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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무슨 보답을 해야 할까.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길드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거였다.

       

       길드에서 붕어빵을 팔게 하는 게 보답이라니.

       미심쩍었으나, 하루가 지나지 않아 엄청난 보답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장사가 잘되네···’

       

       윤채린의 포장마차는 붕어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자도 함께 팔았다.

       호두과자라든가, 타코야키라든가.

       

       차와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카페에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게 엄청난 대박을 쳤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뒤늦게 깨달았다.

       

       “왕아!”

       

       레비나스가 붕어빵 냄새가 나는 봉투를 들고 내게 달려왔다.

       안쪽을 살펴보니, 붕어가 아니라 토끼랑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붕어가 아니네?”

       

       “응! 고양이랑 토끼다!”

       

       냠.

       레비나스가 고양이 빵의 귀 부분을 물어뜯었다.

       괜스레 내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맛있어?”

       

       “대따 마싯다!”

       

       레비나스가 먹으라며 빵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길쭉한 귀가 매력적인 토끼 빵을 집어들었다.

       

       “이거는 레비나스 빵인가 보다.”

       

       “응! 이거는 왕이, 겨울이 빵이다!”

       

       나랑 레비나스를 본따 만든 빵이라니.

       그렇다면 새벽이 빵도 있으려나.

       

       도도한 모습의 고양이 빵을 떠올리며 맛을 보려는 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엄청난 속도로 내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레, 레비나스?”

       

       상당한 속도다.

       뿔토끼 수인인 만큼 본래도 빠르긴 했으나, 지금 보여주는 속도는 레비나스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굳이 수치로 재보자면, 1.5배는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우아아아아! 레비나스는 경찰차만큼 빠르다!”

       

       뱅글뱅글.

       한참 동안 내 주변을 돌던 레비나스가, 자리에 멈춰 숨을 헐떡였다.

       무언가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레비나스 왜 이렇게 빨라졌어?”

       

       “이거 빵 먹으면 빨라진다!”

       

       “빵···?”

       

       “응! 근데 차랑 같이 먹어야 한다!”

       

       차랑 빵이랑 같이 먹으면 무슨 새로운 버프가 생기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낸 버프일 확률이 높았다.

       내가 사용하는 버프는 나한테만 적용되지 않았기에 아쉬울 따름이었다.

       

       ‘왜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떠오르는 건 없었다.

       나중에 소피아랑 같이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버프 있으면 장사 잘되겠네.’

       

       가격도 일반적인 붕어빵보다 비싸게 받아도 될 테고.

       

       어떤 상황일지 궁금하다.

       나는 레비나스와 함께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오···”

       

       그렇게 도착한 길드 내부 카페.

       늘어선 줄이 상당히 길다.

       대부분이 길드를 오가며 보았던 모험가들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모험가 사이에 엔시아와 아르고도 있었다.

       

       “엔시아, 아르고.”

       

       “겨울님.”

       

       “대장!”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섰다.

       레비나스가 아르고의 몸을 타고 어깨 위로 올라갔고, 엔시아의 품에 안겨있던 설이가 내게 폴짝 뛰어들었다.

       

       “먕먕!”

       

       얼굴을 문질러오는 설이를 쓰다듬으며, 엔시아를 올려다보았다.

       

       “엔시아, 여기 줄이 왜 이렇게 길어요?”

       

       “새로 생긴 버프 때문일 겁니다.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체험해 보려는 거죠.”

       

       “아···”

       

       효과를 체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구나.

       나중에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효과를 알고 있는 나는 엔시아와 아르고에게만 몰래 귀띔해 주기로 했다.

       

       “효과는 이동속도 증가일 거예요.”

       

       “예, 속도가 빨라진다는 건 소문으로 듣긴 했습니다만···”

       

       “아하, 혹시 수치도 아세요? 한 오십 퍼 정도 빨라지는 거 같던데.”

       

       “오, 오십 말입니까···?”

       

       엔시아의 꼬리가 쭈뼛 솟아올랐다.

       아르고도 헉! 하며 놀람을 표했다.

       그들의 태도를 통해 꽤나 상당한 버프임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그래도 난 못 얻는 거잖아.’

       

       나도 버프로 강해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에 어깨가 축 가라앉았다.

       

       ‘카페는 안 들어가는 게 좋겠지?’

       

       바쁜 시간에 들어가 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했으니, 집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엔시아, 저 먼저 집에 가봐도 될까요?”

       

       “예, 물론입니다. 혹시 설이는···”

       

       “설이랑 같이 갈게요.”

       

       “아, 그렇습니까.”

       

       엔시아가 품에서 비닐포장지 하나를 내밀었다.

       풍겨오는 육포 냄새를 통해 설이의 간식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조금 맛있어 보이는 냄새였다.

       

       “음···”

       

       고양이 간식인데 왜 입에 침이 고이지.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젓고는, 설이를 머리 위에 얹었다.

       

       먕! 설이가 내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오늘따라 귀가 자주 물리는 것 같다.

       이번이 처음이기는 했지만.

       

       

       **

       

       

       레비나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덜덜거리는 안마 의자 소리에 재빠르게 거실로 들어섰다.

       

       “소피···아?”

       

       안마의자에 앉은 건 소피아가 아닌 새벽이었다.

       소피아는 새벽이 옆에 서서 입꼬리를 잔뜩 내리고 있었다.

       

       “새벽아, 슬슬 양보하거라.”

       

       “조금만 더···”

       

       언제나 싸늘하기만 한 새벽이의 표정이 잔뜩 풀려있다.

       곁에선 소피아의 눈동자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안마 의자를 향한 소피아의 집착은 상당했다.

       

       “얼마나 더 앉아있을 생각이더냐?”

       

       “하루 종일···”

       

       흐아아.

       새벽이가 긴장 풀린 숨결을 내뱉었다.

       그러자 소피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되면 힘으로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겠구나.”

       

       “힘으로···?”

       

       새벽이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놀란 소피아가 꼬리 끝을 파닥거렸다.

       

       “히, 힘은 새벽이 네가 더 세겠지만···”

       

       “그럼 내려올래. 가족끼리 싸우는 거 아니야.”

       

       “···여를 부끄럽게 만드는구나.”

       

       안마 의자에 앉은 소피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피아의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소피아.”

       

       나는 그런 소피아를 향해 달려갔다.

       

       통통통-

       안마 의자로 인해 소피아의 작은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구나.”

       

       “네··· 궁금한 게 생겼거든요.”

       

       “궁금한 거라면?”

       

       “왜 제가 만든 버프를 제가 못 쓰는 건가 싶어서요.”

       

       “그건···”

       

       흐음.

       턱을 쓰다듬던 소피아가 안마 의자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멈춰선 소피아는 상당히 진지한 모습이었다.

       

       “본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단다.”

       

       “···혹시 뭔가 알아낸 게 있나요?”

       

       “그래, 어쩌면 은총을 내리는 게 아닐까 싶더구나.”

       

       은총을 내리다니.

       내가 누군가에게 내리는 위치에 있지는 않을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자, 머리 위에 있던 설이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꼭 매달렸다.

       

       “제가 어떻게 은총을 내려요?”

       

       “맛있는 음식과 건강한 육체를 내어 주는 게 은총이지 않겠더냐? 그리고 은총은 스스로에게 내릴 수 없는 법이지.”

       

       “아··· 무슨 느낌인진 알겠는데, 은총이란 건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거 아닌가요? 왕이나 신 같은···”

       

       “레비나스가 매번 왕이라 불러서 왕이 된 게 아니겠더냐?”

       

       쿡쿡.

       소피아가 장난기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는 미소였다.

       

       “에이, 제가 어떻게 왕이 되겠어요.”

       

       “단언하지 말거라.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니까.”

       

       소피아가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자연스레 꼬리가 살랑 흔들렸으나, 쓰다듬어지는 건 내가 아니라 설이였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으, 으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소피아의 눈치를 살폈다.

       그 제서야 뒤늦게 소피아의 손이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녀석, 머리 쓰다듬어주는 게 그리도 좋더냐?”

       

       “음··· 머리를 쓰다듬어서 좋다기보단, 소피아의 손이 닿아서 좋은 거죠.”

       

       “그, 그러더냐?”

       

       크흠.

       헛기침을 한 소피아가 설이를 안아 들었다.

       먕먕, 설이가 품에서 애교를 부렸다.

       

       “설이 간식은 남아 있더냐?”

       

       “육포 한 조각밖에 안 남았어요.”

       

       “부족하겠구나.”

       

       “네. 제가 가서 사올게요.”

       

       가는김에 고양이 용품도 더 사야겠다.

       마른 멸치도 사고.

       

       아이들은 애니메이션 볼 시간이니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바로 나갈 생각이더냐?”

       

       “네. 금방 다녀올게요.”

       

       “그래, 차 조심하고. 건널목에서는 항상 손들고 건너거라.”

       

       “네에.”

       

       키가 작으니까.

       차 앞에 서면 잘 안 보여서 손을 들긴 해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현관문으로 이동했다.

       

       자주 다니는 대형 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

       

       

       덜덜덜-

       소피아가 안마 의자에 취해 있을 때였다.

       거실로 한여름과 정유나가 들어왔다.

       

       “소피아님, 겨울이가 안 보이네요?”

       

       “설이 간식 사러 나갔단다.”

       

       “아하.”

       

       애니메이션도 안보고 마트에 가다니.

       부지런하기도 하지.

       겨울이는 똑똑하니까 차 조심하면서 다니겠지?

       

       한여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정유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저기 대형 마트 간 거 아니죠?”

       

       “그쪽으로 간다고 들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더냐?”

       

       고작 마트에 가는데 왜 저러지?

       소피아와 한여름이 의문을 품었다.

       

       “거기 지금 이벤트 중인데···”

       

       “이벤트가 뭐 어쨌더냐?”

       

       “그게, 좀비 페스티벌이라고···”

       

       좀비.

       그 단어에 한여름이 눈을 깜빡거렸다.

       절대로 겨울이와 만나선 안 되는 존재였으니까.

       

       “좀비 페스티벌?”

       

       “으, 응··· 좀비 분장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벤트인데. 좀비 피해 다니면 상품도 주고 막 그런···”

       

       “이런 세상에.”

       

       한여름이 다급히 건물 밖을 빠져나갔다.

       엄청난 속도였으나 그녀를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소피아님, 겨울이 언제 나갔어요?”

       

       “···한참 됐지.”

       

       쇼핑이 길어지나 싶었는데 좀비였나.

       소피아가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글 쓰는 게 오래 걸렸네요…!)

    대형마트에 갔다가, 옛날에 마트에서 좀비 이벤트를 하던 게 떠올랐어요!

    ───
    굴뚝새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Heon9229님 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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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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