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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마음에 안 들어요.]

       

       “네? 어떤 점이요?”

       

       [저만 못 봤잖아요! 마음에 안 들어요!]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작가님이 그렇게 쉽게 풀릴 성격은 아니긴 했어.

       

       

       “하지만 작가님, 이미 지나간 일인걸요. 작가님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요! 한 마리 더 습격하게 할 거에요!]

       

       “네?”

       

       [어차피 급조한 설정! 어디 보자. 임신한 어미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불법 사육장에서 벗어난 마수가 구슬프게 울었다.]

       

       “아니, 잠깐만요. 작가님.”

       

       [복수심에 휩싸인 아비 마수가 그녀를 처치한 인간들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

       

       

       듣지도 않네.

       

       좋아, 아무래도 우리 작가님이 크게 실망하신 모양이다.

       

       최대한 빨리 설득해서 없던 일로 만들어야···.

       

       콰아앙!

       

       

       “한 마리 더 있다고?!”

       

       “학생, 피해! 위험해!”

       

       “아직도 대피 안 시킨 거 누구야?!”

       

       

       엄청나게 빠르네, 젠장.

       

       아니 그것보다. 왜 내 눈앞에 나타나세요?

       

       

       [아, 위치 설정을 안 했다.]

       

       

       작가님···! 뭐 하시는 거에요!

       

       

       “크르르르르르···.”

       

       “자, 착하지 멍멍아. 가만히 있자? ···손?”

       

       “크아아아앙!”

       

       

       그래, 안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분노에 눈이 돌아간 마수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게 누구겠어? 당연히 나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위압적인 모습에, 반사적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크륵?!”

       

       “후우, 깜짝 놀랐잖아요.”

       

       [미, 미안해요. 독자님.]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돼요. 다음은 없겠지만.”

       

       

       그래, 다음은 없다.

       

       아무리 작가님이라도 시간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 이미 지나간 일, 떼를 쓴다고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히잉···. 소중한 주인공의 첫 활약상, 보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남은 반장갑의 한쪽마저 모두 풀려버리고, 스타킹의 올이 풀려나가며 새하얀 맨다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풀린 실들이 강당의 이곳저곳에 달라붙은 채 마수의 네 다리와 몸통, 목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붙들어 맨 결과.

       

       내게로 쏜살같이 달려오던 마수가, 그 모습 그대로 멈춰 서게 되었다.

       

       

       “크르르···!”

       

       “쓰읍, 움직이지 마세요.”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마수를 제지하기 위해 추가로 실을 투입해 더욱 옭아맨다.

       

       아예 박제된 것처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약간 굴비 같기도 하고.

       

       그러게 누가 나 공격하래?

       

       

       “그나저나, 곤란하네요.”

       

       [왜요? 마수를 손쉽게 제압한 수수께끼의 신입생! 이건 이것대로 좋은 전개인데.]

       

       “으음, 그게. 뭐라고 해야 할지···.”

       

       

       슬쩍 내 몸을 살펴보았다.

       

       어느샌가 착용했던 반장갑은 물론, 다리를 감싸던 검은 스타킹도 모두 풀려 저 마수를 옭아매고 있었다.

       

       이 실들로 마수를 묶어버린 건 좋은데 말이야.

       

       당황해서 너무 많이 써버렸다.

       

       

       “흐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빨리 죽이죠! 주인공과 수수께끼의 미소녀가 입학식을 습격한 마수를 한 마리씩 제압! 이거 메인 히로인의 정석이거든요!]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요···.”

       

       

       아니, 메인 히로인 운운이 아니라.

       

       빨리 죽이라는 쪽 이야기다.

       

       누가 메인 히로인 같은 거 한대?

       

       난 남자였다고. 그런 거 할까 보냐.

       

       지금 나는, 내가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의복을 모두 사용한 상황이다.

       

       반장갑과 스타킹.

       

       남은 건 뭘까?

       

       뭐겠어. 레오타드랑 교복이지.

       

       왜 속옷이 아니라 레오타드냐고? 그건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다.

       

       첫째, 여자의 속옷을 입는 게 부담스러워서. 레오타드는 딱 붙는 수영복 입는 기분이라 좀 낫더라.

       

       둘째, 속옷보다 레오타드가 실이 훨씬 많이 뽑히니까.

       

       

       “생각보다 너무 많이 사용했네요.”

       

       [독자님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능력에 익숙해지면 손쉽게 제압이 가능할 거에요!]

       

       

       여기서 문제.

       

       쓸 수 있는 옷감이 레오타드와 교복이라면, 뭐부터 써야 할까.

       

       내 능력은 피부에 닿은, 내가 입고 있는 의복의 실을 뽑아내는 능력. 작가님이 줬다.

       

       그런데 스타킹이 없으면 치마도 내 피부에 닿거든.

       

       레오타드를 쓰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옷감으로 죽일 수 있다.

       

       다만 사용한 실은 되돌아오지 않기에, 잘못 뽑아버리면 교복만 입고 아랫쪽은 아무것도 없는 노출증 치녀가 될 수도 있어서 조금···.

       

       레오타드에서 실을 뽑는 연습은 해본 적 없단 말이야. 실수로 어깨 쪽을 풀기라도 하면 대참사라고.

       

       그렇다고 교복을 사용하는 것도 꺼려진다.

       

       치마의 길이를 줄이는 식으로 땜빵이 가능하지만···.

       

       안 그래도 짧다고 느껴지는 이 치마를 더 줄이라고?

       

       레오타드의 실을 풀어 대참사 혹은 안전권의 도박을 하느냐, 교복을 사용해 조금 부끄러워도 안정적으로 처리하느냐.

       

       지금, 나는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실로 동강 냈으면 좋았을 텐데.

       

       공이 날아오면 반사적으로 잡듯, 다가오는 마수를 나도 모르게 묶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실을 사용해버렸고.

       

       아직 미숙해서 이미 뽑힌 제압용 실을 살상용 실로 바꾸는 건 힘들다고.

       

       

       “학생! 그대로 묶고 있어!”

       

       “뭐해?! 빨리 주변을 경계하지 않고! 다른 놈이 올지 모른다고!”

       

       “네, 넵!”

       

       [아, 쟤들 있었지]

       

       “선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으시네요?”

       

       [뭐, 그야 엑스트라니까요. 주인공의 스승 역할이 아니면 별 관심 없어요.]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선생들이 정신을 차린 건지, 내가 묶어둔 마수의 숨통을 대신 끊어주었다.

       

       다행이다. 치마 짧게 줄이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부끄럽단 말이야.

       

       

       

       ***

       

       

       

       유시우는 뒤통수가 따갑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침에 봤던, 그 수상한 여자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카데미 신입생이었나···?’

       

       

       처음 봤을 때는 워낙 수상해 보여 입고 있는 복장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아카데미 학생이었구나. 그것도 나와 같은 신입생.

       

       외견만 보고 수상하다고 생각했다는 걸 느꼈으려나.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절묘한 타이밍에 고개를 돌려 교장을 바라보는 그녀.

       

       이상하다, 분명 보고 있었다고 느꼈는데?

       

       사과라도 하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타이밍이 잘 맞지 않나 보다.

       

       주변의 선생님이 신경 쓰여 다시 고개를 돌리자, 다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역시 화가 난 걸까.

       

       해산할 때 그녀가 사라지는 위치를 잘 보고, 직접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녀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작가님. 저희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눠봅시다.”

       

       

       ···?

       

       작가님은 누구지?

       

       주변에 글을 쓰는 친구라도 있나, 생각해서 가볍게 넘기려고 했다.

       

       남의 사담을 주워듣는 건 나쁜 일이니까.

       

       우연히 들은 거지만, 주변의 학생들조차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다.

       

       모르는 척해 주는 게 좋은 일이겠지.

       

       ···다음 이야기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기, 혹시 마수가 언제 나타나는지는···?”

       

       

       마수?

       

       시우는 깜짝 놀랐다.

       

       마수가 나타난다니?

       

       이곳은 아카데미.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대도시의 한가운데, 노른자 땅에 위치한 장소다.

       

       마수는 도시의 외곽, 분쟁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시에서 마수가 나타나는 게 가능하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따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 시우는 차가운 액체가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섬뜩함을 느꼈다.

       

       아까, 마수가 언제 나타나는지 물었지.

       

       

       그리고 방금, 그녀는 믿고 싶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설마···.

       

       이제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죄책감마저 사라진 채, 시우는 최대한 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허리춤에 걸려있는 자신의 검을 매만지면서.

       

       

       “교장의 훈화가 끝나고, 박수가 멎으면 마수가 천장 위에서 습격한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우는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다른 신입생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강당의 천장. 한가운데에 조경을 위해 유리로 만들어진 부분의 아래로 걸어갔다.

       

       저곳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곳 이외에 천장에는 마수가 습격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아카데미의 신입생이 마수가 습격하는 것을 알고 있다니.

       

       그러나 기이하게도 시우는 홀린 듯이 그녀의 말을 믿었다.

       

       첫 만남에 언뜻 보였던, 불길하게 번뜩이는 두 눈이 신경 쓰여서 그랬을까?

       

       

       “···를 끝으로,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마칩니다. 다들 박수!”

       

       

       자신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학생들 몇 명의 시선은 부끄러웠지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피해망상에 걸려 잘못 들었던 거라면 좋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누가 그랬을까?

       

       언제나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루어진다고.

       

       시우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정말로 천장에서 마수가 습격해왔다.

       

       

       “마, 마수다! 3급이야!”

       

       “3급 마수가 왜 학교에···!”

       

       “모두 대피해, 어서!”

       

       

       신입생들이 황급히 선생들의 손에 인도되어 멀어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그녀의 행동이 매우 궁금했으나, 눈앞의 마수를 처치하기 위해 시우는 온 신경을 마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수와의 신경전 끝에 입을 베어내는 데 성공한 이후.

       

       학생들을 재빠르게 대피시킨 선생님들이 마수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학생,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대단한 실력이야. ···그래도, 일단 자리를 비키렴. 이곳은 선생님들이 맡으마.”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이후,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진 그녀를 찾아 강당을 재빠르게 둘러보았다.

       

       그녀는 어디로 갔지?

       

       그녀의 위치를 알아챈 것은 그 직후였다.

       

       굉음과 함께 이번에는 벽이 터져나가며 마수가 등장했으니까.

       

       

       “한 마리 더 있다고?!”

       

       “학생, 피해! 위험해!”

       

       “아직도 대피 안 시킨 거 누구야?!”

       

       

       마수의 바로 앞에서, 느긋한 몸짓으로 그녀가 말했다.

       

       

       “자, 착하지 멍멍아. 가만히 있자? ···손?”

       

       

       3급 마수를 상대로 저렇게 여유롭다니.

       

       그녀를 향한 의심이 증폭된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수가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고 쇄도하기 시작했다.

       

       ···왜 움직이지 않지?

       

       내가 잘못 판단한 건가? 이제 와서 움직여도 늦어!

       

       마수가 쇄도했음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당황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그녀의 주변에서 나타난 검은 실들이, 마수를 옭아맸다.

       

       

       “후우, 깜짝 놀랐잖아요.”

       

       

       전혀 깜짝 놀란 표정이 아니면서.

       

       손쉽게 마수를 제압해놓고, 정말로 놀랐다는 듯이 말하는 그 모습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돼요. 다음은 없겠지만.”

       

       

       분명 웃고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알 수 없는 한기가 느껴졌다.

       

       실에 묶여 온몸을 뒤틀던 마수도 그것을 느꼈는지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자비없이 실들을 더욱 추가해 그 몸을 옥죄는 그녀.

       

       

       “쓰읍, 움직이지 마세요.”

       

       

       그래, 다음은 없다는 게 그런 뜻이었구나.

       

       마수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올 때까지 농락하는 모습을 보며 시우는 생각했다.

       

       수상하다.

       

       그녀에게는 분명, 무언가가 있어.

       

       그녀를 향한 의심이 짙어질 무렵, 그녀의 입에서 또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말이 튀어나왔다.

       

       

       “선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으시네요?”

       

       

       마치, 목표는 학생들이라는 듯한 말투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프롤로그 하나 있던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매우매우 크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100화 넘게 썼던 소설 완결낼때까지 후원을 94코인 받았거든요?

    그런데 어제 1화 올리기도 전에 100코인을 후원받았어요.

    세상에.

    그래서 제가 큰 마음 먹고 하나 저질러버렸어요.

    표지를, 신청했습니다!

    큰맘먹고 비싼거 질렀어요.

    저어기 노벨피아 상위권에 자주 보이는 소설들 표지 만드시는, 엄청 유명하신 그림작가님이세요.

    아마 여러분도 제가 밝히면 누군지 알걸요. 하지만 올리기 전에는 말 안할래요. 서프라이즈야!

    그런데 현재 하고계신 일이 있으셔서, 작업은 1~2주 정도 뒤부터 시작이라고 하네요. 만들어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죠?

    그러니 독자님들은 저와 함께 두근두근 대면서 표지를 기다리면 되는거에요.

    아, 기대된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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