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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쾅쾅-!

         

       갑주를 두들기는 소음이 귓가로 울려 퍼졌다.

         

       강(强)의 전사.

         

       대충 줄여서 ‘기사’라고 칭하는 남자는, 쾌활하고 강인한 목소리만큼 드높게 소리쳤다.

         

       “참으로 오랜만의 도전자로군. 반갑다!”

       “반갑습니다. 유세하라고 합니다.”

       “……!”

         

       투구를 쓰고 있어, 정확한 표정은 모르나…

         

       나는 기사가 일순 당황했다는 걸 직감했다.

         

       내가 만약 이곳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을 거다.

         

       그러나 ‘고스라’를 수년 동안 해온 나는 그가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것은 잘 대처하면, 호감작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당했군. 설마 바로 본명을 말하다니. 나 또한 전사로서 그대에게 진명을-”

       “-아닙니다. 이것은 그저 저의 예우일 뿐. 부디 개의치 마십시오. 저에게 있어 당신은 강(强)이라는 이름 하나면 충분합니다.”

       “……음!”

         

       쿵-!

         

       말이 끝나자, 갑주의 기사가 등 뒤에 매고 있던 두터운 양손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팔짱을 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내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 솔직히 말해서 걱정했었다. 너무 어려 보여서 전사들의 예우에 대해서 모를 거로 생각했다. 미안하구나! 그리고 고맙구나.”

         

       [전사의 예우를 존중해 주는 당신의 태도에 강의 전사가 크게 만족합니다.]

       [승리 보상이 가산됩니다. 관중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현재 군중 게이지: 15%]

         

       ‘좋았어.’

         

       떠오르는 메시지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곳, <전사자들의 축제>는 보통의 던전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장소였다.

         

       대다수 그저 힘으로만 해결하고, 보스를 처치하면 되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된 던전과는 다르게. 제 욕심만 부려서는 오히려 좋지 못한 꼴을 당했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우하며.

       최선을 다해서 각자의 무(武)를 뽐낸다.

         

       이런 하나하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이곳 ‘전사자들의 축제’에서는 유형화된 보상으로 승화되었다.

         

       그 덕분일까.

         

       많은 지도관들은 이곳을 ‘낭만’ 있다고 여기며 잘 만든 장소라고 칭찬하고는 하였다.

         

       물론, 나로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말이다.

         

       내가 노리는 것은 오로지 이 유형화된 보상.

       직접적으로 나에게 직결되는 힘뿐이었다.

         

       ‘낭만이라…’

         

       그런 걸 추구할 바에는 하나라도 더 많은 기연을 얻어서 우리 므냥이랑 애들의 입에 넣어주는 게 더 행복했다.

         

       쿠구구구-!

         

       내 생각은 곧, 기사의 손짓에 멈추었다.

         

       신호를 주는 기사. 아무것도 없는 경기장 구석이 갈라지며, 전시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는 전시대를 보며 순간 움찔하였다.

         

       이거, 아무래도 기사가 나를 너무 좋게 봐준 모양이었다.

         

       ‘설마, 저걸 꺼낼 줄은 몰랐는데…’

         

       [명예로운 전사에게 축복을, 강의 전사가 당신에게 무구의 가호를 주려 합니다.]

       [‘전사자’들의 전시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시대에는 꽤 품질이 좋아 보이는 갑주와 무기들이 번쩍번쩍 빛을 내고 있었다.

         

       일부, 소모품도 보였는데…

         

       하나하나 마시기만 하면 고성능의 버프를 받을 수 있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대의 예우에 나 또한 대접하지. 개인적으로 그런 빈약한 가죽 갑옷 하나로 이곳을 돌파할 수 있을 거로는 여기지 않는다. 좋은 장비 또한 전사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자 가장 쉬운 승리의 방법이다.”

         

       기사는 손짓하였다.

       얼마든지 기다려 주겠다는 의도였다.

         

       “이 중 원하는 걸 골라서 사용하거라.”

         

       나는 기사의 말에 전시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마, 대다수 헌터들은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바로 경계했을 거다.

         

       <아카데미>의 [던전학 수업]에서도 이러한 말이 나온다.

         

       ―절대로 게이트 내, 던전, 시련이 주는 장비를 받지 마십시오. 십중팔구 당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함정입니다.

         

       실제로도 거의 태반의 던전들은. 저 말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이곳 전사자들의 축제는 예외에 속한다.’

         

       저기 있는 거 모두 하나하나 저주 같은 거 없이 순수하게 좋은 장비들이었다.

         

       아마 몇몇 개는 [성자의 검]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할 거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거절의 의미.

         

       이 모습에 기사가 의문을 표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가? 혹시라도 치사한 수를 쓸 거라 의심된다면 내 명예를 걸고 아니라고 답해주마.”

         

       “아닙니다.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것들 모두 필시 과분한 것들이겠지요. 그렇기에 제안은 감사하나…저는 제가 믿고 온 길로 증명하겠습니다.”

         

       나는 [성자의 검]을 들어 올렸다.

         

       오로지 내가 가지고 온 무기로만 상대하겠다는 증명.

         

       일부러 객석의 관중들이, 나의 의지를 엿볼 수 있도록 과장된 모습을 취했다.

         

       마치, 영웅들이나 할법한 한 장면 같아 속이 약간 거북했다.

         

       뭐, 그래도 효과는 좋았다.

         

       관중은 물론이고, 기사마저 감탄사를 내뱉었으니까.

         

       ‘이걸로 벌써 호감도 이벤트를 2개나 깬 건가.’

         

       시작이 좋았다.

         

       지금, 저 전시대 또한 방금처럼 일종의 호감도 선택지였다.

         

       저기 있는 장비는 <전사자들의 축제> 한정 특수한 버프를 부여해 주는 좋은 장비들.

         

       즉, 사용하면 크게 도움이 되고, 난이도도 대폭 줄어들지만…

         

       ‘이곳을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사라져.’

         

       그리고 개인적으로 거절했을 때의 보상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다.

         

       [당신의 망설임 없는 선택에 강의 전사가 크게 만족합니다.]

       [군중들이 당신의 행동에 용기를 느낍니다.]

       [군중들의 환호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현재 군중 게이지: 45%]

         

       “오랜만에 멋진 녀석이 왔군.”

       “칭찬 감사합니다.”

       “검을 들어라.”

         

       스르릉-!

         

       나는 [성자의 검]을 뽑아 들었다.

         

       마력과 성력이 뒤섞여 휘몰아치듯 기세가 터져 나왔다.

         

       기사의 손에 들린 것은 약 1미터 30cm 정도가 되는 대검.

         

       넓은 검면에 새겨진 고대어가 은은한 빛을 내었다.

         

       “가겠다!”

       “오십시오!”

         

       쾅-!

       쾅-!

         

       기사와 나의 검이 격돌했다.

       먼저 기세를 잡은 것은 내 쪽.

       명백히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나는 요리조리 기사를 압박하였다.

         

       기반이 되는 것은 [패천검법].

       쾌(快)와 강(强)이 서로 뒤섞이며 하나의 기예로 승화하였다.

         

       필시 몰아붙이는 모습이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직감했다.

         

       ‘역시 쉽지 않네.’

         

       기사의 검은 전형적인 강검(强劍)이자 중검(重劍).

       호쾌하면서도 한방 한방이 강렬한, 정직하면서도 날카로운 검이었다.

         

       기교라던가, 기예라던가.

       승리를 향한 잔재주 같은 건 전혀부리지 않았다.

         

       상대하기 어려운 건 아니었다.

       실제로도 기사의 검로(劍路)는 쉽게 간파되었다.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쓰러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빈틈없이 잘 채워진 성벽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싸움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이어졌다.

         

       쾅-!

       카가각!

       콰득-!

         

       나는 기사의 검을 검날로 흐리며 밑으로 내렸다.

       섬광 같은 찌르기가 작렬한다.

       하지만 기사는 노련하였다.

         

       오히려 거리를 좁혀 갑주로 당당히 공격을 막아내고 검을 들어 내려찍었다.

         

       쾅-!

         

       “큭!”

       “음!”

         

       -일격(一擊)에 산을 가른다.

         

       실로 이것보다 더 좋은 말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신히 검면으로 방어하며 힘겨루기를 진행하였다.

         

       나는 지금 막아내는 이 일격이, 강검의 극에 도달한 자의 길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련.

         

       강(强).

         

       그리고 그 강의 극의에 도달한 눈앞의 기사는, 나의 멀고도 먼 선배다운 위엄을 보여주었다.

         

       ‘…제길.’

         

       현재 내 근력은 무려 54이다.

         

       근래, 폭발적인 성장을 겪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올랐으나, 눈앞의 기사에 비해서 여러모로 부족하였다.

         

       ‘최소 60…’

         

       아니, 아마 70은 육박할 거다.

         

       여기에 단순히 능력치만 믿는 게 아닌, 본인의 신념과 세계가 하나의 경지로 승화되었기에 느껴지는 굳건함이 있었다.

         

       기사는 그런 나를 보며 더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전신을 타고 강렬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도전자여! 겨우 이 정도에 패배하는가? 그렇다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무릎을 굽힌 추진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박차고 올랐다.

         

       [힘 있는 민첩성], [괴이한 괴력], [강도 높은 골강도] 3개의 스킬이 서로 힘을 보태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동시에 나의 몸을 타고 붉은빛의 충격파가 일렁였다.

         

       [맹렬하게 꽂히는 질량은 그것 자체만으로 하나의 재앙이 됩니다.]

       [‘차지 크러쉬’를 사용합니다!]

         

       퍽-!

         

       정확하게 기사의 몸통에 작렬하는 [차지 크러쉬].

         

       기사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음!!!”

         

       하지만 기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경직>에 걸린 게 틀림없음에도 억지로 저항하며 크게 검을 한번 휘둘렀다.

         

       휘몰아치는 파공음과 함께 번뜩이는 검날.

         

       수많은 계산 끝에 결론을 내렸다.

         

       막을 수 없다.

         

       반드시 뒤로 거리를 벌려 회피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빠지자, 그는 한 발짝 물러나 정신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후우.’

         

       역시 괜히 괴수보다, 같은 헌터끼리 싸우는 게 더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자세를 잡았다.

         

       다시 달려들어 승기를 점하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

         

       ‘…나이스!’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에 지금까지의 피로가 단숨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의 강함에 관중들의 환호성을 지릅니다.]

       [당신의 검은 관중들을 매혹합니다.]

       [당신의 검과 재능에 강의 전사가 경악성을 터트립니다.]

       [‘전사자들의 축제’ 특수 기믹이 발동됩니다. 군중들의 응원과 전사의 인정이 당신의 힘이 됩니다.]

       [영구적으로 근력이 1, 내구가 1 상승합니다.]

       [응원 게이지가 가속화됩니다. 응원 게이지로 상승하는 능력치는 각각 최대 10까지 제한됩니다.]

       [‘검술’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휘두르는 모든 무기술은 숙련도가 3배로 상승합니다.]

         

       ‘왔구나!’

         

       내가 굳이 이곳 ‘전사자들의 축제’를 1순위 시련으로 뽑은 이유.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보라보라의 손을 잡고 바로 향한 이유.

         

       이곳은 ‘고스라’의 모든 던전, 시련을 통틀어서 가장 폭렙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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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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