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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웹소설에 보면 흔히들 나온다.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날아가거나, 읽던 소설 속으로 환생하는 이야기들이.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걸 직접 겪게 되기 전까지는.

       

       “이게 왜 되는데?”

       

       깨어난 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시계가 없으니 얼마나 지난 지도 알 수가 없었다.

       

       차분히 지난 일들을 되짚어 보자면….

       

       “방울을 흔들었는데, 번개를 맞고…”

       

       그것도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았다.

       

       막 일어났을때는 번개를 맞고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은 내가 살아있음을 열렬히 대변해주고 있었다.

       

       번개를 맞고 살았으니 참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 생각하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왔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억들 때문에 머리가 계속해서 지끈거렸던 것.

       

       “그러니까….내가 크리스라는 사람인 거지?”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을 왜 믿느냐고?

       

       지금 물가에 비친 얼굴이 명백하게 내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하얀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

       머리만큼이나 하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갈색의 머리가 하얗게 변한 것을 빼면 기억속에 있는 크리스라는 인물의 얼굴과 정확히 일치했다.

       

       고개를 수그리니 다시 온몸이 아파 왔다.

       

       벼락을 맞은 건 원래의 몸 만이 아니었다.

       

       산속에 있던 이 크리스라는 사람도 똑같이 벼락을 맞은 것이다.

       

       내 몸이 아니었지만, 고통은 같았다.

       

       “….뒤지겠네.”

       

       온몸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드득-

       

       기지개를 피며 몸을 푼 나는 허리에 꽂아놨던 물건을 빼서 손에 쥐었다.

       

       “이게 그 방울이겠지?”

       

       뭘로 만든 건지 푸른색을 띄는 팔뚝 만한 길이의 얆은 막대.

       

       

       그 위에는 똑같은 재질의 푸른색 방울 세 개가 달려 있었다.

       

       아마 벼락을 맞기 전에 들었던 소리의 주인이 이 방울인 것 같았다.

       

       “이세계 특전 같은 건가?”

       

       그래도 명색이 무당이라고 상태창 같은 것 대신 방울을 줬나보다 생각했다.

       

       귀신도 보고 살았고, 눈 떠보니 다른 세계에 와 있었으니 새삼 갑자기 생겨난 방울은 그리 신기하지도 않았다.

       

       생긴 것도 신비하니 취향에도 딱 맞았다.

       

       무심결에 방울을 흔들어 보려 손목을 움직이던 나는 소리가 나기도 전에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흠칫.

       

       “또 벼락 떨어지는 거 아니야?”

       

       이미 방울 한번 흔들었다 벼락을 맞았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스윽.

       

       고개를 올려보니 하늘은 말도 안 되게 맑았다.

       

       구름도 한 점 없었다.

       

       그래. 딱 내가 벼락을 맞을 때 저런 하늘이었다.

       

       “……”

       

       한 번 더 맞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 갈 수 있으려나?

       

       손목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방울을 한번 흔들었다.

       

       딸랑 –

       

       소리가 울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 봤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렇지. 벼락 맞기가 쉽지가 않지.”

       

       그거야 그렇다 치고, 참 맑은소리를 가진 방울이었다.

       

       딸랑 –

       

       딸랑 –

       

       신비로운 울림이었다.

       

       영롱하고 청아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딸랑 –

       

       달린 방울은 세 개였지만 소리는 하나였다.

       

       찌르르하게 느껴지는 손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딸랑 –

       

       딸랑 –

       

       딸랑 –

       

       홀린 듯이 방울을 흔들다 보니 신비로운 감각이 느껴졌다.

       

       “미친…..”

       

       나는 정식 무당이 되기 위해 신을 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나랑 이어진 신이 아무래도 보통 분이 아니신 것 같았다.

       

       딸랑 –

       

       아주 거대하고, 온화하며 포근한 기분.

       

       그 존재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며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점점 더 그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정신이 희미해져 가던 그 순간.

       

       다급하게 흔들던 방울을 멈춰버렸다.

       

       아무래도 지금은 여기까지만 가능할 것 같았다.

       

       “후우…..”

       

       신을 받으려다가 이세계의 신을 받아버리다니.

       

       보통이 아닌 팔자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일단…집에 가 봐야겠네.”

       

       다행스럽게도 크리스의 기억은 온전했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고아.

       

       성인이 된 이제야 사냥을 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평민.

       

       용사도 아니었고, 소설 속의 주인공도 아닌 평범한 사람.

       

       그게 바로 크리스였고, 이제는 나였다.

       

       “일단 물을….음?”

       

       원래의 세계와는 다르게 맑디맑은 물.

       

       내 얼굴이 선명하게 비치는 그곳에는 나 말고도 다른 것이 함께 비치고 있었다.

       

       초록색의 피부와 커다란 이빨을 가진 괴물이.

       

       “씨발…깜짝이야…”

       

       빠르게 몸을 뒤로 돌린 나는 반사적으로 방울을 치켜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렸던 팔을 슬그머니 내렸다.

       

       “오크야….?”

       

       보통 오크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죽어 버린 오크 귀신이었다.

       

       “지랄….이세계에 환생해서 처음 하는게 오크 귀신 만나기냐?”

       

       자세히 보니 제법 영기가 강했다.

       

       아마 오크중에서도 상당한 업을 쌓은 오크인 것 같았다.

       

       “뭘 봐?”

       

       안 그래도 심란한 와중에 그냥 귀신도 아니고 오크 귀신이 보이니 짜증이 안 날수가 없다.

       

       어째 이세계에 빙의해서도 귀신이 보인단 말인가?

       

       “절로 좀 가지?”

       

       여러 차례 말을 해도 오크 귀신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

       

       자기가 보이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귀신이 저랬다.

       

       보통 인간들은 자기들을 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나는 친절하게도 오크를 콕 짚어 가르키며 다시 말했다.

       

       “가라니까?”

       

       – …..?

       

       “그래. 너. 가라고. 저기로!”

       

       그제야 자기를 보는걸 알아챈 오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가락으로 멍하니 자기를 가리켰다.

       

       뭐라고 말을 하는 듯 중얼중얼거렸지만 전달될리가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을 정도의 영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얼른 가. 어차피 너 말 못 해.”

       

       – ……

       

       답답한 듯 손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시도해 보는 오크.

       

       무언가 나름의 사정이 있어 보였다.

       

       “하…..”

       

       사람도 아니고 몬스터의 귀신인데, 한을 풀어 줘서 뭘 하겠는가.

       

       “쯧….이놈의 팔자….”

       

       무시하고 몸을 돌리는 내 앞으로 오크가 스르르 미끄러져 왔다.

       

       “얼씨구?”

       

       – …..

       

       “방울로 맞아볼래?”

       

       – …..

       

       방울을 치켜들자 오크도 이 방울이 보통이 아닌걸 알았는지 살짝 몸을 움츠렸다.

       

       “맞기 전에 가라?”

       

       사실 지금 방울로 귀신을 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왜 굿을 하고 부적을 쓰겠는가.

       

       방울이랑 칼로 때려잡고 다니지.

       

       – @%$@%#&@

       

       오크는 여전히 나를 따라왔다.

       

       그것도 걸어 가는 나를 마주 보며 뒤로 미끌어지듯이.

       

       “어우….이걸 확! 야, 안 꺼져?”

       

       잡귀를 쫓아내듯 오크를 향해 손에 쥔 방울을 휘둘렀다.

       

       휘익 –

       

       “꺼지라고!”

       

       휘익 –

       

       온몸이 아파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방울이라도 휘두른 것이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빠악 – !

       

       딸랑 –

       

       – &%$#@# !!!!

       

       “얼씨구? 이건 또 왜 맞냐?”

       

       머리를 쥐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아프기는 상당히 아픈모양이다.

       

       “진짜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이네….어쨌든…”

       

       

       방울로 때려진다는 말이지?

       

       

       “내가 가라고 할 때 갔어야지.”

       

       

       방울을 만지작거리며 다가가는 나의 모습에 오크가 불안한 듯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넌 뒤졌어. 아니지…이미 뒤져있기는 하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인생최초로 귀신을 패기 시작한 것은.

       

       

       빠악!!

       

       

       딸랑 –

       

       

       퍼억!

       

       

       딸랑 –

       

       

       “훠어이~ 물렀거라 잡귀야!”

       

       

       그래도 무당이 되기 위해 수련을 한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제법 프로다운 모습이 나왔다.

       

       

       “훠어이~”

       

       

       빠악!!

       

       

       “좋다아!”

       

       

       빠악!

       

       

       – %$@# !!!

       

       

       딸랑 –

       

       

       

       “물렀거라!! 어쭈? 이래도 안 가?”

       

       

       방울이 몇 번이고 오크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팔이고 다리고 가릴 것 없이 한참을 난타하며 소리를 울리는 방울.

       

       

       거의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다 싶이 한 오크는 한참 동안이나 맞아도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하아…후우…힘들어.”

       

       

       23년 인생.

       

       

       크리스의 인생까지 도합 47년의 인생.

       

       

       귀신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놈 참 독한 놈이로다… 독한 귀신이 붙었어….”

       

       

       이렇게까지 퇴마를 했는데도 안 떨어져 나가다니.

       

       

       “하아…..”

       

       

       오히려 오크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다급해졌다.

       

       

       몬스터 주제에 무슨 일이길래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하는걸까?

       

       

       “하…그래 가자 가.”

       

       

       붙어 있는 꼬락서니를 보니 해결이 될 때까지 따라다닐 것 같았다.

       

       

       귀신들의 집착이란 쉽게 볼 것이 아니었다.

       

       

       잘 때도 불쑥.

       

       

       볼일을 볼 때도 불쑥.

       

       

       시도 때도 없이 지켜보는 시선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허락을 받은 오크가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멀리도 간다.”

       

       

       느릿느릿하게 걷는 내 모습이 답답한지 오크는 이리저리 미끄러져 다니며 나를 재촉했다.

       

       

       “가주는 게 어디야? 확 안 간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

       

       

       계속해서 걷던 어느 순간 오크의 얼굴이 굳어지며 한곳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야!!!”

       

       

       무언가 급박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귀신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면 대게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빠르게 달리면서 오크를 따라가니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그 끝에는 낭떠러지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그 뒤로 산이 훤히 보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크는 바로 그 낭떠러지 위에서 밑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살다 살다 이런 짓도 다해 보네.”

       

       

       빠르게 그곳으로 가서 몸을 바짝 숙이고 낭떠러지 밑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내가 예상하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 몸의 반이나 정도 되는 크기 일까? 

       

       

       어린 오크 한 마리가 거의 부러질듯한 나뭇가지를 붙잡은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취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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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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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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