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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그 뒤로 나와 실비아는 파메라 성에 묵는 며칠 동안 지금처럼 둘이서 방을 쓰기로 했다. 

       

       좀 민망하지만 솔직히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르도 이제 혼자서 방을 쓸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나중에 가면 아르 쪽에서 먼저 방 따로 쓰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르야, 이제 슬슬 잘까? 이리 오렴. 뽀송뽀송한 이불도 깔아 놨단다.

       -아르는 이제 혼자 잘 수 이써! 아르 방두 따로 쓸 고야!

       -으응? 갑자기? 우리한테 뭔가 마음 상하는 일이라도 있었어?

       -흥, 레온은 암무것두 몰라! 아르두 프라이버시가 있다구! 뿌우!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홱 돌리는 아르….

       

       그런 아르도 귀엽긴 한데.

       

       다행히 아직은 용춘기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히잉, 어제두 아르 혼자 쓸쓰리 이불 덮구 잤는뎅. 오늘은 가치 자면 안 대?”

       

       결국 3일째 되는 날 아르가 칭얼거리며 다가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부탁하는 바람에, 우리는 결국 작은 침대를 잠깐 아공간에 치워 버리고 예전에 샀던 넓은 고급 매트를 쫙 펼쳐 그 위에서 셋이 잤다. 

       

       “히히, 레온이랑 온니 사이가 젤 포근해!”

       

       매트 위를 몇 번 데굴데굴 구르던 아르는 자리를 잡고 누운 나를 껴안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접었다. 

       

       “그래, 그래. 마음 놓고 푹 자렴.”

       “우응! 아르 이짜나, 사실 어제 악몽 꿔써.”

       “악몽?”

       “아르가 잠에서 깼는데, 주위에 아무도 업써써. 그래서 일어나서 레온이랑 온니 자고 있는 방 문을 두드리고 드러갔는데, 또 아무도 업써써…. 막 주변을 둘러바두, 암것두 없구 완젼 조용해서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무서워써…. 삐유….”

       

       아르는 다시 생각해도 무섭다는 듯 작게 삐유 소리를 냈다. 

       

       “이대루 레온이랑 온니 없이 혼자 남겨진다구 생각하니깐 넘무 무섭구 막막해서 주저안자서 우러써….”

       

       악몽을 꿨을 때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는지, 아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에고, 우리 아르가 많이 외로웠나 보구나.”

       

       그래도 덩치도 컸고 평소에 씩씩하게 잘 크고 있어서 이런 악몽까지 꾸고 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손을 뻗어 아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 주었다. 

       

       “그래, 우리 아르가 같이 자고 싶으면 같이 자야지.”

       “아르두 씩씩하게 혼자 잘 수 있다구, 레온한테 당당하게 보여주려구 했는데…. 히잉. 낮잠 잘 때랑은 몬가 느낌이 다른 거 가타.”

       

       그동안 아르가 혼자 낮잠을 잘 때 실비아와 함께 나가서 잠시 시간을 보내거나 수련을 하고 올 때도 있었기에, 아르도 스스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혼자 낮잠 잘 때랑 깜깜한 밤에 혼자 잘 때랑은 느낌 자체가 다르긴 하지.’

       

       특히 혼자 밤에 자다가 문득 눈을 떴을 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함이 주변을 채우고 있으면, 마음 여린 아르 입장에선 무서울 것 같았다. 

       

       나와 함께라면 동굴 속에서 괴수들과 싸울 때도 용맹하게 나서던 아르가, 내가 없다고 방에서 혼자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역시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 해츨링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 억지로 참지 않아도 돼, 아르야.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절대 아르한테 실망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레온 씨 말이 맞아. 우린 옆에 아르가 있으면 언제나 좋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렴.”

       “온니…!”

       

       아르 뒤편에서 꼬리를 안고 말랑한 아래쪽에 뺨을 대고 있던 실비아가 거들어 주자, 아르는 감동 받은 얼굴로 뒤돌아서 실비아를 껴안았다. 

       

       “그리구 사실…. 아르는 레온이랑 온니랑 둘이서 오붓하게 시간 보내게 하구 시펐던 것두 이써. 그 시논부부? 이면은 한창 깨가 쏟아질 때라구 어디서 들은 적이 이써.”

       “푸흣. 어디서 또 그런 얘기를 들었다니. 우린 아르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단다.”

       “그럼, 그럼. 오히려 아르 없이 우리 둘만 있는 건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라니까?”

       “…그 정도였어요, 레온 씨?”

       “앗, 그런 뜻이 아니라….”

       “저는 레온 씨라는 사람 자체가 좋은데, 레온 씨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

       “후후, 농담이에요. 아르가 벌써 이 상황을 재밌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실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아르의 뺨을 둥글둥글 만져 주었다. 

       

       나도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은근슬쩍 팝콘을 뜯으려다 걸린 아르가 눈치를 보는 동안 분위기는 어느새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나저나 아르가 나랑 실비아 씨 둘이 오붓하게 시간 보내라고 배려까지 해 주려고 했다니. 이럴 때 보면 정말 마음이 깊은 게 느껴진다니까.’

       

       어쩔 때 보면 영락없는 아이 같지만, 어쩔 때 보면 또 철 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아르가 실비아를 안고 있는 동안, 실비아가 원래 하던 것처럼 아르의 두툼한 꼬리를 바디필로우처럼 안아 보았다. 

       

       ‘오, 이거 생각보다 느낌 좋은데?’

       

       아르가 웬만하면 나를 안고 잤고, 중간에 뒤척거리면서 자세를 바꾼 적은 있지만 그럴 때도 이렇게 꼬리를 제대로 껴안고 자지는 않았다. 

       

       ‘진짜 이대로 꼬리 껴안고 실비아 씨처럼 한쪽 다리까지 올리고 자면 바로 꿀잠이겠는데.’

       

       꼬리의 위쪽 면, 즉 내 몸과 붙어 있지 않은 쪽은 아르의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비늘이 있어서 팔로 안고 있으면 뭔가 죽부인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꼬리의 아랫면은 또 말랑말랑한 살로 이루어져 있어서 뺨을 대고 있으면 굉장히 푹신했다. 

       

       ‘실비아 씨가 그동안 아르가 나만 안고 잔다고 불평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어…!’

       

       아르랑 서로 안고 자는 것도 포근해서 좋지만, 이렇게 꼬리를 안고 자는 것도 그못지 않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간 몰래 숨은 꿀을 빨고 계셨던 거야.’

       

       역시 영리한 사람…. 아니 엘프였다. 

       

       내가 꼬리를 안고 행복해하자, 아르도 다시 몸을 돌리기가 좀 그랬는지 그대로 실비아를 안고 곧 하품을 했다. 

       

       “뀨움….”

       

       그리고 곧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잠들었다.

       

       꼬리를 안은 나 역시 그대로 행복한 잠에 빠져들었다. 

       

       ***

       

       의외로 레키온은 한창 깨가 떨어질 때인데도 아르를 보러 자주 찾아왔다. 

       

       아니, 우리가 성에 있는 동안에는 오히려 틈만 나면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레키온 단장님. 수련은 안 하십니까?”

       “하고 온 겁니다. 보세요. 방금 데비랑 수련을 마치고 뽀송뽀송하게 씻고 왔어요. 아르야! 여기 있었구나! 아구, 귀여워!”

       “쀼, 쀼웃!”

       

       땀냄새 같은 건 하나도 안 나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옷을 펄럭이더니, 레키온은 아르의 등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

       

       아르가 에너지 채워 주는 마을 NPC도 아니고, 그 뒤로도 찾아와 아르를 껴안고 볼을 매만졌다. 

       

       “아르야! 삼촌이 이번에 신상으로 나온 피넛초코 아이스크림 사 왔다!”

       “쀼우우! 삼촌 체고!”

       

       그리고 이렇게 아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 와서 먹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삼촌이네.’

       

       귀여운 조카 보러 와서 간식 주고 가는 조카 바보 삼촌….

       

       다행히 데보라도 그걸 싫어하지는 않는 듯, 레키온이 아르를 보러 올 때마다 같이 와서 흐뭇한 건지 안 흐뭇한 건지 모를 츤데레 같은 표정으로 구경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난 후.

       

       “쀼우! 삼촌, 데보라 온니! 아르랑 가치 보드께임 안 할래여?”

       “보드게임? 체스 같은 거 말하는 거니?”

       “그것두 있는데 그거는 다 같이 못 하자나여. 아르마블이라구, 레온이 만들어 준 재밌는 께임 이써여!”

       “오호, 아르마블이라…. 무슨 게임인지 궁금한걸?”

       

       우리는 나와 아르, 실비아, 레키온, 데보라까지 해서 무려 다섯 명이서 둘러 앉아 아르마블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와, 귀여운 해츨링 모양 말이네?”

       

       전날, 아르의 요청으로 말을 두 개 추가해 두었기에 아르 모형은 부족하지 않았다. 

       

       회색, 노란색, 파란색에 이어 데보라와 레키온 몫으로 빨간색과 초록색 모형이 출발 지점에 일제히 모였고.

       

       “이제 아르가 이러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만큼 가는 고예여. 쀼웃!”

       

       먼저 주사위를 던진 아르는 첫 번째부터 6/6이 나와 앞서 나갔다. 

       

       “쀼후후. 요러케 대면 앞에서 먼저 성을 건설하구….”

       

       쭉쭉 치고 나가는 아르 뒤로 네 명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따라갔고.

       

       “뭐야, 여기는…. 무인도?”

       “쀼우! 레키온 삼쵼 고기서 3턴 쉬어야 해여! 빠져나오구 시프면 주사위 같은 거 나와야 대구여!”

       “으악! 제일 안 좋은 거잖아! 이럴 수가….”

       

       용사로서 적의 함정에 빠져 얼마나 악랄한 곳에 갇히든 오러와 힘으로 부수고 나올 수 있었던 레키온은, 드디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인도에 갇혀 절규했다. 

       

       “뭐야, 이거. 황금열쇠? 이거 까면 되는 거야?”

       “마자여, 데보라 온니! 여기 카드를 뒤집어서 쓰여 있는 대로 하면 대여!”

       “…1분 동안 댄스 타임이라는데?”

       “쀼웃! 구러면 이러나서 춤 추면 대여!”

       “춤을 추라고…? 나 태어나서 춤 한 번도 춰 본 적 없는데?”

       “구래두 춰야 대여! 그게 룰이니까여.”

       “오오! 데비의 춤을 볼 수 있다고?”

       “와아아아!”

       “기대돼요!”

       

       우리가 박수를 치자, 데보라는 당황하더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어색하게 춤을 췄다. 

       

       “으으, 창피해 죽을 것 같아….”

       

       춤을 추고 난 데보라는 손에 얼굴을 묻으며 얼른 앉았다. 

       

       이후로도 우리는 계속 돌아가며 주사위를 던졌고, 원래 4인용이라 복작복작거리던 게임판은 한 명씩 파산을 하면서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쀼우웃! 이겨따! 아르 부자댜!”

       

       승리는 또다시 아르가 챙겨 가게 되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던 우리는 간단히 디저트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고.

       

       “그럼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재밌었어, 아르야.”

       “…재밌었어.”

       “쀼우! 또 놀아여, 삼쵼! 온니!”

       

       레키온과 데보라는 곧 함께 돌아갔다. 

       

       그렇게 정리를 하려는데, 밖에서 문득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단장님!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 시간에? 말해 보게.”

       “예! 저희가 제출한 증거품을 검증한 황실에서 하무트교와 악마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 황실 기사단 인원을 정식으로 지원해 주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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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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