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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보아라. 

       뿌린 씨앗이 새싹이 되고 나아가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뿌리듯.

       피어난 불꽃이 허공으로 사라진들 그것은 끝이 아닐 것이다.

       

         

         

         

        * * *

         

         

         

       “기이하다. 참으로 기이하다.”

         

       진성은 어려진 자신의 몸뚱어리를 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입을 열어도 턱이 비틀리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성대에서 매끄럽게 목소리가 나왔으며,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와 성대가 쥐어짜이고 찢기는 듯한 고통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에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면 용병 시절에 얻었던 수많은 총상과 자상들은 온데간데없었고, 주술을 배운답시고 트랜스(Trance) 상태에서 행했던 짓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자해 흔적 역시 온데간데없었다.

         

       깨끗한 몸.

       그냥 어려진 것이 아닌, 깨끗해진 몸으로 그는 돌아온 것이다.

         

       거기에 그를 더더욱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가 있는 장소였다.

         

       “이곳은 내 과거인데, 참으로 기이하다….”

         

       과거 그가 살던 집.

       그가 기억하는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죽기 직전에 과도하게 분비된 쾌락 물질로 보게 되는 환각이나, 알 수 없는 주술의 영향을 받아서 환각을 보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이곳은 현실.

         

       ‘리얼리티 체크, 스피리츄얼 체크까지 끝냈음에도 이곳은 현실이다.’

         

       S급의 환각이나 최면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모든 요소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의 끔찍한 정신 역시도 이곳이 현실이라고, 그것이 진실이라며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한다면….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남는 진실은 단 하나.

         

       그가 회귀했다는 것.

         

       “ॐ—”

         

       진성은 나지막히 주술어를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주술어를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스리는 이 방법은 그가 용병 생활을 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이자 하나의 루틴이었다. 험하고 끔찍한 용병 생활임에도 주술사로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항상 정신을 가다듬어야만 했던 그였기에 이렇게 정신을 다스리는 방법이 없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 없었으리라.

         

       “ॐ….”

         

       하지만 오랜 세월 그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던 주술어도 쉽사리 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회귀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거대한 격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쁨과 짜증이 공존하는구나. 마치 폭풍과 격랑이 같이 부는 듯한 느낌이로고.’

         

       그의 마음속에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가장 큰 감정은 바로 기쁨이었다.

       어처구니없이 육신을 망가뜨려 단명하게 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기쁨. 주술로서 인간의 경지를 초월해 불로를 손에 얻어 이 세상 모든 주술을 머릿속에 담아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기쁨이었다.

       주술이야말로 그의 삶의 기쁨이었고 그의 삶의 목적이며, 그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혹자는 집착이라 하였지만, 집착이 있다면 어떠한가. 내가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려 하는 고행자나 수행자도 아니거늘.’

         

       진성은 다른 주술사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다른 주술사들이 고행이나 깨달음, 수행을 통해서 존재를 초월하려 했다면 그는 오직 생명을 위해서 초월을 갈구했기 때문이다.

       다른 주술사와는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초월할 수 없었고, 초월은커녕 분수에 맞지 않는 경지를 추구하며 중구난방으로 주술을 익혔다가 육체가 붕괴해 제 명에 살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결국에는 시체나 다름없는 몸으로 끝없는 고통을 겪으며 몸을 불사르고 끝.

         

       그게 바로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

         

       ‘현인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가.’

         

       그가 용병 생활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현인은 그에게 말했다.

         

       집착을 버리라고.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간 끝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들의 예언은 실제가 되었다.

         

       시체나 다름없는 몸을 이끌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죽는 최후라.

         

       누군가가 본다면 광기에 파먹힌 주술사의 참신한 자살 방법이라고 했으리라.

       하지만 어찌 보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최후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오직 주술에만 미쳐서 살아왔던 그의 일생을 마무리하기에는 주술만큼 좋은 게 없었을 테니까. 특히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 개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용병은 개죽음조차도 호상으로 보일 정도로 무가치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진성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을 원했고, 비루해도 살아가기를 원했으며, 비참하더라도 숨을 이어가기를 원했다.

         

       『 기생술사(Parasite warlock) 』

         

       그렇기에 그는 기생술사라 불렸다.

       기생생물을 흉내 내는 주술을 사용하고, 오직 생존을 위한 주술에 집착한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오직 배신하지는 않으나 믿음에 대한 과도한 대가를 받으며 살아갔다.

       홀로는 활약하지 못하나, 반드시 홀로 살아남는 주술사.

         

       그렇기에 그는 기생술사라는 경멸 어린 호칭으로 불리며 용병으로 살아갔다.

         

       ‘한 번의 실패, 다시 주어진 기회. 다만 이게 나에게 왜 주어졌는지 모르니 참으로 기이하다.’

         

       그러한 멸칭으로 불리며 살아온 진성이었기에 지금 그에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대부분은 기쁨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있는 감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안감이었다.

         

       진성이 왜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싫어하겠는가.

       공돈이 들어와도 기뻐하는 게 인간일진대, 무려 시간을 거슬러 새로운 삶이 손에 들어왔다. 당연히 기뻐서 방방 뛰면서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의 악의는 이면에 감춰져 있는 법.

         

       ‘왜 내가 회귀를 했는가.’

         

       왜, 어떻게.

         

       용병 생활을 하면서 익힌, 반드시 머리에 떠올려야만 하는 두 가지 의문문.

         

       용병이라는 것은 돈이 얽혀 있으므로 시도 때도 없이 뒤통수를 치려는 인간들이 넘쳐났고, 방심하면 동료의 공격에 맞아 죽고 등 뒤에서 칼 맞아 죽기 딱 좋은 직업이었다. 특히 세계 3차 대전 이후 지구의 인간들의 인성은 그야말로 혐성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미쳐 날뛰었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했다.

         

       그 끔찍한 뒤통수는 가장 가까우며, 가장 믿어야 하는 의뢰인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치고 다녔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용병 대금을 주기 싫다고 정보를 속이거나 왜곡하는 경우. 그다음으로 흔한 케이스는 의뢰를 마치고 돌아오면 꼭 독이나 기습으로 죽이려고 하는 경우였다.

         

       믿어야 하는 의뢰인이 이 정도다.

         

       동료 같은 경우에는 차라리 적이 나은 수준인 경우가 많았고, 중개인이나 용병 단체들 역시 범죄 집단이랑 큰 차이가 없었다.

         

       『 동료보다 적이 낫다. 적어도 등에 칼을 꽂지는 않으니까. 』

         

       용병들이 공공연하게 하는 말이 저랬으니, 그야말로 개판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진성의 삶은 항상 ‘왜, 어떻게’라는 두 가지 의문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뒈졌으니까.

         

       ‘왜 내가 과거로 돌아와 있는가.’

         

       그런 경험이 진성에게 의심하게 만들었다.

         

       내가 왜,  어떻게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는가.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초월적 존재가 나를 가지고 놀기 위해 뒤로 돌려보낸 것은 아닌가.

       나는 꼭두각시처럼 끈에 매인 채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상황에서 좌절하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심들이 불안감이라는 연료와 함께 끔찍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ॐ-”

         

       진성은 흔들리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초월적 존재가 그럴 리가 없다.’

         

       초월적 존재.

       초월종, 초월자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들.

         

       신, 아신, 용, 악마, 신령, 요괴, 거인 등등….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초월적 존재들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초월.

       생물, 영혼의 한계를 ‘초월’해서 일정 경지에 다다른 존재들이다.

       

       당장 신들은 자연현상을 조작할 수 있었고, 악마들은 정신과 영혼 쪽에서는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력했으며 신령이나 요괴들 역시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는 어마어마한 권능을 휘두르고 다녔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이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숭배했고,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초월적 존재가 세상에 간섭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존재들이지.’

         

       거리를 멀리하고 엮이지 않는 편이 좋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두려워할 필요까지는 없는 존재들이었다.

       초월종들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다 인간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들의 애정표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별개였지만.

         

       ‘초월적 존재는 힘은 있으나 그러지 않을 것이고, 인간은 그러고 싶으나 힘이 없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이와 하고 싶으나 할 수 없는 이로 양분되었다면, 과연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어찌하여 일어나는가?

       예외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으나 그것은 오직 확률의 놀음으로 작용하니, 그것을 우연이라 하노라.

       우연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오직 필요한 것은 그 우연을 우연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이로다.

         

       “ॐ-”

         

       진성은 나지막이 합장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 똑똑똑

         

       그가 마음을 가라앉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들리는 노크 소리.

       진성이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쓸데없이 화려한 문이 스르르 열리며 누군가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저어기, 일어났어요?”

         

       고개를 내민 것은 약간 음침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이세린. 오래간만에 보는군.’

         

       진성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얼굴보다 훨씬 앳되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감흥에 빠져들었다.

         

       자신감이 없어 이곳저곳으로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은 그의 기억과 똑같았으나, 단발이었던 그의 마지막 기억과는 다르게 치렁치렁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긴 검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피부는 왠지 모르게 그에게 ‘과거로 돌아왔다’라는 실감을 안겨주었다.

         

       “그으, 아침 식사 시간이에요….”

         

       거기에 쓸데없이 ‘나는 당신과 어색합니다.’라고 온 힘을 다해 주장하듯이 어색한 표정과 늘어지는 말투, 쥐구멍에 기어들어 가는 듯한 성량까지.

       그 모든 것이 기억 속에서나 존재했던 일상의 한 단편이었다.

         

       “오, 오빠? 아침….”

       “알았어.”

       “네? 네.”

         

       성의 없는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세린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닫고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이 집안은 규칙이 있었지.”

         

       뭐 그렇게 따지는 게 많은지.

         

       진성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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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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