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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한 명의 사람에게 있어, 주변의 환경이 변화한다는 것은 곧 스트레스를 의미했다.

        

        환경이 변화한다는 건 곧 그 상황에 대한 적응을 요한다는 말과 동일했고, 그 과정이 급격하면 급격할수록 가해지는 스트레스 역시 비례했다.

        

        빠른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원들은 대개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예측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으며,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하고, 컨트롤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준비조차 안 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맞이하는 변화는 결코 달가운 게 아니었다.

        

        

        

       “….”

        

        

        

        그렇기에 나는, 돌아와버린 당일, 그저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방 안에 그대로 처박혀있었을 뿐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장비를 벗고, 그것을 한 구석에 처박아둔 채 반쯤 뜬 눈으로 새벽 내내 생각에 잠기는 것뿐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내던져진 것에 가까운 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상념들을 부정하고 긍정하였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생리 현상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시점이 되어서야, 무릎 사이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 간신히 화장실로 비척비척 걸어갔을 뿐.

        

        그것이 돌아와서 처음으로 사용한 화장실과 샤워실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두 번째 날.

        

        별 내용은 없었다. 구체적으로는 샤워 후 바로 열두 시간동안의 숙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는 대략 오후 다섯 시 즈음 기상했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았기에 간신히 기상하여, 잠결을 비집고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무시하며 집 내부를 뒤졌고, 거기서 라면 몇 봉지를 찾아내었다.

        

        그것이 내가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먹은 식사였다.

        

        

        식사가 끝나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자연히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 매몰되어있었으나, 몇 가지 욕구가 해결됨에 따라 마치 물거품처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가까웠다.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나는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없었을 동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기 위해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신체가 이 모양 이 꼴로 변한 이후에는 더욱, 더해서 고작 하루 정도 굶었다고 밥을 내놓으라는 완전히 박살나버린 신체적 연비로 인해 더더욱 절실하게.

        

        결국 인간이 인간이란 본질을 완전히 탈피하기 전까지는 식욕과 수면욕의 그늘막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일이 일단락됨과 동시에 했던 것이 바로 다양한 신분상의 조회였다.

        

        작게는 내 현재 신원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부터, 내가 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까지.

        

        

        시중에는 상당히 많은 은행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거의 기억이 완전히 소거되지 않았기에, 예전의 내가 사용했던 은행으로 먼저 손길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

        

        이름이 바뀌고 사진이 바뀌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신원조회가 가능했기에, 변해버린 내 주민등록번호까지도 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의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존재한다는 사실보단, 내 통장에 어느 정도 돈이 있다는 사실이 날 더 기쁘게 했다.

        

        

        

       “…백만 원이라.”

        

        

        

        그렇게 찾은 돈은 단기간의 여유를 확보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집에 머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과연 이 돈을 뭘 하다가 모았을지에 대한 궁금증 정도만이 짤막하게 남았지만,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알 수 없을 것만 같아 금방 신경을 껐다.

        

        추후에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가 조금 고민이 되긴 하였으나, 이카루스 기어도 같이 넘어왔단 점을 고려하면 해결책은 금방 나올 것이었다.

        

        

        

       ───지이익!

        

        

        

        아무튼, 내가 그 돈으로 가장 먼저 한 건 식료품의 구매였다.

        

        그다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밀키트, 그 중에서도 쉽게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국물 요리 위주. 그것들을 박스 단위로 시켰다. 근처 매장에서 배달한거라 한두 시간만에 받을 수 있었다.

        

        박스를 둘러싼 테이프를 뜯어내고, 지금 조리할 몇 개만을 바깥에 놔둔 후 나머지는 전부 냉장고 안으로 처박아두었다.

        

        

        조금 늦게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확실히 이 집은 혼자 살기에는 좀 과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 것치고는 옷가지의 종류와 가구, 그 외의 물품들이 상당히 통일된 면모가 있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살 것 같지는 않았다.

        

        과연 과거의 나는…그러니까, 이곳의 과거의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지냈던 걸까?

        

        시간을 내어 집을 뒤져보았지만 그 흔한 포토북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나의 과거를 모른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해야만 하는 일들을 머리로 정리했다.

        

        우선 이곳으로 오면서 가져와버린 물건들을 몽땅 숨겨야만 했다. 집에 짱박아놓는 건 불가능했다.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누가 총을 집에다 숨긴단 말인가.

        

        그렇지만 오늘은 나가기 좀 그랬다.

        

        조금 창피한 말이긴 했지만, 오늘은 심적으로 많이 지쳤다.

        

        집의 신분증을 통해 이 세계가 내가 기억하던 곳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허벅지만한 꼬리를 살랑대면서 택배를 받는 건 나름대로 많은 정신적 부담감이 들었다.

        

        예전의 선임들이 보면 배를 잡고 웃어댈 일이었다.

        

        

        

       “으에….”

        

        

        

        결국 나는 설거지를 간단히 마치고는 마땅히 할 일 없이 널브러졌다.

        

        옛 말에 이르길 나태는 죄악이라고는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사람을 글러먹게 만드니까 그런 게 아닐까. 다르게 말하면 몸도 마음도 편한 거고.

        

        컴퓨터는 몇 시간 전부터 연산을 시작했다. 이전의 세계에서 벌었던 돈을 어떻게든 끌고와보려는 내 몸부림이었다. 잘 되면 금전적인 문제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겠지.

        

        

        

        시간이란 건 참으로 빨라서, 잠깐만 한눈을 팔면 어느샌가 저만치 가있는 법이었다.

        

        뭔가 거창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까놓고 말해서 밖은 깜깜했다. 사실은 벌써 자정이었다. 하루종일 잠이나 퍼질러 자다가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밥먹고, 컴퓨터 좀 하다가 다시 식사를 한 후 잔다.

        

        그야말로 나태 그 자체였다. 이 정도면 정석 이상이었다. 나태를 담당하는 교수가 있었다면 A+을 주지 않았을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이 날아가니 애석하긴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이라기보단 조금 자기합리화를 하자면, 내일부터 바쁠 터였기 때문에, 이는 어떻게 보면 휴식이었다.

        

        원래 특수부대원들이 실전에서 곧잘 하는 만큼, 쉴 때는 그야말로 개판 오분 전인 것처럼 – 이것도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한 걸음이었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이럴 때는 결국 또다시 집을 뒤지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달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린 옷장.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열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이곳에는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몇 가지 들어있었다.

        

        

        

       “…오.”

        

        

        

        여행용 캐리어 두 개.

        

        도대체 이게 왜 여기에 짱박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확실한 건, 돈을 아꼈다.

        

        모든 부가 장비까지는 다 들고갈 수 없을지도 모르나, 넣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넣어야겠지. 방 한구석에 짱박아둔 총기들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돌가루 파편과 먼지, 탄매로 범벅이 된 총이었기에 청소를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여러 장의 수건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완전하진 않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쩌면 앞으로 영영 사용하지도 않을 텐데.

        

        

        어느샌가 시간은 오전 두 시를 돌파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스케줄이 명확하지 않았다. 사실 까놓고 말해 돌아온 이후로 뭔가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한 적도 없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슬슬 이런 생활을 고쳐먹어야만 함을 의미했다.

        

        적당히 분해해둔 부품들과 장비들을 캐리어 안에 넣을 수 있는 최대한까지 짱박아둔 후, 지퍼를 닫고 슬며시 움직여보았다. 움직임에 지장은 크게 없는 듯했다.

        

        

        화장실에서 더러워진 손을 씻어내었다.

        

        비누에 씻겨 내려가는 검은 탄매들과 콘크리트 먼지들. 검은색 물이 세면대의 틈새로 사라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내려갔다.

        

        이런 이유로 손을 씻을 기회가 다시는 없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그저 그런 느낌으로…과거와 조금씩 결별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작해야 돌아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탁.

        

        

        

        집의 불을 끄자, 어둠이 내려앉았다.

        

        천장의 조명이 너무 밝았던 탓일까, 이 시간은 암흑의 때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비록 오늘 열두 시간을 내리 잔 후 깨어났음에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자 조금씩 수마가 몰려오고 있었다.

        

        고요했다.

        

        건너편 상가,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네온사인과 패널들이 내보내는 불빛만이 베란다 창문을 건너 어둠과 길항하고 있었다.

        

        

        잠에 들기 전, 천장을 보았다.

        

        캄캄한 암흑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조차 모르는 내 앞날 같다는 생각이 슬며시 튀어나왔으나, 언제는 그런 걸 알고 있기나 했을까.

        

        그저 크게 의미 없는 부정의 감정이었다. 결국 항상 그렇듯 내일의 일은 내일이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

        

        

        

       “…모르겠다.”

        

        

        

        구체적인 걱정은 뒤로 밀어두고, 내일을 맞이할 때였다.

        

        나의 이튿날은 그렇게 종언을 맞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2/27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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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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