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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황녀가 보냈다? 그럼 이 그림도 황녀님이 그려줬겠네?”

       

       칼리오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기절하고 나니 제 주제를 깨우친 모양이다.

       

       “거 참 신기하네. 나는 황녀를 만나본 적이 없는데, 어쩜 이렇게 똑같이 그리셨다냐?”

       

       그건 오히려 칼리오페가 묻고 싶은 것이었다.

       

       아리아와 눈 앞의 악마놈이 대면한 기억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친한 친구의 얼굴이라도 막상 그리라 하면 생각나지 않는 것이 이치인데, 아리아는 단숨에 이 악마의 얼굴을 그려냈다.

       

       물론 올리비아의 얼굴이 평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머릿속에 단번에 각인되면 각인됐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그릴 수는 없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인데, 지금 그게 현실이 됐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 진짜 황녀님이 꿈 꾸신거 아니오? 이 여자는 꿈 속에서 만났던거고. 그리고 황녀님은 그걸 완벽하게 기억해서 그려낼 정도로 대단한 천재셨던거지.

       

       이제는 그 헛소리가 마냥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나도 이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뭐라고 하면서 보내든?”

       “딱히 별 말은 없었습니다. 찾으면 보고하라고 했을 뿐.”

       “그러면 보고는 했니?”

       “…….”

       

       칼리오페가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 생각 없이 사는 놈인 것 같은데, 질문은 미치도록 날카롭다. 전문가에게 취조당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맞았는데도 입 열기를 꺼리는 칼리오페를 보고 올리비아가 씨익 웃었다.

       

       “못 했으니까 여기까지 온거겠지. 안 그러냐?”

       “…….”

       “대답.”

       “……맞습니다.”

       

       올리비아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일단 다행이네.’

       

       아리아 황녀가 아직 모른다. 다른걸 다 제쳐두고 이 사실을 알아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아무리 아리아라고 한들 아무 정보 없이 밤까마귀들의 실종과 올리비아가 연관되어 있다는 추론을 할 수는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감안해서 날 회귀자라고 가정해도 말이지.’

       

       워낙 옛날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충 이 시점의 올리비아는 레벨대가 한 자리수였다.

       

       아무리 올리비아라도 레벨이 그 모양이라면 밤까마귀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커녕 일격에 대가리가 터져나갈 것이다.

       

       아리아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밤까마귀를 보냈을테고.’

       

       발견하는 즉시 완벽하게 죽여버리기 위해서.

       

       정말로 위치만 파악하려고 했으면 친분 있는 귀족들이나 정보상을 고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러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빠져나갈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기 위해 황녀궁에서 가장 강한 둘을 보냈다.

       

       하지만 어쩌나.

       

       ‘난 빙의자라고.’

       

       낄낄낄.

       

       “몇 가지만 더 물어보자. 너희들이 북부에 온 거 몇 명이나 아냐?”

       “……저희 둘뿐입니다.”

       “에이, 설마. 단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없이 움직였다고?”

       “…….”

       “진짜로?”

       “그, 그렇습니다!”

       

       따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칼리오페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 새끼가 누굴 호구로 보나.”

       

       칼리오페는 기본적으로 신중한 인간이다. 

       

       분명히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지인에게 정보를 흘렸든, 밤까마귀들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새겼든.

       

       ‘그것들까지 전부 없애야 좀 쉬겠네.’

       

       마신이 강림하기까지 앞으로 13년. 그 안에 백탑 3인방과 빙닭 한 마리를 대륙 10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그야말로 혼을 갈아넣어도 모자르다.

       

       이런 놈들과 드잡이할 시간 따위 없단 말이다.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들어 세트를 가리켰다.

       

       “너는 뭐 아는 거 있어?”

       “짐작가는 건 있소이다.”

       “뭔데 그게.”

       

       세트가 슬쩍 칼리오페의 눈치를 보았다. 칼리오페는 체념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아는 것이다. 이제와서 입을 다물기에는 너무 멀리왔다는 사실을.

       

       “내가 말해도 되겠소?”

       “……마음대로 해라.”

       

       아주 그냥 황제 폐하 속옷 위치까지 다 불어버려라!

       

       칼리오페도 이젠 될대로 되라는 마인드였다. 어차피 불거라면 조금이라도 덜 맞고 부는 편이 나을테니 말이다.

       

       세트가 손가락을 펼쳤다.

       

       “일단 네 가지요.”

       “네 개나 돼?”

       “우리 대장이 좀 편집적인 경향이 있어서 그렇소. 그건 좀 이해해주시오.”

       

       올리비아가 팔짱을 꼈다.

       

       “계속해 봐.”

       “그 전에.”

       

       세트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하나만 약속해주시오.”

       “뭐를? 살려달라고?”

       

       세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소. 그냥 고통 없이 단번에 죽여주시오.”

       “그러지 뭐.”

       “말 만으로는 안되오. 당신이 섬기는 악마의 진명에 대고 맹세하시오. 우리가 진실을 말하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노라고.”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는?”

       “고문의 가장 큰 단점이 뭔지 아시오?”

       

       올리비아가 말해보라는 듯 눈썹을 까닥였다.

       

       “그게 진실인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인지 알 수 없다는거요.”

       “그래서?”

       “그쪽이 맹세하면, 나도 맹세하겠소. 진실만 말하겠노라고.”

       

       올리비아가 의외라는 듯 눈을 떴다. 

       

       확실히, 세트는 이런 데서 영리한 구석이 있었다. 

       

       상대방이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막는 동시에, 손해볼 것 없는 조건을 내걸어 고통없는 안식을 약속받는다.

       

       확실히 범인이 떠올릴만한건 아니다. 

       

       ‘황제가 밤까마귀로 받아줄만 해.’

       

       이렇게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이렇게 머리를 잘 굴릴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확실한 건 열에 아홉은 저 무식한 외모에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단장인 칼리오페마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놈아.’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맹세해주지.”

       “좋소.”

       “나 마녀 올리비아는 맹세한다…….”

       

       우우웅!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마력이 퍼져나갔다. 심장에서 생겨난 마법진이 그녀가 맹세를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법사의 맹세와, 마녀의 맹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마법사는 맹세를 어길 경우 마나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만, 마녀는 목숨도 잃고 악마에게 영혼도 빼앗긴다.

       

       제 목숨이 걸려있는데, 아무리 간이 크더라도 장난을 칠 수는 없는 노릇…….

       

       “……그, 거시기. 뭐였더라……? 거시기……. 아무튼 맹세한다.”

       

       세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마녀란 놈이 맹세를 저따구로 해!

       

       “똑바로 하시오!”

       “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나 안 죽었잖아. 그러면 똑바로 한거지.”

       

       세트가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어…….

       

       그러네?

       

       마녀들은 맹세를 어기면 죽는다. 장난으로 해도 죽는다. 다른 악마의 이름을 대도 죽는다.

       

       그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자 상식이었다.

       

       ‘그럼 그 거시기, 뭐시기가 진명이라고?’

       

       이래서 악마들이 진명을 들으면 약해지는 건가? 힘 빠져서? 거시기, 뭐시기 하니까?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제 됐지?”

       “어……. 음…….”

       “됐냐고.”

       “……됐소.”

       

       어쩌겠나.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으니 믿을 수 밖에.

       

       세트가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

       

       “일단은 첫 번째는 표식이오. 우리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표식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걱정할 필요 없소. 북부까지 맨발로 걸어왔다면 모를까, 와이번 잡아 타느라 표식은 새길 시간도 없었소.”

       “그래, 다음.”

       

       세트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나갔다.

       

       “그 다음은…….”

       

       올리비아는 세트가 말하는 정보들과 자신이 아는 내용들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며 그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했다.

       

       ‘다 맞네.’

       

       황족마다 밤까마귀가 둘씩 붙는다는 것도, 보고 체계가 철저하다는 것도, 주요 도시마다 표식을 새겨놓다는 것도.

       

       물론 실속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북부까지 너무 급하게 온 탓에, 중간 지점에 정보원을 배치할 시간도, 표식을 새겨놓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5분을 내리 말하던 세트가 후련하다는 듯이 숨을 뱉어냈다.

       

       “……이게 전부요.”

       “그래, 그래.”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전부 다 말한거 맞지?”

       “그렇소.”

       “진짜로 다 맞지?”

       “…….”

       

       잠시 망설이던 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세트의 의도를 알아챈 칼리오페가 뒤에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설령 저 마녀가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의 쓸모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트는 애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을 뿐.

       

       칼리오페의 보험은 총 다섯 가지였다. 그리고 세트는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쏙 뺐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것을 말이다.

       

       그것은 메세지 마법이 내장된 스크롤.

       

       매주 회로를 갱신해주지 않으면 칼리오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간주, 밤까마귀 전원에게 메시지가 전송되는 장치였다.

       

       – 북부. 백색 마탑. 

       

       ‘주마다 갱신할때는 귀찮아 미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비록 자신은 여기서 죽을지라도, 남은 단원들이 복수해줄 것이다.

       

       칼리오페는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내가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얼마든지 물어보시오.”

       “……가령 일주일마다 갱신하지 않으면 전 단원한테 메세지를 뿌리는 스크롤이라던지.”

       “…….”

       “뭐 그런거. 없지?”

       

       올리비아의 스태프에 마력이 어리는 것을 본 세트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없지?”

       “어, 어, 없…….”

       “참고로 너희들 맹세했다? 진실만 말하기로.”

       

       올리비아가 칼리오페와 세트의 머리채를 잡은 다음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참고로 나는 포션 많아. 한 10년치 정도. 어때? 한 번 버텨볼래? 자신 있어?”

       

       올리비아가 눈을 희번덕댄다.

       

       “어디다가 숨겼어? 이 개자식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음….죄송합니다.

    제가 봐도 미친년같네요.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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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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