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

       ‘베르그송 자작의 저택’은 TT3의 프롤로그 스테이지였다.

         

        TT1과 TT2에서 원더스타인의 음모를 두 번이나 분쇄한 용사들이, 어느 지역에서 괴물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베르그송 자작의 영지.

         

        그곳은 이미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을별로 방책을 세우고, 병사들을 모집하여 괴물의 침입을 경계했다.

         

        -오오, 소문의 그 용사들이시군요. 잘 오셨습니다.

        -네. 괴물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은 사실입니다.

        -괴물들은……우리 영주님의 저택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저택 안은 괴물에 의해 점령됐습니다. 영주님도 아마…….

         

        베르그송 자작은 원더스타인에게 엮여 불행한 최후를 맞은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으로, TT3 시점에서 찾아가 보면 괴물이 된 저택 사람들과 보스로 등장하는 자작을 만날 수 있었다.

         

        -아아, 내가 속았다. 그 악마에게 속았어!

         

        피눈물을 흘리며 한탄을 하는 여인.

         

        저택에 남겨진 일지들을 조사하면, 베르그송 자작이 괴물서커스단의 후원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자작의 병을 치료해주고, 그 대가로 후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악마와의 계약에는 항상 함정이 있는 법.

         

        원더스타인은 병을 치료해준 대신 그녀의 몸에 괴물의 씨앗을 심어 두었다.

        그것이 TT3 시점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그것은 몇 년 뒤의 이야기다.

         

        지금 자작은 여전히 병에 걸려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후원을 받아내기 위해 가는 중이었다.

         

        아직 나는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따라오십시오.”

         

        우리를 안내하는 자는 저택의 노집사로 오랫동안 베르그송 가문을 섬겨온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도 게임에서 등장했다.

        비록 유령의 모습이지만…….

         

        -저 때문입니다! 제가 그 악마를 저택에 데려왔습니다! 자작님의 병을 치료해준다며…….

         

        그는 주인에게 원더스타인을 소개한 자신을 저주했으며, 괴물이 된 자작을 죽여 부디 평안을 되찾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더스타인의 입장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그를 보는 것은 꽤 기이한 일이었다.

         

        따그닥 따그닥-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 안은 조용했다.

        엘라는 입을 꾹 다물고 창밖만 바라봤다. 그녀는 공식적인 용건 외에는 나랑 엮이기 싫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엘라.

        괴물서커스단의 부단장.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TTT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혹시 다른 이름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 해서 그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검은색 단발머리.

        나이는 16살이었던가?

        만 나이에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이군.

         

        동글동글한 얼굴 때문에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귀여운 인상의 소녀다.

         

        황금색의 구부러진 견장이 덧대어진 붉은색 연미복.

        안에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고, 목에는 검은색 띠를 리본처럼 둘렀다.

        그리고 아래로는 검은색 치마에 종아리를 덮은 흰색 양말과 갈색 구두가 보였다.

         

        ‘뭘 봐.’

         

        엘라가 입을 뻐끔거리며 날 노려보았다.

        절대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다.

        나와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적혈귀, 거미 여인, 해골 광대, 붕대 감은 남자, 세쌍둥이 등, 다른 단원들의 ‘사연’을 떠올려봤을 때, 그녀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애초에 TTT에 원더스타인이랑 엮여서 좋은 꼴을 겪은 등장인물이 없었다.

         

        나는 지팡이 손잡이 끝에 달린 은제 장식을 톡톡 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엘라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서브 퀘스트-후원자

        : 이 서커스단은 후원이 필요합니다.

         

        달성조건

        : 베르그송 자작으로부터 후원을 받아내십시오.

         

        성공 시 보상

        : [데볼루트 +5]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서브 퀘스트라.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건가?

         

        하지만 프리퀄이라 하면 무조건 본편에 나온 그대로 진행해야 하지 않나.

        나도 원작대로 괴물의 씨앗을 자작의 몸에 심어둬야 하는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TT1과 TT2의 서브 퀘스트에도 선택지가 있었다.

        어떤 캐릭터를 돕느냐 돕지 않느냐,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의 일부가 달라졌다.

       

        후속작이 나왔을 때, 그때 나왔던 조연들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 간간이 암시되곤 했다.

        그건 전작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즉,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무고한 이를 내버려 둘 수도 있고, 나쁜 놈을 살려줄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것을 즐길 순 있지만, ‘정사’라는 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해 내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건 상관없다는 말도 된다.

        무조건 내가 TTT에서 봤던 내용대로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자작의 병을 치료하건 치료하지 않건, 후원을 받아내건 받아내지 못하건 세상은 그대로 흘러갈 것이다.

        이대로 서커스단을 그대로 해체 시키고 산속에 들어가 사냥이나 하면서 살아가도 상관없다.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TT1의 시작 시점까지 ‘살아남는 것’만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진짜로 당장 다 때려치우고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를 따라가는 게 원작의 정보를 활용하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무엇보다 보상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마차는 저택에 거의 다다랐다.

         

        ***

       

        아나이스 베르그송.

         

        제랄 베르그송 자작의 외동딸로, 2년 전, 자작이 사망하면서 그의 작위와 전 재산을 물려받았다.

         

        작위에 딸려오는 것은 샤를로티아 남부의 작은 영지와 아담한 저택이 전부였지만, 그녀에겐 그 외에도 막대한 상속금이 있었다.

         

        제랄은 대상회의 주인이었다.

        놀라운 선구안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베가스의 은행에서 이런 시골 영지에 전담 은행원까지 파견할 정도로 그는 재계의 거물이었다.

         

        그가 남긴 재산이 어찌나 많은지 상속 관련으로 수십 명의 변호사와 회계사가 동원될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도 아나이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그녀에겐 불치병이 있었다.

         

        -쉬익, 쉬익.

         

        바람이 새어나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방 한구석에는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의 기계가 있었다.

         

        기계는 그녀의 등에 박힌 날카로운 금속관으로 끊임없이 공기를 펌프질했다.

        그녀가 입과 코를 덮고 있는 마스크로는 고압의 산소가 주입되었다.

         

        최신 마공학 기술이 집약된 인공호흡기.

        그녀는 이것을 4살 때부터 달고 살았다.

         

        그녀가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때는 씻기 위한 몇 분 동안뿐이었다.

        그 외엔 언제나 쓰고 있어야 했다.

         

        식사도 거의 불가능했다.

        잠깐 물 마시는 것 정도나 가능할까?

         

        등에 삽입된 다른 관으로 영양 정제액을 주입받았다. 카스티야의 연금술 길드에서 비싸게 공급받는 것이었다.

        그녀의 식비는 매끼 송이버섯을 퍼먹는 것과 비슷하게 들었다.

         

        -쉬익, 쉬익.

       

        거슬린다. 오늘따라 더.

        아나이스는 검토하던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탁자 위에는 내려놓은 서류 외에도 두꺼운 종이뭉치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지쳤다.

        그녀는 주먹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은 엄청났지만, 상당한 성실함과 뛰어난 안목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 성격의 것이었다.

         

        매일 매일 저택으로 오는 서류를 처리하고 또 처리하고…….

        골이 아플 지경이다.

         

        아나이스가 평범한 귀족가의 자제였다면,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운영을 맡겼을 것이다.

        그리고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에 만족하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일을 옆에서 보고 자랐다.

        펜글씨가 익숙해질 무렵에는 아버지의 일을 대신 처리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사후에도 재계에서 베르그송 자작이 가지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회장을 맡은 뒤로 상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쉬익, 쉬익.

         

        상계의 재녀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그녀.

         

        어렸을 때부터 학자들도 쩔쩔매는 어려운 서적들을 독파했고, 아카데미에서 막 나온 최신 논문도 척척 읽고 요점을 파악해냈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혁신을 일으킬지 예측도 해냈고, 모두 적중시켰다.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나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어. 우리 딸은 천재니까!

       

        아버지의 팔불출 같은 자랑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릴 때는 그 말이 큰 의지가 되곤 했다.

         

        그래. 난 천재야. 누가 6살에 광산의 자금 흐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겠어?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응원과 격려는 자랑이라기보다 위로의 의미였다는 것을.

         

        수백억의 돈을 쓰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왕 같은 대접을 받고 살면 뭐 하는가.

        자유롭게 밖을 나다니기도 힘들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도 못하는데.

         

        이 지긋지긋한 호흡기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숨만 쉴 수 있다면, 아나이스는 그깟 명성이건 성공이건 모두 버릴 수 있었다.

         

        수십kg짜리 기계의 보조가 없으면 잠시라도 숨을 쉬지 못하는 저주받을 몸뚱어리.

        그녀가 의료와 마공학 발전에 꾸준히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여기 있었다.

         

        병을 치료하거나 혹은 호흡 보조 장치를 좀 더 편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이 갑갑한 저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세계를 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텐데…….

         

        -쉬익, 쉬익.

       

        똑똑.

        하인이 문을 두드렸다.

         

        “주인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누구의 방문인지 짐작이 갔다.

        집사가 오늘 떠돌이 마술사를 데려온다고 했다.

        어쩌면 병에 대해 뭔가를 알지도 모르겠다고.

         

        집사의 지극정성과는 별개로 그녀는 그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이런 자들이 지겹게 저택을 찾았다. 대부분 자작에게서 몇 푼 뜯어낼 수 없을까 찾아온 모리배들이었다. 별 볼 일 없는 눈속임으로 대단한 마법사로 행세하는 자들 말이다.

         

        몇 번이나 짜증을 냈는데도 집사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듯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만병치료제를 파는 약장수나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 기적의 마법사 같은 자들을 데리고 왔다.

         

        “집사가 데려온 손님이지?

        “아, 아니요. 집사님께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피에르 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숙부님이?”

        “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나이스의 안색이 밝아졌다.

        피에르는 상회의 공동창업주로, 제랄의 의동생이기도 했다.

        냉정하고 보수적인 제랄과 달리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아나이스는 어렸을 때부터 피에르를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랐다. 밖에 나다니지 못하고 책과 벗하는 아나이스는 그의 재치있는 입담을 즐겼고 그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가 좋았다.

         

        아나이스는 반가운 마음에 하던 일을 던져두고 응접실로 향했다.

        맞다.

        가기 전에 삼촌에게 보여줄 서류도 몇 개 챙기고.

        하인들이 바퀴가 달린 기계를 밀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냐, 오랜만이구나!”

         

        응접실에 앉아 차를 즐기고 있던 피에르는 그의 사랑스러운 조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3개월 만이죠.”

        “허허, 벌써 그렇게 됐나?”

         

        둘은 짧게 포옹했다.

        피에르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카의 안색을 살폈다.

         

        아나이스는 어머니를 닮아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러나 불치병이 그녀의 건강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해치고 있었다.

         

        혈관이 비칠 정도로 창백한 피부.

        위태해 보일 정도로 마른 몸.

         

        무엇보다 등에는 금속관이 몇 개나 박혀 있었고, 입에는 바람 새는 소리를 내는 마스크가 있었다.

        예쁜 얼굴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요, 옷을 입어도 태가 제대로 살아날 리 없었다.

        피에르의 눈에 안타까움이 뚝뚝 묻어났다.

         

        “더 창백해진 거 같구나.”

        “일이 늘어서 그래요.”

        “일이 늘었다고? 흠, 이번 분기의 큰 건들은 다 처리했지 않니?”

        “이전의 카리브해 투자 건 때문에요.”

         

        피에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건 이미 결정 난 사안이지 않니?”

        “아무래도 보고서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요. 알잖아요. 제가 직접 다 확인해야 성이 차는 거.”

        “그래. 그랬었지…….”

         

        피에르의 얼굴에서 조카를 염려하는 삼촌의 얼굴이 일순간 사라지며 희미한 짜증이 감돌았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그녀가 가져온 서류철을 넘겨보고 있어서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가 무리할 걸 알아서 내가 일부러 요약본만 보내라고 한 거란다. 그래서 어땠니? 뭔가 문제가 있니?”

        “네. 의심스러운 점이 있더라고요.”

         

        대화의 주제가 사업으로 넘어가자, 아나이스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이럴 때의 그녀는 어린 베르그송 자작도 병약한 아나이스도 아니었다.

        한 명의 철저한 상인이었다.

         

        그녀는 차분히 자신이 사업계획서에서 발견한 수상한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때때로 서류를 직접 보여주며 뭐가 문제인지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피에르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그러니까 플로랜드 지점이 해적과 결탁했다?”

        “매달 일정한 물자가 특정 항로에 통행세 명목으로 보내지고 있더라고요. 아마 그 물자들은 해적섬 프리포트로 흘러 들어갔을 거예요.”

        “해적섬……. 거기는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곳이지.”

        “통행세 명목으로 보내진 물품 중에는 특수한 연금물질도 있어요. 그 물건은 프리포트의 해적 두목 중 한 명이 독점적으로 거래하죠. 이번에 투자 대상으로 결정된 섬 말인데요. 바로 그 해적 두목의 주요 거래 대상인 남작의 소유더군요.”

         

        피에르는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을 닦았다. 뭔가 걱정을 하거나 긴장할 때 땀을 흘리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

         

        “한 마디로 우리 돈이 해적을 후원하는 데 쓰이고 있단 말이냐?”

        “플로랜드 지점을 감사해야겠어요.”

        “알았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조사해 보마.”

         

        피에르는 아나이스의 손에 든 자료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그의 태도에 아나이스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피에르는 재빨리 변명하듯 말했다.

         

        “부끄럽구나……. 네 아버지가 살아있을 적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 제랄 형님의 카리스마가 워낙 막강해서 말이지. 하지만 작년의 회계부정도 그렇고. 이거 참……. 내가 역시 형님의 역량에 못 미친다는 증거가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제랄의 사후, 베르그송 상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그걸 모두 삼촌의 탓으로 돌릴 만큼 뻔뻔하지 않았다.

         

        “문제는 저 때문이죠. 회장이 시골의 저택에 박혀 있는데 상회 내부에 질서가 제대로 잡히겠어요?”

        “넌 잘하고 있단다, 아냐. 네 덕분에 상회의 수익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어.”

        “하지만 상회의 일이라는 게 서류와 숫자만으로 돌아가지 않잖아요? 현장을 찾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꼭 필요하죠. 회사가 그나마 이 정도 유지될 수 있는 게 삼촌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덕분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독설가에 오만하기로 유명한 그녀였다.

        오랫동안 저택에 갇혀 지내느라 사회성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역으로 한 번 마음을 연 사람에게는 순진할 정도로 의지하곤 했다.

        피에르는 조카의 위로에 마음을 다잡는 척하며 속으로 조용히 냉정하게 칼을 갈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열심히 쓰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