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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자,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하자!”

         

         

       JYB 엔터테인먼트의 어느 연습실.

         

       백준영은 오늘도 JYB 소속 연습생들을 열심히 코치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의 대표이면서 한 명의 훌륭한 아티스트이자 연습생을 가르치는 트레이너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JYB 엔터테인먼트에서 백준영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다만 음악 쪽으로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도 큰 고민은 있었다.

         

       백준영은 오순도순 모여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홍련의 멤버들을 바라봤다.

         

       저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백준영이 자부할 만한 원석 같은 존재.

         

       하지만 그런 개성 넘치는 아이들도 뜨기 힘든 곳이 바로 연예계다.

         

       그렇기에 백준영은 초이스 30이라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이기 위해 홍련을 그곳에 출연시켰다.

         

       물론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중간까지도 결과는 괜찮았다.

         

       문제는 홍련의 최종 순위가 아쉽게도 3위에 그쳤다는 점.

         

       초이스 30이라는 프로그램은 구조적으로 1등을 달성한 팀만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잔혹한 구조다.

         

       3등을 차지한 팀에게는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이 조금 생겼다는 것 정도의 소소한 혜택 말고는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었다.

         

       즉, 이번 초이스 30에 한 투자는 사실상 실패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최근 크게 히트를 치고 있는 그룹을 계속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JYB의 경제 사정도 영 좋지 못했다.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5대 기획사에서 4대 기획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 뭐….

         

       백준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이상 그 말은 곧 현실이 될 거다.

         

         

       ‘죽도록 노력하자.’

         

         

       하지만 회사의 대표로서, 자신을 따라주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다.

         

         

       “주, 준영아!”

         

         

       그때였다.

         

       JYB 엔터테인먼트 1본부의 부장이자 백준영의 매니저, 김한결이 그를 다급히 찾아왔다.

         

         

       “음? 김 부장님? 왜 그렇게 다급히 뛰어와요?”

       “빅 뉴스다! 스튜디오엔믹스 측에서 너에게 면담 요청이 왔어!”

       “스튜디오엔믹스?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 제작사 쪽에서 갑자기 저를 왜 만나고 싶다는 거죠?”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저쪽에서 면담을 요청하신 분이 너를 꼭 만나 뵙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아오, 이 아저씨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서론이 길어?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궁금해? 음, 당연히 궁금해야 할 거다. 무려 927 작가가 면담을 요청해왔거든.”

         

         

       김한결의 말에 순간 백준영의 눈이 커졌다.

         

       927 작가?

         

       유행에 민감해야만 하는 연예 기획사의 대표가 어찌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있을까.

         

       첫 작품부터 전례 없는 대히트를 치고, 심지어 지금까지 방영되었던 드라마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스토리 지어낸 괴물 작가.

         

       심지어 얼굴, 이름, 나이 그 무엇하나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기에 현재 세간에선 다양한 루머가 떠돌고 있었다.

         

       누구는 고도로 발달된 AI다, 은퇴한 각본가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각본가의 부캐다 등등.

         

       확실한 건 지금까지 없었던 완벽한 신비주의 컨셉 덕분에 오히려 사람들의 그에게 더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그분이 왜 저를…?”

         

         

       사실 백준영이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는 그가 927 작가의 팬이기도 해서였다.

         

       그 역시 드라마 시청이 취미인 친구에게서 미슐렝 3스타 급의 소문난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시청하게 되었다.

         

       물론 그 친구가 미슐렝 3스타 급 레스토랑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얼마나 재밌으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궁금해서 시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은 그냥 재밌었다.

         

       솔직히 이 이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그렇기에 백준영은 벌서부터 가슴이 웅장해졌다.

         

       베일에 쌓인 927 작가와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김 부장님 서둘러 답장을 보내주세요. 날짜를 되도록 빨리 잡았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 그거 당연히 승낙할 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내일로 일정 잡았다.”

       “???”

       “왜? 너 927 작가님 팬이잖아.”

       “아니 팬은 맞는데…. 저 내일 하나예술고등학교에서 강연 스케줄 있지 않았어요?”

       “당연히 취소했지. 학생들도 몰락해 가는 기획사 대표의 강연보다는 927 작가가 너랑 무슨 얘기를 나눌지 더 궁금해할걸?”

       “오…….”

       “일리 있지?”

         

         

       하하. 일리는 개뿔.

         

       1본부 부장이 이러니 회사가 이 꼴이지.

         

       부하가 저지른 원맨쇼에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백준영이었다.

         

         

         

       ***

         

         

         

       “오…… 제법 웅장한데요?”

       “예. 확실히 연예 엔터테인먼트다운 화려한 건물이네요.”

         

         

       나는 나 PD님과 함께 JYB 엔터테인먼트 본사에 방문했다.

         

       저쪽에서도 긍정적인 답장이 와서 생각했던 것보다 면담 일정이 제법 빨리 잡혔다.

         

       본사 입구에 들어서니 연예 기획사답게 전체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흥미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안내 데스크에서 사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무슨 용무로 방문하셨습니까?”

       “백준용 대표님이 면담을 하러 왔다고 말하면 알아서 안내해 줄 거라고 들었습니다.”

       “아! 대표님의 손님이시군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나 PD님이 사정을 설명하자 여직원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JYB의 대표실이었다.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니 초이스 30에서 얼굴을 봤던 사람이 다리를 떨며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방 안에 들어서자 자연스레 눈이 마주친 그가 우리 쪽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스튜디오엔믹스에서 오셨어요?”

       “네? 맞긴 합니다만.”

       “와우! 진짜 927 작가님의 실물을 보게 될 줄이야! 드라마 잘 챙겨보고 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진심으로 영광이에요!”

       “……?”

         

         

       음.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라 옆에 있던 나 PD님에게 다가섰다.

         

       아무래도 저쪽에선 내가 927 작가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하는 모양.

         

         

       “근데 이 소년은 누구…….”

         

         

       웬 중학생 같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여기 왜 있지? 라는 느낌으로 나를 쳐다보는 백준영 대표.

         

       허허. 참 빨리도 물어보네.

         

         

       “그… 백준영 대표님. 죄송하지만 저는 스튜디오엔믹스 기획제작 1팀의 나영진 PD입니다.”

       “예?! 그럼 진짜 927 작가님은 어디에……?”

       

         

       나 PD님의 말이 뭔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백준영의 표정.

         

       다급히 복도 쪽으로도 나가보지만 당연히 다른 사람의 형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 백준영 대표의 입장에선 남은 가능성이 나밖에 없었다.

         

         

       “…진짜로?”

       “네! 리얼인데요?”

         

         

       그의 의아한 물음에 나는 그저 해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지금도 구라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답니다.

         

         

       “후… 이게 진짜 실화라니. 왜 신비주의 컨셉을 잡으셨는지 대충 알 것 같아요.”

         

         

       나 PD님의 추가적인 설명 덕분에 결국 백준영 대표는 내가 927 작가라는 것을 인정했다.

         

       인정하기까지 한 10분 정도 걸렸나? 나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하긴 첫 작품부터 시청률 25프로대를 뽑아낸 괴물 작가가 15살 중학생이라는 비현실적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조금 힘들겠지.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서로 인사도 나눈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본론… 이요?”

       “네. 제가 백준영 대표님에게 면담을 요청한 이유도 본론과 관련이 있어요.”

         

         

       우선 본론을 들어가기 전에 나는 내가 구상한 드라마의 대본을 백준영에게 넘겨주었다.

         

         

       [플라이 하이]

         

       압도적인 노래 실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춤을 못 추는 학생, 반대로 춤을 잘 추지만 폭력 사건에 휘말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학생, 천재들의 재능에 열등감을 느껴 좌절하는 학생 등등.

         

       스타가 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청춘들이 청룡예고에 입학해 스타가 되기 위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다만 계속 깨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그들이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었을 때.

         

       플라이 하이(Fly High).

         

       드라마의 제목처럼 그들은 별을 향해 높게 날아오를 것이고, 어느덧 그들의 꿈을 비웃는 이들의 웃음소리는 응원과 박수 소리로 바뀌어 간다.

         

         

       여기까지가 대충 드라마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한 시놉시스.

       

         

       “어떠세요? 저는 이 드라마가 바쁜 사회 속에서 꿈을 포기한 이들 희망이 되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

         

         

       대본을 모두 읽은 백준영에게 그리 말했다.

         

       근데 어째 반응이 이상… 하다?

         

       묘하게 손과 몸을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대본으로 얼굴을 가린 곳의 너머에서 뭔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잠깐만…….

         

         

       “설마 우세요?”

       “그, 그럴 리가요! 그냥 스토리에 너무 감명을 받아서 눈물이 나는 것뿐이에요!”

       “……?”

         

         

       그게 그거 아닌가?

         

       음, 아무래도 음악 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감정이 되게 풍부하신 것 같네.

         

       어쨌든.

         

       일단 감명을 받았다는 것은 내가 기획한 드라마에 흥미나 애정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그거면 일단 반은 먹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에요. 저는 이 드라마에 JYB 소속의 아이돌을 배우로 캐스팅하고 싶어요.”

       “예?! 저희 애들을 이 드라마의 배우를 쓰고 싶다고요?”

       “정확하게 이해하셨네요.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 연기 실력보다는 춤과 노래 실력이 필요하니까요. JYB 측에서도 홍보가 되니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닌가요?”

       “예. 저희 입장에선 당연히 반가운 소리이긴 한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왜 굳이 JYB죠? 다른 5대 기획사에서도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 같은데.”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백준영 대표.

         

       옳은 질문이다.

         

       아이돌을 캐스팅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JYB가 아니라 다른 곳이어도 섭외가 가능했을 거다.

         

       드라마에 아이돌들이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면 그것 자체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온다.

         

       거기에다가 이미 대성공 전적이 있는 내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니 다들 과감하게 판단을 내렸겠지.

         

       하지만…….

         

         

       “춤, 노래, 작곡,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에 대한 열정. 이 모든 것을 가진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JYB에 있었으니까요.”

       “오, 그런 굉장한 사람이 저희 회사에 있었습니까? 누구입니까?”

         

         

       나는 친절하게 손가락을 뻗어 백준영 대표를 가리켰다.

         

         

       “……저요?”

       “네. 동시에 플라이 하이의 주연 인물 중 한 명인 진덕춘 교사를 맡아주실 인물이기도 하죠.”

       “에?”

       “음?”

         

         

       뭔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백준영 대표.

         

       방금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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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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