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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

       * * *

       

       

       그 인간이 나를 언제 봤다고 나를 보면 루이제 황녀가 생각난다는 건가.

       

       뭐 하려는 생각이야. 그 빌헬름은.

       

       그래. 이쪽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볼셰비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경로로든 전차 같은 것을 만들려고 애를 써볼 테니까.

       

       그전에 한 방 싸움을 준비해야지.

       

       나는 콜차크쪽으로 눈을 돌렸다.

       

       콜차크는 일단 두마(의회)의 한 축이자, 현재 시베리아 백군의 사령관이며, 아시아 외교를 담당하고 있다.

       

       왜 군인이 외교까지 담당하냐고?

       

       사람이 없거든. 사람이. 이 작자들은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는지 의문을 품어도 모자람이 없다.

       

       내전이 끝나야 사람을 좀 등용하지.

       

       어쨌든 간에.

       

       

       “중국 쪽은 어떻습니까.”

       

       

       몽골과 북만주를 빼앗겨서 부들부들거릴 텐데.

       

       이쪽으로서도 억울한 감이 없지는 않지.

       

       북만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몽골은 진짜 운 게른이 갑자기 정복하고 사후보고를 한 격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지금 감히 빼앗아 갈 생각도 못 하겠지만 말이다.

       

       몽골을 점령하고도 운 게른의 아시아 기마사단에 털린 것이 바로 중국군이었으니 오죽 하겠냐만.

       

       

       “항의를 좀 하긴 했지만, 제 놈들이 어쩌겠습니까. 입 다물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그래. 역시 중국이 항의해봤자겠지.

       

       정말 무주공산이라면 모르겠지만. 열강의 후원을 받는 백계 러시아가 몽골과 북만주를 미리 땄다.

       

       심지어 지금 중국도 제 앞가림해야 할 처지에서 우리를 상대로 시비를 걸 수는 없을 거다.

       

       일본도 가만히 있는데 중국이 어쩌겠나.

       

       그리고.

       

       말아먹은 혁명의 아이돌 레닌과 그 후빨러인 트로츠키는 뭐하고 있으려나.

       

       올라온 보고들을 줄줄 읽어보는데.

       

       역시 내 등장이 역사를 비틀어 버렸다.

       

       원래 백군들 사이에서도 임시정부가 난립했다.

       

       시베리아 임시위원회, 서시베리아 임시위원회, 코무치, 우랄 임시정부, 이델-우랄국. 이중 예카테린부르크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우랄임시정부.

       

       이 전부를 지금 내가 대신하는 거나 다름이 없고.

       

       그 외에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아무리 제국을 말아먹었다 한들, 살아남은 로마노프 황녀 만큼 명분이 확실한 세력이 얼마나 있겠나.

       

       실제 역사에서는 서로 주도권 싸움하지만, 그 정도는 모를 세력은 아닐 거다.

       

       다음은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 쪽 동향이 수상하다고요?”

       

       

       우크라이나 국경 쪽에 적군 놈들이 늘어나고 있다더라.

       

       곧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아이돌 레닌의 희생양이 되겠군.

       

       

       “예. 조만간 피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크라이나 내부 사정이 중요하다.

       

       어쨌든 위치상, 소련에게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우리가 위험하다.

       

       

       “명예 오타만으로 선출되었던 헤트만 파블로 스코로파츠키의 통치에 반발한 반스코로파츠키 파벌인 시몬 페틀류라의 군대에 의해 추방될 뻔했지만, 영국군의 도움으로 겨우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 참.

       

       내가 이래서 한국이 좋아. 이름 김철수, 이렇게 세글자면 얼마나 좋아.

       

       

       “독일 괴뢰국이었다가 영국 괴뢰국이 되었군요.”

       

       

       우리의 영국이 우크라이나까지 개입하다니.

       

       이거 욕심을 너무 부리는 거 아닌가.

       

       그래. 정리하면, 그쪽도 역시 개판 5분 전이다.

       

       

       “예. 우리도 대처를 해야 합니다.”

       “안톤 데니킨 중장에게 경계하라 하세요. 가능하면 조금씩 세력 확장해도 좋을 거 같고, 만일의 경우, 우리도 개입해야 합니다.”

       

       

       소련이 우크라이나를 먹는 건 좋지 못하다.

       

       우리가 먹지 못한다면 소련도 먹어서는 안 된다.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지겠지.

       

       비록 반갈죽이라고 하나 내전에서만 대가릿수만 500만의 병력을 뽑아낸 볼셰비키다.

       

       그만큼의 군세는 나오지 않겠지만, 인해전술로 우크라이나 정도는 노려볼 만하겠지.

       

       아마 영국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우리는 남러시아 지역의 측면이 노출된다.

       

       그럼, 다음 전장은 우크라이나가 될 건가.

       

       

       “그리고 이것이 이번에 예카테린부르크에 세워진 조병창에서 만들어진 소총입니다.”

       

       

       갑자기 총 한 자루가 책상 위에 올라왔다.

       

       총을 올린 사람은 표도로프다.

       

       

       “오. 이것이.”

       “기존의 과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 키트를 달아 개조한 것입니다. 곧 독일이 세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대체 왜 또 독일일까.

       

       그 독일이 우리에게 위협을 줄 거 같지는 않지만.

       

       뭔가 노림수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그걸 모르겠다는 말이지.

       

       아니야, 잠깐 이 자식들 설마.

       

       어떻게든 영국에 평화를 구걸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말이야.

       

       ‘휴전 협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영국 측은 휴전이지만 사실상 동맹국 항복으로 정전이라고 했지만, 독일 쪽은 휴전이라고만 한다.

       

       이 새끼들 설마.

       

       러시아에서 막대하게 물자 뽑아내서 나중에 슬금슬금 독일로 옮겨서 한타 가 보겠다는 건 아니겠지?

       

       영국이 방심하는 틈에 죽창 하나 만들어서 프랑스의 파리에 푸욱 찔러넣을 생각이라면?

       

       지금은 우리를 지원하는 척 숨을 돌리는거지.

       

       

       “아니지. 설마 그 정도로 미친 짓은 하지 않겠지.”

       “예?”

       “아닙니다.”

       

       

       일단 이 새로 만들어진 자동소총은 잘 모르지만, 표도로프가 자신감 넘치는 것을 보면 믿을 만한 모양이다.

       

       뭐 적어도 그 둔탁한 모신나강보다는 훨씬 낫겠지.

       

       

       “이 총을 대량생산을 한다는 겁니까?”

       “예. 가능합니다. 독일이 적극 협조하더군요.”

       

       

       독일 역시 수상하지 않냐.

       

       이거 지들 군수공장만 싹 다 러시아로 옮겨두고 써먹겠단 소리 같은데. 정말로 독일이 죽창 하나 만든다면.

       

       그렇게 되면 러시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러기 전에 내전을 끝내야 하는데.

       

       타이밍은 언제로 잡는 것이 좋을까.

       

       적어도 체코군단이 남아 있을 때 해야 할 텐데. 역시 그럼 우크라이나가 관건이다.

       

       

       “지금 당장 생산되는 것으로 국경의 백군을 무장시키면 되겠군. 그럼 무기개발은 조병창에서 계속 부탁드립니다.”

       “예.”

       

       

       표도로프가 물러나고. 나는 미하일 드로즈돕스키를 찾았다.

       

       이런 건 역시 이 자와 말을 해 봐야 하니까.

       

       현재 독일의 지원을 받고 전차를 맡은 것은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거든.

       

       

       “참모장.”

       “예. 황녀님. 말씀하시지요.”

       “독일의 동태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어떤 점이 수상하십니까?”

       “독일이 너무 필요 이상으로 잘해주지 않습니까? 한때 적인데 말입니다.”

       

       

       혹시 실제 역사의 베르사유 조약에 있는 군대 제한도 없는 거 아니야?

       

       그게 정말이면, 영미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 독일을 붉은 역병을 막을 방파제로 만들 생각이겠지.

       

       갓 독립한 발트나 핀란드 폴란드, 당장 내부단속도 못 하는 우크라이나보다야 독일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

       

       독일이 해상우위권도 인정한데다가 식민지까지 토해냈고, 동맹국의 1인분 역할을 겨우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찢어 놨으니, 독일을 도울 국가도 없다고 판단했을 터.

       

       그래도 수상해서 나는 드로즈돕스키의 고조언을 듣고자 한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일은 많습니다. 확실히 좀 기이한 일이긴 하지만 영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를 돕는 것이 조건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 보통은 그치만.

       

       볼셰비키가 정말 개새끼들이라 그놈들을 죽이도록 우리를 돕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선이 있다.

       

       이건 너무 아낌없이 퍼부어 주는 거 아닌가.

       

       

       “혹시 영국과 프랑스의 눈을 속이고 우리 땅에서 생산한 것으로 힘을 모아 프랑스를 다시 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독일에 그런 여력이 있는 건 둘째치고라도.

       

       충분히 그래 보이지 않냐는 말이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러겠습니까. 배상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형편인 놈들이 다시 전쟁을 계획할 거 같지는.”

       “돈을 마구 찍어낸다든가.”

       

       

       실제 역사의 바이마르 공화국도 돈을 마구 찍어 내다가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 있으니까.

       

       

       “설령 독일이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당장 저희도 내전 중이 아닙니까. 저희가 참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긴 해.

       

       

       “그렇겠죠.”

       

       

       그런데 말이야. 내가 그걸 슬쩍 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지.

       

       그게 단순히 나중에 돌려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를 위해 무상공여한 거라면 딱 좋을 거 같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거 전부 슬쩍하고 싶다.

       

       만에 하나라도 독일이 불순한 생각을 품고 다시 프랑스를 죽창으로 찌를 생각이라면 전쟁은 안 된다며 이쪽이 싹 다 압수해서 가질 수 있는 거 아닌가.

       

       독일도 주시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 백군에서 무기 생산이 본궤도에 올랐으니, 실제 역사와 달리 이쪽은 재건된 볼셰비키에 밀리지도 않을 거다.

       

       그럼 독일은 뒤로 미룰까.

       

       우리의 빌헬름 씨가 어떻게든 제국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새롭거든.

       

       원래 11월 혁명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지는데. 베르사유 조약이 단순한 강화, 휴전협정이 된 만큼, 지금 해를 넘길 동안 독일제국이 유지되고 있다.

       

       그럼 우리의 칫솔수염 미대생이 독일을 접수하기 힘들지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당장 내 집에 불이 났는데, 남의 집이 문제냐.

       

       

       “뭐 독일 문제는 뒤로하고. 볼셰비키 치하에 있는 신민들이 점점 볼셰비키에 불만을 품는 건 좋은 징조입니다.”

       “예, 당장 군대의 질만 해도 이쪽이 우위에 있습니다. 볼셰비키 놈들도 군대를 재건하고 있지만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고요.”

       

       

       실제 역사보다 꽤 큰 전력 차.

       

       여전히 지지부진한 군대개혁, 제정 시절 장교들은 싹 다 백군 쪽으로 합류하고 있다.

       

       애초에 적군에 합류한 제정 시절 장교들은 대부분 기회주의자였다.

       

       그들이 냄새를 맡기에 소비에트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겠지. 이러다 보니 군대 재건은 더욱 뒤로 미루어지고.

       

       때는 다가오고 있다.

       

       

       “슬슬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들이 군대를 증강할 수록 소비에트를 지지하는 이들이 이쪽으로 돌아설 테니까요.”

       

       

       저들이 적군 한 명을 잃을수록 이쪽은 더 튼튼해진다.

       

       결국 저들은 실패했다.

       

       

       “알겠습니다.”

       “가이다 장군. 바스마치 운동은 좀 나아졌습니까?”

       

       

       바스마치 운동.

       

       중앙아시아의 튀르크족이 러시아 제국과 소련에 대해 반기를 든 운동이다.

       

       첫 시작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도중 러시아 제국의 무슬림 징병으로 인해 반러 감정이 터지면서 발생한 폭력사태가 발단이었다.

       

       10월 혁명으로 이 사태는 투르키스탄 전체로 확대되고, 페르가나 분지를 중심으로 봉기로 발전했다.

       

       수년 동안 게릴라 전이 벌어지면서 싸워댔지만, 결국, 나중에 붉은 군대가 내전에서 승리하고 중앙아시아의 소련화가 마무리되면서 완전히 끝나게 된다.

       

       물론 실제 역사의 이야기고.

       

       내가 있는 이 세계관에서는 백러시아의 영역에 속한 중앙아시아에서 그자들이 날뛰고 있었다.

       

       나는 이 문제를 가이다에게 전담시켰다.

       

       체코에 가기 전까지 내 밑에서 일 잔뜩 하라고.

       

       

       “예, 황녀님의 명령으로 그들에게도 튀르크족 대표가 두마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적당선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징병이 아니라 정식으로 그들 무슬림을 고용하는 형태로 할 테니, 내전을 도울 생각이 있냐고 떠보십시오. ”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합니까?”

       

       

       받아들이지 않는다.

       

       흠, 애초에 받아들인다고 보지 않는다.

       

       반러 감정이 폭발해서 일어난 일인데, 용병을 받아들이겠나.

       

       속는 게 아니냐며 한마디 하겠지.

       

       그럼 어쩌겠어. 그냥 내버려 둬야지.

       

       앞에 볼셰비키를 두고 뒤에서 게릴라전으로 피곤해질 이유가 없다.

       

       

       “그럼 내버려 둬야죠.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 없습니다.”

       “예.”

       

       

       원래 게릴라만큼 독종들이 없다.

       

       그것도 무슬림이라면 더 그렇지.

       

       정 안 된다면 달래는 수준이면 될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습 연참!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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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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