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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흐으……!”

        

       이겼다.

        

       이겼어!

        

       온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에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평생 이렇게까지 몰입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집중했다.

        

       프로게이머 입단 테스트를 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아니었다.

        

       내가 도적이고, 도적이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

        

       혼이 담긴 도적.

        

       내가 던지는 수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기 시작하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에 다시 다음 수를 둠으로써 상대를 한 걸음 더 몰아 넣는 쾌감은,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었다.

        

       마지막 단검 투척부터 이어진 3합 동안은 숨을 쉬는 것도 잊었을 정도.

        

       “하아……하.”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었다.

        

       우선, 다시 도댓 방송에 접속해야 한다.

        

       시청자 참여의 제1원칙. 시참을 할 때는 반드시 방송을 끈다.

        

       한 두번 예외를 두면, 사람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추악한 방플을 하게 되고 만다.

        

       건전한 시참부흥운동가로서,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방송을 끄는 것은 절대적인 원칙이다.

        

       드디어 방송에 접속된 핸드폰에서 도댓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자, 받으시나요?》

       

       제자?

       

       스승을 이기다니 너도 이제 직전제자를 받을 때가 되었구나…… 같은 건가……?

       

       최근에 도댓이 도적을 잘 안 하는 탓에 방송을 안 봤더니, 그새 결투재판 관련 규칙이 다소 변형된 모양이다.  

       

       ……못 본 사이에 선생님 컨셉에 상당히 심취하셨네. 

       

       물론, 지금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판결이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dam0729): 무죄인가요?]

        

       아직 최종 판결문이 낭독되지 않았으니까.

        

       결투재판은 승소 선례가 없어서, 불안해.

        

       도댓이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론적으로는 ‘어제까지 저지른 죄는 사면되었지만, 감히 선생님을 때렸으니 퇴학입니다~’ 할 수도 있지 않나?

        

       나라면 그럴 것 같은데.

        

       아니, 진짜로.

       

       규칙도 조금 바뀐 것 같고. 불안해.

        

       《지금, 그게 중요……. 하아. 그래요, 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드디어 도댓의 정식 판결이 들려왔다.

        

       무죄.

        

       무죄!

        

       그 감미로운 어감을 한 번 더 확인받기 위해 키보드를 두들겼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dam0729): 무죄라는 뜻이죠?]

        

       《……네.》

        

       확정되었다.

        

       어디선가 망치를 세 번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

        

       승리로 아이디를 지켜냈다.

        

       러시아어도, 폴란드어도 안 배워도 된다.

        

       E사와 N사의 VPN 장단점을 비교해서 정리한 사이트 즐겨찾기도 삭제를……아니, 이건 나중에 다시 필요할 수도 있지.

       

       잘 쟁여두자.

       

       ……둘 다 쓰게 될 수도 있는 거고.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응.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 나는 부당한 음해에 맞서 내 손으로 무죄를 입증해냈다.

        

       혼자 자그마하게 자축의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바로 지금이다.

        

       《아따…아니, 따듯한님?》

        

       떠나갈 때다.

        

       비참여시청자로 돌아갈 때다.

        

       나를 이끄는 직관적인 본능에 따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dam0729): 지지요]

        

       종이 한 장 차이로 끝난 명예로운 결투의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고, 나오나를 종료했다.

        

       * * * *

        

       “야! 봤냐?! 봤냐고!!!!”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마스터 종자 아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믿고 있었다구~!』

        

       “패패패. 그리고 승승승. 그 다음은 뭐?!”

        

       『 승 승 승 승 승 승 승 승 승 』

       『승!!!』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눈ㄴ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죽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상형? ‘마스터 찍은 여자’】

        

       -아크사랑개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마스터 축하해!】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내가 누구? ‘마스터 종자’ 시청자】

        

       -마스터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카에리!!】

        

       “타다이마!!!”

        

       아크는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 후원과, 진심으로 아크의 승급을 축하하는 우호적인 채팅 분위기 속에서 기쁨의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드디어.

        

       장장 6개월만에 마스터에 복귀했다.

        

       그것도 패패패승승승승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방법으로.

       

       『돌아왔구나 아크!』

       『다신 떠나지 말아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잘하는 여성 게이머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아크’.】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축 하 해】

        

       약 1~2개월 후면 첫 시즌이 마무리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인 상황에서, 지금 마스터를 달성한 건 매우 희소식이었다.

        

       앞으로 아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오나 방송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지만,

        

       나오나 방송을 하는 한 첫 시즌 티어는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테니까.

        

       “진짜 막판은 진짜, 와……마지막에 탑에 화염구 페이크주고 봇으로 속박 날린 거 다들 봤죠? 그 때 탑은 피하느라 밀리고 봇은 속박 걸려서 밀린거?”

        

       눈을 반짝거리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는 아크로서는, 머릿속으로 조금 전의 플레이를 아무리 돌려봐도, 완벽하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개신났네』

       『ㄹㅇ 과학경시대회 1등한 사촌동생이 딱 이랬음』

       『치킨 사왔을 때 우리 집 댕댕이가 딱 이럼』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너무 신나있으니까 좀……그 때가 기대가 되긴 합니다, 그렇죠?】

       

       『우리 다이아 일동은 언제나 아크님의 귀가를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플레티넘 일동도 슬슬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거기까지 귀가할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대학교를 자퇴해도 대학 중퇴가 되는 거지 중학교에 재입학시키지는 않습니다~”

       

       『??』

       『말넘심…ㅠㅠ』

       『맞아 우리 마스터 법사 아크에게 무슨 망발이냐』

       『SHOW AND PROVE 해버렸죠?』

       

       일부 시청자들의 살살 놀리는 채팅마저도 귀엽게 보일 정도의 행복.

       

       지금 당장이라도 지튜브에 이게 얼마나 완벽한 플레이였는지 하나하나 보여주며 자랑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라고 편집자에게 전화하고 싶을 지경이었던 아크의 눈에, 하나의 도네이션이 포착됐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냥 탑기사가 캐리한 판 아닌가? 아닝가? 아님 말고~】

        

       “와~ 이걸 몰라요? 안 되겠다. 자, 리플레이 시청 들어갑니다. 제가 프레임 별로 분석해서 설명드릴게요.”

        

       조금 전 본 게임을 굳이, 심지어 다시보기로 재생해서,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설명을 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속칭 ‘리딸’시간.

       

       아크 혼자만 컨텐츠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시간은, 그녀의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개미마냥 털어내는 시간으로 유명했다.

        

       『아』

       『아 제발』

       『아 좋은 날이잖아 아크야』

       『이렇게 좋은 날 왜 그래』

       『아』

       『너 나가 이 새끼야』

       『기사 캐리는 나가라』

       『아 험한 말 마렵네』

        

       “아! 그만! 이건 봐야 해요. 여기 법사 꿈나무들 많을 거잖아. 나오나에서……법사란,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헤매고 있을 거잖아요? 어떻게 해야 마스터에 갈 수 있는지. 알려드리러 들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아크가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애초에 본인의 개 쩌는 플레이를 더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원해서였다.

        

       그리고 전업 스트리머가 된 지금도,

        

       이 초심은 가끔씩 불도저처럼 발현되곤 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저를 밴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오체투지 하고 항복합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우리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좋으면서 왜 그래요? 사실 좋죠? 싫으면 내일도 이거 할 건데?”

        

       『아』

       『좋아요』

       『와! 아크의 법사 리플레이! 정말 보고 싶은걸?』

       『매일매일 디테일 설명해주시는 방송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제발 강의 방송만 하루종일 찍어주세요』

       『와! 법사 강의!』

       『저는 이미 노트 필기 준비함』

        

       “오케이, 합격. 그럼 딱 10분만 보겠습니다.”

        

       물론, 아크도 리플레이를 관람하며 본인이 신나서 설명하는 디테일을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그다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슬프긴 했지만.

        

       전업 스트리머로서, 시청자들과 어느 정도 티키타카를 한 후에는 가볍게 최소한의 욕구만을 충족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정도의 사리분별은 있었다.

       

       “자, 딱 10분이니까 알차게 볼 거예요. 우선 여기, 여기서 우리 탑기사가 앞으로 포지션을 땡기는데, 상대 궁수가 미니맵에서 없어지죠? 여기부터 0.25배속으로 볼 거니까 잘 보세요.”

        

       * * * *

        

       오…….

         

        저런 방법이.

         

       5분째 신난 표정으로 게임시간 30초를 돌려보고, 배속 조정해서 다시 돌려보고, 시점 바꿔서 또다시 돌려보기를 반복하는 아크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크 방송은 배울 점이 많아.

         

        머리 한 켠의 ‘사람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방법’ 목록에 조금 전 아크의 기술을 메모해두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도네이션을 보냈다.

         

        -ㅇㅇ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워요 아크님 이런 유익한 방송 자주자주 해주세요】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5천원 감사합니다! 봐요, 여러분. 이렇게 법사 꿈나무들이 있다니까? 아, 뿌듯~하다 정말. 자! 그럼 다시 여기서부터 우리 봇기사 움직임을 보면…….》

       

       『아』

       『아 제발』

       『야이 씹』

       『누구냐』

       

       컴퓨터를 종료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도 알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타다이마-오카에리: 떠나갔던 사람이 돌아와 “다녀왔어.”라고 히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어서 와.”라고 인사하며 끝나는 일본 만화의 클리셰 대사. 여기선 시청자의 주접으로 오카에리(어서와)가 먼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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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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