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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작성자: ㅇㅇ]

       [제목: 그래서 다들 오늘 시위 가는 거지?]

       [나도 영혼은 보내둘 생각이야 ㅇㅇ]

       –     아 ㅋㅋ 이 텐련도 안 갈게 뻔한데 내가 왜 가냐고~

       –     평일 오후 12시부터 2시를 어케 가냐 대체

       –     ㄴ 진짜 왜 이딴 시간으로 잡은 거야?

       –     ㄴㄴ 거기 시위 핫플이라서 예약이 빡셀거임

       –     ㄴㄴ 시위도 예약을 해야됨?? 걍 기습시위하면 안 됨??

       –     ㄴㄴ 선착순이라고 알고 있음

       –     나 아니어도 누가 사진 갤에 올리겠지~~~

       –     ㄴ ‘나 하나 쯤이야’

        

       [작성자: ㅇㅇ]

       [제목: 얼굴도 안 깐 여스가 ‘팬미팅’에 나올 확률?]

       [내가 장담하는데, 거기 간다?

       

       도적 초상화 사진 두루마리처럼 좌르륵 펼쳐지는게 끝이다.

       

        스피커에서 그 텐련 목소리만 나와도 다행임

       

       갈 거면 원격 오카리나 연주 2시간 ON 가능성도 생각하고 가라]

       –     쓸데없이 현실성 있어서 좆같네

       –     ㄴ 그래도 간다

       –     ㄴ 0%가 아닌 이상 갈 수밖에 없어

       –     ㄴㄴ 뇌수가 질질

       –     정보) 얼굴 비칠지도 모른다고 쿡방을 캠 없이 한 년이다

       –     ㄴ 버튜버도 이렇게까진 안해 진짜 시발

       –     ㄴ 캠은 켰어 캠 밖에서 요리해서 그렇지

       –     ㄴㄴ 그게 더 미친년이잖아

       –     ㄴㄴ 솔직히 빨간약이 얼마나 ㅆ창나있길래 그렇게까지 하나 오히려 더 궁금해지면 개추

       –     ㄴㄴ 개추 

       

       [작성자: ㅇㅇ]

       [제목: 오늘 갤주 시위 어케될지 투표 ㄱㄱㄱ]

       [1. 아예 안 오고 도적 초상화만 띄워둔다

       2. 레반 아크 기타등등만 나온다

       3. 다른 사람 섭외해서 대타로 세워둔다

       4. 헬멧쓰고 나온다

        

       투표 ㄱㄱㄱ]

       –     나와서 얼굴 깐다는 왜 없음

       –     ㄴ 하겠냐 병신아

       –     ㄴ 얼굴 까는게 이득이면 애초에 깠겠지

       –     ㄴ 보정 떡칠한 사진으로 인공 빨간약 슬쩍 흘리는 것조차 못하는 여스가 외부활동을 한다고? 좆이나 까라 ㅋㅋㅋ

       –     씹 그와중에 1번이 압도적 1등이네 ㅋㅋㅋㅋㅋㅋ

        

       * * * *

        

       기대를 하니 배신을 당하는 거라고 했던가.

        

       ‘속은 놈이 병신이라고도- 아니, 아니야. 아따먹이 그럴 리 없지.’

        

       공지된 날짜, 공지된 장소. 아직 공지된 시간은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주최자는 미리 왔을 시점.

        

       도질은 주인공마냥 앉은 2명의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머리속에서 스멀스멀 떠오르려 드는 인터넷의 격언들을 지우려 애썼다.

        

       그러나 그리 한다고 하여, 없는 아따먹이 나타날리가.

        

       팬미팅이라고 치면 주인공의 자리일 테이블 앞에는, 정말로 레반과 아크만 앉아있었다. 그 앞, 구획이 나눠진 채 펼쳐진 돗자리에는 몇 명이 앉아있었으나- 도질은 그중 누구도 아따먹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아따먹이라면……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알아볼 자신이 있었으니.

        

       정말로 자랑은 아니었지만.

        

       그리하여, 일단 한 바퀴. 무관한 행인을 가장한 무심한 걸음걸이로 광장을 돌며 살폈으나- 아따먹처럼 보이는 사람은커녕, 얼굴을 가린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맨 앞자리 정중앙에 앉아서 열정적으로 피켓을 흔드는 별포크가 시선을 자꾸만 강탈하는 와중에도 제법 세심히 살핀 결과였으니, 착각일 리는 없으리라.

        

       그러는 와중에도 종종 나타나는 여자들이 레반에게 다가가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고, 다시 어떤 사람들은 아크에게 다가가 사인에 사진을-

        

       ‘……아크 사인이라도 받을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나약한 생각이었다.

        

       ‘아니, 아니. 아크를 보러 온 거면 아크 사인 받겠지만, 이건 아크한테도 아따먹한테도 예의가 아니지.’

        

       물론, 순식간에 사라진 생각이었지만.

        

       무엇보다- 아따먹 본인이, 시위에서 관리자도 뽑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일을 남에게 맡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하겠다고 한 일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었고.

        

       방송에서 본 이미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면서도, 도질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어서, 두 바퀴.

        

       모여든 사람의 수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레반도 아크도 제법 유명한 스트리머였으니. 반신반의하며 접근한 사람들이 사인을 받은 후 떠나가고, 그리 사인을 받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는 전형적인 패턴.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쓰지는 못하고 목에 걸쳐 두었던 후드를, 아예 벗을까 고민이 드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세 바퀴.

        

       이제와서는, 어떤 장난을 친 건지 보는 걸 주 목적으로 생각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뭔가, 뭔가 당장은 열받지만 돌이켜보면 재밌는 무언가를 준비했을 터이니.

        

       ‘이 자리까지 몰래 나온 여러분이 진정한 도적, 이라면서 방송을 켜고 놀린다거나. 조금 이따가 저 현수막에서 도적 초상화가 주르륵 나온다거나.’

        

       갤에서 추측한 대로 장난친 것에 불과하다는 건 조금 분했지만, 어쩌겠는가. 대형 화재가 나기 딱 좋은 짓만 골라서 하고는, 그리 불타는 모습을 구경하며 나른하게 웃는 것도 그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인 아따먹의 특징이었다.

        

       ‘조금, 병신같긴 하네. 내가.’

        

       그래도, 카페에 인증할만한 거리는 되리라.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오는 것이 진정한 남자다- 같은, 폼잡는 말과 함께…….

        

       “아이씨, 쯧. 그래도, 하. 후드는 괜히 샀네 .”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나온 건, 생각보다 실망이 컸던 탓일까. 도질은 애써 생각을 바꾸려 노력하며, 카메라 어플을 키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깊게 눌러쓰면 얼굴이 안 보일 정도의 후드다. 일상생활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이런 걸 기껏 샀는데, 인증샷을 찍는데라도 써야……그나마, 화제글 하나 어치 값어치라도 건지는 거겠지.

       

       그리 생각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린 도질이, ‘최고에요 도적도적’이 적힌 현수막이 저 멀리 가까스로 보이는 외곽에 자리를 잡고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톡톡

        

       “안녕하세요.”

        

       어깨를 두드리는 감촉과 함께, 결코 착각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던 도질은, 회전을 채 마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으나- 눈동자만큼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따먹이다.

        

       얼굴을 숨기는 스트리머의 팬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도질 역시 아따먹의 얼굴을 슬쩍 상상해본 적은 있었더랬다. 아따먹을 만난 스트리머들이 남긴 묘사들을 반영한 그 이미지는……보나마나 빨간약은 어떨 것이라며 아따먹을 깎아내리는 분탕들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힘이기도 했으니.

       

       그러나 결코, 단언컨대 결코, 이런 망상까지 한 적은 없었다.

        

       후광이 비치는 듯한 미모였다. 주변의 풍경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새하얀 북극여우를 연상시키는 작은 미소가 수줍게 피어나는 꽃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그에 맞춰 부드럽게 휘는 눈은, 그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모자가, 다른 손에는 마스크가 들린 것을 보아- 조금 전까지, 어딘가에서 얼굴을 숨기고 있었나. 저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얼굴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분명, 빛이 뿜어져나와 다 들켰을 텐데.

        

       “도적부흥운동 오셨나요?”

        

       “네? 아, 아, 녜! 네!”

        

       바보 같은 소리가 연달아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외모에 설마하니 하며 긴가민가 했는데. ‘도적부흥운동’이라는 6음절을 듣는 순간, 도질은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아따먹이다.

        

       -흐흫

        

       “와주셔서 고마워요.”

        

       “그, 아, 아따먹님! 지, 진짜 팬이에요! 제가, 그-”

        

       횡설수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더랬다.

        

       방송 너무 잘 보고 있다는 인사. 장난스럽고 부끄러워하지만 사실은 팬들 신경써주는 게 항상 느껴졌다는 칭찬. 앞으로도 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선언. 그리고 조금 욕심을 내자면, 저 아따먹이 살짝 웃을 만한 드립을 섞은 멘트를, 평소 도네이션으로 단련된 솜씨로-

        

       그중 대체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도저히 고를 수가 없어서, 과부하 걸린 뇌가 버벅거리는 사이.

        

       “음……도질님? 진정하시고.”

        

       버벅거리면서도 굴러가던 머리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드는 한 마디가, 생기어린 붉은 입술의 틈새로 새어나왔다.

        

       “어, 어, 저……어떻게?”

        

       -흐흫.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왜, 예전에. 우리 지하에서 붙었잖아요. 그때 보이스 키셨고. 목소리, 기억해요.”

        

       이어서, 툭툭.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

        

       “그 상스럽던 나무꾼이 이렇게 훌륭한 돌격대장이 됐는데, 기억 못하면 상도덕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아무튼-”

        

       말을 잠시 멈춘 눈앞의 소녀가,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듯 손을 뻗었다. 검고, 길쭉한 무언가가 들린-

        

       ‘마이크?’

        

       “후드 쓰고 오셨으니, 관리자 지망이시라고 믿고. 일단 예비 관리자께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아니면 거절해도 되니까, 편하게 얘기하세요.”

        

       그리 말하며 배시시, 꽃잎이 흐드러지는 듯한 웃음을 피워내는 소녀의 반대편 손에는, 익숙한 악기가 들려 있었다.

        

       “등장씬,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사전답사할 때보다 시끄럽네요.”

        

       * * * *

        

       약속된 시간.

        

       광장에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기실, 이예나의 시위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이는 많지 않았다. 얼굴을 숨긴 여자 스트리머가 갑자기 게임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의 범주를 과하게 벗어난 탓도 있었으나- 애초에, 이예나 자체가 방송 역사 내내 온갖 기행을 벌이기로 유명해진 스트리머인 고로.

        

       갤은 물론이고 팬카페에서조차, ‘가봤자 도적 초상화나 볼 수 있을 거다’라거나, ‘별포크가 스피커를 목에 걸고 다니며 대신 인사를 할 거다’ 따위의 추측이 대세였더랬다.

        

       그러나, 언제나 희망을 품는 소수는 존재하는 법.

        

       오백여 명이 조금 넘는 팬들은 혹시나 모른다는 생각에 모여들었다. 역배당 한번 터지면, 갤이고 팬카페고 어디서든 얼마나 자랑질을 할 수 있겠냐는 불순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그렇게, 12시 5분.

        

       그리 모여든 이들조차 역시나 역시구나, 라고 생각하던 순간.

        

       -삐이-이

       -삐이이리이삐

        

       대부분의 팬들에겐 필요 이상으로 익숙할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광장에 울려 퍼지고-

        

       분주하게 방황하던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먼저 보이는 건 덩치가 제법 큰,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였다. 마이크를 든 손을 부자연스럽게 내밀고, 뻣뻣한 걸음걸이로 부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추고 있는.

        

       그리 흔들거리는 손을 따라가면, 들려있는 마이크의 첨단에는 나무로 된 오카리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오카리나를 잡은 새하얀 손에서 길쭉하게 뻗은 손가락들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움직였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춤추듯이.

        

       자연과 음악을 사랑하는, 환상 속의 요정과도 같은 여자. 그녀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며 연주하는 노래가 나오나의 OST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최소한 이 자리엔 아무도 없었으나-

        

       그런 사실을 수근거릴 정신이 있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모두가 굳어버린 사이. 미끄러지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도적부흥운동- 최고에요 도적도적’이라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 아래에 앉은 이예나는, 임무를 마친 도질로부터 자연스레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이어서, 앞에 모인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잘 들리시나요.”

        

       현수막에 부제처럼 적힌 ‘장작이 부족하면 폭탄이 남아있다’는 표어와 세상 안 어울리는, 묘한 매력이 구비구비 서린 미성이 광장에 울려 퍼지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입니다. 오늘, 도적부흥운동을 위한 집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악이 섞인 함성이 터져나온 건, 이예나의 인사가 끝나고도 3초 가까이 지난 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적최고도적도적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에카테린느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조금 일찍 올렸습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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