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

       눈이 휘둥그레해 져서는 연신 비벼대며 다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회수가 가능하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어쩜 나에게 이렇게 찰떡 같은 기능이 있었던 것인지.

        지금 이 상황에 꼭 알맞는, 필요한 기능.

       

        ‘아니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뭐야? 내가 분명 다 열심히 뒤져봤었단 말이지?’

       

        계속해서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중이었다.

        분명 내가 내 특성에 대해서 깊이 따져보기 위해서 상태창의 여기저기를 꼼꼼히 다 뒤져봤었다.

        하지만 저런 얘기는 없었으니까.

       

        분명 채수현 이 년을 육성하면서도 몇 번이고 찾아본 적이 있다.

        힘들긴 힘들었으니까.

        중간 중간 투정도 있었고, 아무래도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으니까.

       

        매몰비용으로 생각해버리고 중간에 그만 둬버리고 싶은 적도 있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투자한 값이 너무 많았고, 이 년도 분명 자기만 믿으라고 했으니까.

        시발. 그냥 그때 그만 둬버릴껄.

       

        내가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회수 버튼은 계속해서 깜박거리는 중이었다.

        마치 자기를 눌러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매우 중요한 버튼이라는 듯이 붉은 색으로 빛나는 회수버튼을 바라보며 잠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거 정말 회수되는 건가?’

        ‘내가 투자한 사람은 채수현 밖에 없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아 몰라. 시발. 걔가 어케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스탑럴커도 아니고 내 뒤통수를 치기 위해 조용히 기다린 년을 왜 내가 신경써줘?’

        ‘좆까라고 해. 뭐가 되든 앞으로는 그냥 내가 잘 살 거야.’

       

        여자친구를 빠르게 육성시켜서 인생을 좀 바꿔보려고 했던 내 계획은 처참히 무너졌다.

        그런데 내 눈앞에 그것을 다시 복구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려는 중이었다.

       

        ‘이보다 더한 기회가 어딨다고?’

        ‘일단 눌러보자. 어떻게 되든 막 나가보는 거야.’

       

        사실 나는 상당히 신중하고 침착한 성격이었다.

        물건 하나를 사는 데에도 꽤 꼼꼼하게 다각도로 따져보고 사는 편이었으니까.

       

        상태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에 열심히 이것저것 뒤져보고는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판단하는 편이었다.

       

        아 물론. 상태창에 대해서는 나 뿐만 아니라 거의 대다수의 헌터들이 그렇게 행동하기는 했다.

        힘들게 얻은 포인트를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 다들 신중했으니까.

       

        아무래도 게임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게임 공략집이란 것은 필수 아닌가.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몰라. 시발. 아무렇게나 되라고 해.’

       

        이판사판이라고 느끼는 중이었다.

        그 오랜 시간을 열심히 꼬라박았는데 캐릭터가 삭제당한 느낌이었으니까.

        개평이라도 조금 얻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일부 만이라도 제발 회수가 되라…’

       

        마음 속으로 깊이 기도를 한 뒤 상태창의 회수 버튼을 꾸욱 눌렀다.

       

        번쩍하는 효과와 함께 또 다른 안내문이 떠올랐다.

       

        [회수가 진행됩니다. 상대방의 스텟이 감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투자했던 포인트는 3배의 값으로 되돌려받습니다.]

       

        ‘엥?’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회수 버튼을 눌렀던 나는 또다시 벙찔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포인트는 오히려 3배로 돌려받는다고?’

       

        나는 놀라서 이것 저것 뒤져볼 수 밖에 없었다.

       

        ‘와. 시발.’

       

        상세 페이지에는 충족 조건에 대해 나열되어 있었다.

        오랜 기간이어야 하고, 투자한 값이 얼마 이상이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특정 단어를 외치며 헤어질 것.

       

        ’뭐 조건이 이따구야?’

       

        어이가 없는 조건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고민고민하면서 외치긴 했는데, 그 년한테 시발년이라고 외치길 잘했네.’

       

        새삼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 감정은 오늘 하루 매우 빠른 속도로 왔다갔다 하는 중이었다.

        천국에서 지옥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가까스로 건져지는 중.

       

        ‘이 시발. 개 같은 년.’

       

        회수 진행에 대한 안내 페이지를 보자 다시금 채수현의 얼굴이 생각났다.

        지난 시간 동안 나를 가지고 놀았던 년.

        아주 가증스러운 표정들.

       

        ‘야. 고맙다. 너 덕분에 나 포인트 부자 됐어.’

       

        오히려 3배. 

        말도 안되는 뻥튀기였다.

       

        그냥 단순히 계산을 해봐도 바로 S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규모였다.

        애초에 채수현의 포인트와 내 포인트를 합쳤을 때 S급 1위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충분히 넘치고도 넘친다.

       

        난데 없는 상황에 어질어질하긴 했지만 정신을 좀 차리기로 했다.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상대방의 스텟이 감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라…’

       

        음..

       

        나를 꽤 고민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나에게 포인트가 들어오는 거 즉각이었지만 채수현, 이 년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얘기같다.

       

        ‘가만있자..’

       

        나는 곧바로 계산에 들어갔다.

        만약에 내 포인트가 다 빠진다면 채수현이가 어떻게 되는지 따져보고 싶었으니까.

       

        C급.

       

        ‘시발… 많이도 쳐놀았네.’

       

        눈을 꽉 감은 채로 속으로 화를 삭였다.

        애초에 채수현의 등급에 내 지분이 70%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니까.

       

        언제나 그랬다.

        던전에 가도 거의 대부분의 일처리는 내가 했으니까.

       

        ‘아 어차피 오빠가하나 내가 하나 우리 총 값은 똑같은 거 아냐?’

        ‘아. 오빠가 좀 해줘. 남자가 그런거 하나 못해?’

        ‘힘들어. 힘들어. 나는 오늘 여기까지만 할래. 아 뭘 또 더해?’

        ‘오빠. 좀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나서줘야되는 거 아냐?’

        ‘하…나 가까운 카페에 데려다 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아주 개 등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 도대체 왜 저랬냐? 시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개 호구 새끼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찬찬히 떠올려보니 언제나 채수현은 뒤에서 놀고만 있었으니까.

        거의 다 내가 처리한 수준이었으니까.

       

        뭐 하지만 괜찮다.

        웃기게도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황에 웃음만 나오는 중이었으니까.

       

        지금까지 고생했던 것을 3배로 돌려받는 중이다.

        반대로 채수현은 지금까지 놀았던 것을 되돌려받을 수 밖에 없겠지.

       

        ‘어휴. S급 1위인 년이 C급으로 무너지는 것도 볼만하겠는 걸?’

       

        그렇게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했던 채수현이었지만, 마음이 식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S급 1위 달성을 함께 축하하며 즐길 대상이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행복한 순간 나락에 떨어져서 그런지 충격이 컸던 것 같다.

       

        [ 와. 형 축하드려요. 수현이 드디어 1위되었다면서요? ]

        [ 대박. 드디어 1위 찍은 거예요? 진짜 고생하셨어요. 저희 언제 술 한번 같이 해요. ]

        [ 형. 수현이 1등 된 거 축하드려요. 이제 대형길드 들어가시기만 하면 끝이네요. ]

        [ 축하한다. 임마. 고생했어. ]

       

        문득 스마트폰에 온 축하 문자들이 생각났다.

       

        ‘하… 다들 이렇게 축하를 해줬는데 말이지.’

        ‘도대체 나를 언제부터 뒤통수 치려고 했던 거야?’

        ‘설마 애초에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겠지?’

       

        나는 실망감에 가득 차게 되었다.

        물론 금새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 출발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응. 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

       

        축하문자를 보니 열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부터 공식적인 S급 1위 커플로서 잘 살 수 있었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들인게 얼만데 이제와서 멍청하게 놔버릴 순 없지.’

       

        나는 자리를 툴툴털고 일어났다.

        채수현에게 당한 충격은 충격이고, 그것과 별개로 내 인생을 향해 새롭게 걸어나가야 하니까.

       

        ‘포인트 3배라…곧바로 S급이 되는 것도 좋기는 하겠지만…’

       

        내 머리 속은 꽤 복잡한 여러 생각으로 가득 찼다.

        지금 이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따져봐야 했으니까.

       

        ‘일단 갑자기 헌터 등급을 올려서 어그로를 끄는 건 별로일 것 같다.’

        ‘괜히 견제만 받을 수도 있고 말이야.’

       

        헌터의 세계는 기존의 사회와 같다.

        치열한 경쟁사회.

       

        던전을 점령하고 독점하기 위해 길드간 다툼도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경쟁 헌터들에 대한 비방과 뒷공작도 흔했다.

       

        ‘굳이 어그로를 끌면서 나설 필요는 없어.’

        ‘어차피 시간은 나의 편이거든.’

       

        나는 상태창에 가득차 흘러넘치는 포인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S급이고 자시고, 거의 모든 스킬 트리를 아무렇게 찍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말그대로 포인트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이 상황에선 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현명하고 천천히 신중하게 나에게 유리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대형 길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어.’

       

        채수현과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길드에 가입한 적이 없었다.

        물론 매우 빠른 성장속도 덕분에 스카웃 제의는 수없이도 받아봤다.

       

        ‘아. 오빠. 길드도 좋긴 한데. 거기 가봤자 언플같은 거 하고 막 쓸데없는 CF같은거나 방송활동도 나가야 하잖아? 우리는 포인트 얻는 것에만 집중했으면 좋겠거든… 어때? 나는 오빠가 길드활동에 쓸 에너지를 그냥 나한테 써줬으면 좋겠거든. 그래야 빠르게 올리지. 헤헿. 내 맘 알지?’

       

        지금 생각해보면 길드 가입을 반대했던 것은 철저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아주 계획적이었구만. 어쩐지. 그렇게 승승장구하고 잘 나가는데 왜 그렇게 길드 가입을 꺼려했나 했네.’

        ‘일단 헌터 업계에서 기반을 다지려면 괜찮은 길드에 들어가야…’

        ‘하… 근데 나 E급이지…’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인맥의 도움을 받는 수 밖에 없다.

       

        “응. 형석아. 오랜만이야.”

        “아 형. 진짜 축하드려요. 소식은 들었거든요. 진짜 대박이네요.”

        “하하. 그렇지. 근데 내가 부탁하나 할 게 있는데.”

        “네? 부탁이요?”

        “응. 혹시 너네 길드에 말단 자리 혹시 있냐?”

       

        다소 소극적이긴 하지만 아는 후배에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에? 저희 길드요? 왜요?”

        “아. 나 길드를 이제 좀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에? 근데 저희 길드는 왜요? 수현이 누나는 백호 길드에 들어간다고 소문이 퍼졌던데요? 거기 저희랑 라이벌이잖아요.”

        “뭐?”

       

        나는 통화를 하다말고 2차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어질어질해졌다.

       

        ‘이 시발년. 나 몰래 또 뭐 준비 했었어?’

       

        완전히 처음듣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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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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