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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안녕, 안녕! 자기, 나 기다렸어?”

   “내가 언제부터 네 자기였냐.”

     

   도착하자마자 오두방정을 떠는 달링을 보고 크라슈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앞에서 발록을 겪었던 만큼 진이 다 빠졌는지라 달링의 농담을 받아줄 기운이 없었다.

     

   “뭔가 기운이 없어 보이네. 뭔 일 있었어?”

     

   달링도 그런 크라슈의 상태를 눈치채 물어왔다.

   크라슈도 딱히 숨길 일은 아니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가주님께서 다녀가셨어.”

   “가주, 가주? 설마 무황, 발록 발하임?”

     

   남의 아버지 이름을 막 부르기는.

     

   “그래, 우리 아버지다.”

   “와, 대박이네! 나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좀만 더 빨리 올걸!”

     

   그녀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짐짓 아쉬운 듯 굴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귀걸이가 흔들려 시선을 빼앗았지만, 크라슈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안 만나는 게 나아.”

     

   속만 아프니까.

   그리고 솔직히 달링이라도 발록 앞에서는 이런 태도를 보이기 힘들 거다.

     

   제국에는 천상사강이 둘이나 있지만 스타론에는 단 하나뿐인 천상사강이니까.

   그런 스타론에서 발록은 모두의 우상이자 어느 사람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였다.

     

   유일하게 샬롯만이 새로운 별로서 언젠가 발록의 위치까지 올라 주지 않을까 기대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꼬마, 널 만나러 온 건 혹시 미래 발하임 가주를 시켜주려고?”

   “퍽이나. 너 우리 누나 잘 알잖냐.”

     

   샬롯 바라기인 그녀이니까.

     

   “잘 알지. 그런데 난 꼬마 너도 부족하다고는 생각 안 하거든.”

     

   동시에 달링의 눈동자가 휘어졌다.

     

   “독종인 꼬마가 샬롯에게 어떻게 대항할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달링의 안 좋은 버릇이 나오기 시작했다.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이자 크라슈는 그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콱 찔렀다.

     

   “으꺅!”

     

   생각보다 강하게 몸을 비트는 달링을 보며 크라슈가 말했다.

     

   “헛소리 작작 해. 난 애초에 가주가 될 마음도 없어.”

     

   세상 다 멸망하면 가주고 뭐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무슨.

   크라슈가 그리 말하자 달링은 구부정한 자세로 옆구리를 감싼 채 말했다.

     

   “그런 쪽에서 약하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건 그렇고 꼬마, 옆구리를 막 찌르는 거 아니야. 예민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알까 보냐.”

     

   크라슈가 콧방귀를 내쉬자 달링은 겨우 숨을 돌린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래서 내가 부탁한 건.”

     

   크라슈가 말하자 달링이 빙그레 웃었다.

   그녀는 옆에 끼고 온 가방을 열더니 거기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그 병 안에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경단 모양의 약 하나가 들어 있었다.

     

   “완성했지. 어때? 나 좀 천재 같아?”

   “넌 원래도 천재였어.”

     

   달링이 장난치듯 말하자 크라슈는 당연하다며 반응했다.

   의외의 반응을 보고, 달링이 멈칫하자 크라슈는 그녀의 손에서 약을 받아 갔다.

     

   그 사이 달링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살짝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나 그렇게 대놓고 천재라고 해줄 줄은 몰랐는데.”

   “천재한테는 천재라고 해주는 게 맞아. 그게 제일 잘 어울리니까.”

     

   천재는 그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가장 이름을 많이 알리기에 그들의 이름이 익숙하여 무심코 많다고 착각하지만.

   그 수가 늘 부족할 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크라슈는 그런 천재가 가득하게 모인 창공의 세대에서 지내왔다.

   천재를 인정하지 않아 봤자 자신만 더 하찮게 될 뿐이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천재를 인정한다.

   지금은 그런 천재들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위치지만 말이다.

     

   “의외로 이런 구석에서는 묘한 면을 보인단 말이야. 꼬마,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네?”

   “어린애한테 추근거리지 마라.”

   “어린애는 이런 거 이해 못 한다니까.”

     

   깔깔거리는 달링을 두고, 크라슈는 알리오드에게 가려 했다.

   하지만 다음 말이 크라슈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아닉스가 최근에 변했다는 소식이 있어.”

     

   크라슈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아닉스는 샬롯에게 깨진 이후 훈련의 강도를 줄였다.

   정확히는 훈련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샬롯에게는 닿을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하지만 샬롯에게 눌려 있던 크라슈가 별의 성지에서 날개를 펼친 것을 보고 나서 아닉스의 마음속 어딘가가 바뀌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들리는 소식은 다름 아닌 그가 훈련의 강도를 다시 높였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크라슈는 그런 아닉스가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닉스는 크라슈에게 있어서 배신자일 뿐이니까.

   오히려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놈이 나에게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크라슈는 그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알았어. 이제 가라.”

   “너무하네. 여기까지 왔는데 바로 가라고?”

   “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잖으냐.”

   “그건 또 아니라고 보는데.”

     

   빙그레 웃는 달링을 보고 크라슈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뒀다간 그녀의 장난이 날이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았다.

     

   미리 한 소리 해 둬야 하려나.

     

   [ 재밌는 아이로구나. ]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음성에 멈칫하였다.

   이 적응 안 되는 감각은 크림슨가든이 머릿속에 말을 걸 때 나오는 현상이었다.

     

   크라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어느샌가 창문 쪽에 크림슨가든이 앉아 있었다.

   아까전에 아버지가 나타났을 때는 바로 도망쳐 버리더니 그새 다시 나타났다.

     

   [ 연금성(鍊金星)을 타고났어. 스타론은 발하임 말고는 별거 없는 것 같더니 꽤 쓸만한 인재가 있었구나. ]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의 까마귀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달링의 재능을 꿰뚫어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 마침 잘됐다. ]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저 아이에게 영약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라. ]

     

   영약은 섭취하면 육체 능력과 오러를 올릴 수 있는 특별한 약이다.

   당연히 부르는 게 값인 물품이고, 가문 대대로 영약을 만드는 비술이 내려올 정도다.

     

   그런 걸 대뜸 만들어 달라니.

   달링이라도 영약은 순풍, 순풍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 조합식은 내가 다 꿰뚫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실력 있는 연금술사만 있으면 된다. ]

     

   그런 거라면야.

   크라슈도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살면서 영약이라는 것은 크라슈와 연이 먼 것들이었다.

   반푼이에게 영약을 먹여 봤자 효율이 나지도 않으니 난놈들이 죄다 먹어대서 남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 아이, 너는 몸이 엉망진창이니 영약이라도 퍼부어야 하지 않겠느냐? ]

     

   크라슈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크림슨가든과 함께 처음 돌아온 그 날.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에게 첫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훈련에서 크라슈가 들은 말은 아주 간단했다.

     

   「타고난 게 어째 하나도 없구나. 검술의 길도 짧고, 오러의 재능도 미약하며, 육체는 느리니.」

     

   이 정도 재능이 없는 것도 기적이라면서 크림슨가든은 어이없어했다.

     

   「그런 주제에 어떻게든 아득바득 없는 재능을 채워 보겠다며 독종 같은 경험과 비술로 꽉꽉 채워 놓았다라. 그래봤자 5년 정도 지나 천재들이 경험을 쌓았을 때는 따라가지도 못하겠지. 회귀자라는 녀석이 아무것도 없어도 이 정도로도 없을 수 없겠다.」

     

   크라슈는 회귀자가 아니지만, 나머지 말은 사실이었다.

   크라슈가 별의 성지에서 손쉽게 제압한 아닉스 마저 20살이 넘을 때는 크라슈가 따라가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지닌 순수한 재능의 이야기겠지.」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재능만을 봤다면 그를 제자로 삼지도 않았다.

     

   「내가 있다면 그런 재능 따위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네 탐욕스러운 스킬이 있다면 재능 따위 빼앗아 오면 그만이다.」

     

   크림슨가든은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날갯짓을 하는 까마귀는 끝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땅만을 평생 기어 다녔을 너를 이 내가 날아오르게 해줄 테니. 너는 세차게 날갯짓만을 해라. 그리고 하늘 위에 나는 모든 것들을 네 아래에 두어라. 그 마지막에.」

     

   크림슨가든은 하늘 위 달마저 가려 버리듯 두 날개를 활짝 펼쳤다.

     

   「내 불사마저 삼켜라.」

     

   그것이 첫날에 크림슨가든이 한 말이었다.

   크라슈는 그것이 일종에 크림슨가든의 서약 같은 것임을 눈치챘다.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기 위한 서약 말이다.

     

   그런 크림슨가든이 만들라는 영약이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되겠지.

     

   크라슈 입장에서 가릴 이유가 없었다.

     

   “달링, 그럼 다른 것 좀 더 부탁하자.”

   “부탁이 많은걸. 나 비싼 여자야. 아무한테나 서비스해 주지는 않아.”

   “영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크라슈는 달링의 농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영약이라는 말을 듣고, 달링은 고개를 기울이더니 곧 작게 웃었다.

     

   “영약을 먹고 강해지려고? 아닉스가 훈련한다고 하니까 자극이라도 받았어?”

   “아닉스는 상관없어. 그놈을 신경 쓰기에는 내가 신경 쓸 게 너무 많으니까.”

     

   크라슈가 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먼 미래다.

     

   “최소한 출발점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뿐이다.”

     

   달링은 잠시동안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크라슈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한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돕겠다 하고, 불치병 치료제를 부탁한 관계니까.

   자신이 연금술 쪽에서 천재라는 소식이야 이미 앳저녁에 다 퍼져 있었으니 그런 부탁이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천재성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10대이기에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후에 시간이 지나면 그녀 또한 언젠가 천재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녀에게 기대를 하되 믿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많은 천재가 결국에는 범인이 되는 것을 다들 많이 봐왔으니까.

     

   하지만 크라슈는 그녀의 천재성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천재성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이제 곧 14살이 될 꼬맹이가.

     

   ‘볼 때마다 세상을 전부 다 산 것처럼 군단 말이야.’

     

   그리고 이 점이 달링에게 묘한 흥미를 일으켰다.

     

   처음 흥미는 그저 샬롯과는 정반대되는 발하임의 독종에 그쳤지만.

   그녀는 보다 본질적으로 크라슈라는 인물에 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약 만드는 건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꼬마, 그걸 감당할 자신 있어?”

   “발하임을 뭐로 보는 거냐.”

   “발하임은 대단하지만, 꼬마의 위치는 나도 익히 들어서 말이야.”

     

   발하임의 반푼이라 불리는 크라슈에게 과연 그만한 거금을 발하임이 지원해줄지 의문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그쪽은 생각이 있으니까.”

     

   금액을 뜯어 오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다.

   비록, 밖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귀를 막았더라도 안에서 퍼진 소문은 들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크라슈는 발하임 내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주요 사건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거액을 불러올 거라는 것 또한 말이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니까 믿어볼게. 그래서 만들고 싶은 영약은?”

   “그건.”

     

   크라슈가 창문 쪽을 힐끗 보자 크림슨가든이 입을 열었다.

     

   [ 내가 말하면 그대로 전하거라. ]

     

   그리고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이 말한 것을 전부 달링에게 전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달링은 서서히 그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크라슈가 말한 영약 조합식은 그녀 또한 단 한 번도 생각 못해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어, 이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머릿속에 조합식을 곱씹었다.

   고장 난 표정인 그녀를 보고 연금술의 문외한인 크라슈는 대체 뭘 알려준 거냐고 크림슨가든을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날개를 으쓱일 뿐이었다.

     

   “와, 무슨, 꼬마 너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발하임에서 내려오는 조합식이다.”

     

   크라슈는 대충 둘러댔다.

     

   “발하임은 정말 별의별 게 다 있구나.”

     

   이걸 믿네.

     

   다행히 납득한 달링을 보고 크라슈는 해볼 수 있겠냐고 그녀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좋아. 나도 도전 욕구가 샘솟네. 만들어 보고 싶어. 그렇지만 이 중 몇 개는 나도 못 구하는 거야. 특히, 백설열양균(白雪熱暘菌)이랑 금룡초(金龍草)는 나도 못 얻어.”

   “백설열양균은 하덴하르츠 쪽에서 자랐던가.”

   “그래, 그쪽은 워낙 산이 험하고, 세계 침식도 많으니 유통이 잘 안되어있어서 약재상들이 적어.”

   “그건 내가 구해 오는 게 가능해.”

     

   그 말을 듣고 달링은 뒤늦게 그의 약혼자를 떠올렸다.

     

   “아, 그러네. 확실히 가능하겠어.”

     

   하지만 그녀는 곧 다른 부분이 더 걸린다는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금룡초 같은 경우에는 알지.”

   “제국 물품이니까.”

   “응, 제국이 직접 관리하니까. 국내 쪽에는 파는 게 없는 셈이지. 뒷거래 상을 뒤지면 나올 수도 있지만 제국에게 걸리면 귀찮아질 거야.”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도 없잖냐.”

     

   뒷거래 상을 뒤질 생각을 하던 크라슈에게 달링이 손가락을 들어 그의 볼을 쿡 찔렀다.

   그런 달링을 뭐하는 짓이냐고 돌아보자 그녀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런 꼬마에게 하나 금룡초를 쉽게 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그런 방법이 있다고?”

   “제국에서 곧 무도 대회가 두 개가 개최돼. 하나는 성인을 위한 무도 대회, 다른 한쪽은 15세 이하 소년들을 위한 무도 대회지. 그리고 제국의 진짜 목적은 두 번째인 무도 대회야. 그쪽이 보상이 더 좋거든.”

     

   크라슈는 그 말을 바로 이해했다.

     

   “……가서 싸우란 거냐?”

   “3등 안에만 들어도 금룡초를 받을 수 있거든. 어때, 할만하지?”

     

   할만하기는 개뿔이.

   크라슈는 이번에 제국이 왜 대회를 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대회를 이용해 제국은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할 인재 풀을 늘리려는 것이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형식상으로는 왕국들과 제국에 화합의 장이지만.’

     

   현실은 결국 정치세력 다툼이 우선이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자신들 출신을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그 세력은 커진다.

     

   그러니 대회를 통해 꿈나무들의 뒷배가 되어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세력을 확보하려는 속셈이겠지.

     

   ‘왕국도 비슷한 걸 준비 중이긴 하겠다만.’

     

   제국이 괜히 제국이 아니다.

   옆 나라에 다 소문이 날 정도로 아주 거대하게 무도회를 홍보하고 있을 지경이니 말이다.

     

   “……너 잊었냐? 나 발하임이야. 제국 무도 대회에 참가하면 개판 될 거라고.”

   “그거야 잘 기억하고 있지. 그래도 제국에서는 참가 조건은 어느 사람이라도 상관없다고 되어 있는걸.”

   “멍청아. 그거야 형식적인 거지.”

   “힝. 방금은 천재라고 했으면서.”

     

   크라슈는 머리를 감싼 채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크라슈 본인이 영약이 필요해서 그 재료를 모을 방법을 달링이 말해준 거다.

     

   그녀에게 화내는 건 잘못된 걸 알았기에 크라슈는 달링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 제안을 했다는 건 방법이 있다는 거겠지.”

     

   그러자 달링의 눈이 바로 반짝였다.

     

   “후흐흐흐, 역시 꼬마, 눈치가 빨라서 좋아.”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달링을 보고 크라슈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금룡초를 얻을 다른 방법도 딱히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를 보자 달링이 냉큼 품에서 약품 하나를 꺼냈다.

     

   “이름하여 여자가 되는……!”

     

   쨍그랑!

   

   

   

   

     

   크라슈는 그 즉시 주먹을 휘둘러 약품을 깨버렸다.

   그녀의 취향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 건?”

     

   

   크라슈가 스산하게 웃음을 짓자 달링은 깨져버린 약을 손수건으로 주섬주섬 닦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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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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