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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0

       

       *** ***

         

       흑묘의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다음날 아침 월복당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흑묘가 나타났으니까. 평상시라면 자신의 공간에 준비된 아침식사를 먹었을 흑묘.

         

       그런 흑묘는 배식을 받아 내 자리와 월복당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자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월복당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자리에 앉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당주님!”

         

       그 뒤로 오가는 대화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흑묘와 월복당원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지만 불편하고 어색한 침묵이라기보다는 서로 밥을 먹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듯한 침묵이랄까.

         

       흑묘의 변화는 계속되었다.

         

       하루 종일 자신의 처소에 콕 박혀 있는 대신 적극적으로 월복당 내부를 돌아다니며 월복당원들과 인사하며 대화를 걸었다.

         

       좀 무리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뭐 간신히 용기를 낸 사람의 의욕을 꺾는 건가 싶어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지켜본 결과…

         

       “허허, 안녕하십니까. 당주님.”

         

       “좋은 아침이에요. 격우.”

         

       “당주님, 이 부분을 어찌 처리하면 좋을지…”

         

       “이 부분은…”

         

       “당주님 오늘은 점심에 만두가 나온다는데 식사나 함께 하시겠습니까?”

         

       “좋아요.”

         

       딱히 내가 나설 구석은 없었다.

         

       월복당원들은 개개인이 숙달된 정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바. 정보의 기본이 무엇인가? 바로 소문을 캐는 것이다. 소문을 캐기 위해서는? 손쉽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이 필요하다.

         

       흑묘의 의지를 파악한 월복당원들은 자연스럽게 흑묘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들을 척척 만들어내며 어색함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이번 신년까지 대부분의 월복당원들이 모일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여러분들에게 변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하하하..다른 월복당원들도 당주님의 변화하신 모습을 보면 놀랄 테지요.”

         

       흑묘와 월복당원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지에 도달했다. 혹시 흑묘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이상증상을 보이는 이가 없을까 관찰해 보았지만 월복당원들도 철저하게 접촉시간을 지키며 어울리는 듯 보였다.

         

       흠.

         

       흑묘는 뭐랄까. 한창 행복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월복당원들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것만으로도 흑묘에게는 충분히 기쁜 일이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흑묘에게 함께하는 즐거움을 가르치고자 흑묘와 함께 이런 저런 모험을 다녔지만…사실 흑묘는 이 월복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월복당원과 어울리는 흑묘를 바라보고 있는 중 누군가 옆에 앉았다.

         

       “앉아도 되겠는가?”

         

       월복당원들 중에서도 고참이라고 할 법한 진서였다.

         

       “앉으시지요.”

         

       진서는 만두를 입에 집어넣고 국물로 그 만두를 넘기며 말했다.

         

       “고맙구만.”

         

       “뭐가 말입니까?”

         

       “자네 덕분에 당주님이 저리 변화하셨으니 말일세.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싶었을 뿐이라네.”

         

       “음.”

         

       “또한 큰 결정을 해 주었음을 감사해야하겠지.”

         

       큰 결정이라.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지난 며칠간 당주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네와 함께 여행을 다닌 이야기들도 하나 둘 주워 들을 수 있었네.”

         

       “그렇습니까.”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느끼는 것이 있더군. 자네가 당주님을 소유하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자네는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고 당주님은 외로움에 사무치신 분이었으니 얼마든지 당주님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았겠나.”

         

       “….글쎄요.”

         

       새삼스럽게 흑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뚠뚠한 상태임에도 흑묘는 매력적이다. 가리고 가려도 드러나는 몸의 선은 매력적이고 얼굴의 대부분이 가려졌음에도 작고 가녀린 얼굴선. 그리고 미려한 눈썹과 고혹적인 속눈썹. 마지막으로 크고 맑은 보석과 같은 눈동자만 보더라도 찬탄이 나온다.

         

       내가 흑묘를 소유하고자 했다면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글쎄.

         

       “아마 그러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흑묘에 대해서 잘 몰랐다면 정말로 그렇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흑묘지만 어쩐지 나에게는 아직 새끼고양이처럼 보인단 말이지. ‘도움! 도움!’이라고 외치는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쪼르르 달려와서 내 무릎에 웅크리고 자는 새끼 고양이.

         

       그 모습이야말로 태음성의 기운과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진 진짜 흑묘의 모습이 아닐까.

         

       “진서님도 그렇지 않습니까.”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러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게나.”

         

       “딱히 섭섭하지는 않았는데요.”

         

       진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딱 장난감 빼앗긴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그랬나.

         

       “우리 역시 당주님을 독점할 생각일랑 없네. 우리 역시 자네와 마찬가지니까. 이곳 월복당에서 머무르는 것 보다는 세상을 경험하고 경지를 쟁취하여 화경에 오르시길 바란다네. 그리하여 당주께서 완전히 천형을 벗어 던지는 것. 그게 바로 월복당의 창립 목적일 테니까.”

         

       진서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우리에게 있어 지금 당주님의 변화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야. 너무 긴 기다림 탓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일이었지. 그러니 우리에게도 그 즐거움을 누릴 시간을 주지 않겠나?”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나오시니 뭐라고 할 말이 없네.

         

       “뭐 동료니까요. 서로 기다려 주는 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랑 어울려주느냐고 이곳 저곳을 한참 쏘다닌 흑묘다. 낙양에서는 객잔에서 무려 한 달을 넘게 기다려 주기도 했지.

         

       이번에는 내가 기다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 ***

         

       춘절(春節)의 전날.

         

       월복당 역시 춘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부산했다.

         

       “자네는 다서실 쪽을 좀 부탁하지.”

         

       “예으이.”

         

       월복당의 비밀기지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평소에는 그냥 식당이나 연회장이나 살짝 꾸미고 말았다는데 올해는 성대하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

         

       흑묘의 성취를 축하하는 이유도 있고 흑묘의 성취를 확인하고자 월복당원 전원이 모인다고 하니 기념비적인 신년행사를 준비한다나 뭐라나.

         

       월복당원들과는 꽤 친해졌다.

         

       흑묘는 계속해서 월복당원들과 거리를 좁혔고 업무 이야기를 제하면 결국 흑묘가 월복당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나와의 모험담뿐이었다.

         

       흑묘에게 내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무래도 나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상승한 모양인지 서스름없이 다가오는 월복당원들이 꽤 많았다.

         

       기본적으로 인싸 기질을 탑재한 월복당원들이다보니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았기도 했고.

         

       “아니 그래도 손님 일 시키는건 조금…”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너무 친밀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고.

         

       통로에 붉은 색지를 붙이며 투덜거리고 있자니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 같이 즐기자고 하는 일인데 선배도 참여해야죠.”

         

       “아니, 딱히 놀겠다는 건 아니었고…”

         

       “줘봐요.”

         

       흑묘가 종이 반절을 빼앗아갔다. 장법으로 휘리릭 붙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흑묘는 의자를 끌고 와 차근차근 책장과 벽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장법으로 붙이면 편하지 않겠어?”

         

       “그렇긴 하겠지만 정성이 없잖아요.”

         

       우리 둘은 잠시 말없이 붉은 색지를 붙이는 것에 집중했다. 복(福)자가 쓰여진 홍지를 거꾸로 붙이고 있자니 확실히 신년 느낌이 물씬 나네.

         

       “사실 이렇게 신년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러냐.”

         

       “그렇죠. 올해는 특이하달까. 본래 신년이라면 다들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그렇긴 하지. 신년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정상이니까. 월복당원들이라 한들 가족이 없을까. 각자 다들 형제자매와 부모님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저 때문에 올해 신년을 이곳에서 보내는 당원들이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래.”

         

       “낭인객잔에서는 신년을 어떻게 보냈나요?”

         

       “음. 딱히?”

         

       낭인객잔에서의 신년이라. 뭐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지금처럼 색지나 복이 쓰여진 종이를 제 방에 붙이곤 했으나 현대인인 나는 딱히 그런 행사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신년에는 낭인객잔도 분위기를 내긴 했지만 다함께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유사연이 꾸미고 특식이 나오니까 신년이 왔다는 걸 깨닫기만 하는 수준?

         

       신년에도 도박장의 불은 꺼지지 않으니 도박이나 하러 갔지.

         

       딱히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그냥 얼버무렸다.

         

       흑묘도 꼭 대답을 바라고 꺼낸 이야기는 아닌 듯 색지를 붙이는 작업에 집중했다.

         

       나 역시 색지를 벽에 붙이며 생각했다. 흑묘는 달라지고 있다고.

         

       처음 만났을 때의 흑묘라면 어땠을까. 내가 낭인객잔에서 어떤 식으로 신정을 보냈는지 대답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유하게 넘어갔을까?

         

       그때의 눈치없는 흑묘를 생각하면 나에게 타박을 받을 때까지 물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처럼 정성이니 뭐니 하는 소리 없이 색지를 휘리릭 붙이고 사라졌겠지.

         

       “저기.”

         

       “왜요.”

         

       “월복당에 좀더 머무를 생각은 없어?”

         

       “왜요?”

         

       흑묘는 여상하게 내 질문을 받아쳤다. 글쎄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지난 일주일동안 흑묘는 크게 성장했다. 사람을 대하는 법에 대해서 특히나 더. 뭐랄까 월복당원들이 자연스럽게 가르쳤다는 표현이 걸맞을까.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흑묘는 좀 더 월복당에서 머무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왕 친목을 다지는 김에 확실하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월복당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도 드물다며.”

         

       “그렇긴 하죠. 하지만 선배는 괜찮겠어요?”

         

       “음. 나야 뭐 슬슬 움직여야지. 사천성에서 실전 경험이나 조금 쌓다가 날이 풀리면 당가에도 들려야 하고…”

         

       겨울 동안 내실은 다질 만큼 다졌다. 봄이 되었으니 이제 활동을 개시해야지.

         

       “생각해볼게요.”

         

       잠시간의 침묵을 뚫고 돌아온 흑묘의 대답.

         

       “그래.”

         

       나와 흑묘는 말없이 방을 장식했다.

         

       *** ***

         

       “하하하하!”

         

       “와하하하!”

         

       집회실은 연회장으로 탈바꿈했다. 붉은 색지로 화려하게 장식된 공간에 놓여진 탁상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흑묘는 단상에서 서서 연회장을 내려다보았다. 교자와 복주(福酒)를 비롯한 각종 음식을 즐기고 있는 월복당원들.

         

       ‘호 선배도 즐기고 있는 것 같군요..’

         

       이미 월복당원들 손에 붙들려 술을 꽤 마신 듯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었다.

         

       흑묘는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 주목! 당주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다!”

         

       두휘의 말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강압적인 침묵이라기보다는 느슨하고 포근한 분위기.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성취를 이루기도 했고 사천의 정세가 격변하기도 했지요. 그로 인해 해야 할 일도 많았고요. 월복당원들에게는 고된 한해였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보람이 있는 한 해였습니다!”

         

       “맞습니다!”

         

       흑묘는 월복당원들의 호응에 미소 지었다. 아직은 면사로 가려진 얼굴 탓에 월복당원들에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미소라기보다는 눈웃음이었지만 흑묘는 이제 월복당원들이 자신과 함께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믿었다.

         

       “작년이라면 저는 저 단상에, 몇겹의 천을 두르고 서 있었겠지요.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잔을 부딪치고 음식을 나눈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월복당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흑묘는 찬찬히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 보며 월복당원들의 눈빛을 읽었다.

         

       뿌듯함. 기쁨. 감탄.

         

       긍정적인 감정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는 월복당원과 하나하나 시선을 마주하며 흑묘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제 변화를 본인의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제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추운 겨울의 여행길을 감내하며 모여 주신 월복당원분들에게 감사를 표해요.”

         

       흑묘의 시선이 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전후담에게도 닿았다. 아직 월복당원으로서의 유대가 쌓이지 않은 전후담은 흑묘의 시선이 어색한지 뒷머리만을 긁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있는 호천안에게도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호 선배에게도.”

         

       “…나?”

         

       “호 선배에게는 정말 많이, 아주 많이 감사해요. 제가 한 짓을 용서해 준 것부터 저를 위해 해주신 이런저런 행동들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호천안. 흑묘는 그런 호천안을 보며 쿡쿡 웃었다.

         

       “한동안 이 월복당에 머무는 것이 어떻냐고 물었죠 선배? 월복당원분들은 이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아주 그냥 한 해 푹 쉬다 가시지요!”

         

       월복당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성은 곧바로 발안자인 호천안에게도 이어졌다.

         

       “자네 아주 좋은 생각을 했구만!”

         

       “좋아! 좋아!”

         

       흑묘는 큭큭 웃었다. 호천안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같이 움직이고 싶었으면서 괜히 배려하는 척 하기는.

         

       ‘호천안 그자에게도 조금 신경 써 주시지요. 요새 좀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더군요.’

         

       ‘후후, 당주님을 독점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니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호천안의 상태를 살짝 귀뜸해 주던 월복당원이 모른 척 호천안의 등을 두들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며칠 머무른 뒤에 호 선배와 함께 떠날 생각이에요. 어쩔 수 없잖아요. 선배가 저렇게 말을 해도 외로움을 타니까 챙겨주는 수밖에.”

         

       “아니, 내가 언제…!”

         

       “자네 불알 떼게! 어디 다 큰 남정네가 청승을 떨어서 여자를 걱정시켜!”

         

       “이런 놈을 두들겨 패야 해!”

         

       “악! 잠깐, 악!”

         

       흑묘와 헤어진다는 아쉬움이 듬뿍 담긴 손바닥이 호천안의 등짝을 연신 두들겼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던 호천안이 누군가의 다리에 걸려 쓰러지고…몸을 만 호천안의 전신에 손바닥이 쏟아졌다.

         

       “악! 잠깐! 뼈맞았어! 악! 누구야! 발로 찬 사람!”

         

       한 바탕 난리가 지나가고 엉망이 된 호천안이 간신히 제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흑묘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호 선배가 말했어요. 언젠가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사실 저는 그때 호 선배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연회장의 모두는 흑묘의 말을 경청했다.

         

       “아직도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해요. 호 선배와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거라고요. 호 선배에게 함께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저는 여러분들이 절 얼마나 배려해주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겠지요.”

         

       흑묘는 월복당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일주일간. 여러분들이 저를 많이 배려해주고 저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었다는 것을 알아요. 감사해야 할 것은 그뿐만이 아니겠죠. 함께하는 법조차 모르는 못난 당주를 오랜 세월 묵묵히 기다려 준 것 역시 고마워요. 그리고 그런 못난 당주의 성장을 이렇게 기뻐해 주는 것도 고맙습니다.”

         

       “당주…”

         

       “그러니 이 못난 당주는 좀 더 성장하고 여러분들 앞에 떳떳한 당주가 되기 위해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호 선배와 함께 경험을 쌓고 세상을 보고…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지를 올리고 천형을 극복하려 합니다.”

         

       “사실 아쉽긴 합니다.”

         

       진서가 입을 열었다. 진서의 발언에 몇몇 월복당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흑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월복당원이 되었지만 월복당원이 되어 가까이서 바라보는 흑묘의 삶은…그다지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소란을 피하기 위해 그 미모를 은닉하고 존재를 숨긴다. 마치 허상과 같이 그림자와 같은 삶에 인연이 어찌 따라 붙을 수 있을까. 그저 고독하고 또 고독하게 살아가는 삶을 보며 동정을 품었지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흑묘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자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흑묘의 곁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눈을 마주보고 감정을 교류하고 환담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허나 저희가 당주님의 발목을 붙잡을 수야 없지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지금 흑묘의 모습이 바로 월복당원들이 바라던 것이었다. 허상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실제하는 삶. 응당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니 아쉽지만 보내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대신! 떠나기 전까지는 잔치입니다!”

         

       “옳소!”

         

       월복당원들이 탁상을 두들겼다. 소란을 일으키며 건네지는 잔에 흑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잔을 집었다. 아직도 골이 나 있는 호천안의 손에도 잔이 잡혔다.

         

       “월복당을 위하여.”

         

       “당주님을 위하여!”

         

       흑묘의 선창과 월복당원들의 후창이 이어지고 술을 목구먹으로 넘긴 자들 특유의 감탄사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그 뒤로도 연회장에서는 흥겨운 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니.

         

       새 해가 열리고 봄이 찾아오는 어느 날 밤이 깊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2/10/22 이번 에피소드에 대한 시간 흐름 조정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에피소드 시작점부터 여러 가지로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해 일부 시간 흐름을 조정했습니다.

    코로롱의 영향일까요…태엽시계가 등장한다든지 신정이라는 표현을 쓴다든지 너무 세계관에 걸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구멍이 많았다 생각해 시간적인 흐름을 수정했습니다.

    기존 -> 겨울의 중간에 월복당을 방문하게 되고 신정까지 일주일 정도 머뭄.

    현재 -> 호천안의 폐관은 겨울 내내 이루어지고 월복당원이 팔둔현을 방문한 시점도 거의 구정에 가까울 때로 수정했으며 당연히 월복당 본당에 도착한 시점도 구정 일주일 전쯤으로 수정했습니다.

    연말행사 대신 구정맞이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갑자기 연말행사해서 구정맞이로 내용이 바뀌어 당황스러우셨겠지만 이 편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부족함으로 내용 이해에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어느덧 무고집낭도 200화를 맞이했네요. 200화까지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시며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코로롱 핑계를 대며 수정을 감행한 뒤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민망하지만 더 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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