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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담배 때문에 난동 피우는 우리 가족을 강형만이 한심하게 보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한테 빌린 돈을 다 코인에 꼴았다 이거지?”

         

       “헉, 가, 강 사장님 그, 그게…!”

         

       나를 잡을 때는 천하장사였던 아빠가 강형만의 한 마디에 곧바로 뱀 앞의 개구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게 빌린 2억은 어떻게 갚을 생각이지?”

         

       “아…, 그, 그게 말입니다…!”

         

       아빠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엄마와 함께 나를 앞으로 내세웠다.

         

       “헤헤, 저희 딸이랑 얘기하시지요.”

         

       “아빠…!”

         

       “강 사장님도 아시잖아요, 제 딸이 일을 기가 막히게 잘해서 돈 버는 기계입니다, 기계.”

         

       “그리고 저희 닮아서 곱상하기도 하죠, 호호. 예린아, 엄마가 예쁘게 낳아 줬으니 그 은혜에 보답해야지.”

         

       “엄마…! 어떻게 다들….”

         

       사실 부모님을 향한 애정은 진작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잖아.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잖아….’

         

       …그래도 가족인데. 전생에서는 죽어 가면서까지 바랬던 가족인데.

         

       어떻게 부모라는 작자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건가.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억지로 참고 이를 꽉 깨물었다.

         

       ‘…침착하자.’

         

       가족이란 족쇄로 묶인 이상 나는 우리 부모와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슬픈 건 슬픈 거고…, 일단 2억이라는 빚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빚을 갚지 못하면 눈앞의 깡패 아저씨가 우리 엄마 아빠의 자식인 나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으니까.

         

       나는 최대한 신뢰가 가도록 강형만의 눈동자를 또렷이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도 알바 두 개를 하고 있어요. 시간만 주시면…, 언젠가는 모두 갚을게요.”

         

       “2억이라는 돈을 알바만으로 갚겠다고? 평생 알바만 할 생각이냐?”

         

       강형만이 혀를 한 번 쯧 차고 내 뒤에 있는 부모들을 향해 물었다.

         

       “너희는 이 지경이 됐는데도 일도 안 구하고 딸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생각인가?”

         

       “아…, 그게…, 요즘 불경기라 그런지 일자리가 잘 안 구해져서….”

         

       “내가 공장 생산직 자리에 넣어 준다니까?”

         

       “제가 워낙 일머리가 없어서 공장은 좀…, 헤헤….”

         

       “저도 여자라 공장은 좀….”

         

       “버러지 같은 것들.”

         

       강형만이 경멸스럽다는 눈으로 부모님들을 보고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런 강형만에게 살며시 손을 들고 말했다.

         

       “저…, 아저씨. 그 생산직 차라리 저 소개시켜주면 안 돼요?”

         

       “……공장에 들어간다하면 네 학교는?”

         

       “그냥 자퇴하죠, 뭐. 어차피 나중에 검정고시 보면 되니까.”

         

       “…….”

         

       후우우-.

         

       내 대답에 강형만이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내뱉었다.

         

       “저도 제 딸이 공장 들어가는 거 적극 찬성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학벌이 뭐가 그리 중요….”

         

       “당신은 닥치고.”

         

       한 마디로 아버지를 닥치게 한 강형만이 재떨이를 털고 나를 보며 말했다.

         

       “네 마음은 이해하겠다만 거기 공장이 미성년자인 네가 일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렇다면….”

         

       “네게는 다른 일을 추천할 생각이었지.”

         

       스륵-.

         

       “……!”

         

       강형만의 무심하고 차가운 눈이 내 얼굴을 집요하게 훑자 나는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만큼 예쁜 아이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말인데….”

         

       “…….”

         

       “네 외모를 평범한 삶 속에 묻히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스윽-.

         

       강형만이 양복 앞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나는 그 순간 강형만이 내게 무슨 일을 추천할지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깡패가 어리고 예쁜 여자애한테 시킬만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를 유흥업소에 팔아넘길 생각이야…!’

         

       내가 아무리 돈이 궁하다 해도 내 존엄성까지 짓밟으며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나는 강형만이 무언가를 꺼내기 전에 강경하게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돌을 해 보는 게 어떠냐?”

         

       “아저씨, 저는 유흥업소는 절대 안…, 예? 아이돌이요?”

         

       강형만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이돌? 갑자기 웬 아이돌…?

         

       내가 고개를 갸웃하니 강형만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유흥업소라니…, 설마 우리가 미성년자를 그딴 곳에 팔아 치우는 양아치들로 보였나?”

         

       “아니…, 그건 아닌데…, 갑자기 아이돌 하라는 건 뭐에요?”

         

       “일단 이걸 봐라.”

         

       이제 보니 강형만이 정장 앞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작은 명함이었다.

         

       나는 그것을 들어 천천히 훑어보았다.

         

       [형제 기획]

         

       [대표 강형만]

         

       …정말 처참한 작명센스였다.

         

       형제 기획은 뭐 용역 회사 이름이냐…?

         

       그보다 대표 이름에 강형만이 적혀 있다. 그러면 이 사람이 사장인건가?

         

       이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강형만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번에 우리 조직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새 사업이다.”

         

       “엔터테인먼트가요?”

         

       “그래.”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전생에서 친구가 아이돌 로드매니저 일을 했었기에 이쪽 업계 일을 조금 알고 있었다.

         

       연예계는 이미 형성된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신생 회사가 뛰어들기에 무척이나 어렵다.

         

       특히나 이 사람들은 깡패 아닌가…. 지금이 90년대도 아니고…, 깡패들이 기획사 일을 한다하면 다른 이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이미 체감하고 있는 문제였는지 강형만이 미세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맞아…, 확실히 이쪽 업계가 자리 잡기 힘들더구나. 무엇보다 연습생이 모이지 않아.”

         

       억울하다는 듯한 강형만의 말투에 내가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사장인 강형만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의 다른 똘마니…, 아니 직원들.

         

       험상궂은 것은 둘째치고 몸이 너무 우락부락하고 인상이 사납다.

         

       그중에는 대머리 그리고 얼굴에 흉터가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기획사 오고 싶어 하는 연습생이 미친 거지….’

         

       협박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이 회사로 오려는 연습생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그러니 네가 우리 회사에 들어와 줬으면 한다.”

         

       그 협박을…, 지금 내가 받고 있다는 거였다.

         

       “어…, 음…, 아저씨…, 그게….”

         

       나는 강형만의 제안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거절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나도 내 새로운 몸의 외모가 예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왜 내가 진작에 연예계로 빠져 돈을 벌 생각을 안 했겠는가.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단박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이 되려면 최소 몇 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연습생 기간 중 받았던 회사의 지원은 다 빚이 되어 추후 갚아야 한다.

         

       당장 돈을 벌어 빚을 갚아야 할 내게 적합한 직종은 아니었다.

         

       ‘그래, 그리 말해서 거절하자.’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이걸 봐라.”

         

       강형만이 재떨이에 담배를 툭툭 턴 후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내게 한 화면을 보여 주었다.

         

       나는 곧바로 화면을 확인했다. 그것은 한 케이블 프로그램의 광고였다.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이게 뭔지 미리 알고 있었던 눈치구나.”

         

       “그게….”

         

       모를 수 없다.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통칭 ‘나아아’는 미디어에 큰 관심 없었던 전생의 나도 들어 본 적 있을 정도로 대히트했던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으니까.

         

       ‘100명 중에…, 6명 뽑는 거였지?’

         

       그중 데뷔한 6명은 물론 떨어진 이들도 걸출한 인재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누가 데뷔할지 손에 땀을 쥐고 나아아를 시청했었다.

         

       당연히 이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도 대박이 났고 내 기억으론 나아아 시청률도 아마 마지막화 8%를 넘었던가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박 프로그램을 강형만이 왜?

         

       프로그램 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나아아는 수십 개의 기획사들이 참가했다.

         

       형제기획같은 신생 듣보잡 회사가 끼어들 틈은 없었을 텐데.

         

       이런 내 의문은 곧 강형만이 풀어 주었다.

         

       “이 프로그램 후원사 이사님이 내 아는 형님이라. 형님께서 내가 기획사 차린다는 거 듣고 여기에 무조건 한 자리 꽂아 주시기로 했다.”

         

       “아….”

         

       아는 형님 인맥이라 이건가.

         

       “그래서…, 여기 한 번 나가는 건 어떠냐?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다.”

         

       “…….”

         

       좋은 기회라….

         

       그래, 좋은 기회이기는 했다.

         

       100명 중 6명. 혹시 천운으로 그 안에 들면 곧바로 대형 아이돌로 데뷔를 하는 것이며 설사 떨어져도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쌓게 되어 다음 데뷔에 유리해진다.

         

       아이돌이 되기를 원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은 나와 맞지 않아.’

         

       아까부터 계속 말했듯이 나는 여러 이유로 연예계 쪽의 진로와 맞지 않았다.

         

       나아아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내 결정을 돌릴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금 강형만의 제안을 거절하려던 그때….

         

       “아저씨, 역시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은….”

         

       “잠시, 상구야. 그거 가져와라.”

         

       강형만이 자기 똘마니를 통해 한 종이를 가져온 후 내게 건네며 말했다.

         

       “형제기획 전속 계약서다. 이거 보고 결정해라.”

         

       “전속 계약서요…?”

         

       도대체 계약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길래 내용을 보고 결정하라는 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걸 집어 들었다.

         

       계약서 내용이 궁금했는지 엄마 아빠도 내 양옆으로 다가와 함께 읽어 내렸다.

         

       ‘음…, 평범한데…?’

         

       혹여 독소조항이라도 있는 건가 자세히 살폈지만 그냥 평범한 계약서 내용이었다.

         

       그런데 계약서에 마지막 부분으로 눈길이 간 순간….

         

       “……어?”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반 부분의 사채업에 관한 개연성에 대해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뒷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초반부분을 하야테처럼이나 드림하이에서 영감을 따와서 확실히 올드한 느낌이 있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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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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