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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이시현이 밖에 나가자마자 목도한 건.

         

        거대하고 어둡지만 별이 수놓아져 있는 밤하늘.

         

        판타지에 나올 법한 광장.

         

        그 광장에 모여있는 생존자 무리.

         

        그리고 어떤 한 여자였다.

         

        ‘최서안…’

         

        영광 길드의 창설자이자 주인인 그녀가 눈앞에서 우리를 반겼다.

         

        “오 씨발.”

         

        그것도 찰진 쌍욕을 하면서 말이다.

         

        그 욕을 들은 생존자 무리의 반응은 대단했다.

         

        “뭐야… 방금 욕한 거야?”

         

        “뭐지? 적인가?”

         

        “애초에 여긴 어딘데? 저 여자는 또 뭐고!”

         

        다들 욕을 꺼낸 여자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아마 범죄자 무리와 마주친 기억에 일단 경계부터 하고 보는 것이었다.

         

        일종의 조건 반사.

         

        이 세상에 살아가는 데는 굉장히 바람직한 행동이자 반응이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달랐다.

         

        우리가 그녀에게 적개심을 가져봤자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정말로.

         

        [상태창]

         

        [이름: 최서안]

         

        [레벨: 79]

         

        [성별: 여]

         

        [성좌: 고고의 군신]

         

        [칭호: 전쟁의 여제, 영광 길드장, 용살자]

         

        [특징: 호전적, 용기, 복수]

         

        [특성: 공간 조작, 전쟁의 노래]

         

        [근력(상): 71.2]

         

        [민첩(최상): 80.1]

         

        [마력(중상): 53.4]

         

        [지력(중): 44.5]

         

        [정신력(상): 71.2]

         

        [총평: 한 분야에서 최고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을 지녔습니다!]

         

        79레벨.

         

        거기에 재능 충만한 능력치까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이곳 모두의 목을 1초 만에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80이 넘는 민첩 능력치와 70이 넘는 근력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우리를 헤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저, 그녀가 하는 것은 당황한 눈빛으로 우리를 한 번 훑어보는 것 뿐.

         

        당연한 것이었다.

         

        현재 탑에서의 튜토리얼 최단 기록은 15일.

         

        지금 우리는 이틀 더 빠른 13일 만에 그걸 클리어했으며, 그 인원 수도 굉장히 많았다.

         

        60명.

         

        한 마디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다.

         

        최서안은 어벙벙한 눈으로 허공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상한 기계로 둘러싸인 작은 돌.

         

        순간.

         

        이곳의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신기해 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이것 역시 당연할 것이다.

         

        언제나.

         

        그녀의 공간 조작 능력을 본다면 모두가 당황할 것이었다.

         

        마력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그저 특성을 극한까지 단련하여 끌어올린 재능인 것이었다.

         

        그렇게 이시현을 제외한 모두가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볼 때, 최서안이 그것에 대고 입을 열었다.

         

        “어… 야, 난데.”

         

        정말 간단 명료한 말.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순식간이었다.

         

        삐빅.

         

        -“길드장 님? 왜요?”

         

        거의 1초도 안 돼서 날아오는 답변.

         

        남자의 목소리.

         

        꽤나 미성이었다.

         

        “지금 튜토리얼 시작 며칠이지?”

         

        -“어… 아직 12시 안 지났으니까 13일 차죠?”

         

        “야.”

         

        -“네?”

         

        “당장 일로 와라.”

         

        -“왜요?”

         

        “신기록이다.”

         

        -“오 시발.”

         

        “오 시발.”

         

        뚝.

         

        그렇게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가 끝이 났다.

         

        실제로, 별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신기록이라는 말만 내뱉었을 뿐이니까.

         

        누군가는 그것이 구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광 길드장이라는 이름값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한 그 남자는 지금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이었다.

         

        “하아…”

         

        멀리서부터 전해져 오는 최서안의 한숨.

         

        그녀는 꽤나 지쳐 보였다.

         

        그럴 만 했다.

         

        그녀는 며칠 전부터 홀로 이곳에서 튜토리얼 클리어 인원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눈은 현재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 여러분들?”

         

        “…?”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당황.

         

        걱정.

         

        기대.

         

        각기 다른 감정들을 가진 수십 개의 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할 말을 떨림 없이 이어갔다.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최서안이고요. 한국인이고 영광 길드장이자…”

         

        “…”

         

        “여러분들을 연합으로 이끌어 줄 안내원입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는 약간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

         

        이후의 상황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갑자기 이곳으로 갑옷을 입은 여러 명이 찾아왔다.

         

        “튜토리얼 클리어를 주도하신 분 계십니까?”

         

        그 여러 명 중 하나가 물었다.

         

        키가 큰 남성.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곳의 모두는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방금 그 변태 같이도 빠른 대답을 한 남자라는 것을.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시현과 박지원에게 향했다.

         

        그 반응에 이시현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접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시현입니다.”

         

        “그 외에 주도하신 분은 없습니까?”

         

        “여기 옆에 있는 이분입니다.”

         

        “그쪽은 성함이…?”

         

        “박지원입니다.”

         

        간단한 정보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시현은 그의 말에 차분히 대답을 하였고, 이내 그는 자신과 함께 온 일행들을 데리고 포탈 튜토리얼 포탈 너머로 들어갔다.

         

        남겨진 60명의 생존자와 최서안.

         

        최서안은 그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광장.

         

        하얀 바닥이 쭈욱 이어지는 그 거대한 광장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최서안은 이시현에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시현 씨…?”

         

        “네 반갑습니다.”

         

        “다시 말하겠지만, 저는 영광 길드장 최서안이라고 해요.”

         

        최단기간으로 클리어를 하는데 성공한 주역 중 하나.

         

        그 점에서 최서안은 이시현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너무 노골적이면 부담스러울 테니까.

         

        이시현은 수백 회차 동안 봐온 그녀의 성격과 행동을 생각하여 가장 정석적으로 그녀가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었다.

         

        초반부에 ‘탑’의 극상위권 강자 중 하나의 호감을 사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일 테니까.

         

        이득이 많았다.

       

        “그렇군요.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인재상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아현 같은 사람이었다.

         

        남을 잘 이끌면서도, 스스로를 잘 절제하고.

         

        언제나 차분하면서도 잔인하고 유능한 인물 말이다.

         

        “혹시 안에서 다른 생존자들을 본 적은 있나요?”

         

        “네 있습니다.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죄자들이 단체로 소환된 것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이시현은 그녀가 원하는 정보들 만을 하나하나 내뱉었다.

         

        원래 같았더라면, 이미 포탈 안으로 들어간 그들에게 먼저 말을 하는 게 맞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써는 최서안에게 직접 알려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 판단했다.

         

        이유는 간단.

         

        최서안은 자신을 빨아주는 사람도 좋아한다.

         

        자신에게 무엇이든 직접 알리려고 하고 자신에게 호감과 관심을 표해주는 유능한 사람.

         

        그리고 그것 역시, 강아현은 잘 했다.

         

        “흐음… 그건 꽤 중요한 정보네요.”

         

        그리고 그 답변을 들은 최서안은 그리 중얼거렸다.

         

        범죄자.

         

        간혹 있었다.

         

        이곳에는 랜덤한 이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소환되는 경우는 꼭 있었다.

         

        빠짐 없이 말이다.

         

        물론 안 좋은 일인 건 확실했지만, 그에 대해 한 가지 이득은 있었다.

         

        최서안은 다시 작은 돌을 꺼냈다.

         

        현 ‘백색 마탑’의 최신식 이동 통신기.

         

        그녀는 그것에 대고 간단하게 말했다.

         

        “어 난데.”

         

        오만한 말.

         

        마치 군대에서 짬이 가장 높은 이가 암호도 다 좆까고 외치는 말 같았지만,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이번에도 굉장히 빨리 들려왔다.

         

        -“네.”

         

        “거기 남은 생존자들 중에 범죄자 무리도 있을 수 있으니까 잘 데려오라고.”

         

        -“알겠습니다.”

         

        조심하라거나 그런 말은 없었다.

         

        그저 잘 데려와라.

         

        그 뜻은 되도록 사지 멀쩡하게 데려오라는 뜻이었다.

         

        지금 들어간 이들은 범죄자 무리같은 놈들이 절대로 당해낼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광의 길드원들.

         

        하나같이 탑에서 구른 고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생존자 찾기.

         

        그 방대한 크기의 튜토리얼 미로를 전부 뒤져서 생존자들을 이끌고 오는 것이었다.

         

        “이야… 기다린 보람이 있네.”

         

        최서안이 그리 중얼거렸다.

         

        아직도 황당한 표정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 말 속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담겨 있었다.

         

        그때였다.

         

        “범죄자들의 처분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아현이 물어왔다.

         

        박지원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꿀리지 않는 큰 키를 가지고 있는 그녀인지라, 그 질문 하나로 제법 압박감이 느껴져 왔다.

         

        무엇보다 이시현은 알 수 있었다.

         

        저 질문은 분명 이 설을 염두해 두고 하는 것이었다.

         

        “범죄자들이 잡히면 일단 ‘연합’이라는 곳에 있는 감옥에 따로 갇혀 있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처분은 나중에 다시 다루고요.”

         

        그 질문에 답변을 하는 최서안의 표정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강아현.

         

        그녀는 특이하게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무섭게 생겼으면서도 친근한 분위기.

         

        그러면서도 만만하지 않고 유능한.

         

        연기하는 가짜, 이시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전 세상에서 형량을 전부 채우고 나온 이는 어떻게 처분하나요?”

         

        “그것도 일단 가둬 놓습니다. 일단 범죄를 저지른 이가 맞기 때문에요.”

         

        “그렇군요.”

         

        “아, 그쪽은 이름이…?”

         

        이름을 묻는다.

         

        그것은 이미 최서안이 그 대상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강아현이에요.”

         

        “네 반가워요 아현 씨.”

         

        “네 반가워요.”

         

        간단한 대화.

         

        그렇지만, 그 둘은 제법 티키타카가 잘 맞는 듯 해 보였다.

         

        신기했다.

         

        실제로.

         

        저 둘은 이전 회차 때부터 굉장히 친했었으니까.

         

        그렇게 좋은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을 때일까.

         

        갑작스럽게 강아현은 폭탄같은 주제를 던져버렸다.

       

        “그럼 이 설 역시 ‘연합 감옥’? 이라는 곳에 가둬두나요?”

         

        그 질문을 들은 최서안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흐음… 또 인가…’

         

        그 잠깐을 회귀자가 놓칠 리가 없었다.

         

        그녀가 알기로, 최서안과 이 설은 학창 시절 동창이라고 했었다.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친구였는지 혹은 그저 같은 반 학우였는지.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회차 전부 최서안이 더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았었기에, 그녀는 딱 이 정보 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설이 여기 있어요?”

         

        “네.”

         

        “제가 아는 그 이 설이요?”

         

        “네 맞을 거에요.”

         

        “허…”

         

        매번 볼 때마다 언제나 냉정해 보이던 그녀가 이 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 내뱉는 저 어색한 표정 말투 하나하나가 이상했다.

         

        잠시, 고요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얀 바닥을 따라 걷는 수십 개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연했다.

         

        주변 이들도 궁금한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크나큰 이슈가 될 정도로 잔인한 짓을 저지른 쓰레기가 고작 감옥에만 갇혀 있는 것인가.

         

        더 고통 받지는 않는 것인가.

       

       “그래서… 그냥 가둬 두기만 하나요?”

         

        그런 침묵 속에서.

         

        회귀자 만이 알 수 있는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최서안이 입을 열었다.

         

        “아니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글이 잘 안 써지네요.

    중간 중간 어색한 문장이 있더라도 조금만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빌드업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플롯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독자님들의 의견 대부분은 수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참 아쉽네요.

    그렇기에 제 실력 안에서 최대한 플롯을 유지하면서도 빌드업을 빠르고 착실하게 쌓아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느리지는 않을 테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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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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