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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홍콩. 불야성의 도시, 남중국해의 꽃, 세계의 등불.

         

        그곳에 B급 헌터 유파랑이 당도했다.

         

        부둣가로 올라오니 몸집이 파랑의 두세 배는 되어보이는 거한 둘이 다가왔다.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 딱 홍콩 느와르에 나올 법한 조직폭력배다.

         

        그들이 성큼성큼 파랑에게 다가와 커다란 가방을 아주 공손하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파랑이 그것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어 열었다. 안에 든 것은 깔끔한 정장 한 벌과 두터운 수건 세 개.

         

        그녀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뒤 바디슈트 위에 정장을 갖춰 입었다. 치수가 딱 맞게 짜여서 정장인데도 아름다운 체형이 그대로 드러났다.

         

        “모시겠습니다.”

         

        파랑이 거한들의 뒤를 따라 리무진에 탔다.

         

        안쪽에는 달달한 과자들과 음료 몇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사삭-

         

        파랑이 로투스 비스킷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최고급 리무진 안에서, 오로지 바삭거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그리고 쟁반 하나가 거의 다 비어갈 무렵.

       

        “도착했습니다.”

       

        운전사가 파랑에게 도착을 알렸다.

       

        차에서 먼저 내린 거한이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오른 마천루.

         

        오케아노스의 큰손, 홍콩 최고의 부자. D급 헌터 샤오의 거처다.

         

        그녀가 돈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스킬 때문.

         

        수천수백만 구는 되는 해골들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10분에 한 마리 꼴로 괴어를 잡아다 올라오니 돈이 마를 날이 없다.

         

        다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뼈는 전부 녹아버리는지라. 수심 5미터 지점에 그물을 펼쳐놓고 거기에 해골들이 마석이며 부산물들을 올려놓으면 하루마다 협회에 대량 납품하는 식이다.

         

        협회의 물류창고에 안 들어가는 분량까지도 알음알음 암시장에 팔아넘기니, 돈이 썩어 넘칠 수밖에.

         

        이 건물 하나가 전부 샤오의 것이다. 경호 인력도 전부 종신고용. 하나하나가 A급 상위권이나 S급 하위권이다.

         

        지상에서는 사실상 무능력자나 다름없는 샤오로서는 이런 게 필수적이다.

         

        사실 오케아노스 전원이 그렇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제 한 몸 건사하며 산다.

         

        러셀은 아예 무인도에 자리를 잡았고, 파랑은 집안 어디에 있더라도 3초면 바다에 도착해 뛰어들 수 있다.

         

        파랑이 건물 앞으로 다가가자 입구를 지키던 거한이 유리문을 열어주곤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요.”

         

        엘리베이터에 타자 사방에서 레이저가 나와 파랑을 스캔한다.

         

        [ㅡㅡㅡㅡ]

         

        [ 유파랑 님, 확인되셨습니다. ]

         

        그리곤 버튼도 누르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가 스르르 저절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꼭대기 층. 띵- 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척 보아도 고급스러운 공간.

         

        360도 통유리로 벽을 만든 커다란 원형의 방. 바닥에는 광나는 마호가니 목재가 깔려 포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낸다.

         

        한쪽 구석에는 바닥을 파서 만든 욕조 겸 수영장이, 맞은편에는 포근해보이는 소파와 진짜 불을 땔 수 있는 벽난로.

         

        정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원형 식탁에는 실크로 만든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샤오가 앉아 있었다.

         

        파랑이 저벅저벅 걸어가 식탁 위에 척 앉았다.

         

        식탁 위에는 어마어마한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었다.

         

        식도락의 성지인 홍콩에서 대접받는 최고급의 식사. 한 접시 한 접시가 괴어 한 마리 가격이다.

       

        항구도시이니만큼 주가 되는 건 해산물. 통으로 쪄낸 물고기, 회, 문어, 오징어로 만든 구이, 숙회, 조림, 찜, 튀김. 바닷가재부터 왕게, 새우 등의 온갖 갑각류는 황금빛 식탁에 꽃을 올린 듯 붉은 광채를 여과없이 곳곳에 더해주고.

         

        접시에 놓인 메인 육류들 주변으로는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과일이며 야채들이 풍성하게 깔려 피어난 꽃봉오리 같았다.

         

        거기에 고기는 또 어떠한가. 육즙이 좌르르좔좔 흐르는 기름진 스테이크부터 산처럼 고기를 쌓아 올려 푸우욱 우려낸 샤브샤브, 닭이며 오리, 그밖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조류들을 통으로 구워낸 요리, 튀긴 돼지고기와 깊게 쪄낸 소고기.

       

       그리고 샤오룽바오까지.

         

        밥도 안 먹고 홍콩까지 수영해 온 파랑을 위해 샤오가 준비한 요리들이었다.

         

        “먹으면서 들어.”

         

        그 말에 파랑이 눈앞의 음식들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사실 먹지 말라고 했어도 먹을 거였다.

         

        “그러니까,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렇게 와구와구, 떠들떠들. 파랑과 샤오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갔다.

         

        정확히는 샤오가 뭔가를 말하고 파랑이 그에 맞춰 대충 끄덕였다.

         

        “듣고 있는 거 맞지?”

         

        끄덕끄덕.

         

        “그래 뭐… 너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대화와 동시에 파랑의 식사가 끝났다.

         

        식탁에 있던 음식의 절반이 사라졌다.

         

        파랑의 배가 아주 빵빵해졌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은 느낌.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알겠지만, 파랑의 칼로리 소모량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이유. 오히려 몸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

         

        어쨌든, 식사 끝.

         

        그러니 어느새 하늘에서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홍콩의 야경이 그들의 아래로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가지각색의 불빛이 아래를 수놓으니 마치 빛나는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기분이었다. 샤오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다.

         

        그녀가 유리창을 보며 와인을 한 잔 따라 우아하게 들이켰다.

         

        “피곤할 텐데. 자고 가.”

         

        “좋지.”

         

        파랑은 샤오의 침실…과 한참 떨어진 손님용 방으로 들어가 푹 잔 뒤 개운하게 일어났다.

         

        일어나니 핸드폰에 문자가 하나.

         

        베르테아: 저런 건 나도 몰라. 본 적도 없고, 원본이 되는 생물이 뭔지조차도 모르겠어. 혹시 더 발견하면…

         

        그 밑으로는 눈알만 뽑아 보라느니, 반으로 갈라 보라느니, 산성액에 담궈 보라느니 하는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유파랑: ㅇㅋ

         

        일단 파랑이 답장을 보냈다. 더 만나게 되면 실험해보면 되겠지.

       

        그리고 이제 일할 시간. 파랑은 아침 일찍 짐을 챙겼다.

         

        나가는 길에 집주인한테 인사나 하려고 샤오를 찾으니, 침실에 대자로 퍼질러져 자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파랑이 대충 문자로 감사 인사를 남기고 바다로 달려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가공할 속도로 잠수. 얼른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기본적으로 바닷속에 머무는 건 좋아하지만 그게 일이 될 때는 또 별개라.

         

        얼마 안 가 일전의 그 거대한 소라고둥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용건만 빠르게 처리하고 나가면 될 일이라, 파랑의 움직임에도 망설임이 없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라는 공간의 불쾌감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여기 오래 있고 싶어하는 변태는 장담컨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주방 속에서 파랑이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샤오가 말했던 것을 찾는다.

         

        빨간색 냄비…빨간색 냄비. 저건가? 아, 이건 아니고. 음, 눈 마주쳤네.

         

        여기서 크라켄을 꺼내면 즉시 이 공간 안의 괴어들이 전부 달려들 테니 잠시 넣어두고. 안 되는 건 아닌데, 오래 걸려서 귀찮다.

         

        파랑이 빨간색 찜기 안에 있던 70m짜리 새우를 순식간에 처리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순식간에 관통해 새우꼬치를 만들어 버리고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그러니 맞은 편의 가스레인지 위에 올라가 있는 빨간색의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온다.

         

        옳지 저거구나 하고 뽀그르르 헤엄쳐서 다가가보니 과연 반박의 여지가 없이 냄비다.

         

        냄비 한 쪽에 서서 눈대중을 해 보니 대강 지름이 100m.

         

        대상의 길이가 50m~300m 정도라면, 파랑이 눈으로 잰 어림값은 상당히 정확하다.

         

        매일 그 정도 크기의 괴물들을 마주하다 보니.

       

        파랑이 냄비 안쪽으로 고개를 빼애꼼 들이밀어 보았다.

         

        의외로 괴어가 없었다. 뭐, 없을 수도 있지. 파랑이 냄비 안으로 다이빙했다.

         

        깊이만 120m가 넘는 냄비다. 이 냄비로 자유의 여신상을 끓일 수 있다는 소리다.

       

       익숙한 물건만이 줄 수 있는 공포심이 있다.

         

        오브제를 대할 때마다 괴리감과 함께 이상한 공포심이 밀려오는 이유기도 하고.

         

        이미 닳고 닳은 파랑도 이럴 때면 가끔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는 한다.

         

        어쨌건간, 냄비의 바닥. 파랑이 구석구석 훑다가 한곳에 쌓인 뼈 더미를 발견했다.

       

        그것을 치우니 나타나는, 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 하나. 마쿨라를 잡을 때 들어갔던 그 구멍과 비슷한 너비다.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구조다. 끝에 가서는 지름이 거의 파랑의 어깨너비까지 작아져, 몸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파랑이 슬렌더한 체형이라 망정이지 조금만 가슴이 컸다면 안에 껴서 이도저도 못했을 것이다.

         

        미리 샤오가 해골을 보내 정확히 측량했다곤 하지만, 그 정도로 비좁은 공간 안에 비집고 들어가려니 파랑도 솔직히 좀 무서웠다.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길 지경.

         

        그리고 정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도 버거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해, 혹시 샤오가 측량을 잘못했나 나 이대로 껴죽나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먹는건데 하는 생각까지 들 때쯤.

         

        뽕!

         

        하는 소리와 함께 파랑이 어딘가의 천장으로 나왔다.

         

        구조를 생각하자면 가스레인지 위에 있던 냄비의 바닥을 뚫고 아래로 내려왔으니, 여기는 가스레인지 안일 거다.

         

        물론 생긴 것만 가스레인지다. 내부가 정말 가스레인지의 그것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굳이 비유할 것을 찾자면 해저의 동굴.

         

        어째서인지 주변의 물은 온통 붉은색이다. 근처에 철광맥이라도 있나. 과학 몰라요인 파랑은 대충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역시 물이 빨간색이면 조금 불안하니까.

         

        [ 스킬, ‘명경지수’ 가 발동 중입니다. ]

         

        정화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혔다.

       

        그러자 온통 붉은 색이었던 주변의 물이 파랑을 중심으로 맑아진다.

         

        딱 5m를 경계로 한 쪽은 붉은 물, 한 쪽은 투명하고 맑은 물이 존재하니 마치 물 속에서 물방울에 들어있는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오묘하다.

       

        파랑이 주위를 둘러보니 천장에서부터 얇고 굵은 기둥들이 솟아나와 보이지 않는 저 아래까지 이어진다.

         

        난 분명 싱크대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싶었지만, 착각한 것 없이 영락없는 동굴이다. 파랑이 있는 천장에서는 바닥이 안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꽤나 깊은 모양. 아니면 물이 굉장히 탁하거나.

         

        일단 위치는 기억해 둬야지. 이 넓은 동굴 속에서 이렇게 좁은 구멍을 다시 찾아야 하는 참사가 벌어지면 곤란하다. 맵핑 스킬은 이미 알고 있는 좌표를 찾을 때나 유용하지, 지금 이 구멍의 좌표도 파랑은 모른다.

         

        통로가 워낙 구불구불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다행인 셈.

         

        파랑이 손목, 그러니까 옆 동네 친절한 이웃이 거미줄을 뿜는 그곳의 버튼을 달각 눌렀다.

         

        그러자 푸른 빛을 내는 젤리 같은 것이 부루룩 부풀어올라 퐁 떨어진다.

         

        QCX14…어쩌고 하는 복잡한 이름이 있긴 한데, 파랑은 그냥 발광 젤리라고 부른다.

         

        파랑이 발광 젤리를 자신이 나온 구멍 주위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리고 아래로 쑤우욱 내려가 보니, 500m정도 떨어져 있어도 선명히 푸른 링이 보인다.

         

        성능이 아주 만족스럽다.

         

        파랑이 그 자리에서 옆에 있던 기둥에 발광젤리를 또 치덕치덕 발랐다.

         

        이런 식으로 길을 표시해두면 미아가 될 걱정은 없을 거다.

         

        헨젤과 그레텔이 된 기분.

         

        그렇게 얼마나 동굴을 떠돌았을까.

         

        파랑의 시야에 드디어 ‘그것’이 들어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felt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다음화는 내일 저녁 7시 30분에 올라갑니다.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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