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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화이트 드래곤 글레이시아.

       

        커뮤니티에서는 글레이시아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최약의 드래곤, 빙닭, 뉴비보다 딜 못 넣는 버러지…….

       

        그도 그럴게, 이 새끼는 드래곤씩이나 되는 주제에 레벨이 고작 77에 불과했다.

       

        시나리오 초반에는 혼자서 왕국 하나를 상대로 떡 칠 수 있는 레벨이지만, 잘 큰 소드마스터에게 목 따이기 딱 좋은 레벨이기도 했다.

       

        그래, 맞다. 글레이시아 이 새끼를 죽인게 바로 검성 키엘이다.

       

       방랑벽이 도져 무적정 북부로 떠났던 키엘은 이 일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과분하기 그지 없는 칭호를 얻게 된다.

       

       여기까지가 게임 극초반부의 내용이다.

       

       실제로 인게임에서는 글레이시아를 만날 수 없다. 

       

       아, 생각해보니 만날 수는 있다.

       

       아카데미 본관에 아마 박제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을거다.

       

       글레이시아가 노한 얼굴을 한다.

       

        [간이 제대로 부었구나. 로드에게 들은 적이 있지. 인간은 예의도, 주제도 모르는 하등한 종족이라고 말이야.]

       

       드래곤 피어가 목소리를 타고 울려퍼졌다.

       

       [칭호, ‘용 앞에서 담대한 자’가 발동됩니다.]

       – 상태이상 ‘공포’에 면역됩니다.

       

       화면 너머로 보았던 창이 이제는 눈 앞에 떠오른다.

       

       과연 주제도 모르는게 어느 쪽일까.

       

       올리비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두근, 두근.

       

       심장 부근에서 마나가 맥동한다.

       

        [스킬 : 블리자드를 사용합니다.]

       

        스킬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떠오르는 메세지.

       

        올리비아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직접 주문을 외우거나, 마법진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

       

        사아아아-.

       

        어느 순간부터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칭호, ‘진리를 본 자’가 발동됩니다]

        – 마법의 위력이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누구던지 만렙, 그러니까 레벨 100에 도달하면 그 분야의 정점이 된다. 

       

        정점. 오직 한 명에게만 허락되는 칭호.

       

        고로 빙결과 뇌전 마법에서 올리비아보다 뛰어난 존재는 없다.

       

        설령 그 상대가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음?]

       

        글레이시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일단 눈높이부터 맞추자.”

       

        콰아아아앙!

       

        칼바람으로 날카롭게 깎인 얼음 덩어리들이 글레이시아의 육중한 몸에 틀어박혔다. 글레이시아는 날개를 펼쳐 몸을 감쌌지만, 충격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끄아아아아악!]

       

        구멍이 송송 뚫린 날개는 비행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쿠우우웅-!

       

        올리비아는 눈보라를 밀어내고 글레이시아가 떨어진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77레벨에게 사용하기에는 과한 마법이지만, 이러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락테아를 수천 번 플레이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드래곤은 다 정신병자다.

       

        레드는 싸움광들이고, 블루는 그냥 병신이고, 그린은 인간으로 폴리모프해서 약코하는 컨셉충들이고, 골드는 드워프들을 상대로 고리대금하는 수전노다.

       

        그러면 화이트는?

       

        맞는 걸 좋아한다.

       

        아니, 구라가 아니라 진짜로.

       

        한 때 커뮤니티도 이것 때문에 제대로 불탔었다.

       

        주요 NPC중 하나인 화이트 드래곤 로드, 카르시안 때문이었다.

       

        – 님들. 카르시안 이 새끼, 마왕 막으라고 보냈는데 타락해버림.

        – 그거 화이트 특임. 아마 님 딜이 마왕보다 약해서 NTR당한 듯.

        – 그 새끼들 맞는 거 좋아함. 나도 카르시안 레이드 뛸 때 딜 계산 실수해서 실피 남고 못 잡았는데, 갑자기 폴리모프해서 도게자박더라.

       – 인증 좀.

       – dogeza.jpg

       –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엘의 회상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다.

       

       

       

       

        [키엘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부르르 떠는 화이트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약하군. 막 성체가 된 어린 놈이었나.

       

        드래곤인 주제에 죽음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어차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새로 터득한 검술을 시험해 볼 요량이었을 뿐.

       

        그때 화이트 드래곤이 입을 움찔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키엘은 화이트 드래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키엘은 생각을 바꾸었다. 

       

        이 드래곤은 죽어야 한다.]

       

       

       

       

        그때 글레이시아가 무슨 쌉소리를 했길래 키엘이 생각을 바꿨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쌉소리의 정체가 지금 밝혀졌다.

       

        “……헤으응.”

       

        올리비아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키엘이 왜 그랬는지 뼈저리게 이해됐다.

       

        글레이시아는 바닥에 엎어진 상태로 침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눈동자는 반쯤 돌아가 흰자만 보이고, 몸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심지어 드래곤도 아니고, 인간으로 강제 폴리모프된 상태였다.

       

        아무래도 화이트 드래곤들은 사람 기분을 더럽게 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어이, 침 그만 흘리고 일어나.”

       

        발로 툭툭 건드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꼴이라니. 글레이시아에게 조공을 바치는 드워프들이 이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게임일 때는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아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역겨웠다.

       

        이딴게 12세 이용가?

       

        반성해라 락테아.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모르겠고,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이름이 뭔지 아냐?”

        “마을? 인간들의 마을 말이냐? 히끅! 노, 놓아라!” 

       

        올리비아는 글레이시아의 멱살을 풀었다. 그녀는 잠시 아쉬운 얼굴을 했다가, 그렇게 생각한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듯 혼란스러워했다.

       

        이런 노답 새끼를 조력자로 쓰는 게 맞나?

       

        대륙에 80레벨 넘는 강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찌어찌 잘 찾아보면 나오기는 할 터였다.

       

        ‘그 놈들을 전부 죽인 게 나라는게 문제지.’

       

        조력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

       

        첫째, 후반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할 것. 

       

        둘째, 호감도가 작살나지 않았을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사람이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솔직히 글레이시아가 첫 번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종족이 종족인지라, 인간에 비해 성장이 압도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이대로 냅뒀다간 후반에는 뭣도 아닌 계륵 포지션을 차지할 게 뻔했다.

       

        “그래서. 마을 이름 아냐고, 모르냐고.”

        “히, 히끅…….”

        “대답.”

        “모, 모른다!”

       

        역시 드래곤답게 똥고집이 대단하구만. 쉽게 갈 거라고 기대도 안했다.

       

        “질문을 바꾸자. 제국력으로 지금이 몇 년이냐?”

        “제, 제국력? 인간들의 제국 따위-.”

        “새꺄, 너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잖아.”

        “모른다! 진짜로 모른다!”

       

        모를리가 없다. 드래곤들은 심심할 때마다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유희 생활을 즐긴다.

       

        근데 해츨링도 아니고, 인간으로 폴리모프도 할 줄 아는 놈이 모른다고?

       

        올리비아는 더 묻는 대신 스태프를 들었다. 코디템에 불과한 이 스태프에 장점이 하나 있다면, 세계수 뿌리로 만들어서 아주 단단하다는 거다.

       

        드래곤 본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올리비아는 스태프를 가볍게 휘두르며 말했다.

       

        “그거 알아? 내 경험상, 화이트 조련하는 데는 이게 최고더라.”

        “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지만, 일단 멈춰라!“

         

       빠악!

       

        “아아아아아아아악!”

       

        뻐억!

       

        “뼈, 뼈 맞았다! 끄헉! 끄허헉!“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는 드래곤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확실히 화면 너머로 볼 때와, 직접 팰 때는 그 손 맛부터 달랐다.

       

        아무리 그래도 동료가 될 드래곤을 이렇게 패도 되냐고?

       

        날 믿어라. 락테아는 원래 이런 게임이다.

       

        처음으로 불살 엔딩을 발견하고, 공략 영상을 올렸을 때 커뮤니티의 반응도 딱 그짝이었다.

       

        – 이, 이딴게 불살 루트?

        – 아무튼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올리비아 싸패 맞다니까? 님들 같으면 황궁에서 황제 팰 수 있겠음?

        – 평화(물리)

        –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올리비아 좌……도대체 어떤 싸움을 해오신겁니까.

        – ㄹㅇ 저 지랄하고 엔딩 본 게 레전드네. 저러면 호감도 작살나지 않음?

        – 처맞기 싫으면 말 들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

       

        자존심 더럽게 세던 황제도, 한 달 내내 패니 말 잘만 듣더라.

       

        “끄아아아아아악!”

       

        얘는 얼마나 걸리냐고?

       

        10분이면 충분하다.

       

       

       

        ****

       

       

       

        “끄어, 끄어어? 끄아?”

       

        글레이시아의 눈이 약에 취한 듯 몽롱해졌다. 죽을 것처럼 아픈데, 막상 죽지는 않으니 뇌가 멍청해진거다.

       

        솔직히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전사였다면 모를까, 마법사의 몸으로 매타작을 계속하다보니 온 몸이 뻐근했다. 

       

        만약 글레이시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화이트 드래곤 특유의 DNA 덕분이겠지.

       

        지금쯤 그녀도 깨달았을 것이다. 뭔 수작질을 부린게 아니라, 그녀의 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올리비아는 관대하게도 그녀가 콧물 닦을 시간도 줄 겸, 매타작을 멈추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렵게 갈까, 쉽게 갈까?”

        “쉬, 쉬쉬쉽게! 쉽게 가자!”

        “자? 자아? 존댓말 안 쓸거야?”

       

        목소리를 들은 글레이시아가 올리비아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나, 나는 드래곤이다!”

        “인간한테 개같이 털린 주제에 드래곤은 무슨 드래곤.”

        “그건-!”

       

        후우웅-!

       

        스태프가 바람을 가르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동시에 글레이시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마지막 기회야. 쉽게 갈까, 어렵게 갈까?”

        “……”

        “대답.”

        “쉬, 쉽게 가고 싶습니다아아아!”

        “그래, 그래야지.”

       

        올리비아는 마치 개 쓰다듬 듯 글레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저기 마을 이름이 뭐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8.09 부분 수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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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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