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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진득한 마기가 튀었다.

         

       아우렐리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불쾌한 기색을 겉으로 드러내기도 전에 에리야스가 화염을 뿜어내 마기를 태워버렸다.

         

       그녀는 두 드래곤 로드를 한꺼번에 조종하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비행하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전투를 이어나가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시선을 드래곤들에게 집중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발판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촤아아아악!

         

       지금처럼.

         

       카르시안의 등을 딛고 도약한 키엘이 검격을 쏘아보냈다. 마기로 이루어진 날개가 산산히 찢겨나갔다.

         

       허나, 마신에게 닿지는 않는다. 마신은 수천 겹의 날개로 몸을 둘러싼 다음, 키엘의 검격이 끝나기 무섭게 훨씬 강한 공격으로 응징했다.

         

       리브가는 기도를 시작했다. 그녀의 신성력은 마기를 밀어내고, 일행의 상처를 돌봄과 동시에 재생을 늦추는 가호를 부여했다. 그녀는 여전히 갑옷을 입은 채였지만, 성창 대신 로사리오를 들고 있었다.

         

       키엘과 아우렐리아가 온전히 전투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역할임을 인지한 것이다.

         

       찰나에 이어지는 수백번의 공방. 리브가는 의식을 집중해서 드래곤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마법의 종주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둘은 제 상처를 돌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마신의 날개를 물어뜯었다.

         

       리브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아우렐리아를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꺼림직했다. 둘의 눈동자에는 누가 보아도 이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성녀, 집중해.”

       “……네?”

       “사람 몇 명 더 올라온다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

         

       리브가의 말이 끊기기도 전에 허공에서 황금빛 게이트가 나타났다. 멜리나의 마법이었다. 게이트 너머에서 무왕과 에스티가 걸어나왔다. 무왕은 큭큭 웃으며 에리야스의 비늘을 두드렸다.

         

       “크하하! 이런 놈을 사냥했어야 하는데!”

        “닥치고 하늘이나 봐. 온다!”

       

       콰아앙!

         

       순식간에 날아든 날개가 무왕에게 처박힌다. 아슬아슬하게 붙잡기는 했지만, 날카로운 깃털은 무왕의 살갗을 파고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음을 흘리는 대신, 그대로 날개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에스티는 무왕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지상의 마물들을 대부분 쓸어버린 지금, 그녀의 역할은 일행들의 보조하는 것이었다. 공격이 닿기 전에 튕겨내고, 떨어지지 않도록 발판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것이었다.

         

       쏟아지던 비가 허공에 멈춰서더니, 길쭉한 송곳이 되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깃털은 그 자체로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무왕만큼 몸이 단단한게 아닌 이상에야, 단번에 꿰뚫릴 게 분명했다.

         

       촤좌좌좌좌좍!

         

       깃털과 송곳이 부딪히며 폭발했다.

         

       ‘부족해……!’

         

       절대적인 양에서 차이가 난다. 빗방울들을 뇌가 허용하는 한계까지 운용하고 있었지만, 깃털은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콰지지직! 순식간에 무왕의 온 몸이 고슴도치처럼 변했다. 온 몸을 뚫고 들어간 깃털은 순식간에 무왕의 의식을 앗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리브가의 가호가 발동하여 그의 정신을 억지로 각성시켰다.

         

       마기가 밀려나고, 망가졌던 신체가 순식간에 재생된다.

         

       무왕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좋구나……!”

         

       생사를 넘나드는 감각. 그는 정수리에 꽂힌 깃털을 뽑아내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절벽을 타는 것과 똑같다. 다만 그 절벽이 미친듯이 움직이고, 쉴새없이 치명적인 공격이 날아들 뿐이다.

         

       꽈드드득.

         

       무왕은 팔을 한계까지 늘어뜨렸다. 마신과의 거리는 말도 안되게 멀었지만, 잘만 하면 어찌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다음 순간, 무왕의 몸이 새총처럼 튕겨나갔다. 멜리나의 마법이 덧씌워지며 공간이 접혔다. 순식간에 몇 미터로 마신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온통 검은 하늘 아래서 무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본좌는, 오래전부터 네 면상을 후려치고 싶었다!”

         

       꽈아아아!

         

       무왕의 주먹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마신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마신은 무왕의 공격을 막아내는 대신 날개를 쇄도하여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깊숙히 박혀 들어간 날개가 뽑힘과 동시에 핏물이 악문 이 사이로 뿜어졌다.

         

       맞았다. 언제 맞았지?

       

       지금은 그럴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분명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고개가 돌아간게 고작이다.

         

       촤아아아악!

       

       오히려 화를 돋구었는지, 아까보다 공격이 사나워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확실히, 무왕이 여태껏 상대해왔던 그 어떤 존재보다 존재감이 강하다. 미소조차 없는 평온한 얼굴에 무왕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크하하하!”

       

       무왕은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그의 육체는 곧 진한 흥분으로 물들었다.

         

       무왕은 항상 이런 전장을 마음속에 그려왔다. 만약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천수를 누리기보단 이런 전장에서 싸우다 죽고 싶었다.

         

       그래야 전사에 걸맞는 마지막이 될 테니까.

         

       돌연 울려퍼지는 짐승같은 포효를 들은 아우렐리아가 질렸다는 얼굴을 했다.

         

       “……정상인이 없네 정상인이.”

         

       아우렐리아는 아득하게 멀어진 지상을 바라보며 의념을 흘려보냈다.

         

       [아리아. 여유있으면 두 명만 더 올려보내줘.]

         

       전황은 아슬아슬했다. 상황이 그렇게 된 이유는 마신의 형태가 그동안 아우렐리아가 경험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눈깔만 터트리면 됐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야! 급하다니까!]

         

       아우렐리아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젠장할!”

         

       아우렐리아는 다급히 수인을 맺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그림자가 부풀어 오르며 무수한 영혼을 뱉어냈다.

         

       대악마 벨페고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숫자에 리브가가 멈칫했다. 하지만 아우렐리아가 소환한 영혼들에게 탁기는 없었다.

         

       아우렐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숫자라면 시간 벌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잠깐 내려갔다 올게.”

        “……네!”

       “금방 올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리브가에게 그렇게 중얼거린 아우렐리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그녀의 전신을 중심으로 막대한 주력이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

         

       잠시 후, 그녀의 눈가에서 붉은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제 피를 사용해 허공에 진을 그렸다.

         

       “소환.”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하늘이 갈라지며, 그 틈 너머에서 무언가가 스멀거리며 내려온다.

         

       금색 연기처럼 흔들거리는 아홉 개의 줄기. 그것의 정체는 꼬리였다.

         

       풍성한 아홉 개의 꼬리의 살랑거림에 정신이 팔린 순간, 어느새 리브가의 옆에는 거대한 여우가 나타나 있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고개를 수직으로 치켜들어야 할 정도였다.

         

       짐승의 몸으로 태어나,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승천에 준하는 자격을 얻어낸 존재.

         

       [구미호(九尾狐)]

         

       아우렐리아는 구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옆에서 지켜주고 있어.”

         

       그 순간이었다.

         

       구미호가 고개를 치켜들었고, 그녀의 꼬리 중 네 개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졌다.

         

       꽈드드드득!

         

       뻗어진 꼬리는 리브가를 향해 쏘아지던 날개들을 주박한 다음, 그대로 비틀어 꺾어냈다.

       

       [캐앵.]

         

       구미호가 고개를 까닥거리자, 아우렐리아는 망설이지 않고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아득한 가속력으로 낙하하는 순간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한 줌의 동요도 없다.

         

       오히려 등을 지면 방향으로 돌린 채, 드래곤들의 움직임을 세부조정할 뿐.

         

       타악!

         

       가볍게 지면에 착지했다. 아우렐리아는 곧바로 아리아를 향해 달려갔다.

         

       아리아의 주변은 마물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썩은 단백질 타는 냄새가 온 대지에 즐비했다.

         

       ‘……거하게도 저질렀네.’

         

       아우렐리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도대체 뭐하느라 대답을 안해!”

       “잠시 진솔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느리라.”

         

       머뭇거리던 아우렐리아는 이내 아리아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아마 ‘황녀’와 대화를 나누었던 모양이다.

         

       주변이 이 꼴이 난 이유는, 대화에 집중하느라 힘 조절에 실패한 탓일 테고.

         

       “……진솔한 대화는 지랄.”

       “후후. 어쩔 수 없었다. 전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필히 거쳐야 할 과정이었으니.”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니……?”

       

       아우렐리아의 눈동자가 묘해졌다. 방금 말은, 마치 황녀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처럼 들렸기 떄문이다.

         

       “본래 이때까지 버틸 수 없는 영혼이었다. 두 회차동안 잠드는 꼼수를 부려, 여태 소멸하지 않았을 뿐.”

         

       황제는 툴툴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하고 싶었지만 방금 마물들을 쓰러뜨리면서 깨달았다. 이 상태로는 힘을 1할도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올리비아의 완벽한 결말에, 자신이 오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너……죽냐?”

       “어허. 죽다니. 의식을 전환하는 것 뿐이느니라.”

         

       아우렐리아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얘가 수작이라도 부리면 어떻게 할건데?”

        “그럴 일은 없을것이다. 그 정도로 염치없는 아이는 아니니. 그리고……만약 일이 터진다면 내가 튀어나와서 막으면 그만이니라.”

         

       물론 그럴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을 황제는 알았다.

         

       “계획은?”

       “일일히 읊어줄 생각이다.”

        “그러면……”

       “어허. 그만. 이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모를리가 없거늘. 걱정도 많구나.”

         

       황제가 천천히 미소지었다. 아우렐리아는 왜인지 씁쓸해졌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었는데. 아니, 친하기는 했지. 없으면 허전한, 그런 친구.

         

       “…….”

         

       황제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왜인지 눈매가 또렷하게 변해 있었다. 뭐랄까, 더 젊어 보였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니 당연한 일인가?

         

       아우렐리아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바뀐거야?”

       “…….”

         

       아리아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해주지 말거라. 맹하게 생겼어도 남 놀리는 데에는 일품인 녀석이니.]

       “……!!”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반대의 경우는 처음인 탓인지,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후후. 일단 혁명가와 악마사냥꾼부터 깨우거라.]

         

       정신을 조종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황녀’였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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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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