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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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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마린이113 : 취소하세요그딴모욕적인언사 마탑윤리위원회에 제소해영구대학원재학형벌을……

         ㄴ ㅇㅇ(1.1) : 오 글레시아 학파에서? 그럼 맨날 아이스크림 공짜로 먹을 수 있음? 개꿀~

         ㄴ 마린이113 : ㅈ.금 이걸 밭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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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난데없이 뜨거워진 갤러리 분위기에 유저들은 환호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나 일어나는 싸움이 오늘따라 새로웠기 때문에?

       

        아니다.

        이미 승패 따윈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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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1.1)

        [미안하다 사실 메테오는 얼음마법이라는 말도 맞다고 생각함]

       

        (주먹 들어올린 개구리 사진)

        쳐맞는 말

       

        [추천 189 / 비추천 1]

       

        — 동의합니다

        — 설레서 들어온 마린이113이면 개추

        — 비추 하나 누군지 뻔히 보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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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를 토해내는 마린이113과 그걸 살살 긁는 수상한 ip의 유동.

        갤질에 익숙한 이들은 대부분 그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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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해라 애 울겠다]

       

        누군지 몰라도 니가 이겼어

       

        — 난 누군지 알 거 같은데

        — ip 꼬라지 보셈 ㅋㅋㅋㅋ 1.1 ㅋㅋㅋ 

        — 진짜네 ㅋㅋ 탑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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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 유동’ 진짜 탑주였냐고 ㅋㅋㅋㅋ]

       

        제국 역사상 최초로 탑주가 윤리 위원회에 기소되는 거 볼 수 있는 거냐

       

        — 진짜로 나오면 웃기긴 할듯

        — 근데 여기 ip 조작 가능한 사람 없지 않음? 진짜 탑주 아니고서야 저거 관리자밖에 못하는 거 아님?

         ㄴ 어허 착한 주딱 의심하는 나쁜 발언~

         ㄴ 쉿!

         ㄴ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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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처음보는 닉들이 늘어나지 않았냐]

       

        이 시간에?

       

        — 모두 지금 기상한 클린 새벽반이었다네요~

        — 유입과 싸울 때도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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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탑 갤러리가 신설된 이래 지금껏 그 주인의 정체가 밝혀진 적은 없었다.

        어떤 학파 소속인지, 몇 위계에 해당하는 마법사인지, 하물며 혼자인지 아닌지 조차 몰랐다.

        이만한 파급력을 가진 커뮤니티를 관리하면서도 특정 될 만한 족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오늘처럼 부계정으로 싸움에 참전할 때면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었다.

        혹시 저 주딱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

        마린이113

        [저놀리던ㅇㅇ은 보세요]

       

        내일 비원의 층에 있는 글레시아 학파 연구실로 오세요

        조수한테 막내의 부름을 받아 왔다고 말하면 안내해줄 거에요

       

        도망치지 말고 꼭 찾아와요

        직접 만나 눈앞에서 깨닫게 해줄테니

       

        — 현피 떴냐?

        — 드가자 드가자~

        — 비원의 층이면 중층인데…….

        — 연구실 위치 노출해도 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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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게시물에 달린 댓글로부터 3페이지가 넘어가기 시작한 시점.

        더 이상 참지 못한 마린이113의 분노를 꾹꾹 눌러담은 글이 올라오자 그 기대감은 절정으로 치닫았다.

       

        절대 응해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모두가 조용히 주딱의 답변을 기다리자.

        잠시 뒤, 마린이113의 글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

        — ㅇㅇ(1.1) : 싫은데? 꼬우면 니가 메릴랜드 관으로 오던지 

        — ㅇㅇ(1.1) : 동상 밑에서 기다려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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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연하지만 현피에 응할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수습생인 내 위계는 고작 1에 불과한데 누굴 마법으로 이겨먹겠어.

        도발을 받아준 이유는 그냥 상대의 얼굴이나 보려던 심산이었다.

       

        메릴랜드 관은 입탑한 수습생들이 가장 먼저 짐을 푸는 기숙사 중 하나.

        유동인구가 많아 신상을 들킬 염려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관리인으로 근무하는 곳이다.

       

        동상 밑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만 확인하고 다시 자러 갈 확률이 30%.

        늦게 일어나 아예 나갈 일조차 없을 확률이 70%.

        평소 나의 수면 패턴을 고려했을 때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해가 뜨자마자 관리실에 들어와 소리치는 불청객 때문이다.

       

        “일어나라 클락, 이 게으른 제자야!”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정체를 확인했다.

        거적데기에 가까운 로브를 입은 여인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주목할 점이라면 일주일 전 사감의 권한으로 설치한 얼음 정수기와 거의 똑같은 높이의 신장.

        즉, 존나게 작다.

       

        “불이 켜져있길래 밤새 공부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또 밤새 이런 걸 보고 있었군. 요즘 애들이란…….”

        “아침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스승님.”

       

        아녜스 아이테르.

        해주학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아이테르 학파의 창시자.

        그런 위대한 마법사가 이런 비루한 곳까지 행차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해주학파는 마탑 내 최악의 비선호 학파. 그에 따라 자금사정도 끔찍하기 때문.

       

        “연구실이 너무 추워서 잘 수가 없다.”

        “거긴 보일러도 없습니까?”

        “화목난로가 있지만 장작값이 비싸구나.”

       

        해주(解呪)의 반댓말이 무엇인가? 바로 저주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마족과 싸우다 저주에 걸리면 치료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교단의 사제나 신성마법을 전공한 마법사에게 찾아가는 거다.

        해주학파 출신 마법사는 리스트의 우선순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술의 원리와 묘체를 파헤쳐 술식을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칠 바엔 깔끔하게 축복 하나 받고 끝내는 게 편하기 때문.

        이렇다 보니 마탑에서 해주학파를 졸업한 마법사가 취직할 곳이라곤 대륙에 한 군데도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딱 한 가지 등용문이 열려 있다.

       

        바로 저주술사의 길을 걷는 것.

       

        얼마나 간편한가. 눈만 딱 감으면 흑마법사 집단인 ‘검은별’을 비롯해 대륙 유수의 악의 조직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데.

        마탑에서 찬밥 신세였던 고학력 인재라면 그쪽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해주학파는 매년 제국 역사에 이름이 남을 걸출한 수배자를 배출하는 중이었다.

       

        이러니 황실을 비롯한 모든 기관에서 지원금이 끊기는 건 말할 것도 없는 수순.

        내 스승을 자처하는 아녜스가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면 사감실에 찾아와 따뜻한 난로에서 몸을 녹이게 된 경위였다.

       

        “학파에 돈이 없으면 나가서 벌어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스승님쯤 되면 다른 마법도 쓸 수 있잖아요.”

        “흠, 지금의 본인은 저주 때문에 운신이 버거운 상태다. 힘을 해방하면 할수록 저주가 더욱 악화되지.”

        “무슨 저주에 걸렸는데요?”

        “키가 작아진다. 끔찍한 일이지.”

       

        한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진실을 고백하는 그녀.

        이미 얼음 정수기와 비슷한 수준인데 줄어든다 해도 별 다를 거 없지 않나?

       

        어쨌거나 신입 문하생도 끌어모으고 학회에도 나가는 등 나름대로 학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었다.

        그를 위해 붙잡은 동앗줄 하나가 나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클락아, 너도 이제 슬슬 탑을 오를 때가 되었다. 내가 널 마탑에 들여보내 줬지 않느냐.”

        “그때 분명 천천히 도전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네가! 4년씩이나! 이런 최하층에서 밍기적 거릴 줄은 몰라서였지!!!”

       

        마탑에 들어온 수습생들의 목적은 바로 탑을 오르는 것이다.

        특히 1층은 말 그대로 통과의례에 가까운 시험으로 마법에 재능의 편린이라도 있다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광장 앞 ‘전지(全知)의 비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얻고자 하는 비원을 고할 것.

        그러면 도전자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탑을 오르는 길이 비석의 별자리판에 새겨진다.

        비석에 새겨진 별의 갯수가 많을수록 얻을 수 있는 기연도 늘어나기에 위계를 높인 뒤에 이름을 새기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나처럼 오랫동안 1층에 머물러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지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은 이해한다. 그래도 비석에 이름 하나 적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

        “쉽지 않음.”

        “대체 뭐가 말이냐!! 딱 20층, 아니 10층까지만 올라와도 네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이 많단 말이다!!”

       

        발을 쿵쿵 구르는 행동마저 귀여운 조카의 투정처럼 보이는 걸 보니 과연 저주가 위력적이긴 한가 보다.

        그러나 귀여움만으론 날 설득할 수 없었다.

       

        “때 되면 알아서 올라갈 테니 우선 잠이나 자세요. 여기 이불 데워놨어요.”

        “지금 내 말을 제대로 듣기나……!”

        “전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하니까 가실 때 문만 잠그세요. 맞다, 코코아도 있는데 한 잔 드릴까요?”

        “저, 정말인가……!?”

       

        따뜻한 잠자리와 달콤한 음료를 미끼로 던져둔 뒤, 로브를 걸치고 사감실을 나왔다.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 서둘러야 했다.

       

        아침부터 강의를 들으러 가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복도와 계단.

        기숙사 입구엔 칼레이도스 학파를 설립한 메릴린의 동상이 서 있었다.

        이 메릴랜드 관이 바로 그녀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어디 보자, 혹시 진짜로 나왔나?”

       

        지금까지의 경험 상 현피를 신청한 상대방이 역으로 안 나왔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존재했다.

       

        이유야 뻔하다. 한숨 자고 다음 날 다시 생각해보면 머리가 냉정해지기 때문.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다툼은 대개 현실에서도 얼굴 붉혀가며 싸울 정도로 진지한 문제가 아니다.

        정작 만나서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고.

       

        그러나 내 예상을 뒤엎고 상대방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둘씩이나.

       

        “비나, 이제 그만 돌아가자니까? 여긴 시작의 층이야. 멋대로 내려온 걸 밀로네 님께 들키면 혼난다고!”

        “그럴 순 없어요.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멀리서부터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끌어당기는 두 명의 여인.

        그녀들의 면면을 살피던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위치 노트를 꺼냈다.

       

        ====

        [미친 지금 메릴랜드 관에 칠현자 직계 떴음]

       

        여기 사람 존나 많은 듯 다들 구경 옴

       

        — 순혈 말하는 거? 걔들은 등반 프리패스인데 왜 내려옴?

        — 지금 가면 볼 수 있냐 나 입탑 3년차인데 여지껏 얼굴도 못 봤음

        — 저번에 시험 감독일 때 딱 한 번 봤는데 말도 못 걸었다 생긴 것도 그렇고 걍 사는 세상이 다르더라

        ====

       

        갤러리엔 이미 실시간 중계가 달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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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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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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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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