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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0

       이걸 대체 무슨 상황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인터넷방송, 한다고 하긴 했었지.’

        

       멍한 머리를 애써 추스르는 사이에도, 이예리의 동생은 저 멀리에서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티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핸드폰 화면을 준비해달라는, 게임과 무관한 인생을 살아온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

        

       그러나 설령 그녀가 나오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어지는 발언들을 해석할 정신은 없었으리라.

        

       ‘사람 앞에 서는 거, 괜찮아졌나?’

        

       너무 어린 나이에 필요 이상으로 주목을 받고, 변해가는 신체적 특징 탓에 그 관심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부풀다가……결국은, 그 변화 탓에 입은 부상으로 은퇴한 동생이었다. 그 후로, 사람을 마주하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되어버렸었는데.

        

       ‘인터넷방송……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사람들도 댓글 달거나 채팅치고 했을 테니까. 익명으로 했을 거고. 그게 재활훈련이 된 걸까?’

        

       그리 기억과 고민에 깊이 빠진 이예리가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는 사이. 그 원인을 오해한 후배는 다급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 부적절한 아이디어였던 것 같아요. 제가 진짜 팬이어서……양 당사자에게 좋은 결과를 주겠다는 의욕이 앞서 조금 흥분했어요…….”

        

       “……아니에요. 사과하실 이유도 없고……걱정하지 마세요. 저년차에게 적극적인 자세는 좋은 거예요.”

        

       오히려, 그녀야말로 조금은 미안한 일이었다. 업무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고 있는 건 이예리 본인이었으니.

        

       물론, 그와 별개로……교섭 대상인 상대방에게 팬이랍시고 접근하겠다며 사심을 채우려 드는 후배에게, 적절한 아이디어였다는 말만큼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예리는 저 멀리에서 ‘게임 중 벌목 횟수 초과로 탈락입니다. 단, 오늘 임시 관리자로서 시위를 열심히 하셔서 순수를 증명하시면 선발할 건데. 어떠신가요.’ 따위의 말을 하는 동생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떤 방송을 하는지, 혹시 설명해줄 수 있나요? 여자 팬이 많아요?”

        

       “네! 주로 게임 방송인데, 가끔 소통도 해요. 얼굴은 한번도 공개 안 했었는데, 그래도 인기 진짜 많고요. 요즘은 나오나 스트리머 중에 시청자수 압도적으로 1등일 걸요? 왜 얼굴 공개 안 하냐는 말 진짜 많았는데, 오늘 보니까, 와. 진짜 왜지. 그리고……아! 게임이다보니 남자 비율이 높긴 한데, 여자 팬도 많아요. 욕도 안 하고, 목소리 좋고, 게임 엄청 잘 하고, 방송하면서 화 한번도 안 내고, 은근 말도 재밌고……이런 여스 진짜 없거든요.”

        

       하여간, 회복력이 빠른 후배였다. 변호사로서는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지금만큼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상한 짓은 안 하나요?”

        

       “어……이상한 짓이라고 하시면……?”

        

       “뭐, 노출한다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한다거나. 사생활 유출 위험이 있는 일을 한다거나. 그런 짓들이요.”

        

       “아. 노출, 이요? 그런 건……그, 의도적인 노출을 하는 그런 분 절대 아니고요. 사생활 유출도 없었어요. 일반 사회통념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변호사님, 변호사식 화법이 갑자기 느셨네요.”

        

       “헤헤…….”

        

       머쓱하게 말을 돌리는 후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예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수로는 노출했고, 논란도……뭔가, 특정 집단에서는 반발할만한 논란을 잔뜩 만들었다는 거지?’

        

       인터넷방송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얼마나 찾아보고 싶었던가. 단서가 부족하다지만……게임하는 여자 방송인이 몇 천명쯤 될 리도 없고.

        

       하루에 30분씩, 밥 먹는 시간만 할애해도 금방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10초씩 목소리만 들어봐도 알아볼 수 있을 테니.

        

       그러지 않은 건, 동생이 찾아낸 작은 안식처를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방송을 그만둘지도 모르니까.

        

       다만……그 결과가, 저 시위라고 생각하면.

        

       그리고, 그……아이디라고 생각하면.

        

       ‘무리해서라도 이름은 물어 봤어야 할까. 보지는 않더라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아이디는 당장 바꿨을 텐데. 애초에 모니터링을 했다면- 아니, 아니야.’

        

       “……설명 감사합니다. 저……시위 컨셉 팬미팅, 끝나면 같이 가서 얘기해보시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네요.”

        

       “어, 아마 바로 도망갈 거 같은데요? 클라이맥스에서 사라지는 게 취미인 사람이라-”

        

       “괜찮아요. 집으로 잡으러 가면 되니까.”

        

       “어……네? 집, 집이요?”

        

       그리 말하며 복잡한 심경을 애써 다스리는 사이, 그녀의 동생은 저 멀리에서 제법 심각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음. 티어 사칭은 중죄인데……혹시 이 아이디 주인이 대신 처벌받는 것에 동의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관리자 임명해드릴 수도 있어요. 본계정은 오픈하셔야 하긴 하는데.》

        

       간이 무대 위로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난입하는 모습이 조금 위협적이어서, 못내 걱정스러웠지만……아까부터 진행에 도움을 주던 사람이니까. 당장 제지할 일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 당장 뛰쳐나갈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 * * *

        

       깊게 눌러쓴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는 유독 말을 아끼던- 그리고, 과감하게도 레반의 계정을 사칭한 친구와 부드러운 교섭을 하던 중.

        

       아까부터 어딘가 미묘한 표정이던 레반이, 유례없이 굳은 얼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슨 사이지.

        

       “우리 회원 위협하지 마요. 티어를 사칭해서 그렇지, 도적엔 진심인 친구 같은데.”

        

       “……맞아요.”

        

       조금, 소심한 느낌의 목소리.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말을 안 하더라니,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 타입인가.

        

       이런 건 지켜줘야지.

        

       티어사칭범의 후드부터 잡으려 드는 레반의 앞을 가로막으며, 도질을 향해 손짓했다.

        

       우리 도적부흥운동회도 이제 행동대장이 있다고.

        

       “자. 진정하세요. 아이디는 내어준 사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왜, 대포폰 잘못 만들어주면 처벌받고 하잖아.”

        

       “제발 예시를 좀, 논란 안 생길 만한 걸로 하거나, 마이크는 끄고 하거나……하. 아무튼, 비켜요. 저거 누구한테 사진이라도 찍히기 전에 데려가야 되니까.”

        

       음……마이크, 마이크는 꺼도 되는데. 그래도 저 앞에 있는 사람들한텐 들리지 않을까.

        

       그래도 레반의 걱정도 일리는 있었다. 일반인일 텐데, 티어사칭범이라고 사진이 도는 건 곤란하겠지. 역시 카나리아야.

        

       아침에 아크가 들고 왔기에 테이블 밑에 보관중이던 오토바이 헬멧을 슬쩍 건네주니, 눈빛이 반짝거리면서 바로 뒤집어쓰는 게……아크 팬인가.

        

       아크 팬이면, 같은 팬으로서 정상참작 해줘야 되는데.

        

       “자. 이제 괜찮나요. 마이크도 껐어요.”

        

       “뭐가 해결됐다고 이제 괜찮나요는 무슨-”

        

       그리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 레반이, 몸을 가까이 기울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족이니까, 제발 협조 좀 해요.”

        

       아.

        

       “……미안해요. 진작 말하지. 자, 티어사칭범님께는 안타깝지만……내려가셔야겠네요. 처벌은 나무꾼이자 명예 관리자로 임명 예정인 322님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거예요.”

        

       “아, 안 돼요! 그러면 악수라도 한번-”

        

       악수, 는 괜찮나? 하고 레반의 눈치를 보니, 여전히 표정은 안 좋지만……고개를 살짝 끄덕인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하게 허락을 구하는 의미에서 티어사칭범의 손을 한번 가리키고, 오른손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흔들어 보이니- 음.

        

       저렇게 미간 자주 찌푸리면 주름 잡힐 텐데. 나중에 후회해도 늦는다고. 좋은 피부관리사는 모른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그래도, 고개를 젓지는 않았으니까.

        

       “자. 그러면 이제 끔찍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으니, 반성해주시고……322님, 인계해주세요.”

        

       “아, 아따먹님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편집 열심히 할게요! 최고예-”

        

       “……입, 제발, 입. 너는 이따가 집에 가서 보자.”

        

       “아! 아! 아따먹님! 나무꾼이 사람 패요! 아! 아따먹니임!”

        

       악수를 마친 티어사칭범이 레반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퇴장하는 걸 보고 있자니 왠지, 조금……조금, 불안한데.

        

       왜지.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자니, 시위 현장은 다소 어수선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탓이겠지. 어정쩡한 자세로 굳은 관리자들이 수습해주면 좋겠지만,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고.

        

       음…….

        

       “자. 잠시 소란이 있었네요.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이럴 땐, 역시 다같이 구호를 외치며 단합력을 올리면 되겠지.

        

       “제가 도적 너프, 하고 선창하면, 결사 반대, 라고 후창해주세요. 연습해볼까요. 도적, 너프.”

        

       “““결사- 반대-!”””

        

       음……목청 좋네. 조금 불온한 목소리가 섞여있었던 것 같은데, 우렁찬 구호 덕에 식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채팅창에서 늘 보던 시위대를 실물로 체감하자니, 생각보다 즐거운 것이……이거, 괜찮네.

        

       그리고, 아.

        

       “장작이 부족하면, 에는 폭탄이 남아있다, 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조금 멀리서 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왜, 불구경은 강 건너에서 하는 게 제맛이라는 선조들의 말씀도 있잖아.

        

       

       어떻게, 방법 없으려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롤리디아 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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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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