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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9

       “문이 있고 길이 있는데 그것을 넘는 데에 자격이 필요한가?”

       

       내 물음을 들은 검선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답을 했다.

       

       “필요하지. 그게 필요치 않았다면 나 같은 문지기는 왜 존재했겠는가.”

       “문이 생겨났을 적에 문지기가 존재하진 않았을 터인데?”

       

       결국에 문지기라는 존재는 문이 만들어진 후에 신선들이 멋대로 집어넣은 존재일 뿐이지 않나.

       

       과거 문이 처음으로 생겨났을 적엔 구도자를 방해하는 이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

       

       “설령 내가 없다 한들 너는 이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잘 되었군. 비켜주겠나? 어차피 본인은 저 너머로 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본인을 시험하는 것이 저 문이라면 문지기가 있을 필요가 어디 있는가.

       

       “민가야! 되었다! 도술의 수련은 여기가 아니라도 괜찮지 않으냐!”

       

       그 모습을 본 바루가 당황해서는 나를 만류했다.

       

       바루의 마음속에서 신선이란 깨나 대단한 존재라 각인된 듯 하니.

       

       그런 이에게 시비를 거는 날 보고 있으면 무엄하다 생각을 하겠지.

       

       “도술의 수련?”

       

       검선은 바루의 말을 듣고서 눈을 치뜨더니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선계의 문을 넘으려 하는 것인가?”

       “그래. 본인이 아는 장소 중에서 가장 기운이 강한 곳은 저기니까.”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선계라는 것은 신선이 되기를 바라는 자가 평생 동안 수련을 거듭하여 우화함으로써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니.

       

       저들의 입장에서는 이상향이자 환상향이며 가장 신성한 곳이라 할 만 하다.

       

       그런 장소에 단순히 수련을 위해 발을 들이겠다 이야기를 했으니 신선된 입장에서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검선의 반응이 옳았다.

       

       만일 검선이 본인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면 그 의견에 동감을 해주었을 터이나 이 자는 본인에게 외부인에 불과한지라.

       

       의견에 귀를 기울여줄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 아닌가. 선계에 잠시 들렸다 다시 나올 생각이니까.”

       “자네. 선계를 평범한 관광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럴지도.”

       

       이전에 본인이 선계에 들렸을 적엔 그 정도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발을 내딛었으니까.

       

       지금도 다르다고는 할 수 없겠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검선이 허리춤에 있는 검 위에 손을 얹었다.

       

       “본인을 귀찮게 하는 녀석들을 피해 문지기 자리에 자원한 것이거늘. 소란이 이 곳까지 따라올 줄이야.”

       

       흐음. 비켜 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 군.

       

       선계의 문을 넘기 위해서는 검선을 쓰러트려야만 하는 것인가.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구나.

       

       선계로 향하는 것보다 검선 이 노친네를 상대하는 것이 더 고된 일인데 말이야.

       

       “민가야! 내 말 안 들리느냐?!”

       “바루.”

       “무어냐.”

       “너는 선계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으냐? 네가 그토록 동경하는 신선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한 번쯤 보고 싶을 터이만.”

       

       신령에게 선계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보아 네가 저들을 우상처럼 여긴다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말이다.

       

       저들이 수련의 끝에 도달한 장소를 한 번쯤 눈으로 보고 싶을 텐데?

       

       내 추측이 맞아떨어진 건지 바루는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으론…”

       “구경만 하고 오는 것이다.”

       “구경만.”

       “그거 아느냐. 선계는 본인이 봤던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니라.”

       “선계.”

       

       멍해 보이는 바루의 눈동자 사이에 온갖 생각이 스쳐가는 것이 눈에 훤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고뇌와 선계를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 사이의 추가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지.

       

       – 왜 바루한테 가스라이팅을 하는 거얔ㅋㅋ

       – 화면 너머로 바루의 고뇌가 느껴진다.

       

       – 바루의 속마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탕 주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그치만 사탕이 맛있어 보여.]

       

       채팅창 그 어디에도 바루에게 신령다운 위엄을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바루 그대는 위엄을 잃고 귀여움을 얻은 게로구나.

       

       가만 내버려두면 고민을 하다가 욕망에 무너질 것이 훤히 보였기에 나는 바루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이 곳은 이제 소란으로 가득할 터이니 바루 그대는 잠시 돌아가 있도록.”

       “허? 잠깐. 민가야.”

       

       바루를 돌산으로 돌려보내고서 다시금 검선을 바라본다.

       

       “그대는 선계를 본 적이 있는가?”

       

       물음을 던지는 검선의 눈빛이 진지했다.

       

       본인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검선은 저런 물음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천계를 본 적도 없으면서 헛소리를 하는 구나 생각을 하고 말았겠지.

       

       허나 본인은 신선의 진법을 통과하고 당연하다는 듯 문을 넘어서려는 자이니.

       

       검선의 입장에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싶었다.

       

       내가 보았던, 뒤엎었던 선계의 모습을 묘사하며 검선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었다.

       

       허나 그래서야 본인의 이상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어야 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도 그런가.”

       

       검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 혼자 납득을 하고는 신선계로 향하는 문 앞을 가로 막았다.

       

       “본인은 이 곳의 문지기 되는 자. 문에 닿고자 한다면 날 쓰러트려야 할 것이다.”

       

       지금 이 몸으로 검선을 이기는 것이 가능한가?

       

       모르겠다.

       

       아피스에서 사용하는 본인의 육신만 되었어도 확신을 가지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서 즐겁기도 했다.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투쟁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패배할지 승리할지를 모르기에.

       

       자신이 최선을 다한 끝에 무엇을 얻을지를 모르기에.

       

       상대와 무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법이다. 지난번의 싸움은 본인의 패배로 끝을 맞이했다.

       

       한 끝 차라고 생각을 한다만 그렇다하여 패배했단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처음 그 날에 비한다면 강해진 육신을 지닌 지금이라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점혈을 짚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오는가?”

       “전초전이라면 지난번에 모두 치루었는데 또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나?”

       

       지루한 것을 좋아한다면 어울려 줄 용의가 있다만.

       

       내가 그리 말하자 검선이 코웃음을 쳤다.

       

       

       “아니 괜찮네. 본인이 늙었다고 취향까지 늙은 건 아니니까.”

       

       검선이 검을 뽑아 들고는 그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다.

       

       해가 저물고 세상에 어둠이 드리우니.

       

       너무도 이른 밤에 달과 별조차 놀라 하늘에 떠오르지 못했다.

       

       “시작하지.”

       

       *

       

       처음으로 이 여인과 만났을 적에는 그저 재능이 있는 이라 생각했다.

       

       저 먼 곳에서 어떤 생활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많은 지식을 지닌 그녀는 분명 가르칠 맛이 날 것 같은 상대였으니.

       

       심검에까지 대응하는 인재라니.

       

       검선은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녀를 제자로 들이겠단 생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인은 검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검선은 실망하지 않았다.

       

       여인은 훗날 싸울 만한 가치를 지닌 무인이 될 존재였으니까.

       

       허나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라.

       

       검선은 자신의 생명을 불태워가며 내기를 끌어 올리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 때에는 육신의 한계 탓에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한 것이구나.

       

       아무리 물을 쏟아낸다 한들 그를 담는 그릇이 작았기에 발악할 수밖에 없었던 게로구나!

       

       지금도 그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기묘한 점혈로 인해 내기는 넘쳐나고 있거늘 그에 반해 그릇은 너무도 작다.

       

       본래라면 순식간에 박살났어야 할 그릇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오롯이 여인의 능력.

       

       다시금 여인이 펼치는 묘기를 보게 된 검선은 연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몸에 비해 경지의 수준이 높다 생각을 했었지만 정확히 어디를 보는 지 알 수는 없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검선은 여인이 어디를 보고 왔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여인은 그와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세상은 넓군.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아도 새로운 것이 자꾸만 튀어 나오니 말이야.

       

       여인이 발을 뗌과 동시에 검선이 손을 움직였다.

       

       검의 날과 인간의 주먹이 부딪혀 힘을 겨룬다.

       

       이전에는 얼마든 강기를 갉아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구나.

       

       경지가 오름에 따라 강기를 강도가 늘어난 것이야.

       

       힘으로 밀어 주먹을 걷어낸 검선은 몰아치듯이 검을 휘둘렀다.

       

       저번에는 본인의 검기를 넘느라 고전을 했었지.

       

       이번엔 다르더냐? 대처를 할 방법이 있느냐?

       

       검격을 받아내는 여인을 보던 검선은 점차 여인과 자신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좁아지는 것을 보고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정면에서 대응하는가!

       

       그를 눈치 챈 검선이 거리를 벌리려 하지만 그보다 여인이 발을 움직이는 것이 빨랐다.

       

       검의 거리가 종말을 맞이하며 권의 거리가 찾아왔다.

       

       귀찮게 됐군.

       

       짐승의 이빨은 날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

       

       당분간은 수세를 유지해야 하겠어.

       

       검과 권이 부딪히며 생겨나는 파열음이 고요했던 숲 위를 뒤덮는다.

       

       공포를 느낀 새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치기 바쁘고,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짐승은 다급히 고갤 돌려 꽁지를 뺀다.

       

       심지어 사나운 송곳니를 지닌 이들조차도 자신의 주제를 알고서 물러난다.

       

       그리고 그 파열음의 장본인인 검선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 때 세상을 유랑해 본 검선은 천마신공을 상대해 본 일이 있었다.

       

       그 패도를 자신의 검으로 양단해보았다.

       

       그랬기에 검선은 천마신공은 분명 신공이라기에 부족함이 없으나 저 높디높은 태양에는 닿지 못할 권이라 생각했다.

       

       허나 이 앞에 있는 권은 어떤가.

       

       지금 자신을 향하는 권은 어떤가.

       

       이 주먹에 담긴 패도가 과연 하늘을 넘지 못할까?

       

       아니. 이미 하늘에 닿았겠지.

       

       검선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 여인은 죽지 않기에 무작정 싸움을 건 것이 아니었다.

       

       이길 자신이 있기에 달려든 것이었다.

       

       보면 볼수록 욕심이 나는 구나.

       

       이런 이에게 내 검을 가르쳐야 할 터인데 말이야.

       

       어찌하면 이 아이에게 검에 대한 흥미를 심어줄 수 있을까.

       

       일단은 이기고 나서 말을 걸어봐야겠지?

       

       진심을 내어볼까.

       

       치열한 공방의 와중에 검선이 자신의 주변으로 내기를 퍼트린다.

       

       그 기운들은 이윽고 검의 형상을 취하여 날카롭게 벼려진 검날로 여인을 공격했다.

       

       어지간한 이었다면 보이지 않는 검에 공격을 허용하여 패배를 확정지었을 터이나 여인은 달랐다.

       

       그녀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 검격을 피함과 동시에 허공에 권을 내지어 검선이 만들어 낸 검들을 없애버렸다.

       

       그것은 꼭 이 검술을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대응이었다.

       

       “놀랍군. 어찌 눈치를 챘지?”

       “비슷한 짓을 하는 놈을 본 적이 있거든.”

       “호오. 본인만의 재미난 발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무형의 검으로 이기어검을 펼치는 자가 나 말고도 있다니.

       

       분명 고강한 검사겠지.

       

       “알고 있다면 숨길 이유가 없겠군.”

       

       검선이 허공에 계속해서 무형의 검을 만들어 내니 그 수는 자그마치 스무 개에 달했다.

       

       “돌파해보겠나?”

       

       아랫사람을 놀리듯 검선이 목소리를 내자 여인이 웃음을 흘리고는 발을 움직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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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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