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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시청자들이 폭소했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 안 들키면 범죄 아니긴 하짘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앜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시끄러운 사이, 나는 카메라의 각도를 조금 조정했다.

        아무래도 우주 공간에서의 싸움을 묘사하다 보니, 기존의 카메라 각도로는 조금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됐나?

       

        “자. 이것이 우리 우주선…… 그러니까 내 본체고, 이쪽이 해적들의 본거지란다. 그리고 이쪽이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이지.”

       

        색깔이 전부 황금색이라서 헷갈리겠지만, 그래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정 헷갈린다면 색깔을 칠해서 다시 설명해 줘야지 뭐.

       

       

        *            *            *

       

       

        해적들과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사병들의 선공에 의해 해적들이 치명적인 기습을 받은 상태로 시작되는, 말하자면 ‘소탕전’의 형태가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사병들과 해적들의 ‘전면전’의 형태가 되어 버렸다.

        모두 레이지가 의도한 대로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난 전면전.

        일반적으로 잘 훈련된 귀족의 사병들이 겨우 해적 따위에 밀려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레이지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이 해적들을 포위하기 전에 싸움을 붙였고, 싸움이 일어난 위치는 해적들에게 유리한 소행성군 주변.

        심지어 방금 전 폭발에 섞여 함께 터뜨린 ‘EMP’ 폭탄에 의해, 사병들은 일시적으로 통신이 먹통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            *            *

       

       

        – 잠깐만요!

        – SF인데, EMP가 먹혀요?

        – 그게 됨?

        – 고증 오류 아님?

       

        “응?”

       

        시청자들의 말에, 이야기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뭐가 문제인가?

       

        – 고증오륰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고증 오류는 무슨ㅋㅋㅋㅋ

        – 그런데 조금 이해가 안 될지도?

        – 우주선에 EMP 대책도 안 되어 있나요?

       

        “음? 뭐가 말이냐?”

       

        뭔가 내 인식과 시청자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느낌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잠시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이곳 인간들이 알고 있는 EMP에 대해 검색해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하. 이곳에서는 EMP가 ‘전자기 펄스’를 뜻하는 말이었구나.”

       

        그렇다면 궁금증을 표하는 이들이 있을 만도 하지.

        나는 의문을 토해내는 이들에게 잠시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래. 너희의 상식대로라면, 방사능이 넘쳐나는 우주 공간을 넘나드는 우주선이 고작 전자기 펄스에 고장을 일으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구나.”

       

        – ㅇㅇㅇㅇ

        – ㄹㅇㅋㅋ

        – 문돌이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 ㅋㅋㅋㅋㅋㅋ

        – 문과는 웁니다.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이곳과는 다른 차원이기도 하고, 우주선이 발전한 만큼, 그런 우주선에 영향을 주는 여러 기술들도 개발되는 법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서 말하는 ‘EMP’는 이쪽 차원에서 말하는 ‘전자기 펄스’가 아닌, 일종의 전파 교란에 가까운 개념이다.

        우주의 광활한 공간에서 잡음 없고, 딜레이 없는 통신을 위해 사용하는 특수한 통신법이 있는데…… 그걸 교란하는 기술이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쪽 차원에서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려무나.”

       

        – 엌ㅋㅋㅋ

        – 설명 포기하심ㅋㅋㅋㅋㅋ

        – 라나님도 문과였구나!

        – 문과는 기립하십시오!

       

        문과는 또 뭐고, 이과는 또 뭔지.

        나는 어느새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햄버거를 물었다.

        햄버거 맛있다.

       

       

        *            *            *

       

       

        ……어쨌든 레이지의 작전에 의해 나름 팽팽하게 싸움을 지속하는 해적들과 사병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싸움을 살피며, 동시에 해적들의 본거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 공간 굴절 확인! 우주선입니다!”

       

        강척력 엔진을 사용할 때마다 포착되는 ‘공간 굴절 반응’.

        그것이 레이더에 잡히자마자 레이지가 나에게 물었다.

       

        “라나?”

       

        “음.”

       

        나의 본체가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본체의 ‘천룡안’은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었고, 이어서 해적 본거지에서 탈출하는 우주선의 내부를 훑었다.

        내부의 모습, 내용물, 지성체, 그들의 감정까지…….

       

        “……목표물이 맞는 것 같구나.”

       

        “좋아! 간다! 배틀-!

       

        “””-스타트!!”””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레이지가 힘차게 외친다.

        그리고 그를 따라, 언제나와 같은 구호와 함께 우주선이 가속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레이지의 작전이다.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은 해적 본대와 싸우도록 유도하고, 자신들은 도망치려 하는 목표물을 사냥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이 상황을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목표물이 도망칠 공간은 없었다.

        앞은 해적들과 사병들이 싸우는 전쟁터였고, 그 외의 방향엔 이미 디코이가 숨은 채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이지의 조종 실력을 생각해 보면…….

       

        “펑!”

       

        콰아앙!!

       

        이렇게 순식간에 일이 끝나버리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목표물만 낚아서 튀자!”

       

        “알겠어!”

       

        = 드론, 사출합니다.

       

        우주선의 화물칸이(내 배 쪽에 있다) 열리고, 그 안에서 소형 드론들이 튀어나온다.

        필립과 에코의 조종하에 들어가 있는 드론들이 빠르게 파괴된 우주선의 잔해를 뒤지고, 이어서 신무기 자료가 들어 있는 블랙박스를 찾아내어 우주선에 실었다.

       

        “좋아! 튀자!”

       

        “워프 드라이브 준비!”

       

        우우우우웅!!

       

        그렇게 우리의 임무는 간단하게 끝이 났다.

       

       

        *            *            *

       

       

        – 뭔가 반전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는데.

        – 그게 끝인가요?

        – 뭔가 익숙한 맛이군요.

        – 시청각 자료는 화려 했는뎈ㅋㅋㅋ

        – 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그게 끊임?

       

        “이것만 보면…… 끝이겠지?”

       

        당연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끝날 리는 없었다.

       

        “너희들이 보기엔, 너무 수월하게 끝난 것 같지 않았더냐?”

       

        – ?

        – ??

        – ?

        – 그러고 보니?

        – 좀 수월하긴 했어요.

        – 헐? 설마?

        – 마사카?

        – ㅎㄷㄷ

       

       

        *            *            *

       

       

        삐! 삐! 삐!

       

        “무슨 일이야.?!”

       

        워프 드라이브가 끝난 직후, 갑작스럽게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간식을 먹던 에이미는 황급히 간식을 떨어뜨리며, 오퍼레이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저, 적기입니다! 이쪽을 조준…… 미사일 발사!”

       

        “뭐?!”

       

        에이미와 마찬가지로 수면 안대를 쓴 채 자고 있던 아놀드가 게슴츠레한 얼굴로 버럭 비명을 질렀다.

       

        기본적으로 ‘워프 드라이브’는 시간이 걸리는 이동 수단이다.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마법의 텔레포트와 유사한 방식.

        다만 텔레포트보다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에, 공간을 뛰어넘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에이미와 아놀드가 저런 모습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금 전까지 조종실에서 당직이라고 했나? 그것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워프 드라이브의 목적지는 아스카 공작의 영역이다. 아군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즉, 누구도 워프 드라이브가 끝나자마자 공격을 받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비상벨 소리는 모두에게 크게 다가왔다.

       

        “젠장!”

       

        워프 드라이브가 끝날 시간이었기에, 느긋하게 조종실로 나왔던 레이지가 황급히 자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우주선의 궤도를 틀어 버렸다.

       

        퍼어어어엉!!

       

        “큭!”

       

        “꺄아아악!”

       

        “으아악!!”

       

        레이지의 기지에 직격은 면했다.

        뭐, 직격했어도 나에게는 별다른 타격은 없었겠지만…….

       

        바닥에 누운 채 그런 생각하는 사이, 레이지가 소리쳤다.

       

        “전 대원! 전투 준비!”

       

        “으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젠장!”

       

        수면 안대와 캐릭터가 그려진 안는 베개…… 저걸 ‘다키마쿠라’라고 부르던가?

        아무튼 그것들을 내팽개친 채 자리에 앉은 아놀드가 비명을 지른다.

        그 옆에서는 얼굴에 팩을 바른 제인이 넘어졌던 몸을 일으켜 자기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필립 역시 부함장으로서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고, 에이미는 책상에 늘어놓았던 과자들을 전부 옆으로 쓸어 버린 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사일의 여파에 당황하던 크루들이, 순식간에 전투태세로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적군의 숫자는? 소속은?”

       

        “적기의 숫자는 6기…… 소속은 불명!”

       

        “잠깐! 저거 연방의 함정이잖아?!”

       

        레이더를 통해 확인되는 적들의 형태를 바라보던 제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던 팩 조각이 후두둑 떨어진다.

       

        현재 그들이 있는 우주 제국의 이름은 ‘알리네시아 제국’이다.

        ‘알리네시아 은하’라는 이름을 가진 은하 하나를 통째로 지배하는, 거대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주는 넓고, 당연히 은하의 개수도 많다.

        그리고 알리네시아 은하와 인접한 바로 옆 은하에도, 그 은하를 지배하는 다른 나라가 존재한다.

       

        하나의 지배계층이 지배하는 ‘알리네시아 제국’과는 달리, 하나의 은하를 여러 세력이 쪼개어 지배하는 곳.

        하지만 그 지배 세력들이 서로 연합을 맺어,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운영하는 형태를 가진 곳.

        레이지의 용병단이 속해 있는 ‘알리네시아 제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그 나라를,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리브로스토 연방!”

       

        “그놈들이 왜 여기에?!”

       

        제국과는 명백히 적대국인 이들이 등장하자, 크루들이 당황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아스카 공작의 영지인 레지아 성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레지아 성계가 ‘알리네시아 은하’의 가장자리, 그러니까 변경 지역이었다면 이상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상하긴 해도, 이해를 못 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말 만약의 일이겠지만…… 공작의 영지 방어벽이 뚫렸을 정도로 적들의 공세가 강력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공작의 본 영지라고 할 수 있는 레지아 성계는 변경에 위치한 성계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성계 한복판에서, 적들의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는 ‘리브로스토 연방’의 우주선이 활개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들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적기! 다시 공격합니다!”

       

        “쳇!”

       

        쉴 틈을 주지 않고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에, 레이지는 혀를 차며 우주선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오늘의 방종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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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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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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