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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0

       

       

       

       

       

       

       

       “황실 기사단이 곧 도착하겠군요.”

       

       출발 전 물자 준비는 어젯밤에 소식을 듣자마자 기사단 전원이 개인 정비 시간을 반납하고 해 두었다.

       

       어차피 이번에는 레키온과 데보라, 그리고 우리들, 황실 기사단만 움직이기로 했기에 기사단원들은 늦은 시간에도 부지런히 움직여 주었다.

       

       우리는 황실 기사단이 도착하기 전, 나름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쀼우. 레온, 요거 대게 마시써! 한번 머거 바.”

       “오, 진짜 맛있네. 이 지역은 보니까 양고기로 만든 음식들이 맛있어.”

       

       아르가 포크로 찍어 내민, 달큰한 양념이 묻은 양고기를 한 입 먹어 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고기 특유의 잡내를 굉장히 잘 잡았단 말이야.’

       

       단순히 달달한 양념으로 냄새를 가린 게 아니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뭔가 향신료 같은 걸로 잡내를 잡은 것 같았다.

       

       실비아도 얼른 한 조각을 먹어 보더니 맞장구를 쳤다.

       

       “그러네요. 뭔가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잘 잡은 것 같아요.”

       “쀼우! 이것두 맛있당!”

       

       아르는 황실 기사단과 함께 토벌을 간다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복스럽게 볼을 빵빵 불리며 음식을 먹었다.

       

       “하하하. 아르 덕분에 저도 긴장이 조금 풀리네요.”

       

       레키온은 그런 아르를 보며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단장님도 긴장을 하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긴장하죠. 강적과 싸우러 갈 때는 두렵기도 하고요. 특히 이번엔 마왕과 직접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젯밤엔 잠을 조금 설쳤습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게 레키온의 기본 특성에는 레벨 차이가 나는 적 앞에서도 스탯 감소나 대미지 감소 같은 패널티를 받지 않는 「대담함」 같은 특성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읽은 적이 있었지.’

       

       용기란 건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는 글.

       

       새삼 레키온도 단순히 「레키온 사가」의 주인공이 아닌 페룬 대륙에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에 이은 인간미라고 할까.’

       

       그러고 보면 처음엔 그냥 완벽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르 앞에선 바보 삼촌이 되기도 하고 데보라와 어렸을 때부터 서로 좋아했으면서 눈치도 못 채고 말도 못 했던 걸 생각하면 인간미 있는 사람이긴 했다. 

       

       여러 모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만났을 때와는 느낌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식사를 마쳐 갈 무렵.

       

       똑똑똑.

       

       “단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크 소리가 들리자, 아르는 황급히 먹던 생크림 케이크 조각을 꿀꺽 삼키고는 말랑콩떡 모드로 변신했다.

       

       “쀼.”

       

       아르가 변신해서 내 무릎 위로 폴짝 점프해 품에 안긴 걸 확인한 레키온이 말했다. 

       

       “들어와라.”

       “넵!”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는 우리의 모습, 특히 짧뚱한 팔을 열심히 뻗어 눈앞의 케이크를 포크로 집으려는 아르를 잠시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황실 기사단이 막 도착했습니다. 일단은 귀빈실로 모셔 두었으니 식사 마치시고 천천히….”

       “아니, 마침 식사가 마무리되어 가던 참이다. 황실 기사단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레키온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데보라와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갑시다.”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쀼우…!”

       

       아르만이 아직 다 먹지 못한 케이크 조각을 향해 작은 젤리를 뻗었다.

       

       결국 아르는 남은 케이크를 내가 입 안에 잘라서 넣어 주고 나서야 기분 좋은 쀼 소리를 내며 콧노래를 불렀다.

       

       ***

       

       황실 직속 기사단 1개 소대 지원.

       

       소대라고 해 봐야 원래 소수정예 집단이라 열 명 남짓한 인원이지만….

       

       ‘그 한 명 한 명이 장난 아니게 강하니, 전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오히려 일반 기사단 몇 중대를 통째로 지원받는 것보다 이렇게 소수 정예 인원 열 명을 받는 게 하무트교 놈들과 싸울 때는 더 유리할 것이다. 

       

       ‘레키온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필요해.’

       

       만약 하무트교가 부활 의식을 거행할 경우 어중간한 실력을 가진 이들은 마왕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에 짓눌려 전력을 상실할 것이다.

       

       지난번에 하무트의 힘을 받은 지부장과 추종자들을 레키온이 신성력으로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긴 했지만, 마왕이 불완전한 상태로라도 직접 나선다면 일격에 끝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강하게 한 방을 꽂아 넣었는데 마왕이 안 죽기라도 하면 레키온은 탈진해서 잠들어 버릴 터.

       

       신성력을 한 번에 몰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아직 육성이 덜 된 레키온의 경우 마왕과의 대면전은 리스크가 있다.

       

       ‘무려 마왕과의 대면전인데 리스크가 있다는 말로 퉁칠 수 있는 레키온이 정말 대단하긴 한 거지만….’

       

       여튼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정예 인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상대가 마왕 부활 의식을 거행할 경우, 마왕의 존재를 직접 황실 직속 기사단원들이 목격하게 될 거고.

       

       그럼 자잘한 증거품을 들이밀지 않아도 앞으로 황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악마와의 연관성을 입증했을 뿐, 마왕의 부활이니 뭐니 하는 것까지는 제국 측에서 모르니까.’

       

       알았으면 황실 기사단 1개 소대만 지원해 주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아르가 만일 천 년의 힘을 써야 할 때가 오면, 그 힘이 마왕을 토벌하는 데에 쓰인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게 나을 수도 있을 테니.’

       

       판이 이렇게 커진 이상, 언젠가는 아르가 드래곤임을 밝혀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언제까지나 레키온, 데보라, 나, 아르, 실비아 이렇게 다섯이서만 토벌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특히나 스토리에서도 웅장한 대규모 전투가 이루어졌던, 바할라크 마왕군과의 싸움에서는 천 년의 힘을 거의 반드시 써야 할 것이다.

       

       ‘그때 가서 갑자기 사람들 앞에 거대한 드래곤이 나타나면 괜히 혼란만 가중시키는 셈이 되겠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갑자기 드래곤이 왜 전장 한가운데에 나타난 건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전세가 불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바엔 적당한 기회를 봐서 아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아.’

       

       마왕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황실 기사단 앞에서 확실하게 아르의 힘이 마왕에 맞서서, 인간의 편에서 쓰인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 이야기는 반드시 황제의 귀에 들어가게 될 터.

       

       ‘레키온은 우리 아르를 예뻐하니 괜찮지만, 황실에선 드래곤이라고 하면 무조건 경계부터 할 거야. 그 경계심을 풀어야 해.’

       

       그야, 천 년 전에 카란트라 제국에서는 ‘영웅 카란트라’가 직접 마왕을 봉인하고 평화를 가져온 뒤 그의 이름으로 제국을 세웠다고 역사를 날조한 기록이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진짜로 마신을 봉인한 드래곤의 후손이 떡하니 나타나면 제국 입장에서는 똥줄이 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드래곤이 인간의 편이 확실하다는 정보가 생기면 황실에서도 좀 안심을 하겠지.’

       

       솔직히 마신을 봉인하며 카르사유가 했던 희생을 생각하면 제국 측이 좀 괘씸하긴 하지만….

       

       ‘역사는 나중에 레키온이 좀 더 크고, 우리도 공을 세워서 민심을 얻고 충분한 발언권이 생기면 그때 정정해야겠지.’

       

       혹여 황실에서 탐탁지 않아 하더라도 제국민의 민심을 얻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여튼.’

       

       황실 기사단은 이번에 이 모든 것을 위한 초석으로서 아주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레키온과도 어제 미리 말을 맞춰 놓았다.

       

       -그러니까 황실 기사단을 목격자로 활용하신다는 거군요…!

       -맞아요.

       -흐음…. 영리한 작전이긴 한데, 그래도 황실 기사단을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하니 좀 양심에 찔리네요.

       -저희 아르가 황실의 눈밖에 나서 저와 함께 제국에서 추방 당하는 걸 원하신다면 협조해 주시지 않아도 좋아요….

       -이용해 먹을 건 이용해 먹어야죠. 나쁜 의도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아무튼 적극적인 협조 약속도 받아 냈다.

       

       최선을 다해서 싸우되, 겉보기에 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그때 아르가 천 년의 힘을 써서 멋지게 어시스트를 해 주는 밑그림을 그린 우리는, 황실 기사단과 함께 하무트교 지부를 향해 출발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파메라 기사단장, 레키온입니다.”

       “부단장 데보라입니다.”

       “허허, 용사님을 이렇게 직접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실 직속 기사단 제3소대장 커트 브륀입니다.”

       

       황실 직속 기사단원들의 포스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단순한 무력뿐 아니라, 일평생 검을 단련해 오며 쌓인 연륜과 경험이 얼굴 표정에서부터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쪽은…?”

       

       소대장이 우리를 보며 묻자 레키온이 설명했다. 

       

       “당분간 저희 파메라 기사단과 함께 일하게 된 용병 분들입니다.”

       “용병…?”

       

       레키온과 어울리는 실력을 갖춘 데보라까지는 이해하는데, 용병은 웬 용병이냐는 눈빛이었다.

       

       “하하하,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분들의 실력은 제가 보증할 테니까요.”

       “어, 음. 그렇군요. 단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레키온이 당당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소대장은 조금 혼란스러운 듯 말랑콩떡 아르를 바라보았다. 

       

       마침 소대장과 눈이 마주친 아르는 할 수 있다는 듯 쪼그만 젤리를 꽉 쥐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쳤다. 

       

       “삐유우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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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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