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

        

        이름 : 서유진 (20세, 남)

        칭호 : 백절불요(百折不撓)

        능력치 : 힘 [3.53] 민첩 [3.11] 지능 [3.12] 행운 [8.42] 마력 [3.80] 

        고유 재능 : 완전최면 (Lv. Max), ㅁㅁㅁ ㅁㅁ (Lv.???)

        스킬 : 없음

        특성 : 불굴

        현재 상태 : 최면, ???

        

        =====

        

        눈 앞에 드러난, 상태창이라 부르는 능력치.

        각성자 본인만이 볼 수 있는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나타났다.

        

        물음표니 뭐니 이해 못 할 게 많지만, 그건 차치하고.

        지금 주목할 건 특성.

        분골쇄신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뼈를 가루 내고 몸을 부숴가며 얻은 보상이었다.

        

        

        『불굴不屈 (S Rank) – 부정적 상태 이상(물리) 면역. 물리 공격 피해 경감 90%.』

        

        ‘맨몸으로 총 맞아도 안 죽겠는걸.’

        

        

        게임에서 발견한 ‘히든 피스’ 중 하나. 불굴.

        

        사기라고밖에 말 못 할 특성이었다.

        

        까다로운 몬스터들은 대부분 물리 계열.

        지금으로부터 15년 후에 등장할 괴물들 역시 물리 공격 위주.

        

        그런데, 이 특성만 있으면?

        대미지 100 들어올 게 10 들어온단 말씀.

        

        아카데미 입학 전 획득 가능한 히든 피스 중에선 가장 좋은 특성이었다.

        

        물리 계열에 한정되는 만큼 무적은 결코 아니지만…

        

        

        『완전최면 (EX Rank) – 영혼을 지배한다.』

        

        ‘마법사들은 이걸로 메즈 걸고 패면 되니까.’

        

        

        그걸 보완해 주는 게 플레이어의 스킬이자, 나 서유진이 각성한 고유 재능. 완전최면.

        

        마법사들에겐 이걸로 최면을 걸면 그만이었다.

        간단히 최면에 걸리진 않겠지만, 저항하느라 주춤하긴 할 테니까.

        그 틈을 타 접근하면 게임 끝.

        

        최고의 스타팅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히죽.

        

        ‘미친 짓 한 보람이 있….’

        “뭘 웃는 겁니까, 유진 군? 치료 중이라 아플 텐데요.”

        “아.”

        

        

        …치료 받는 중에 웃는 건 좀 이상했나.

        

        괜히 무안해져 입을 다물었다.

        눈치를 본 건 덤이었다.

        

        

        “새삼 고마워요, 누나. 누나 덕분에….”

        “누나라 부르지 말라 했죠?”

        

        

        눈치를 보는 대상은, 일선에서 은퇴해 개인 치료소를 연 A급 각성자.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류수연이었다.

        

        그런데 이제, 날 죽어라 째려보는 중인.

        

        

        -째릿.

        

        “전 죽고 싶어 환장한 동생 둔 적 없습니다.”

        “…쩝.”

        ‘딸 안 구해줬으면 진즉 뺨 맞았겠는데.’

        

        

        하긴. 나 같아도 싫긴 하겠다.

        멀쩡한 사내놈이 매번 걸레짝이 돼서 오니까 말야.

        딸을 구해준 답례로 평생 무료로 치료해 주겠다 했던 게 후회될 만도 해.

        

        

        ‘그래도 뭐, 최면 한 방에 몇 억 원 어치 치료를 공짜로 받았으니까. 이득이지.’

        

        

        하지만 이건 그녀의 사정.

        환자인 난 그저 기쁠 뿐이었다.

        

        아버지 탓에 생긴 PTSD로 폐인이 되어버린 딸?

        내 최면 ‘딸깍’ 한 번에 바로 치료.

        그 결과 몇 억짜리 회복을 공짜로.

        

        모두가 행복한 세계의 완성인데…

        왜 저리 인상을 쓰는지 원.

        능력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닐 텐데 말야.

        

        살짝 서운해져 툴툴댔다.

        

        

        “나름 저희 친해진 거 아니에요? 하영이도 엄마랑 잘 지내달라고 하던데.”

        “나이 차이가 15살이 넘는데 무슨. 징그러운 소리 마세요.”

        “…….”

        ‘회귀 전 나랑 동갑내기거든 너?’

        

        

        하지만 그녀의 쌀쌀맞은 태도는 여전.

        이어, 그녀가 내 등짝을 퍽 때렸다.

        

        

        -팡!!

        

        “아, 아야~.”

        “아픈 척 말고요. 또 다쳐서 오면, 정말 치료 안 해줄 거니 그리 알아요.”

        “쳇.”

        ‘알차게 뽑아먹었다, 진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정말 호감도가 한계인 듯하니 어쩔 수 없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으킨 몸.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마요. 이제 굳이 자해는 안 할 거니까.”

        “……네?”

        “말했잖아요. 이건 아카데미 입학 전에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였다고.”

        “아.”

        “내일이 입학이니, 이제 한동안 볼 일 없을 거예요. 누나.”

        

        

        어째서일까. 수연 누나의 표정이 약간 묘해졌다.

        

       

        “……그, 그래도 가끔은 와요. 유진 군은 그, 자주 다칠 것 같으니까.”

        “어라? 진짜요?”

        “예. 미련하게 자해해서 생긴 상처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치료해 드릴게요.”

        ‘오. 개꿀.’

        

        

        왜 저리 오줌 마려운 표정인가 했는데, 딸을 치료해 준 마음의 빚이 아직 남아있던 모양.

        공짜 치료 약속에 마음이 절로 풍족해졌다.

        

        

        “고마워요, 누나.”

        “나이 차도 많이 나니, 누나라 부르지 말라고….”

        “이렇게 예쁜 누나를 아줌마라 부를 수는 없잖아요?”

        “……!!!? 네, 네헷!!!?”

        ‘립서비스 효과 좋고.’

        

        

        35살 교배 아저씨의 교훈.

        여자한테 칭찬은 일단 하고 봐서 나쁠 거 없다.

        

        

        “그럼 또 봬요, 수연 누나.”

        “그, 그게… 네에…….”

        

        

        슬쩍 등을 돌렸다.

        그간 실컷 깎여 최악일 호감도가, 조금은 복구되길 기도하며.

        

        

        -웅성웅성.

        

        “계속 지켜봤는데… 흐흥. 어때요? 엄마도 슬슬 재혼하고 싶죠?”

        “뭐, 뭐라는 거니? 쟤랑 나랑 나이 차이가 몇인데, 그리고 이제 결혼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던….”

        ‘가자마자 딸이랑 저리 꺄꺄댈 줄은. 진짜 미움받나 보네.’

        

        

        뭐, 힘들겠지만.

        

        

        * * *

        

        

        시간이 조금 흘러, 다음 날.

        아카데미 입학 날이 되었다.

        

        

        -왁자지껄.

        

        ‘다들 들떴구먼. 허허. 청춘일세.’

        

        

        난 별 감흥 없지만, 주변 신입생들은 다들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

        

        …하긴, 아카데미가 어떤 곳인데.

        

        40년 전,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 현상.

        인류가 ‘게이트’라고 명명한 차원문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괴수들.

        그와 동시에, 마치 판타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기 시작한 사람들.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아카데미는 그런 ‘각성자’들을 모아 교육하는 기관이었다.

        

        

        ‘다들 황금빛 미래를 꿈꾸고 있겠지?’

        

        

        사회에서 각성자들의 대우는 무척 좋았다.

        총기류가 거의 통하지 않는 괴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각성자들 뿐이었으니까.

        각성자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직업군이었다.

        

        거기에 더해, 괴수를 잡으면 쏟아지는 에너지원.

        ‘코어’라고 불리는 것들의 가치 역시 어마어마했다.

        C급 각성자만 돼도 연봉 3억이 평균일 정도.

        

        초 고소득 직업에 더해 명성까지 떨칠 수 있으니, 신규 각성자들이 다들 들떠하는 것도 당연했다.

        

        

        ‘…대부분 여자인 건 솔직히 조금 그렇지만.’

        

        

        다만, 애석하게도 각성자가 되는 건 극히 소수.

        그중에서도 남자 각성자는 특히 드문 편이었다.

        성비 1 대 9 정도?

        

        일단 각성하고 나면 성별 간 능력 편차는 없고, 애초에 일반인들은 별 다를 바 없으니.

        소위 ‘남녀역전’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막상 또 여자들 무리에 둘러싸이니 좀 불편했다.

        

        

        ‘거의 20대 초반이겠지? 어후, 쳐다보기만 해도 잡혀갈 것 같네.’

        

        

        몸은 20살이지만, 내 정신은 35살이란 말이지.

        아저씨가 젊은 것들 사이에 끼어있으려니 원.

        

        여자 분내에 흥분하던 1회차 때와 달리 지금은 솔직히 고역일 뿐이었다.

        

        도피하듯, 자연스레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았다.

        

        

        -터벅, 터벅.

        

        ‘입학 시험 전까지 산책하며 시간이나 때워야지….’

        

        

        점점 인기척이 적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그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수연 누나야 정신적 동갑이니 괜찮지만, 한참 어린 여자애들이랑 같이 있는 건 좀 그래. 응.

        

        

        ‘…걔네들도 지금은 어릴 텐데. 스승님 빼고.’

        

        

        여자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아내들 생각이 뒤따랐다.

        

        아마 나와 함께한 기억을 전부 잃었을 그녀들.

        그녀들 역시 대부분 20대 초반일 텐데…

        나, 걔네들한테 작업 걸어야 한단 말이지.

        

        35살 아저씨가 집적대는 모양새라 영 달갑지 않았다.

        

        

        ‘뭐, 그래도 할 거지만. 걔네가 다른 남자랑 이어지는 꼴은 못 봐.’

        

        

        물론, 그녀들과 다시 이어지기 위해선 감내해야 하는 부분.

        뺨을 챱챱 때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그녀들과 만났을 때. 어지간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웅성웅성.

        

        ‘…시끄럽네. 입학식 날에 누가 이런 구석까지 들어와 있는 거야?’

        

        

        헛짓거리로 시간을 죽이는 와중 들린 소음.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은 입학식 회장도, 입학 시험이 치러지는 공터와도 한참 떨어진 산책로.

        입학식 날에 소란을 피울 장소로는 영 적절치 않았다.

        

        한데, 대체 누가 여기까서 와서 이러는지.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오타쿠냐?”

        “아, 아니에요오… 이건 그, 저기….”

        “각성자가 아니라 배관공이 꿈인가 보네. 우리 친구.”

        “그게 아니라아…….”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또렷해지는 목소리.

        낮은 중저음 목소리 둘에, 확연하게 작은 고음이 하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작아서 잘 안 들리지만, 이 목소리는…?’

        

        -저벅저벅.

        

        

        갓 태어난 새끼 사슴 다리처럼 떨리는 목소리.

        질질 끄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소심함.

        무엇보다… 얼핏 듣기에도 살짝 어눌한 말투.

        

        ———앨리스. 앨리스 리튼우드.

        내 아내 중 한 명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잰걸음은 곧 뜀박질이 되었다.

        

        

        -우다다.

        

        ‘어떤 년이 우리 앨리스를…!!!’

        

        

        아직 한참 소심함을 극복 못했을 그녀를.

        사랑하는 내 아내를.

        감히 누가 겁박하는가.

        

        머리에 열이 올라 정신없이 달렸다.

        

        비품 창고 근처, 아카데미에서도 특히 후미진 곳.

        자판기 하나 덩그러니 놓인 곳에 도착할 때까지.

        

        

        “언니들이 옷 좀 봐줘? 척 봐도 외국인 같은데, 그딴 옷 입고 가면 기자들이… 음?”

        “——거기, 너희들. 겁먹은 애 상대로 뭐 하냐?”

        

        

        스스로 생각해도 꽤 멋있는 등장.

        

        여자 한 명을 에워싸고 있던 두 여성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이 녀석 뭐지- 하는 시선을 담아.

        

        

        “아앙? 넌 또 뭐… 오?”

        “와, 씨. 이게 나라다.”

        

        

        뭐라 반응한 것 같지만 굳이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내, 앨리스가 최우선이었으니까.

        

        등 돌린 그녀들 사이, 내 눈이 앨리스와 맞았다.

        2회차에서의 첫 만남이었다.

        

        

        “당신, 은……?”

        

        

        그녀의 옷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옷이 저게 뭐야.’

        

        

        끔찍한 몰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Jisss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1착 기념 우마뾰이를 뾰잇뾰잇

    + 히로인은 모두 처녀일 예정입니다
    쟨 히로인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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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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