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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

         

         

         ‘낯선 천장이다.’

         

         

         이반은 두통과 갈증 속에서 눈을 떴다. 화로가 타들어가는 단조로운 소리가 곁에서 들리고 있었다.

         

         상황 판단은 언제나처럼 신속했다. 칼리온의 선박에서 실신했는데 비단 이불에서 일어났다면, 일단 적대적인 환경은 아니란 뜻이다.

         

         사지는 정상적으로 붙어있고, 신체 기능은….

         

         

         ‘거의 정상이군.’

         

         

         한계까지 혹사했음에도 신체가 정상이다. 다만, 신성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사라진 것인지는 지금 당장 파악하긴 어려웠다.

         

         성녀를 만나야 했다. 유진을 불러 그간의 정보를 정리해야 했고, 엘리자베타에게 사후 보고를 해야 했으며, 용사 파티의 일원들을 점검해 훈련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이 어딘지. 그것부터.

         

         

         ‘크라실로프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즉시 깨달을 수 있었다. 창 밖에 보이는 거리의 풍경, 건축양식 자체가 크라실로프의 것에 가깝다. 사실, 공기의 냄새만으로도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크라실로프까지 호송되었다는 뜻인데, 왜 병동이 아니라 처음 보는 침대에서 일어난 건가.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칼리온과의 분쟁 위험은 어떻게 되었나. 추밀원의 의결 결과는 어떻게 나왔지?

         

         에델플라트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

         

         

         이반은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이불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이 가볍다. 아래를 내려보니, 속옷을 제외한 옷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체엔 부상의 흔적이 없었다. 오직 흉터만 깨진 유리창처럼 가득할 뿐.

         

         체근육량의 소실 정도로 시간을 가늠하자면 이주에서 삼주. 영양 상태는 거의 완벽할 정도였지만 운동량 부족으로 인한 근손실로 판단된다.

         

         이반은 천천히 자신이 일어난 이부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매끄러운 은색 머리칼이 어지럽게 흩어진, 동그랗게 말려있는 이불을 발견하고는 딱딱하게 굳었다.

         

         

         “오.”

         

         

         세상에.

         

         비단 이불, 가구 하나하나가 그의 고아원 일년 유지비용을 넘어설 정도의 사치품, 따라서 귀족.

         

         귀족 중 그를 죽이지 않고 보살필 수 있는, ‘왕녀파’ 귀족으로 한정하고.

         

         그 귀족 중에서 은발을 가진 165cm 내외의 신장의 여성.

         

         그런 사람은 크라실로프에서 단 한 명 뿐이다.

         

         

         “옷.”

         

         

         을 입어야 한다. 생각이 도저히 문장 단위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굳은 얼굴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옷가지로 판단할 수 있을 그 어떤 것도 이 침소 안엔 없었다.

         

         슬프게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의식불명의 환자는 청결 관리를 위해서라도 일단 벗겨 놓는 편이 타당하니까.

         

         거기에 그가 입고 있던 옷이라면 며칠간 단 한시도 쉬지 않고 격전을 벌였던 당시의 누더기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당연히 폐기처분 해야 했을 테고.

         

         더군다나 이곳이 ‘그녀’의 침전이라면 남성의 옷이 없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이다. 사실 여성의 옷도 없을 것이다. 의상실에서 직접 옷을 가져다 주는 시종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을 테니.

         

         그러니까, 합리적이긴 한데. 불합리하다.

         

         

         “으응….”

         “…!!”

         

         

         이반의 청각이 날카롭게 벼려졌다. 침대 위에 웅크린 여인이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 박동이 점차 빨라지는 것이 들린 탓이다.

         

         곧, 여인은 부스스하게 일어나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카.”

         

         

         여인은 이부자락을 끌어 가슴깨를 가리며 부스스하게 웃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도, 화로의 발그레한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야 일어났느냐. 잠꾸러기 같으니.”

         “전하.”

         “폐하다.”

         

         

         엘리자베타는 한 손을 올려 맵시 좋게 머리칼을 뒤로 쓸어 묶었다.

         

         

         “엘리자베타 1세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그대의 덕이 크다. 무엇으로 그대에게 사례할까 심려가 깊어, 결국 이 나라의 가장 큰 보물을 주기로 했다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지. 본인은 주고 싶은데.”

         “….”

         

         

         이반은 안색을 굳히며 다시 주위를 살폈다. 대화 소리를 들었음에도 문 밖에 있을 무관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기척이 낱낱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이 오라.”

         “예법에 어긋납니다.”

         “이 나라의 법령이 본인보다 우선되던가?”

         

         

         이반은 말없이 그녀의 앞에 섰다. 긴 그림자가 엘리자베타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새하얀 손가락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다. 오랜 흉터를 스치며 지나가 간질였다. 이반은 그 시점에서 통각을 끊었다. 한결 편해졌다.

         

         

         “본인이 부족한가…?”

         

         

         이반은 시선을 내려 엘리자베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낮게 돌리며 조심스럽게 속삭이고 있었다.

         

         

         “꺼려 하는구나. 반카.”

         “….”

         “몰랐다고 말하려느냐? 그대는 눈치가 없는 사내가 아니지 않으냐.”

         

         

         작은 목소리가 칼날처럼 그를 파고들었다. 이반은 건조한 눈으로 엘리자베타를 내려보았다. 이불을 쥔 손이 새하얗게 질린 채 떨리고 있었다.

         

         

         “알지 않느냐. 알고 있었지 않았느냐? 그대는, 그 시절에도… 한결같구나.”

         “폐하.”

         “본인을 그때처럼 부르라!!”

         

         

         엘리자베타는 짐짓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녀의 태도는 당당하다기엔 절박했다.

         

         

         “거절할 것을 알기에 고백하지 않았다. 군신의 관계를 넘는 순간 그대와의 관계가 깨질 것을 염려해 말하지 아니하였다. 하지만, 그대는 알고 있지 않았더냐? 그대는, 그, 그대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언제나 본인을, 언제나 본인을 거부하지 않았나!”

         “엘리제.”

         “본인을…. 아니, 나를… 나를 이반… 이반 세레게예비치 크라실로프의 손녀가 아니라…. 위대한 왕실의 마지막 왕혈이 아니라….”

         

         

         엘리자베타는 이반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떨리는 손끝에 방향을 잃고 허공을 헤매었다.

         

         

         “날… 나를… 엘리자베타로 봐줘요. 이반 페트로비치 경.”

         “엘리제.”

         “경을… 당신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어, 어찌…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툭, 그녀의 눈가가 흐려졌다. 엘리자베타는 고개를 숙인 채 잘게 떨었다. 동그랗게 드러난 새하얀 어깨가 파들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고… 그러고도 목숨까지 내어 가져오던 남자를….”

         

         

         알렉산드르가 왕세자로 책봉된 순간부터,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엘리자베타에겐 어떤 가능성도 없었다.

         

         충분히 자라면 정략혼으로 팔려갈 것이 뻔한, 정확히 그 정도의 가치만을 가진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선왕의 총애를 받아 군역을 치루며 성장했다. 어린 나이에 군단을 지휘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군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하겠다.

         

         그녀가 가진 유일한 정통성이란 혈통 뿐이었으므로, 그녀가 왕권에 도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은 필설로 설명하기 어려울 따름이라.

         

         선왕의 사후부터 그녀는 정적으로 가득찬 수도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절멸부대의 생존자들을 간신히 끌어모아 정쟁을 시작해야 했다.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믿을 수 있는 사내 따윈 없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귀족들은 그녀의 혈통, 또는 그녀의 외모를 탐내는 자들 뿐이었으니.

         

         그런 와중에도 그녀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은퇴를 바랐다.

         

         

        -제가 군역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전하께 부담이 됩니다.

         

         

         그는 평화가 시작된 시대에 남기엔 너무나 날카로운 검이었다. 알렉산드르의 명령에도, 자살에 가까웠던 그 명령에도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사내다.

         

         알렉산드르의 성격이라면 이 사내를 두고 볼 리가 없다. 칠용장을 죽이고 살아돌아온 위업을 세웠으니, 알렉산드르가 그를 좌시할 리가 없다.

         

         이반이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엘리자베타는 위협을 받는다. 점점 더 노골적인 공세에 노출될 것이다.

         

         

        -본인은 경을 지켜줄 수 있다.

        -크라실로프는 더 이상의 전쟁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북방군단이 내전을 결심하는 순간 크라실로프는 산산조각나고 말 것이다. 이 나라는 더 이상의 전쟁을 감당할 국체가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그러니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 난국 속에서, 이반은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그가 능한 것은 전쟁이었으나, 이제 전쟁이 남아있지 않은 세상이니까.

         

         엘리자베타는 웃는 얼굴로 그의 요청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그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떠나겠다는 것처럼, 그녀 또한, 그를 지키기 위해 그를 내보내겠다 결심하며.

         

         이 연합 왕국 그 어디를 향하든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사내가. 그 업적이 알려지기만 했다면 영원히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사내가.

         

         그런 사내가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초야에 내려가, 한낱 고아들을 뒷바라지하며 조용히 죽어가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이 경의 뜻이라면, 그리하라. 본인은 경의 앞날을 축복하겠다.

         

         

         어떤 명예도, 어떤 부귀와 영화도 내려줄 수 없으니. 차라리, 그의 몸에 더 이상 흉터를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선뜻.

         

         그의 부재는 감당할 수 있었다. 축하할 수 있었다. 제 2의 삶을 살겠다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그녀에겐 아끼는 수하들이었다 하더라도, 그에겐 전우들이 아니었나. 거의 모든 친우들이 저 먼 마족령에 잠들어 있지 않겠는가.

         

         따라서 그녀는 차라리 축복하는 마음으로 그의 전역을 승인했다.

         

         부재는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독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 그녀는 이 나라 왕실에 오롯이 홀로 서야 했다. 은근한 추파를 던지는 귀족들과, 그녀의 혈통을 이용하려는 야심가들과, 언제든 왕세자에게 배신할 준비를 마친 ‘왕녀파’를 이끌며.

         

         

         “내게… 경은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내가, 어찌 그대를 사모하지 아니할 수 있을까요…?”

         “엘리제. 나는….”

         

         

         이반은 엘리자베타의 마음을 알고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녀가 품은 마음은 동경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이끄는 거친 사내들을 휘어잡았으면서도, 묵묵하게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인에 대한 감사와, 동경과, 의존이다.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왕께서 그에게 베푼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는 이 나라… 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내와 혼인을 하고,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마땅한 사람이었으니.

         

         그런 그녀에 비해 그는 어떤가.

         

         소작농, 징집병, 가진 재산도, 명성도, 작위도 없다. 정치에 능하지도 않고, 평화에 적응하지도 못한 반편이.

         

         죄책감과 부채의식 속에서 매일 밤마다 악몽을 꾸고, 죽은 전우들의 얼굴을 보며 공황에 빠진 정신병자다.

         

         망가져있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그럴 자신도 없는.

         

         그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발버둥치는, 그러나 마침내 그마저도 포기해 죽을 날을 기다리는 이방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없다. 단언컨대, 그의 장기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가깝다. 적도, 아군도.

         

         

         “나는 고장난 사람이다.”

         

         

         진실로.

         

         이반의 낮은 목소리에, 엘리자베타는 슬프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보았다.

         

         

         “고장난 세상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

         “그러나 나는 경을 고장났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경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망가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부족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그러니.

         

         

         “채워가며 비로소 완성되는 그림이 있듯이.”

         

         

         나 또한 부족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니까.

         

         

         “내가 경을 완성하겠습니다. 그러니 경도, 나를 완성해주세요.”

         “엘리제.”

         “쉿.”

         

         

         엘리자베타는 손을 뻗어 이반의 입술을 쓸었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쓰다듬듯이 이반의 마른 뺨을 건드렸다.

         

         

         “밀쳐내지 않을 거라면, 지금 말을 꺼내는 건 무례예요.”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엘리자베타를 내려보며, 이반은 한숨을 쉬듯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것이 입술을 적시고, 뜨겁게 달뜬 숨결이 그의 코 끝을 간질였다.

         

         

        *

         

         

         “꺼내줘! 변호사!! 변호사를 부르겠어요!!”

         “크라실로프엔 그런 관례가 없습니다.”

         “이 미개한 군국주의 국가 같으니라고!!”

         “지난 3주간 왕궁 무단 침입을 15회 이상 시도하셨으니 처형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 나라 헌법에 감사하셔야 할 거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떠나는 군인의 등을 한껏 노려보던 이자벨은, 한숨을 푹 내쉬며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그러게 내가 좀 더 원만하게 접근하자고 했잖니.”

         “조용히 해, 귀쟁이야.”

         “하여간.”

         “너는 급하지도 않아? 지금 저, 저, 저기서 무슨 일이… 3주야. 3주! 3주면 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저리 가 에시디스, 음란함이 옮잖아.”

         

         

         엘피헤라는 흥분한 에시디스를 밀쳐내며 오만하게 웃었다.

         

         

         “어차피 마지막엔 나만 남을 텐데, 급할 게 뭐가 있겠어.”

         “…?”

         “인간은 빨리 죽잖아. 지금 죽으란 소린 아니니까 너무 서운해 하진 말고.”

         “…와…?”

         “우리 철창에서 나가, 이 괴물…!”

         “개가 잠깐 간식 찾아 다른 사람에게 꼬리칠 수는 있어도, 결국 집에 돌아오기 마련이란 거지.”

         

         

         이자벨과 에시디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니까.

         

         종이 다르면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기 마련이다. 인간은 결국, 근본적으로 엘프와 친밀해질 수 없다. 모두 미치광이들 뿐이니까.

         

         이자벨과 에시디스는 고개를 돌린 채 다시 철창을 꽉 붙잡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꺼내줘요!!”

         “아빠한테 이를 거에요!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지각 죄송해요!!
    이번주만 좀 지각을 할게요!!
    글이라도 조금 더 빠르게 써지면 모르겠는데, 하여간… 일상 파트라는 건 왜 늘지를 않을까요.
    큰일이야 이러다가 연예계물 못 쓸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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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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