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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삐휴으흐흐흫! 삐윳!”

       

       붙잡힌 아르는 결국 5분 동안 간지럼 형에 처해졌다. 

       

       원래대로라면 10분형에 처해질 예정이었으나,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해 절반으로 형량을 감형해 주었다. 

       

       “삐휴흐흐흐…. 하지만 아르는 후회하지 아나…! 삐휴흐흐!”

       

       만약 본룡의 깊은 반성까지 있었다면 초범에 반성까지 더해 집행 유예까지 받아낼 수도 있었으나, 아르는 나와 실비아 씨의 키스 장면을 훔쳐본 것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하고 있지 않았다. 

       

       “실형 집행 끝!”

       “삐휴으….”

       

       바닥에 누워 파닥거리던 아르는 5분 동안 쉴 새 없이 웃어서 진이 빠진 상태로 호흡을 골랐다. 

       

       “푸흣, 드디어 끝났네요.”

       

       옆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구경하고 있던 실비아가 말했다.

       

       아르가 마지막으로 도망친 이곳은 마침 아르가 잠을 자던 방이었기에, 우리는 일어나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밤이긴 했지만 아까 아르는 술에 취해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지 못하고 잠들었기 때문에, 간단히 야식을 좀 먹기로 했다. 

       

       “읏차.”

       

       나는 아르의 아공간 마법을 빌려 넣어 놨던 음식들을 꺼냈다. 

       

       “오, 성공이다!”

       

       음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꺼낸 나는 주먹을 쥐었다.

       

       아공간 마법을 이렇게 나 혼자 단독으로 써서 완벽하게 성공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마법도 다 빌려 쓰는데 아공간 마법이 뭐 별거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공간 마법은 특히나 고서클의 마법사들조차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드래곤의 전유물과도 같은 마법.

       

       아르가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막 써서 그렇지, 원랜 엄청난 숙련도와 정확도를 요구하는 마법이다. 

       

       ‘아공간을 여는 것까지는 어떻게 연습해서 돼도, 나중에 다시 정확히 그 아공간에서 물건을 꺼내는 게 진짜 어려웠지.’

       

       아공간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공간 개념으로 따지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수용 능력을 갖췄다.

       그런데 그 아공간은 또 엄청나게 광활한 아차원亞次元 속의 일부다.

       

       공간을 열고 물건을 넣을 때는 그냥 아무데나 넣어도 상관이 없지만, 그걸 찾으려고 다시 문을 열면 거의 은하에 버금가는 범위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리다. 

       

       아, 물론 문을 열 때마다 사막에서 설탕 한 알 찾듯이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만약 아공간을 열었던 그 자리에 정확히 다시 가서 냉장고 열듯이 문을 열면, 물건은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공간 마법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나 물건을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쓰는 마법이니….’

       

       문을 여는 곳의 좌표가 바뀌면, 그에 맞게 계산을 해서 정확하게 문을 열어야 내가 보관해 두었던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르는 그 계산을 머릿속에 거의 자동 프로그램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해냈지만, 나는 아직도 그 계산이 숙달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지난번에는 아공간을 여는 데에 드디어 성공해 시험 삼아 닭꼬치 하나를 넣어 보관해 본 적이 있었고.

       

       그 닭꼬치는 아직도 오리무중이었다. 

       

       내 닭꼬치….

       

       여튼.

       

       그동안 나는 아르 앞에서 아공간을 열고, 조금씩 자리를 옮겨 가며 좌표 계산하는 법을 배웠고.

       이제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었을 타이밍에 마침 아르가 술에 취해 잠들어서 이때다 싶어 시험을 해 본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

       

       이렇게 뿌듯한 적이 또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르도 내가 혼자 아공간 마법을 성공했다는 걸 알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온! 드디어 아공간 마법 완벼카게 성공한 고야? 추카해!”

       “축하해요, 레온 씨. 저는 아공간 문 여는 것도 쉽지 않던데….”

       

       축하를 받은 나는 왠지 민망해 머리를 긁적였다.

       

       “실비아 씨는 저처럼 계약해서 마법 공유 받은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9성 검사인데 마법까지 8서클인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거죠.”

       “그래도 지금까지 노력 많이 하셨잖아요. 옆에서 지켜본 저는 알죠.”

       “마쟈! 그리구 아르가 잘 알려 준 것두 이찌! 히히.”

       “그래, 아르가 그동안 옆에서 많이 알려 줬지. 고마워.”

       “뀨우.”

       

       아르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턱 밑을 만져 주자 아르는 기분 좋은 뀨 소리를 냈다. 

       

       “구럼 야식으루 아까 못 머겄던 거 다 머거야징!”

       

       아르는 포크로 먹음직스러운 떡볶이를 찍어 먹었다. 

       

       “쀼우. 역시 떡뽀끼는 마시써.”

       

       어쩌다 드래곤이 신선한 고기보다 밀가루를 즐기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는 행복한 표정으로 떡볶이를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야식을 먹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이제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를 레키온 쪽에 전달하는 건 쉬워졌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원작에 대한 정보 중에 뭔가 전달할 게 있으면, 이드밀라에게 얻었거나 헤카르테교와 싸우면서 알게 된 정보라고 얘기하면 자연스럽다. 

       

       ‘특히 헤카르테교 얘기는 거의 치트키지. 우리가 헤카르테교랑 싸운 건 레키온도, 알렉스조차도 몰랐던 사실이니까. 막 알려줘도 되는 수준이야.’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도 완벽한 건 아니다. 

       

       이미 내가 하무트교에게서 살아간 순간부터 스노우볼은 굴러가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굵직한 사건들은 여전히 원작 스토리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여전히 원작 지식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머지는 하무트나 바할라크 쪽에서 뭔가 미래를 크게 뒤틀 만한 행동을 안 하길 바라야겠죠.”

       “하무트교를 빨리 처리하는 게 관건이겠네요.”

       “맞아요. 곧 황실 기사단 지원 여부가 결정이 날 테니…. 그때까진 수련하면서 기다려야겠지만요.”

       

       나는 간만에 상태창을 띄웠다.

       

       [Lv.77 레온]

       힘: 85 민첩: 87 체력: 79 마력: 「271+50」 (25)

       

       [Lv.77 아르젠테]

       힘: 93 민첩: 91 체력: 101 마력: 522

       

       나와 아르의 레벨은 경험치 공유 특성으로 사이좋게 77인 상황.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75에 머물고 있었으나, 레키온이 이번에 하무트의 힘을 받은 지부장과 추종자들을 한 번에 쓸어 버리면서 77까지 한 번에 2업이나 했다. 

       

       ‘원래는 나나 아르 둘 중 한 명이 막타를 쳐야 우리한테 경험치가 들어오는 시스템이지만.’

       

       70레벨을 달성하고, 고유 특성의 부가 효과 중 ‘경험치 동기화’의 단계가 3단계로 오르면서 굳이 막타를 치지 않아도 기여를 했으면 경험치를 얻게 되는 형식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물론, 직접 막타를 쳐서 얻는 경험치의 최대 절반까지밖에 받지 못하지만, 애초에 경험치 동기화 2단계에서 경험치 보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 안 받는 셈치면 딱히 손해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레키온이 경험치를 몰아 먹는 게 우리한테도 차라리 나아.’

       

       우리는 거의 로열로드를 타면서 올라왔지만, 레키온은 현재 하무트교를 잡으며 원작보다 성장이 좀 더 빨라진 정도다.

       

       만약 하무트가 부활하거나, 아니면 예상보다 빨리 바할라크를 상대하게 될 경우 레키온의 레벨이 부족하면 전투는 현저히 힘들어질 터.

       

       어차피 우린 전투에 기여만 하면 꼬박꼬박 경험치를 받아 갈 수 있으니, 지금은 레키온 키우기를 하는 편이 좋다. 

       

       ‘그러니 지금은 그 기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수련을 더 해야지.’

       

       레벨이 높고 스탯이 높으면 좋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컨트롤이 안 좋으면 말짱 꽝 아니겠는가.

       

       “좋아요. 그럼 말 나온 김에 야식 다 먹고 소화시킬 겸 수련하러 갈까요, 레온 씨?”

       “윽, 내일 아침 수련 대신이라면 생각해 볼게요.”

       “그건 안 되죠.”

       “그럼 내일 아침에 하는 걸로….”

       “후우. 그럼 저 혼자라도 갔다 올게요.”

       “…알았어요. 같이 해요.”

       “좋아요!”

       

       실비아는 빙긋 웃으며 테이블에 놓인 블랙 보어 스테이크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야식 든든하게 먹고 수련 가요.”

       

       왠지 오늘따라 육즙이 풍부한 블랙 보어 스테이크가 퍽퍽하게 느껴졌다. 

       

       ***

       

       “으음….”

       

       오랜만에 심야 수련을 했더니 꿈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한 번도 안 깨고 푹 잤다. 

       

       반쯤 덜 뜬 눈으로 시계를 보니 다행히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아침 수련은…. 아홉 시쯤 한다고 했으니 여유 있네.’

       

       후우.

       

       이렇게 되면 푹 자고 일찍 눈 뜬 자의 여유를 즐기며,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면서 뚠뚠한 아르의 뱃살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 

       

       나는 오랜 습관처럼 이불 속에서 손을 움직여 아르의 말랑뚠뚠한 뱃살을 만졌다. 

       

       스윽.

       

       ‘응?’

       

       당연히 탄력 있는 익숙한 감촉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내 손에 느껴진 감촉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고 슬림한 피부의 감촉이었다. 

       게다가 뭔가 굴곡도 좀 있고.

       

       덜 깬 머리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던 중.

       

       “으음…. 레온 씨, 일어났어요?”

       

       실비아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 왔다. 

       

       “아.”

       

       그제서야 어제 침대 크기 이슈로 아르는 옆방에서 혼자 자고, 우리 둘은 심야 수련을 하고 돌아와 씻고 같은 침대에서 잤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즉,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건 뚠뚠한 아르 뱃살이 아니라 탄탄한 실비아의 복근이었던 셈이다.

       

       내가 그대로 굳어 있자, 실비아는 부스스하면서도 그 모습이 오히려 찬란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에도 힘이 넘치시더니, 아침에도 빨리 일어나셨네요.”

       “마, 말을 그렇게 하시면 뭔가 이상하잖아요!”

       

       맹세코 어젯밤엔 열심히 수련한 것밖에 없는데!

       

       나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실비아의 배에서 손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똑똑.

       

       “레온, 이러나써?”

       

       끼익.

       

       마침 옆방에서 일어난 아르가 젤리로 문을 콩콩 두드리고 들어왔다. 

       

       “쀼우? 레온! 얼굴이 엄청 빨개!”

       “…아무것도 아니야. 아르야.”

       “우응?”

       “배 좀 빌릴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아르의 뚠뚠한 배를 한동안 쓰다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아잔틴 님 12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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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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