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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8

       

       

       연달아 쏘아진 브레스에 내리찍히던 뇌광이 연달아 꿰뚫렸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육체를 산산히 부서뜨릴 마기의 집결체도, 로드급 드래곤이 작정하고 쏘아낸 브레스를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카르시안은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마기를 거대한 보호막으로 밀어냈다.

         

       접촉하는 모든 물질을 얼려버리기는 하지만, 마신이나 되는 존재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보호막을 시간 벌기용으로 사용한 다음, 공간을 이동하여 피해냈다.

         

       그녀의 등에는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키엘과 아우렐리아.

         

       원래라면 절대로 등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전생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들, 키엘은 딸의 수급을 취했던 인간이었으니까.

         

       ‘……수급?’

         

       카르시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왜인지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화가 날 줄 알았는데, 감정이 고장난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머리가 뿌옇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지 정도는 자각할 수 있다. 주술사의 주박에 당해 정신을 잃은 후, 잠에서 깨어난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머리가……어지럽군…….’

         

       그 다음에 왜 갑자기 전투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왜 기억에 빈 공간이 생긴 것인지. 자신은 무엇에 이리도 필사적인지. 왜 등에 키엘 따위를 태우고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은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의문을 해소할 생각 따위는 들지 않는다.

         

       카르시안은 기계적으로 브레스를 내뿜으며, 촉수처럼 달려드는 무수한 날개를 피해가며 어떻게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려 노력했다.

         

       올라가야 한다. 마신을 죽여야 한다. 정신이 흐릿한 카르시안이 기억하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아우렐리아의 짓이었다. 그녀는 올리비아를 적대했던 회귀자들을 곱게 대할 생각이 없었다.

         

       모두가 죄책감을 가지고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누군가는 적의에 몸을 맡기고 싸울 필요가 있었다.

         

       아우렐리아가 그들의 머릿속에 주력을 부여하며 새긴 주문 또한, 그런 용도였다.

         

       본래 가지고 있었던 적의를 극한으로 증폭시키는.

         

       왜? 라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이 강제로 하얗게 변해버린다. 초월의 영역에 도달한 주술은 드래곤들의 감정마저 인위로 변형할 수 있었다.

         

       파지지지지직!

       

       카르시안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이빨을 아득 깨물며 하늘을 거칠게 노려보았다. 미처 막지 못한 낙뢰가 내부를 진탕시키고 있었다.

         

       뇌전.

         

       그래, 뇌전.

         

       […….]

         

       카르시안의 눈동자가 아주 천천히 커졌다. 그 과정은 굉장히 느렸지만, 그만큼 극적이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꺼풀에 어려 있던 탁함이 걷혀갔다. 동시에 쭉 그어진 파충류의 눈이 마신을 향했다.

         

       화아아악!

         

       카르시안이 날갯짓을 했다. 단 한 번의 날갯짓만으로 냉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올리비아.]

         

       자신을 죽였던 뇌전을 기억한다. 그때 느꼈던 배신감과 분노를 기억해냈다.

         

       여전히 기억은 공백으로 가득했지만, 카르시안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마신, 아니.

         

       올리비아를 죽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카르시안 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하이엘프 드루이드. 세계수의 관리자이자, 엘프들의 대장로인 그녀의 주변에는 수많은 엘프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일방적인 전투였는지, 저항의 흔적조차 볼 수 없었다.

         

       “감히……감히 본녀를 공격해?!”

       “배정한 역할을 버리고 떠나려 하는 것 같기에 막은 것 뿐이느니라.”

       “그렇다면 저 괴물을 앞에 두고 멀쩡히 자리만 지키고 있으라는 말이냐!”

         

       터져 나오는 드루이드의 고함.

         

       “세계수와 연결된 본녀는 알 수 있다. 저건……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악신이다. 끔찍하고……흉악하고……역겹기 그지 없단 말이다.”

         

       푸확!

         

       바람이 찢겨나갔다. 수십 갈래에서 불어온 폭풍은 이내 거대한 말의 형태를 이루었다.

         

       “바람의 정령왕이로구나.”

         

       아리아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본녀는 더 이상 네 명을 따르지 못하겠다.”

         

       어느새 바람의 정령왕 위에 올라탄 드루이드가 중얼거렸다.

         

       주변의 모든 바람이 드루이드에게 모여들었다. 아리아는 휘날리는 단발을 매만지면서, 진즉에 드루이드를 기절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네 역할은 병사들이 죽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지, 마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닥쳐라!!”

         

       드루이드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본녀의 힘을 빌어 제국군을 한 명이라도 더 온존시키려는 수작을 모를 줄 알았더냐?!”

         

       쿠르르르르!

       

       그 말과 동시에 일대가 요동치며 바람이 한 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밀도 높은 바람에 닿은 마물들의 육체가 산산히 부숴지고, 피를 물감 삼아 폭풍은 점차 위협적인 붉은 빛을 띄었다.

         

       “그래. 네 말이 맞노라.”

       “……뭐?”

         

       이렇게 순순히 인정할 줄은 몰랐는지, 드루이드의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

         

       “짐은 이 전투에서 아무도 죽지 않기를 바라노라.”

         

       정확히는.

         

       올리비아가, 한 명도 죽이지 않기를 바라였다.

         

       첫 회귀를 다짐했을 때 했던 말이 아른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기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

         

       ‘나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라.’

         

       그 때, 올리비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네가 생각하는 완벽한 결말에 도달하게 해줄테니.’

         

       그래서.

         

       도무지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완벽이라는 말이 얼마나 광오한지를 알면서도.

         

       “물론 어렵고 힘들 것이다. 분명 이런 급박한 전투에서 사상자를 내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테지. 하지만……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날을 준비해 왔느니라.”

         

       드루이드의 능력이 있으면, 한 번에 죽지 않는 이상 치료할 수 있다. 세계수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치유력 하나만큼은 성녀를 능가하는 수준이니까.

         

       “그러니, 너는 그 따위 일에 힘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정령왕을 따위라고 지칭하는 오만하기 그지 없는 말투.

         

       “너……황녀가 아니로구나.”

         

       떨림을 이겨내며, 드루이드가 중얼거렸다.

         

       고오오오오오……!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섬뜩하기 그지없는 기세.

         

       미친듯이 쏟아지는 마력의 압력에 드루이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믿는 구석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마력을…….”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하지만 허사다. 정령왕을 소환할 정도의 기량을 가졌으면서도, 드루이드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없었다.

         

       쩌저저저적!

         

       밀려드는 중압감을 견뎌내지 못한 정령왕이 강제로 역소환되고.

         

       “카악……!”

         

       쏟아지는 반동을 견뎌내지 못한 드루이드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아리아는 그런 드루이드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당분간은 생각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

         

       손끝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드루이드의 뇌리를 뒤흔들었다.

         

       “아그극……!!”

       

       드루이드는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단어를 제대로 내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짐을 원망하거라.”

         

       그 말을 끝으로, 드루이드의 의식이 저편으로 가라앉았다.

         

       아리아는 그런 드루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곧 드루이드는 정신을 차릴 것이다. 주변인들을 치유하라는 명령만 기억하고 있는 채로. 그 순간부터는 인형처럼 시킨 일만 반복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못하겠지.

         

       그러다 문득.

         

       “사흘쯤 지나면 저절로 풀릴 것이다.”

         

       황제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질문은 생각해 두었더냐?”

         

       바로 그 순간.

         

       황제의 머릿속에, 자그맣게 목소리가 흘러든다.

         

       [우리가……우리가 뭘 어떻게 했어야 됐는데.]

       “어떻게라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잖아……!]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린아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을, 황녀는 안다.

         

       이렇게 언성을 높이는 것이 추하다는 것도.

         

       발악하듯 소리지르는 것도.

         

       하지만.

         

       하지만…….

         

       [왜……우리는 선택받지 못한건데……!]

         

       더 많은 증오가 필요해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럴 수 있다. 올리비아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미리 전해들었다면, 누구라도 증오보다는 슬픔을 먼저 느꼈을테니까.

         

       하지만 황녀가 감정을 토해내는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왜 키엘에게는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었단 말인가. 왜 멜리나에게는 선택할 기회를 주었단 말인가. 더 일찍 만났고, 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 어쨌다는 건가?

         

       올리비아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존재였단 말이다. 그건 당연히 다른 회귀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우리들에게는 사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단 말인가?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강제로 분노에 매몰되어 올리비아를 공격해야 하냔 말이다.

         

       그것이, 억울했다.

         

       만약 저들보다 우리가 올리비아를 빨리 만났더라면.

         

       어떻게든 이 증오를 털어낼 기회가 있었더라면.

         

       그렇기에, 당연히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이 오해를 풀고 분노를 털어낼 동안, 자신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증오에 매몰되어 갔다.

         

       용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던 부모의 얼굴이 생각났다. 딸의 얼굴이 생각났으며, 형제와 친구의 얼굴이 생각났다.

         

       [……왜 너희들만……!]

         

       황녀는 울면서 이를 악물었다. 불공평했다. 부조리했다. 고작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들은 평생 후회와 고통 속에 살아가야만 한다.

         

       기회를 달라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렸어야 했나? 대륙을 돌아다니며 올리비아를 찾아다녔어야 했나? 모르겠다. 황녀는 이제 도대체 무엇이 정답인지도 알 수 없었다.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지고, 숨이 벅차온다.

         

       [알려줄 수도 있었잖아. 내 안에서 다 듣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

         

       억지일지도 모른다. 황제가 언제부터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황녀에게는 필요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다ㅡ 같은, 그런 흔해빠진 변명 거리가.

         

       [왜 우리만……왜……!]

         

       그 조차도 없다면…….

         

       [……왜…….]

         

       이렇게 말할 자격조차 사라져 버리니까.

         

       조용히 듣고 있던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로, 달라졌을거라고 생각하느냐?”

       [당연……하잖아.]

       “그래, 황녀 자네라면 그러했겠지.”

         

       황제의 목소리가 순간 온기를 머금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

         

       황제의 말이 천천히 이어진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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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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