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0

       어째 애들이 다 나에게 뭔가 먹이지 못해서 안달 난 것 같다.

       

       물론 이수아와 유하늘은 전적이 있기는 했다. 저번 점심시간 때 내 접시에 이것저것 올려놓았다가 결국 내가 다 먹지 못했던 일이 있었으니까. 그냥 못 먹은 것도 아니고, 호의를 생각해 어떻게든 입 안에 밀어 넣으려다가 체할 뻔하기까지 했다.

       

       그때 자신들의 실수를 확실하게 깨달았는지, 유하늘은 오늘 온종일 내 옆자리에서 따라다니면서 양은 적지만 달고 열량 높은 과자들을 쥐여주었다.

       

       초콜릿이나 캐러멜, 아니면 부드러운 사탕.

       

       그 가방 안에 대체 어느 정도의 먹거리를 들고 다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쉬는 시간마다 풍기는 달콤한 냄새에, 주변 아이들도 참지 못하고 흘끗거릴 정도였다. 하긴, 저 아직 한창 자라날 10대였다. 그것도 중학교를 졸업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그저 다른 점이라곤 부모의 돈이 남들보다 많다는 것뿐이다.

       

       나는 남고를 나와서 10대 소녀들의 식성이 어떤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듣기로는 10대 소년 못지않다고 했다. 뭐, 진짜로 남자애들만큼 많이 먹지는 않겠지만, 말이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니 냄새에 끌리는 것도 이상한 것은 없었다.

       

       그래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겠다는 생각은 사탕 하나 얻어먹겠다는 의지보다는 더 확고한 모양이다. 눈이 살짝 돌아올 때 빼고는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특히 내 쪽을 슬쩍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던 애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린 다음 다시는 이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뭐, 쟤네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게임에 등장했다고 해도 이름 하나 없이 ‘여학생 1’정도로 표현되는 애들이니까. 당연히 CG도 없다. 그만큼 스토리에 관여하는 바가 없다는 뜻이다.

       

       ……원래는 어땠더라.

       

       음, 루트별로 다르긴 하다. 내가 봤던 영상 속에서 신소희 루트라면 지금과 별 차이 없었다. 유하늘은 같은 반 애들 사이에서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다가, 그나마 자신과 대화해주는 이수아와 친구가 되고, 덕분에 학교 내에도 그럭저럭 대화를 나누는 친구 몇 명 정도는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내에서 따돌림당하는 건 마찬가지였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부딪힌 신소희와 인연이 닿아, 생전 처음 학교도 빠져보고 부모님 몰래 여행도 가보고 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결국 겉만 번지르르한 화영 고등학교는 때려치워 버리고 신소희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스토리였다.

       

       얼핏 보면 그냥 십 대 소녀의 일탈만 쭉 나올 것 같지만, 제작자는 입시 위주의 학교생활이나, 겉만 신경 쓰고 내면은 바라보지 않는 현대사회에 대한 자기 나름의 고찰 같은 것을 나름대로 잘 버무려놓았고, 무엇보다 신소희와 유하늘이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아끼게 되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하여 평가가 좋았다.

       

       아무튼, 그 루트에서는 학교 아이들은 별로 바뀌지 않는다. 나중에 유하늘이 화영 고등학교를 그만둘 때 뒤에서 비웃기는 하지만 이수아가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일침을 날려 침묵시키는 장면 정도가 다일까.

       

       이수아 루트와 예사라 루트는 스트리머가 플레이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그리고…… 문제는 그 스트리머가 플레이한 또 다른 루트인 윤다호 루트였다.

       

       예사라는 그 루트에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학교 학생들을 꽉 붙잡고 이리저리 흔든다. 따돌림의 강도도 단순히 무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화장실에 앉아있는 유하늘의 머리 위에 물을 부어버린다던가, 체육복을 찢거나 책상 위에 오물을 올려놓든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심해진다.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나머지 두 남자 캐릭터 루트에서도 예사라는 그런 식으로 날뛰고, 그래서 예사라는 무려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미움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솔직히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사람보다 그 스트리머 방송을 통해 보기만 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므로, 예사라의 뒷사정을 알고 동정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뭐, 뒷사정을 알아도 하는 짓이 그런 짓들이었으니 동정받기는 그른 캐릭터였지만.

       

       그런데 말이다.

       

       솔직히 그 예사라에게서 본받을만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권력을 휘어잡고 휘두를 수 있었던 거지?

       

       사실상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온 예사라였다. 권력을 쓰는 방법도 잘 모르도록 철저하게 격리되어오던 아이가 어떻게 학교 내의 아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걸까?

       

       ……뭐, 본인과 대화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겠지.

       

       아니, 다른 소설에선 빙의하면 기억도 세트로 딸려오는 경우도 많은데, 왜 나는 능력 외에 아무것도 없는 거냐고!

       

       “아힛.”

       

       유하늘이 또 옆구리를 찔러서, 이번에는 진짜로 하지 말라고 하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입 안에 초콜릿을 한 조각 집어넣었다.

       

       유하늘의 얼굴에서 나오던 빛은 이제 조금 적응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요 며칠 동안 이 능력의 결과물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보니 조절하는 요령이 생긴 것도 같다. 아직 마음껏 껐다 켰다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유하늘의 얼굴 명도가 조금은 내려가 표정 정도는 보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본 유하늘은 나의 입 안에 무언가를 넣어주었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한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왠지 그 얼굴에 대고 불평을 꺼내놓기가 싫어져서, 나는 그냥 말없이 입 안의 초콜릿을 우물거렸다.

       

       입 안에 퍼진 달콤함 중에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나는 또래 여자애한테 이렇게 뭔가를 받아먹어 본 적이 없네.

       

       생각해보니 이쪽 생활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도 같다.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

       

       점심시간 때 만난 이수아에게도 사탕 하나를 얻어먹고, 수업 끝나고 동아리로 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에게 초콜릿 조각을 조금씩 받아먹었다.

       

       내가 거절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먹으니 계속 주는 건가? 혹시 동물한테 먹이 주는 감각으로 주는 건가?

       

       아니, 맛있으니까 별로 상관없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주는 것은 진짜로 작은 조각들이라서 속이 더부룩해질 이유도 별로 없었고.

       

       살찔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예사라의 몸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평소에 간식을 먹는 편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예사라의 몸 자체가 걱정될 정도로 말랐으니까. 당장 살을 확 찌우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올 수 있으니 무리라고 해도, 앞으로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 둘 필요는 있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는 예사라였으니 물리적으로 위장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작은 과자나 사탕을 몇 개 먹는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없겠지? 사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절정은 여느 때와 같이 축구부에 가서 남다운과 함께 열심히 뛴 직후였다.

       

       땅에 퍼져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의 시야에 불쑥 내밀어지는 것이 있었다.

       

       큼지막한 빨대가 꽂힌 텀블러였다.

       

       무려 그 컵을 내밀고 있는 사람은 남다운이었다.

       

       “마셔.”

       

       뜬금없는 그 말에, 나는 말없이 그걸 받아 마셨다.

       

       ……초콜릿 셰이크 맛이 났다.

       

       내가 그렇게 단 걸 좋아하게 생겼나?

       

       “초콜릿 셰이크를 만들어 왔어요?”

       

       내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텀블러를 흔들어 보이자, 남다운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거 단백질 보충제인데.”

       

       “……저 지금 헬스 하나요?”

       

       “헬스가 문제가 아니라, 기초 체력이 문제야. 너는 남들한테 당연하게 있는 체력도 없으니까. 설마 체육 시간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고 그러냐?”

       

       “…….”

       

       그렇게 물으면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진짜로 체육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기는 하니까.

       

       하지만 그건 완전히 내 잘못은 아니다.

       

       체육 시간에 하는 실습이라는 것들은 대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으니까. 책상에 앉아 시험을 치거나 하는 정도라면 그냥 교사가 말없이 시험지만 나누어주고 걷어가도 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점수를 책정하려면 교사 건 학생이건 협력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 활동이 피구나 배구 같은 것이 된다면 다른 학생과 협력하는 것이 아예 필수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교사들은 아예 예사라를 뒤로 빼버리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조금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유하늘은 반 내에서 예사라와 유일하게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함께 체육수업에 암묵적인 열외를 당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해 봐. 실생활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되니까.”

       

       “네, 제가 돕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하늘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돕겠습니다!”

       

       이수아도 손을 번쩍 들면서 그렇게 소리치더니, 유하늘과 함께 손을 짝 마주치면서 하이 파이브를 했다.

       

       “예이!”

       

       언제부터 저렇게 죽이 맞았을까. 하긴, 적당한 운동은 기분을 업시키기도 하는 법이다. 매일 방과 후에 마주하는 아이들이 서로 친하면 나도 편해서 좋지.

       

       “……너는 얘네가 보이는 열의의 반만이라도 내 봐라. 운동하는 본인이 도와주는 애보다 열의가 없으면 어쩌자는 거냐?”

       

       “예이…….”

       

       내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김빠진 목소리로 그런 소리를 내자, 남다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

       

       “……오늘도 담을 넘을 생각이냐?”

       

       말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담 앞까지 쫓아온 남다운이 새삼스럽게 물었다.

       

       “정문으로 나가면 걸리니까요. 앞으로 들킬 때 까지는 여기로 하교할 생각인데요.”

       

       “여기로 ‘하교’한다는 말은 조금 어감이 이상한 것 같은데……”

       

       그래도 남다운은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체념한 듯한 표정일 뿐, 적어도 어제처럼 대놓고 투덜거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제힘으로 넘을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거기까지 올라가면서도 엄청나게 끙끙거린 주제에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믿음이 안 가거든. 그리고 선배한테 당당하게 담을 넘겠다고 선언하지도 마라.”

       

       “이미 공범이면서.”

       

       “…….”

       

       남다운은 나를 지긋이 노려보다가 손을 확 놓았다.

       

       “아, 잠,”

       

       미처 떨어질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으햐햑!”

       

       하는 이상한 비명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탁.

       

       그리고 어제도 그랬듯, 생각보다 짧은 체공 시간에 당황하며 땅에 착지했다.

       

       “…….”

       “…….”

       

       그리고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내가 떨어진 곳의 처마 밑에서, 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그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금발 태닝 갸루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이 신소희였다.

       

       “……어디서부터 봤어?”

       

       끙끙거리면서 다리를 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신소희는 처마에 매달린 내 하반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남다운이 손을 놓은 것에 당황하면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것을 정면에서 보았다는 말이다.

       

       “…….”

       

       아니, 뭐, 그래도 얼굴 앞에 대놓고 팬티를 들이미는 것 보다야 낫겠다만……

       

       ……그래도 쪽팔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배캅사냥꾼님, 후원감사합니다!

    소장 미리보기의 경우는 크게 염두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소설이 올라오는 시간은 언제나 예약으로 하여 올리기에 오후 5시라는 일정한 시간에 올라오지만, 제가 그 예약을 거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작을 쓸 때도 업로드 시간이 몹시 불규칙했었기에 이번에 예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소장 미리보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시절과 다를 것이 없어지니까요. 하다못해 제가 글을 업로드하는 시간이 실제 글을 볼 수 있게 되기 24시간 전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지만 현재의 제가 글을 쓰는 패턴이나 직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소설 예약이 걸려있으면 미리 보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독자님의 마음은 공감하지만,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하는 이상 언제나 제가 약속드린 시간에 보여드리는 것이 지금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서비스의 최선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큼 제 글을 사랑해주시고, 뒤가 궁금하기에 제안해주셨을테니까요. 독자 여러분께서 제게 보내주시는 응원과 칭찬 덕분에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플러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아직 미숙한 작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영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런 관심과 후원이 아깝지 않도록, 언제나 정진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