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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어떤 사람의 첫인상이 좋았건 나빴건, 보통 그 사람을 오랫동안 쭉 보게 되면 그 첫인상은 천천히 바뀌어나가기 마련이다.

        

       첫인상이 최악이더라도 한 일 년 정도 보다보면 어떻게든 그 사람의 좋은 면이 보이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보면 결점이 보이는 법이다. 보통 연인들이 헤어지게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상대를 오래 알고 지내다 보면 상대방의 결점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그 결점이 쌓여 임계점을 넘어가면 서로 견디지 못하게 된다고 할까.

        

       ……사실 나는 연애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이미지가 바뀌는 것은 상대방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서도 있겠지만, 상대가 ‘실제로 바뀌어서’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샤를로트의 이미지 변화는 내가 샤를로트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서라기보다는 샤를로트의 성격이 미묘하게 바뀌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원작에서의 샤를로트는 다소 차가운 인상이었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주인공인 레오와 인연을 쌓아가며 이미지가 다소 부드러워지긴 하지만 제국과 왕국이 전쟁에 돌입하며 그 관계도 한차례 깨지게 된다.

        

       문제는 이 세계에서는 나비효과 때문인지 어떤 건지 황제가 전쟁을 일으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후후후.”

        

       어쩐지 수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샤를로트를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렇다. 샤를로트가 우리를 경계해야 할 이유가 사라져버린 덕분인지, 샤를로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한테 이런 미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러분 모두 깜짝 놀라실만한 코스를 준비해두었답니다. 비록 산업화는 제국에 밀리지만, 전통과 식생활만큼은 제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원작에서는 앨리스와 샤를로트가 기 싸움을 할 때마다 정치적인 현안을 두고 싸웠던 것 같은데, 이 세계의 샤를로트는 이상한 쪽으로 논리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방학 동안 그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거야? 아카데미 학생들을 초대해서 벨부르의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는 거?”

        

       “제가 꽤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는데.”

        

       앨리스의 말에도 샤를로트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말했다.

        

       “이제 막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벨부르가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제국을 압도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요. 이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죠. 전쟁이 벌어졌을 때 목을 물어뜯을 수 있도록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아예 제국 전역을 점령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울 수는 없어요.”

        

       “그래서, 문화력을 투사하기라도 하려는 거야?”

        

       “가능성은 있지 않은가요? 실제로 여러분이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벨부르 식 디저트를 파는 카페인걸요.”

        

       샤를로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심지어 그 카페 주인이 홍보용으로 가장 자주 써먹는 것도 ‘벨부르에서 배워온’ 실력이잖아요?”

        

       그러니까 샤를로트는 문화승리를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다.

        

       음, 개인적으로는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라고 본다.

        

       국가 간의 문제에서 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막을만한 명분을 쉽게 세우기도 힘들고, 괜히 막아봐야 이미 문화를 향유하고 있던 계층에게 큰 반발을 사게 된다. 그런 현상 자체를 막기 위해서는 자국의 문화산업을 키워서 국민이 자국의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 외에는 딱히 좋은 방법이 없다.

        

       심지어 벨부르와 제국은 오랜 기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였고, 문화적으로 가깝기까지 했다. 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많은 문화적인 요소들—예를 들자면, 식문화라든가—을 벨부르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상류층을 중심으로 벨부르 음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샤를로트는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그걸 확실하게 캐치해냈다.

        

       다만, 한 가지 조금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면—

        

       “제가 장담하는데, 여러분 모두 벨부르에 와서 진짜 벨부르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 생각이 많이 바뀔 거예요. 음식뿐만이 아니라 볼만한 것들도 많죠. 벨부르는 산업화한답시고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무분별하게 허물지는 않았으니까.”

        

       가슴을 펴고 저런 말을 하는 샤를로트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군생활 때 ‘부산에 오면 부산 풀코스를 경험시켜주겠다’라고 했던 부산 출신 후임과 겹쳐 보였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미 벨부르에서 벨부르 음식을 맛본 적이 있다는 것을 굳이 상기시킬 필요는 없겠지.

        

       앨리스가 내 쪽을 조금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고, 나는 한숨을 꾹 참아야 했다.

        

       *

        

       뭐,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나 앨리스뿐이었고, 아카데미로서는 샤를로트의 그 벨부르 초청이 받아들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법률이라든가 문화적인 차이점이 꽤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넘어갔을 때 말이 전혀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벨부르 평민들과 말이 통하지는 않겠지만, 아카데미 학생들을 맞이해줄 벨부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제국어를 할 줄 알았으니까.

        

       하긴,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명목이라면 아카데미 측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긴 하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아카데미 학생들도 대부분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 아카데미 학생 중 벨부르 출신은 소피아와 샤를로트 둘뿐이었으니까.

        

       내가 살던 세상에서야 저가 항공도 많고, 마음먹고 돈을 모으면 몇 년에 한 번 정도는 휴가 내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지만, 이쪽 세상에서 해외여행은 마냥 쉬운 것이 아니다. 목록이 죄다 수기로 작성되는 곳이 대부분이었기에 비자만 보고 국경을 프리패스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귀족들이야 국가가 보증하는 인물들이니 나름대로 기회가 있겠지만 평민 출신이라면 상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은 해외여행은 여러모로 까다로운 일이었다.

        

       “……미아.”

        

       나는 조용히 미아를 불렀다.

        

       “네, 네?”

        

       미아는 조금 당황한 듯 고개를 들었다가, 내 시선이 향한 곳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노트를 덮었다.

        

       내 시선이 향해있던 곳은, 미아 앞에 놓인 노트였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학생 대부분은 아카데미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쉬게 되었다. 푸르던 잔디밭도 슬슬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가로수 나뭇잎도 죄다 떨어져서 풍경을 즐길만한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본관의 로비, 혹은 자기네 기숙사 방 안에서 다과회를 하며 학생들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우리는 학생회실에 나와 있었다.

        

       학생회실에서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이 미아의 얼굴이었기에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데, 학기 초에 미아는 나를 따라서 학생회에 들어왔다. 아니, ‘따라서’라기보다는 ‘쫓아서’라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나와 관계가 껄끄럽던 시절에는 학생회에 거의 이름만 올려둔 수준이었는데, 요즘에는 종종 이렇게 학생회에 나오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미아는 학생회실의 작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노트에 뭔가 열심히 적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거기 쓰던 것은 음식 목록입니까?”

        

       내 질문에 미아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올랐다.

        

       “그, 그걸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 보게.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것인지 다소 반항적으로 대답하는 미아를 보고, 나는 미아가 차지하고 앉은 테이블 자리 중 하나를 잡고 앉았다.

        

       “벨부르로 가는 것이 그렇게 기대되십니까? 가서 먹고 싶은 음식 목록도 작성하고.”

        

       “아, 아닌데요. 그런 거 아닌데요.”

        

       아니긴 뭘 아니야.

        

       척 봐도 벨부르 음식 목록이었구만.

        

       이렇게 보면, 미아도 이미지가 참 많이 바뀌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 같은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햄스터나 다람쥐 같다고 해야 하나.

        

       잘못 만지면 물리긴 하겠지만.

        

       나는 잠깐 원작의 미아를 떠올려보았다. 원작의 미아도 이렇게 식탐이 많았던가?

        

       으음…… 애초에 그런 면을 보이는 캐릭터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많이 먹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과자를 종류별로 집어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특정한 나라의 음식을 좋아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본편에 끼워넣기 조금 어려운 내용이긴 했다. 게다가 미아는 자기 처지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캐릭터이기도 했으니까.

        

       나 때문인지 어떤 건지 자기 처지를 초고속으로 이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버리기라도 한 건지, 이 세계의 미아는 여전히 다소 소심하긴 했지만, 원작에서만큼 우중충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영지 바로 옆이 벨부르지 않습니까? 원한다면 얼마든지 넘어가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텐데요.”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미아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저는 ‘크로우필드’인걸요.”

        

       ……아.

        

       맞다.

        

       크로우필드 영지는 원래 벨부르 영토였지.

        

       그냥 옆 동네가 아니라 침략자의 후손이었다.

        

       “…….”

        

       “…….”

        

       잠깐 우리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주 조금이기는 하지만, 미아의 눈에 ‘황녀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하는 것 같은 시선이 스쳐 지나간 것도 같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

        

       음.

        

       다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최대한 빠르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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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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