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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예르나는 통신이 끊어진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리면서, 테이블 위에 한숨을 쉬며 엎드렸다.

    그 광경을 본 루크는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뭔가 잘 안되는가?”

    “그……. 루를 맡길 시설을 찾는 중인데, 쉽지가 않네.”

    “역시 그런가. 하긴, 내가 이 집에 계속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 그 시설이란 걸 빨리 구할 수 있다면 좋겠구나.”

    “……아.”

    루크가 한 말은 단순하게 계속 신세를 지면 실례가 될 거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예르나에게는 그것이 다른 의미로 들렸다.

    ‘하긴, 이런 좋은 집에 나 따위가 계속 있어서도 안 되는 거겠지…….’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루크의 의연한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큰 죄책감을 느끼게했다.

    “아냐, 그런 게 아냐! 그, 나는 숲지기고, 당직도 자주 서야하고, 그러면 너는 집에 혼자 남게 되니까! 나 말고도 더 좋은 가족을 만날 수도 있고…….”

    예르나의 허둥대는 모습을 본 루크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까지는 혼자 살아가는 여성이고, 그런 여성의 집에 자신 같은 아이가 있다면, 본의 아니게 혼사를 망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종류의 민폐는 루크도 전혀 원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조용하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뭐, 이해한다. 나는 그렇게 어리지 않아. 이제 와서 밝히는 거지만, 나도 꽤 오래 살아왔으니까. 그러니 충분히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단다.”

    루크로서는 아무렇지 않게, 의연하게, 확신을 담아 그렇게 말했지만, 보고있는 예르나로서는 그것이 어린아이 특유의 ‘센 척’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루크는 결코 ‘오래 산’ 모습이 아니었던데다가, 납치에 학대를 당해서 기억도 온전치 않은데다가, 목욕조차 혼자서 못하고, 코코아조차 모를 정도로 세상일에 어두운 불쌍한 아이니까.

    예르나는 양심이 조각조각 나는 것 같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순간 자신이 이 아이를 양자로 들이면 어떨까 하는 몹쓸 생각까지 스쳤다.

    ‘으으, 아니야. 그건 안 돼. 아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가볍게 생각할 일은 절대 아니야. 나는 절대 애 못 키워. 그래도, 루는 어른스럽고, 말도 잘 듣는데…….’

    키운다와 키우지 않는다의 선택지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예르나는, 결국 이번에도 선택을 미루고 말았다.

    “휴우, 일단은 오늘은 그만 찾자. 루, 휴대폰 갖고 놀아도 돼.”

    “정말 그래도 되는가?”

    “그럼, 당연하지. 그래도, 그때처럼 너무 오래 하면 안 돼.”

    “노력해보겠다!”

    예르나가 휴대폰을 루에게 건네며 말하자, 루크는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받아들었다.

    신이 나서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만면에 웃음꽃을 피운 여자아이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예르나는 생각했다.

    ‘저게 저렇게 좋을까.’

    참으로 흐뭇해지는 광경이었다.

    예르나는 며칠 전을 떠올리게 된다.

    ——

    “예르나, 그건 대체 뭔가?”

    루크는 예르나가 조작하는 엄청난 수준의 아티팩트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전격마법, 빛마법, 통신마법, 보존마법…….

    그의 마력시에 드러나는 마법의 종류가 셀 수도 없을 정도인데, 아티팩트의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그 조그만 크기에 이 정도의 마법을 욱여넣다니.

    그것은 과거, 대장장이의 신으로 불리우던 헬켄산의 드워프도 흉내조차 내지 못할 수준의 섬세함이었다.

    게다가, 그 수많은 마법들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며 동시에 수십 개 이상 활성화되고 또 동시에 수십 개 이상 비활성화된다.

    이 기묘한 밸런스는 보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그것을 모두 완벽에 가깝게 조율하고 조정하는 저 중앙의 코어…….

    이토록 아름다운 마법의 배열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그야말로, ‘신기’로구나…….”

    “푸흡, 그렇게 신기해? 이건 휴대폰이야.”

    “휴대폰?”

    “응. 전화를 하거나, 영상을 볼 수 있어. 만져볼래?”

    “저, 정말로 그래도 되는가? 그런 귀한 걸, 내가 만져도…….”

    “뭐 어때. 고장만 내지 마.”

    “그러도록 하겠다! 정말로 고마워!”

    루크는 휴대폰을 받아들고는 곧바로 눈앞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마력시로 곳곳을 확인했다.

    ‘맙소사, 내 마력시로도 겨우 그 기술의 편린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니, 놀랍도다……. 전격과 빛마법을 이렇게 조합할 수도 있는 겐가? 허면, 여기에 이 배열을 이용한 이유는 대체 뭐지?’

    예르나는 그 모습을 흐뭇한 웃음을 입가에 드리운 채, 루크가 휴대폰을 살피는 장면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마법사로서의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장면은, 옆에서 보면 그저 어린아이가 신기한 물건을 받고는 이리저리 살피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루, 그렇게 좋아?”

    “물론, 좋다마다! 이런 마도구는 살아생전 처음이다. 견문이 넓어지는 것 같구나!”

    “하여튼간에…….”

    예르나는 루크의 나이에 맞지 않는(겉보기 나이일 뿐이지만) 풍부한 언어선택에 감탄했다.

    ‘진짜 저런 말은 다 어디서 배우는 거람, 책을 자주 읽었던 걸까? 정말로 재미있는 아이야.’

    그런데 문득, 어린아이한텐 휴대폰의 빛이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 떠오른 예르나는 루크에게 말했다.

    “루, 눈 나빠지니까, 너무 가까이서 가지고 놀지 마렴.”

    잔소리란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을 잘 듣는 루라면 이번에도 한번에 알아듣고 따라줄 것이리라 생각했다.

    “…….”

    허나, 이미 머릿속으로 이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진의 규칙과 배열을 알아내는 데에 정신이 없는 루크는 그녀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예르나는 작게 당황하며 말했다.

    “루? 루 이루시? 저기? 루크야ㅡ. 내 말 안 들리니?”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을 불러도 대답조차 않는 것이 꽤 충격적이었는지, 예르나의 표정은 살짝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그래. 이게 보통의 어린아이겠지. 루가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이건 어쩔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어른으로서, 아이가 자신의 시력이 나빠질 것을 생각지도 않고 저렇게 눈앞에 딱 붙인 채 휴대폰을 하는 건 아무래도 그만두게 해야겠지.

    예르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루크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아, 갑자기 무슨……!”

    루크는 갑자기 관찰 대상을 빼앗겨 당황에 분노가 섞인 음성을 내고 말았다.

    마법사란, 자신의 호기심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자.

    연구와 관찰을 하던 대상을 눈앞에서 빼앗긴다면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한순간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그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으로 받아들인 예르나는 이번 기회에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짐짓 단호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루! 언니가 말했잖아, 그렇게 가까이 보면 눈 나빠진다고!”

    “그…….”

    ‘그저 마법배열이 너무나 섬세하여,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을 뿐이건만…….’

    눈이 나빠진다, 확실히……. 어린아이의 몸인 지금은 그런 것에도 신경을 써야할지도 모르나, 마법사의 육체는 일반인과 다르다.

    서클은 즉, 자신의 육체에 새기는 의지의 표식.

    마법의 기초 중의 기초인 서클은 자신을 자각하고,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조율하며, 마침내 지배 하에 두는 것이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심장에 1서클이라도 새기는 순간, 육체의 마나를 의지에 따라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마법사가 ‘눈이 나빠진다’ 라는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비록 아직은 서클이 없지만, 충분한 마나가 모인다면 서클을 새길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은 자신을 마법사라고 칭해도 문제가 없으리라.

    루크는 당당하게 외쳤다.

    “나는 마법사라서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어린아이의 억지로 들린 예르나는 단숨에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마법사도 눈 나빠져!”

    “그, 그럴 리가……?”

    그녀의 외침에 루크는 곧바로 당황하고 말았다.

    마법사가 눈이 나빠진다니, 그게 대체 무슨 농담이란 말인가?

    “거, 거짓말이다! 마법사가 눈이 나빠진다니!”

    “그러면, 루는 지금 언니가 거짓말쟁이라는 거야?”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한껏 열이 올라있던 머리에 차가운 물이 뒤집어 씌워지는 듯 한 충격을 느꼈다.

    지금 대체 자기가 무슨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애초부터 그 아티팩트의 주인은 그녀였고, 그녀는 자신에게 순수한 호의로써 대해주는 착한 엘프다.

    그런데 자신은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린 것인가.

    “그, 그건……. 아니지만…….”

    학구열로 뜨거워졌던 머리가 식자, 들이닥치는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실제로 5000년 이후의 알 수 없는 아티팩트다.

    실제로 마법사조차 눈이 나빠지도록 하는 강력한 위험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걱정했을 뿐이었다. 

    순수한 호의로.

    ‘그런데 내가 방금 한 것은 단순한 어린애 떼쓰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루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예르나.”

    “…….”

    예르나는 두 손을 허리로 가져가 말해보라는 듯이 턱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에 루크는 한껏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춰 사과를 읊었다.

    “방금 보인 추태에 사과하지, 정말이지……. 그저 너무 신기한 아티팩트를 보았기에 그랬던 것이다. 부디 용서해주겠는가? 내 앞으로는 그대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할 테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게나.”

    “……푸흡.”

    예르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푸하하하하!”

    “왜, 왜 그러는가?”

    “그게, 다 무슨 말이야! 루, 너 혹시 그런 거 외우고 다니니?”

    “이, 이건 그냥 말한 것이다만…….”

    루크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너무 놀리지는 말거라…….”

    “푸하하하! 애늙은이야, 정말!”

    “…….”

    애늙은이라, 루크는 정확히 그 말이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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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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