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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료스케는 절규했다.

         

       “소원이니 뭐니, 그게 뭐냐고!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왜 이러는거야아아아악—-!!!”

         

       실성한 사람이 외치듯 소리쳤으며.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그는 큰 소리로 욕설을 계속 내뱉으며 다시 문고리를 찾기 위해 온 사방을 둘러보았다. 움직임을 감지하고 켜지는 센서등의 빛에 의지해 이곳저곳을 더듬고, 혹여 몸으로 밀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돌로 된 벽과 신발장에 몸통을 있는 힘껏 부딪쳤다.

         

       쿵.

       쿵.

       쿠웅.

         

       어깨로 밀고, 머리를 박고, 체중을 실어 등으로 밀었다.

         

       하지만 벽은 벽이라는 듯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없었고, 마침내 료스케는 체념하듯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흐.”

         

       료스케는 10년은 늙은 얼굴로 웃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야….”

         

       그는 원망하듯 허공에 둥둥 뜬 입을 바라보았고, 입은 어둠이 내려앉은 센서등의 바깥에서 윤곽만을 드러낸 채 천천히 말했다.

         

       [ 네가 나를 불렀다. ]

         

       그 말과 함께 어둠이 스르르 흔들리는 듯했다.

       어둠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어지럽게 변하고, 어둠이 기이한 힘으로 왜곡이 되듯 이리저리 한 점으로 모이더니 한곳에 뭉쳐 윤곽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윤곽은 이윽고 입술의 형상을 이루고, 그 안에 혀를 만들어내며 또 다른 입이 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두 번째 입과 첫 번째 입은 나란히 위치한 채 입을 움직였다.

         

       [ 네가 나를 원했다. ]

       [ 너는 갈망하였다. ]

         

       그 말이 끝남과 함께 다시 입이 생겨났다.

         

       [ 소원을. ]

       [ 말하라. ]

       [ 간절히 바라는 것을 말하라. ]

         

       말이 끝날 때마다 새로 생겨나는 입.

         

       셋에서 넷으로.

       넷에서 다섯으로.

       다섯에서 여섯으로.

         

       마침내 입의 숫자가 일곱이 되었을 때, 입은 둥둥 떠서 움직이더니 센서등이 꺼진 현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의 입은 위로 올라가 센서등을 가리듯 어둠으로 덮었다.

       네 개의 입은 료스케가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려는 듯 료스케의 사방을 점했다.

       하나의 입은 료스케의 정수리에 위치하였고, 또 하나의 입은 현관 중문에 있는 채 어둠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료스케는 자신을 둘러싼 입이 발하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 하나. ]

       [ 하나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

       [ 하나. ]

       [ 소원은 가능한 범위에서 빌어야 한다. ]

       [ 하나. ]

       [ 소원을 늘려달라는 소원은 빌 수 없다. ]

         

       입들은 규칙을 설명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읊기 시작하였다.

       료스케는 머리의 안쪽에서부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그 기묘한 입체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고, 입이 말하는 뜻이 강제로 이해되는 끔찍한 감각에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소원을 말하라. ]

       [ 어서 소원을 빌어라. ]

       [ 단 하나의 소원을 말하라. ]

       [ 대가가 아깝지 않을 소원을 내뱉어라. ]

       [ 본능에서 이끌어지는 갈망을 입 밖으로 내어라. ]

       [ 이성이 발하는 찬란한 미래로 이끄는 정답을 기원하라. ]

         

       료스케는 그 재촉에 결국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빌어먹을! 젠장! 제기랄! 젠—장!”

         

       그는 욕설과 함께 눈을 부릅떴다.

       아까 고통 때문에 바닥을 뒹구는 과정에서 실핏줄이 다 터져버린 것인지 료스케의 눈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마치 토끼처럼 변해버린 붉은 눈으로 료스케는 입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소원은 무슨! 그렇게 소원을 이뤄줄 자신이 있으면 내 상황이나 어떻게 해주던가! 정치인의 생명이 끝이 나려고 하는 이 개 같은 상황이나 좀 어떻게 하라고!”

         

       그러자 재촉하듯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일곱 개의 입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더니 입술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지더니 양 끝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찢어진 입으로 호선을 그리듯.

       광인이 제 입을 손으로 찢어가며 웃음을 짓듯이.

         

       [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

         

       일곱 개의 입 전부가 웃었다.

         

       [ 하나의 소원. ]

       [ 정치인으로 계속 남게 해달라. ]

       [ 그 소원은 이루어지게 되리라. ]

       [ 정치인으로 계속해서 있을 수 있을 것이며 ]

       [ 마지막까지 정치인으로 남으리라. ]

         

       입은 계약을 설명하듯 료스케에게 말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일제히 입을 닫았고, 어둠에 녹아들 듯 몸을 감추었다.

         

       그리고 현관 중문에 있는 입은 그렇게 사라진 입을 흡수하는 것처럼 몸집을 불려 나가더니 그 크기가 료스케의 머리통만 한 크기로 불어났다.

         

       [ 그럼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

         

       그렇게 커진 입은 입술을 달싹이며 위아래로 쪽 벌리며 무저갱 같은 안쪽을 드러내었고, 여러 갈래로 찢어진 촉수 같은 혀를 움직여 기둥을 세우듯 입 안을 벌렸다. 그리고 혓바닥 중 가장 길쭉한 것을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아까. ]

         

       료스케는 그 역겨운 장면을 보며 몸이 얼어붙었다.

         

       “어, 어….”

         

       기다란 혓바닥은 뱀이 사냥감을 붙잡듯 무언가를 칭칭 감은 채 두터운 것을 목구멍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 뭐든지. ]

         

       어둠을 빚어서 만든 것 같이 검은 광택이 흐르는 팔이었다.

         

       팔은 목구멍에서 빠져나오자 허공을 이리저리 휘저었고, 무언가를 털어내듯 벽과 신발장에 손바닥과 손등을 부딪쳤다.

         

       쿵-!

       쿵-!

         

       그렇게 몇 번 벽을 두드린 손은 이제 되었다는 듯 팔을 고무줄처럼 늘어뜨리곤 료스케의 머리통을 꽉 붙잡았다.

         

       [ 하겠다고 했었지? ]

       “허, 허억, 으어.”

         

       손에 붙잡힌 료스케는 강렬한 현기증을 느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고, 당장이라도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내고 싶었다.

         

       하지만 태풍이 부는 바다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있는 듯한 끔찍한 멀미에도 료스케는 얼어붙은 몸을 도저히 녹일 수가 없었고, 손가락 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릴 수밖에 없었다.

         

       목이 다 쉬어버릴 때까지 비명도 지르지 못했고, 아까처럼 몸을 웅크린 채 고통을 견디기 위해 애를 쓸 수도 없었다.

       바닥에 누울 수도 없었고, 벽에 머리를 박을 수도 없었으며, 도망치기 위해 발악을 할 수조차 없었다.

         

       “사, 살려, 살려줘….”

         

       온 힘을 쥐어짜서 간신히 해내는 것은 입 밖으로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애원을 내뱉는 일뿐.

         

       하지만 입과 손은 료스케의 간절한 애원을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취급하며 무시하였고, 그 대신에 길쭉한 손가락 하나를 촉수처럼 움직여 료스케의 목구멍 안으로 쑤욱 집어넣었다.

         

       “어, 억, 허억.”

         

       료스케의 몸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은 몸에 녹아들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료스케의 몸에 이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끅, 끄윽.”

         

       찜기에 넣은 것처럼 몸에 열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하였고, 일반인 같았던 료스케의 몸이 압착기로 쥐어짜는 것처럼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에 자리 잡은 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로 변하고.

       근육은 근육세포가 분해됨에 따라 쪼그라들고 볼품없는 몸으로 변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료스케의 내장 역시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든 영양소는 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료스케의 몸 안에 있지만, 료스케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들에게.

         

       “끄으윽!”

         

       진성의 축복과 함께 그의 몸에 파고들었던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 료스케의 생명력을 쥐어짜서 만든 영양분을 섭취하며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폐에 있던 톡소포자충은 혈관을 타고 움직이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원래부터 뇌에 자리 잡은 채 얌전히 잠들어 있던 톡소포자충은 겨울잠을 끝내고 일어난 곰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의 영역에 힘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료스케의 눈을 흐릿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점이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시 한번 료스케의 정신을 쏙 빼놓기 시작하였고, 뇌를 이리저리 조종하여 입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불길한 냄새를 맡았을 때 호감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은은하게 피어나는 자그마한 빛을 강렬한 섬광처럼 느끼게 만들어 눈을 피하게 만들고, 어둠 속에 시선을 고정하게 했다. 게다가 흐릿해지는 시야까지 이용해 시야에 들어오는 빛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광과민성 발작(Photosensitive Epilepsy)이 일어날 것 같은 형태로 빚어내었다.

         

       부르르르.

         

       뇌에 톡소포자충이 잔뜩 이동하자 료스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근육을 주무르는 것처럼 경련이 일어났고, 손에 붙잡힌 채 얼어있는 료스케는 그 자세 그대로 몸이 주는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하.”

         

       료스케의 몸에서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경련도 멈추었으며, 흐릿해진 눈은 본래의 시야로 돌아왔다.

       신경을 거스르게 했던 점들은 대부분이 사라져버렸으며, 눈을 찢어버릴 듯 밝게 느껴졌던 빛 역시도 평소처럼 느껴졌다.

         

       평온.

       잔잔한 물결과도 같은 평온함이 찾아온 것이다.

         

       [ 소원을 이루기 위하여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라. ]

         

       료스케의 머리를 쥐고 있던 손은 그것으로 되었다는 듯 허공에 흩어져버렸고, 커다랗게 변했던 입은 부서져 내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가루는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료스케에게 흘러 들어갔고, 료스케의 귀 안으로 들어가 충실한 조언자가 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흐으으….”

         

       그렇게 악몽과도 같은 밤은 료스케가 소원을 비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악몽의 마지막에는 그가 겪었던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날려 보내는 평온함이 마음에 자리를 잡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굳센 용기가 자리를 잡았다.

         

       “흐….”

         

       료스케는 소원을 빌어서 얻은 평온한 마음과 몰려오는 피로에 그대로 몸을 맡긴 채 차디찬 바닥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료스케는 잠에 빠져들었고.

         

       [ … ]

         

       료스케의 귀로 들어간 충실한 조언자는 료스케가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는 묘책이자 료스케가 해야 할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속삭였다.

         

       끊임없이.

       세뇌하듯이.

         

         

         

        * * *

         

         

         

       “기자회견을 잡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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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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