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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네필라 쥐라시카 LV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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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필라 쥐라시카】

         

        몸통의 길이는 7cm 정도지만, 다리의 길이가 15cm를 넘어가는 거대한 거미입니다.

        주로 곤충이나 도마뱀, 혹은 작은 공룡의 새끼를 먹이로 삼으며 거미줄을 능통하게 사용하는 고대의 사냥꾼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몽골리안 아라크네라고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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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리안 아라크네?

         

        몽골?

         

        그럼 여기가 몽골이라는 뜻일까?

         

        아니,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 세계는 오비랍토르와 게코 도마뱀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니까.

         

        중요한 건 지금 내 앞에 나보다 큰 덩치를 가진 거미가 있다는 거다.

         

        나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겉모습만 저럴 뿐, 사실 속은 그 누구보다 따뜻할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거미 씨.

         

        우리 잘 지내봐요.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인사를 해봤다.

         

        “키에엑!”

         

        거미는 앞다리 두 개를 탕탕 부딪쳤다.

         

        15cm는 무슨, 대충 봐도 두 배는 되어 보인다.

         

        작은 공룡의 새끼를 잡아먹는다는 게 과장이 아닌 거 같다.

         

       도망갈 채비를 하며 놈을 노려봤다.

         

        혹시나 놈이 공격하면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거미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별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키익.”

         

        뭐지?

         

        나한테 쫄았나?

         

        사실 그린 게코라는 종은 거미의 천적이었던 건가?

         

        헛된 망상을 조금 했지만, 진실은 금방 밝혀졌다.

         

        【칼리그람마 LV3】

         

        【칼리그람마 LV1】

         

        【칼리그람마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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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그람마】

         

        몸길이는 5cm 정도 됩니다. 나비와 같은 생김새와 달리 잠자리로 분류됩니다.

        육식을 하지 않고 나비와 같이 긴 주둥이로 꽃의 꿀을 빨아 먹습니다.

        날개에는 다른 생물의 눈과 같은 무늬가 있어 포식자를 쫓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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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에 먹잇감이 잔뜩 있었다. 굳이 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타란튤라 같은 거미라면 모를까, 거미줄을 사용하는 녀석이 직접 덤비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게다가 내 덩치도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다.

         

        아직 성체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10cm 정도는 돼 보이는 거 같다. 굳이 사생결단을 낼 이유가 없다는 거다. 내가 거미줄에 걸린 상황이면 몰라도.

         

        즉 녀석은 나를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거다. 나도 놈을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조금 그러니, 내가 살짝 양보하기로 했다.

         

        절대 쫄아서 그런 건 아니다.

         

        파바밧.

         

        조금 옆에 있는 가지 위에 올라탔다.

         

        나는 사주경계를 하며 나뭇잎이 모인 곳으로 기어갔다.

         

        이곳에는 선객이 없었다. 즉, 어느 정도 안전이라는 걸 보장 받았다는 거다.

         

        부화하자마자 쫓겨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긴 지금,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했다.

         

        내 상황을 정리해 보자.

         

        나는 게코 도마뱀으로 전생했다.

         

        HP, MP, 그리고 스킬과 상태창이 있는 걸로 봐선 내가 있던 곳과는 다른 세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스킬.

         

        상태창이 있다면 당연히 스킬창도 있을 거다.

         

        ‘스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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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꼬리 자르기LV1」「벽 타기 LV1」「차가운 피 LV1」「포식 LV1」「야생의 눈 LV1」「꼬리 자르기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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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뭔가 많았다.

         

        「벽 타기 LV1」

        게코 도마뱀의 발로 벽을 탑니다.

         

        「차가운 피 LV1」

        파충류는 차갑다. 정신 공격에 저항을 갖고 극한의 상황에서 평정심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참 게코 도마뱀 같은 스킬이었다.

         

        그래도 차가운 피라는 능력은 꽤 좋아 보였다. 정신 공격이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평정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내가 하루아침에 도마뱀이 되었는데 묘하게 침착한 것도 이 스킬 덕일지도 모른다.

         

        「포식 LV1」

        적을 포식합니다. 한계치 이상으로 먹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한계치를 초과한 만큼 경험치로 전환됩니다.

         

        「야생의 눈 LV1」

        상대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포식과 야생의 눈.

         

        이세계 전생 특전 초보자 팩 같은 스킬이었다.

         

        공격 스킬이 아닌 거 같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쓸모가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꼬리 자르기가 두 개가 있는 거지?

         

        스킬 설명을 읽어봐도 차이가 없었다.

         

        꼬리를 자릅니다라는 영양가 없는 내용이었다.

         

        …버근가?

         

        한 가지 추론할 수 있는 건, 꼬리 자르기라는 스킬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스킬이었다는 거다. 마치 벽 타기처럼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전생 특전이라고 주어진 스킬이 꼬리 자르기였던 거고.

         

        ….

         

        에반데.

         

        아니, 게코 도마뱀 같은 걸로 전생시켜 줬으면 스킬이라도 좀 좋은 거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막 천마신공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드래곤 브레스 같은 좀 멋있는 걸로.

         

        꼬리 자르기가 뭐야 꼬리 자르기가. 게다가 중복이잖아.

         

        열 받는다.

         

        [차가운 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자기 멋대로 평정심이 찾아왔다.

         

        이것도 이것대로 열 받았지만 지금이 열 낼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비교적 평화로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이것일 거다.

         

        [HP가 부족합니다!]

         

        내 남은 HP가 1이라는 것.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라는 거다.

         

        HP를 회복해야 한다.

         

        정확한 방법은 모르지만 추측할 수는 있다.

         

        내게 주어진 스킬 중 하나, 포식.

         

        무언가를 먹음으로 HP가 찰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경험치라는 게 쌓인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이 오를 테고 레벨이 오르면 HP가 찰 게 분명했다.

         

        레벨을 올리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일단 HP를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뭘 먹어야 하는 걸까.

         

        내 옆에 있는 나뭇잎에 혀를 살짝 갖다 댔다.

         

        혹시나 초식성 도마뱀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하고.

         

        느껴지는 건 엽록소의 매우 쓴 맛이었다.

         

        애초에 엽록소가 맛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풀을 먹을 순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보기로 알아낸 거처럼, 작은 벌레 같은 걸 잡아먹는 수밖에 없었다.

         

        작은 벌레라.

         

        ….

         

        고개를 살짝 내밀어 네필라 어쩌고 쪽을 쳐다봤다.

         

        먹음직스러운 벌레들이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저렇게 많은데, 한 마리쯤은 가져가도 괜찮지 않을까.

         

        침을 꼴깍 삼켰다.

         

        거미한테 말을 걸어볼까.

         

        “게게겍.”

         

        이번에 옆 동으로 이사 온 도마뱀인데요, 혹시 저 벌레 하나만 먹어도 될까요.

         

        “키에엑!”

         

        거미는 긴 다리를 마구 휘적였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시나 보다.

         

        나는 깔끔히 포기했다.

         

        물론 포기했다는 건, 정당하게 먹이를 받는 걸 말한 거다.

         

        이웃 좋다는 게 뭔가.

         

        원래 허락보단 용서를 구하는 게 더 쉬운 법이다.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놈의 거미줄을 향해 다가갔다.

         

        거미에게 눈이 여덟 개나 달려 있어 착각할 수도 있지만, 거미라는 녀석들은 눈이 좋지 않다. 특히 거미줄을 치는 녀석들은 더더욱 그렇다.

         

        놈들은 눈이 아니라, 거미줄의 진동을 느껴 먹잇감을 감지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 말인즉, 거미줄에 걸리지만 않으면 가까이 다가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다.

         

        슬금슬금 기어갔다.

         

        소리 없이 다가가는 건 지금의 내게 천직이었다.

         

        어느새 거미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놈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내 꼬리를 빤히 쳐다봤다.

         

        어느새 다 자라 도톰한 게 참 먹음직스러웠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HP가 낮아서 그런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리 눈이 좋지 않다고 해도 결국 들키고 말 거다.

         

        내 목적은 저 거미줄에 묶인 나비를 훔치는 거니까, 필연적으로 들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들킨다면, 그 시점을 이쪽에서 정하는 게 유리할 거다.

         

        ‘꼬리 자르기!’

         

        꼬리가 잘림과 동시에 몸에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HP가 소모되진 않았지만, 약간의 허기가 느껴졌다.

         

        나는 내 손으로 조심스레 꼬리를 들었다.

         

        내 꼬리는 마구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거미줄 한구석에 던졌다.

         

        “키에엑!”

         

        거미는 곧바로 반응했다.

         

        거미줄에 걸렸음에도 내 꼬리는 마구 발버둥 쳤다.

         

        잘한다. 내 꼬리.

         

        “키에엑?”

         

        거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거미줄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놈은 웅크린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거미줄에 먹이가 걸린다고 해도 곧바로 놈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구 휘적이는 움직임에 부상이라도 당할 수 있으니까.

         

        힘이 다 빠진 이후에 거미줄로 칭칭 감는 게 놈의 사냥 방식이었다.

         

        놈의 관심은 이제 거미줄에 걸린 내 꼬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씁, 그래도 약간 불안한데.

         

        ‘꼬리 자르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킬을 한 번 더 써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미 잘린 꼬리가 두 개로 분열됐다.

         

        게다가 몸이 더더욱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즉, 효과가 중첩됐다는 뜻이었다.

         

        거미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내 꼬리들의 움직임을 거미줄을 파괴할 수 있는 포식자의 것으로 착각한 게 분명했다. 오래는 가지 않을 거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거미줄이 엉겨 붙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 내겐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파바밧!

         

        빠른 속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나비 한 마리를 채갔다. 생각보다 거미줄에서 쉽게 떨어졌다. 나비를 챙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파바박!

         

        작전 성공.

         

        【그린 게코 LV1】

        HP: 1/7

        MP: 0/3

         

        꼬리 자르기 2연을 성공했다는 게 컸다.

         

        그게 아니었어도 성공은 했겠지만, 위험 부담이 있었을 거다.

         

        [MP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모든 활동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상태창이 경고를 해줬다.

         

        MP도 최소 1은 남겨야 할 거 같다.

         

        HP도 없고 MP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거미줄에 감긴 곤충을 한 번 쳐다봤다.

         

        곤충을 먹는 취미는 없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선 먹어야 했다.

         

        와앙.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

         

        바사삭거리는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내 생각은 물컹이었는데, 의외였다.

         

        거미줄에 오래 묶여 있어 자연스레 미라화가 됐고 지금은 육포, 아니 충포라고 불리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된 덕이었다.

         

        물렁한 식감보다 훨씬 나았다. 맛있다고 표현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배가 부른다.

         

        따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HP와 MP가 차오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부른 탓이겠지. 그렇게 나비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을 때, 상태창이 좋은 소식을 들고 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레벨 업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뿌득.

         

        피부가 간질거렸다.

         

        투둑.

         

        몸에 하얀 막이 일었다.

         

        …이거, 탈피잖아?

         

        나는 빠른 속도로 허물을 벗어 던졌다. 영상으로 본 도마뱀들의 탈피 속도는 꽤 길던데, 나는 눈 깜짝할 사이 탈피에 성공했다.

         

        【그린 게코 LV2】

        HP: 9/9

        MP: 5/5

         

        나는 이제 그린 게코 LV1이 아니다. 그린 게코 LV2로 다시 태어났다.

         

        잘린 꼬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자랐고 덩치도 좀 커진 기분이었다.

         

        [랩터가 놀랄 업적 달성! 꼬리 자르기를 2연속으로 시전하고 살아남았습니다!]

         

        응? 업적?

         

        칭찬해 주는 건가. 에이, 내가 뭘 잘했다고.

         

        [꼬리 자르기는 죽기 직전에 쓰는 마지막 수. 그런 수를 두 번이나 사용하고 보란 듯이 생존했습니다.]

         

        다 내 꼬리 덕분이지.

         

        [그런 허접한 스킬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레벨을 올리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래, 고마워.

         

        …가만, 말이 좀 이상한데.

         

        날 멕이는 건가.

         

        “게겍.”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낮게 읊조렸다.

         

        스킬도 중복으로 주고 게코 도마뱀이라는 최약체로 태어나게 하고, 불만이 이만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업적 달성이라는 빌미로 또 나를 살살 긁어댔다.

         

        상태창이란 녀석, 참 마음에 안 들었다.

         

        디자인이 구리면 친절하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축하합니다. 보상으로 「질주 LV1」을 획득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상태창 디자인 한 번 죽이네.

         

        최고다, 상태창!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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