까운, 하지만 ‘톡톡’이라는 작은 소리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하고 작지 않은 소리였다.

         

       드르륵.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잠겼던 창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고, 두꺼운 암막 커튼의 아래에 거무스름한 가루들이 쏟아져 내렸다.

         

       거무스름한 가루들은 하늘에서 재가 쏟아지듯 나풀나풀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이윽고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쓸어모으기라도 하듯 자그마한 산을 이루었다. 그러더니 미끄러지듯 바닥을 움직여 료스케의 앞까지 다다랐다.

         

       그렇게 다가온 가루들은 스르륵 움직이며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마치 예술가가 모래로 샌드아트를 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뭐야 이건….”

         

       료스케는 그 기괴한 모습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 지금 』

         

       글자는 료스케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움직여 글자를 만들어내었다.

         

       모래알 알갱이 하나하나, 가루 하나하나가 전부 살아있기라도 하듯 천천히 움직이며 일본어와 한자의 뜻을 담은 선과 점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 뭐든지라고 』

         

       료스케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말했지? 』

         

       마침내 하나의 문장을 이룬 가루를 보며 그는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홋카이도의 설원 한복판에 발가벗겨진 채 던져졌을 때 받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고, 내장 한구석부터 머리카락의 끝부분까지 빠짐없이 얼어붙었다가 녹아내리는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이 엄습했다.

         

       본능의 경고가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미친….”

         

       료스케는 얼마 전 자신이 겪었던 터닝 포인트를 떠올렸다.

         

       불이 꺼진 화장실에서 강령술을 행했을 때의 기억.

       욕조에서 넨도로이드에 담겨있던 물귀신들이 하나둘 기어 나와 흐느적거리며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덮치고, 그는 화장실의 한구석에서 차가운 물에 체온을 빼앗기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숨을 죽였던 그 길디긴 시간.

       깜깜한 화장실의 너머, 평소라면 따스한 피부를 가진 여자들과 몸을 섞으며 쾌락 섞인 비음이 울려 퍼져야 할 장소에서 오직 남자들의 거센 저항과 그 저항이 허무하게 꺾여버리는 소리, 그리고 물귀신들이 어떻게든 사람을 데려가기 위해 몸을 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덮칠 때 나는 그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끔찍한 소리.

         

       “또, 또….”

         

       료스케는 지금 가루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그때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생각이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다가 하나가 툭 튀어나오고, 수많은 상념이 무의식 속에서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이 느껴졌고, 온몸에 가득 들어찬 오한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뇌를 찌르는 듯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능이 자극되어 생각이 미친 듯이 뛰어넘고 또 뛰어넘기를 반복하며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게 하였으니.

         

       “신주…. 또 당신인가!”

         

       그 결론이란 바로 지금 보이는 기괴한 것이 바로 신주의 짓이라는 것이었다.

         

       예전 물귀신으로 수작을 부리게 하였듯.

       자신에게 강령술을 하게 하였듯.

       토리이의 앞에서 영상통화로 자신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현혹하듯 말을 하였듯.

         

       지금 가루를 통해 자신을 현혹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소리치자 가루가 반응이라도 하듯 한군데로 모여 자그마한 동산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래가 바닥에서 천장으로 떨어지듯, 물이 거꾸로 올라가듯 가느다란 형태로 허공을 향해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료스케의 눈앞에 형체를 이루었으니.

         

       그것은 바로 입이었다.

         

       사람의 입술이라기에는 참으로 두텁고 기괴하고 비늘이 가득하였고, 사람의 입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것과 한없이 흡사한 가루로 만든 혀가 존재하는 입.

         

       [ 소원. ]

         

       입은 천천히 움직이며 료스케에게 말했다.

       입술과 혀밖에 없는 주제에 연구개와 경구개가 있는 것처럼 톡톡 위를 쳐대며 움직이고, 성대도 없는 주제에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면서.

         

       [ 소원을. ]

         

       그렇게 달싹이는 입은 목구멍에서 무언가를 토해내듯 한 음절을 토해낼 때마다 소리와 같이 가루를 토해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진 가루는 눈앞의 료스케에게 가는 대신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처럼 다시 입으로 돌아갔고, 입술 안쪽으로 들어가 또 다른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 소원을 말하라. ]

         

       가루는 치아가 되었다.

         

       [ 간절히. ]

         

       가루는 곡선을 그리며 입천장이 되었다.

         

       [ 간절히 바라는. ]

         

       가루는 목이 되었고.

         

       [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말하라. ]

         

       목에 성대가 붙고, 성대에서 시작되어 점차 뻗어나가는 줄기로 폐를 만들어내고, 위장을 만들어내고, 창자를 만들어내었다.

         

       [ 네가 그토록 갈망하고 원하는 단 하나를 말하라. ]

         

       창자를 이루는 가루는 비비 꼬이며 심장을 만들어내었고, 만들어진 심장은 실제로 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풀었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하며 검은 가루를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뿜어진 가루는 피부가 되었고, 피부는 방 안에 가득한 어둠에 녹아드는 것처럼 스르르 녹아들었다.

         

       그렇게 사지도, 머리도 없이 오직 몸통과 입만을 만들어낸 가루는 다시 어둠에 녹아들며 입만을 드러내었고, 아까보다 더더욱 선명한 목소리로 그에게 재촉하듯 말했다.

         

       [ 단 하나의 소원. ]

       [ 단 하나의 갈망. ]

       [ 네가 지키고픈 단 하나를 말하라. ]

       [ 무엇을 원하는가? ]

       [ 뭐든지 바치겠다는 그 각오에 맞는 ]

       [ 단 하나의 소원은 과연 무엇인가? ]

         

       귀에 강제로 꽂아버리듯 박히는 또렷한 목소리에 료스케는 결국 참지 못하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몸으로 구르듯 움직여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다.

         

       “이, 이딴 비상식 같은-비상식적인 상황에! 소원을 빌겠냐—-!”

         

       그는 횡설수설하며 절규하듯 소리치며 문이 있는 위치로 향했고, 평소와 똑같이 문고리를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렇다.

       나가려고 했다.

         

       “어?”

         

       료스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

         

       “문, 문고리….”

         

       문고리가 없다.

         

       수없이 여닫았던 그 문고리가.

       현관문에 존재해야만 하는 그 문고리가 없었다.

         

       “문고리가 왜…?”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고, 문고리가 있어야 할 위치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본들 없던 것이 생기지는 않았다.

         

       문고리가 있어야 하는 위치에 문고리는 없었고, 혹시 눈에만 보이지 않는 건가 싶어 손을 이리저리 휘저어도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이게 대체. 대체!”

         

       료스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문고리! 문고리!”

         

       료스케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에 평정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미친 듯이 문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현관에 붙어있는 거울을 더듬거리기도 하였고, 신발장을 여닫기도 하였고, 신발장에 붙은 손잡이가 문고리가 아닐까 싶어 돌려보기도 하고 정신없이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차가운 철로 된 벽을 만져보기도 하였고, 신발을 이리저리 흐트러뜨리며 딱딱한 대리석 바닥을 만져보기도 하였다.

         

       우당탕.

         

       “여기 분명히 문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료스케는 실성한 것처럼 신발장을 열고 그 안의 신발을 전부 집어 던졌다.

       그리곤 신발을 다 없애버린 후에 안쪽을 만져보며 문고리가 있나 없나 찾아보았고, 거기서도 문고리를 찾을 수 없자 패닉에 빠진 듯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아악! 문고리가! 문고리가아아악!”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가빠진 숨 때문에 과호흡마저 찾아왔다.

         

       몸의 말단부터 저려오기 시작하고, 온몸이 쥐가 걸린 것처럼 저려온다.

       그 와중에도 숨은 조절할 수가 없어서 미친 듯이 몰아쉬었고,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뇌가 마비되기라도 한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이상 상황에 대처하려는 심장은 미친 듯이 뛰며 온몸에 피를 보내고 있었다.

         

       료스케는 신발장에 쪼그려서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으, 흐으으윽! 윽, 으윽!”

         

       료스케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목을 감싸 쥐기도 하였고, 심장과 폐가 있는 곳을 주먹으로 퍽퍽 치면서 얼른 되돌아오라고 소리를 치기도 하였으며, 철로 된 벽에 머리를 쾅쾅 찧으며 저릿한 몸을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료스케는 한참이나 과호흡과 공포에 시달렸고, 마침내 몸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 소원을 말하라. ]

       “하, 하하….”

         

       료스케가 괴로워하며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있을 때, 정체불명의 ‘입’이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입은 미닫이문으로 된 현관 중문에 둥둥 뜬 채 그에게 평온하게 말했다.

         

       [ 소원을 말하라. ]

         

       그 모습이 마치 소원을 빌지 않으면 너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하하하, 하하하하하!”

         

       료스케는 실성한 듯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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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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