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

     

    창밖으로 내다본 아셀라는 열넷이라는 나이에 퍽 어울리는 분위기를 했지 싶었다.

     

    황녀답게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풍성하게 부풀려 입었다.

     

    버드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면 드레스 사이로 아셀라의 얇은 실루엣이 드러난다.

     

    보송한 목선에서 이어진 그녀의 깨끗한 어깨가, 무심코 옷깃에 가려진 몸짓을 상상하게 만든다.

     

    꽃들을 바라보는 무심한 표정에는 호기심이 한 스푼 담겼다.

     

    마치 내가 아는 미친 악녀와는 별세계의 존재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이쁘긴 이쁘네.

     

     

    “아니지.”

     

    저 소녀가 제국의 13대 황제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애써 치워냈다.

     

    나를 몇 번이고 죽음에 처하게 했던 악녀다. 아무리 어린 모습이어도 속을 생각은 없었다.

     

    “우선 상황 파악이 우선이야. 한 달이 아니라 10년 전으로 돌아왔지. 부작용은 없나?”

     

    상태창에 한 가지 문구가 눈에 띈다.

     

     

    [모든 플레이타임을 사용하였습니다.]

    [앞으로 회귀가 불가능합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었다.

     

    “상관없어. 충분해.”

     

    꽉 막힌 한 달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10년을 한 번 사는 게 낫다.

     

    10년도 아니다.

    이번 삶에 배드엔딩은 없다.

    천수를 누리고 가야지, 안 그래?

     

    심지어 특전은 하나 더 있었다.

     

    “엔딩리스트.”

     

    상태창에 목록이 주르륵 표시됐다.

     

     

    ―――――――――――

     

    ○ 엔딩 리스트

     

    각 엔딩이 현재 시점에서 발생할 확률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발생 확률이 0%가 된 배드엔딩은 목록에서 제거되며, 이후 발생하지 않습니다.

     

    · 배드엔딩

     

    No. 001 : 용군단 (New!) 42%

    No. 002 : 대붕괴             22%

    No. 003 : 백인의 효수     87%

    No. 004 : 달콤한 독        56%

    No. 005 : 마왕군 승리     73%

    ……

    No. 101 : 마력폭주           4%

     

    ―――――――――――

     

     

    “와, 징글징글하네.”

     

    그동안 리스트로 정리되어있진 않아서 이만큼이나 모인 줄은 몰랐다.

     

    친절하게 번호까지 매겨놨네.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다 내가 경험했던 죽음들이다.

     

    개중에는 여러 번 경험했던 배드엔딩도 있다. 가령 5번, 마왕군 승리의 경우 마왕과의 최종전에서 패배하면 등장한다.

     

    “어우, 소름 끼쳐.”

     

    글자 하나하나에 불쾌한 기억뿐이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리스트는 더 이어졌다. 스크롤을 내렸다.

     

     

    ―――――――――――

     

    · 노멀엔딩

     

    · ■■■■■■ ■■■ ■■■ 0.1%

    · ■■■ ■■■ ■■ ■■■   0.3%

    · ■■■ ■■■■■                0.2%

     

    · 굿엔딩

     

    · ■■■ ■, ■■ ■■■■    0%

    · ■■■■, ■■■, ■■■■ 0%

    · ■■■ ■■                         0%

     

    · ■■■■

    · ■■■■ ■■■ ■■■ ■■■■ 0%

     

    ―――――――――――

     

     

    “있긴 있었구나?”

     

    노멀, 굿 엔딩도 착실히 리스트에 있었다.

     

    “지금부터 아무 것도 안 하면 등장할 확률이라는 소리겠지.”

     

    아니, 확률 쓰레기잖아.

     

    굿엔딩은 발생 확률이 0이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소해야겠어.

     

    “확률은 앞으로 내 행동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인가.”

     

    굿엔딩도 확률이 생기려나.

    이건 실험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이제 정말 준비하셔야 합니다.

     

    상태창을 좀 더 체크하고 싶었건만 주어진 여유가 많지 않은 듯했다.

     

    아셀라는 내 혼약자이자 제국의 황녀다.

     

    황비와 함께 내 가문을 방문했는데 후작 가문의 혼약자가 마중 나가지 않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다.

     

    애초에 해가 중천인데, 지금까지 퍼질러 자고 있던 놈이 폐급이지.

     

    ‘원작에서 나, 라스 고트베르크는 가문의 수치라 불리는 망나니인 인물이야.’

     

    지금 가문에서 내 지위나 평가는 밑바닥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 큰 저택에서도 제일 구석 별관에 처박아놓고, 오늘 같은 날에도 문제를 일으킬까 구태여 미리 깨우지도 않았겠지.

     

    ‘십 년 후의 나는 가문도 잃었고, 몸도 약하고, 주변의 멸시만 받아.’

     

    이런 상태가 이어져봤자 똑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지금부턴 달라져야 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어이쿠, 일어나 계셨습니까?”

     

    집사가 깜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얼굴이 생각날 듯 말 듯 했다.

     

    ‘분명 내 담당 집사인 시버스였지.’

     

    내가 그에게 차분히 대답했다.

     

    “좋은 아침이야, 시버스.”

     

    “어엇… 예, 예에.”

     

    내 대답에 시버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했다.

    이놈이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눈치였다.

     

    “바로 준비하지. 정장을 가져다줘. 황녀님께는 마중이 늦어 송구하다고 정중하게 사죄드리고.”

     

    내 요구사항에 시버스가 입을 떡 벌렸다.

     

    “음, 말이 좀 빨랐나? 유능한 자네라면 기억하리라 생각하는데.”

     

    그제야 시버스가 고개를 휙휙 젓고는 빠릿하게 대답했다.

     

    “무, 물론입니다! 다만 도련님이 뭐랄까… 그리 점잖게 말씀하실 줄 몰라서….”

     

    “하하, 약혼녀께서 오시는 날인데 얼 타고 있을 수 있겠어. 아, 다과도 잊지 말고 가져다드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지요!”

     

    허겁지겁 움직이려는 시버스의 어깨를 내가 툭툭 쳤다.

     

    “예, 도련님. 더 시키실 일이라도…?”

     

    “항상 고생 많아, 시버스.”

     

    내 말에 시버스가 울컥했다. 그가 감정이 격해졌다고 쉽게 알 수 있었다.

     

    “왜 그래?”

     

    “아, 아닙니다. 도련님을 모신지 벌써 10년째인데 설마 제 이름을 기억하실 거라곤 생각 못 해서… 맡겨만 주십쇼!”

     

    그가 쌩하니 시킨 일을 하러 달려갔다. 충성심이 높으니 마음에 들었다.

     

     

    시버스와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준비를 마친다.

     

    계단을 내려가 별관 1층으로.

     

    현관을 나서기 직전, 벽난로 위에 멋들어지게 장식된 각종 도검들이 눈에 들어왔다.

     

    “흠.”

     

    주변을 둘러본다. 워낙 빨리 걸어 내려온지라 아직 시종은 안 붙었다.

     

    나는 장식에서 단검 한 자루를 빠르게 뽑아, 허리춤에 숨겨 넣고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걸음을 재촉했다.

     

     

     

    고트베르크 가문은 후작가답게 저택도 여러 채의 건물로 이루어졌고, 부지도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내 방은 그 중 저택의 별관에 위치한다.

     

    아셀라가 거닐고 있는 정원은 별관 바로 뒤편이라, 바로 만나러 갈 수 있었다.

     

    꽃밭에 들어서니 사박, 사박. 구두에 잔디가 밟히는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높게 솟은 버드나무들을 지나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반짝이는 황금빛 머리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싱그러운 바람이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니, 사르륵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쳐온다.

     

    ‘눈빛은 그대론데.’

     

    까마귀의 날개 같은 아셀라의 긴 속눈썹.

    눈꺼풀 위에서 부채질을 하는 것만 같다.

     

    황금빛 홍채는 사막에서 반짝이는 토파즈의 색. 잠깐 정신을 놓으면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인다.

     

     

    아셀라 폰 뷔르템펠트.

     

    제국의 13대 황제가 될 여자이자, 마법의 경지에 오를 자.

     

    아니, 마도병기라고 불러야 할까.

     

    세상을 증오한 나머지, 소유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멸망으로 발을 내딛는 희대의 악녀.

     

    그리고 지금은 내 약혼녀지.

     

    어으, 소름 돋아.

     

     

    “황녀님.”

     

    가볍게 그녀를 부르니 조막만한 입술에서 대답이 되돌아온다.

     

    “고트베르크 공자.”

     

    …그 목소리를 들으니 무심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껏 그녀에게 죽은 공포 때문이었을까, 혹은 분노였을까.

     

    자, 말은 걸었다만, 이제 이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까지의 원한을 담아 한 대 때려주고 싶기도 하다.

     

    ‘참자, 참아야지.’

     

    이젠 회귀할 수 없으니까.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여태 아셀라가 썼던 마법을 생각하면 심장이 쿵쿵 울리게 무서워 죽겠거든.

     

    당장에라도 파혼 합의서에 사인한 후 나는 내 할 일 하러 가고, 이 악녀는 제 갈 길 가고. 그럼 참 좋겠어.

     

    하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아셀라는 황제가 되고, 높은 확률로 세상을 멸망시키겠지.

    엔딩리스트가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럼 지금 아셀라를 죽이면 어떨까?’

     

    미래의 아셀라는 막강한 권력과 마법을 손에 넣는다.

    사방 어디에도 적이 없어진다.

     

    그런 그녀를 황제가 되기 전인 지금 미리 제거하면, 수십 개의 배드엔딩을 없앨 수 있는 게 아닐까.

     

    …10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이야, 아직 그녀는 악행을 저지르기 전이지만.

     

    나는 아셀라 때문에 수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고, 그녀가 역사에 이름을 새길 최악의 악녀인 건 여지없는 사실이다.

     

    “존안을 뵙습니다. 이렇게 직접 뵙는 건 처음이군요. 고트베르크의 영식이 황녀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아셀라는 슬며시 눈을 내리깔고 나를 살폈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천천히 등 뒤에 숨겼던 단검에 손을 가져가 본다.

     

    슬며시 뽑아 올려 그녀를 암살할 준비를 마친다.

     

    지금의 아셀라라면 아직 대단한 마법을 구사할 수 없을 터.

     

    반면 나는 셀 수도 없이 전장을 굴렀다.

    순식간에 끝내버릴 수 있다.

     

     

    그러자, 상태창의 숫자가 정신없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 배드엔딩

     

    No. 001 : 용군단 (New!) 42% → 0%

    No. 002 : 대붕괴 22% → 0%

    No. 003 : 백인의 효수 87% → 0%

    No. 004 : 달콤한 독 56% → 0%

    No. 005 : 마왕군 승리 73% → 98%

     

    ……

     

    No. 101 : 마력폭주 4% → 100%

     

    ―――――――――――

     

     

    ‘오호라.’

     

    예상대로 그녀가 저지르는 악행에 의한 멸망 엔딩은 대부분이 삭제된다고 나온다.

     

    하지만 딱 하나, 마력폭주라는 배드엔딩의 발생확률이 100%로 뛰어버린다.

     

    ‘분명 아셀라의 마법이 폭주해서 대륙을 전부 집어삼키는 엔딩이었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의 마나에 짓눌려서 온몸이 망가지던, 유쾌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지금 죽이면 그 순간 내부의 마법이 폭주한다는 소리네.

     

    이건 뭐 살아있는 폭탄도 아니고. 하여간 까다로운 여자다.

     

    ‘함부로 죽일 순 없겠어.’

     

    애초에 여기서 암살하면 내가 범인인 게 뻔하니 바로 실행할 수도 없다.

     

    황녀 시해죄로 처형당할 순 없지.

     

    엔딩리스트가 작동하는 구조는 파악했다.

     

    나는 단검을 원위치해 숨겼다.

     

    ‘아셀라가 아직 어린 지금, 배드엔딩을 일으키지 못하게 망가뜨리면 되겠어. 도망치는 건 그 다음이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차가운 목소리가 송곳처럼 고막을 찔렀다.

     

    “안 꺼낼 거야? 그 칼.”

     

    …흠.

     

    망했나?

     

    엔딩 리스트의 숫자 하나가 시뻘겋게 빛나며 불길하게 변동하고 있었다.

     

    [No. 056 : 악녀의 증오 6% → 99%]

     

    ‘아니, 이건 아셀라에게 그냥 살해당하는 엔딩이잖아.’

     

    주로 내가 화를 못 참고 아셀라에게 개기거나, 밉보이거나, 싸움을 걸면 나오는 엔딩이었다.

     

    큰일 났네.

     

    배드엔딩, 당장에도 발생할 수 있었구나?

     

    이 여자를 너무 얕봤다.

    등 뒤에 감춘 단검을 알아챌 줄이야.

     

    ‘쓰읍.’

     

    이렇게 된 이상 임기응변이다.

     

    “물론 꺼내야지요. 사내가 한 번 잡은 검을 뽑지 않으면 수치 아니겠습니까.”

     

    “배짱은 좋네.”

     

    “대신 황녀님도 등 뒤에 감춘 그것을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내 제안에 아셀라가 망설였다.

     

    나와 만났을 때부터 아셀라도 양손을 등 뒤로 숨기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날 있었던 일화에 대해 들었다.

     

    아셀라는 정원에서 노란 장미를 꺾다가 내게 구박을 당했다고 했다.

    남의 가문 물건을 함부로 망가트렸다면서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던가.

     

    그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나.

    역시 여자의 원한은 깊다.

     

    아셀라가 계속 머뭇거렸기에 내가 한 번 더 강하게 말했다.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손에 든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혼약자 사이니까요.”

     

    “…그대 말도 일리가 있어.”

     

    아셀라가 숨겼던 장미꽃을 우수수 바닥에 떨어트렸다.

     

    아무리 혼약 관계라도 남의 가문이다.

     

    허락 없이 정원을 망가트린 건 사실이지. 그녀도 잘못인 건 아는지 조금 긴장한 티가 느껴졌다.

     

    나는 단검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단검으로 장미의 줄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뭐 해?”

     

    “아름다운 꽃엔 그만큼 가시가 많은 법이지요. 행여나 황녀님께서 손에 상처라도 입으시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단검으로 사각사각 줄기의 가시를 일일이 발라낸다.

     

    “어떻게 알았어?”

     

    “제 방, 저 위쪽입니다.”

     

    고개를 까닥여 내 방을 가리켰다.

     

    “위에서 황녀님의 모습이 보였지요. 꽃을 꺾으시는 모습이 보이셔서 준비했습니다.”

     

    “흐응.”

     

    안 먹혔나?

    아무리 봐도 구라 같았나?

     

    멍청한 장미 같으니.

    차라리 암살자라도 하나 나타났으면 그놈을 찌르면 됐는데.

     

    아니지.

    암살자가 나구나.

     

    제발 그냥 넘어가라. 속으로 빌면서 열심히 장미 줄기를 갉아내는데 갑자기 탁.

     

    아셀라가 허리를 숙이고는 내 턱을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깊은 금색의 홍채가, 나를 잡아먹을 듯 빨아들이려고만 한다.

     

    “너, 조금 있다가 내 방으로 와.”

     

    아셀라는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기억에 있는 미소였다.

     

     

     

    ―――――――――――

     

    · 알림 : 엔딩 발생 확률이 변동하였습니다.

     

    · 배드엔딩

     

    No. 056 : 악녀의 증오 99% → 21%

     

    · 굿엔딩

     

    · ■■■ ■, ■■ ■■■■

       0% → 0.04%

     

    · ■■■■

    · ■■■■ ■■■ ■■■ ■■■■

        0% → 0.001%

     

    ―――――――――――

     

     

     

    다음화 보기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