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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0

   특수학관으로 향하는 복도 앞.

   검푸른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년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최근 들어 성장기를 마쳤는지 꽤나 다부진 체격이 된 그는 크라슈 발하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그러면서 크라슈는 아까 전 시즐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해봐야겠지.」

     

   그러나 시즐리는 크라슈를 믿기로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다.

     

   「최대한 어떻게든 연결점을 만들어보마.」

     

   시즐리는 당찬 표정과 함께 방을 나섰다.

   크라슈는 그녀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자리를 만들어 줄 거로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바로 천재 소녀, 시즐리 에파니아였으니까.

     

   시즐리가 자리를 뜬 뒤 크라슈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앞에서 말했듯 그가 들른 곳은 다름 아닌 특수학관이었다.

     

   여전히 자신만의 연구로 바쁜 아이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왔다 갔다 했다.

   크라슈는 그런 그들을 둘러보다가 이내 저주학 쪽에 도착했다.

     

   저주학 쪽도 인원이 꽤 있는 만큼 꽤나 여러 이들이 저주를 연구하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중에서도 구석진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작은 소녀를 발견했다.

     

   분명 크라슈보다 연상이지만 너무나 작은 체구의 소녀는 자그마한 손으로 저주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자그마한 손에 비해 다루는 저주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학생 중 유일하게 상위 저주를 다를 수 있는 이.

   해주사 벨투아 락로드의 막내 제자.

     

   도르마 락로드였다.

     

   “도르마.”

   “힉!”

     

   크라슈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 순간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손에 들고 있던 저주가 담긴 병을 떨어트리는 모습에 크라슈는 얼른 손을 뻗어 그 병을 받았다.

     

   그러고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자 도르마가 빳빳이 굳어 있었다.

     

   자칫했다간 저주학 교실에 상위 저주가 풀릴 뻔했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저주 병을 그녀의 탁자 위에 올렸다.

     

   “미안, 갑자기 말 걸어서 큰일 날 뻔했네.”

   “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너무 부주의했어요!”

     

   크라슈의 사과를 들은 도르마가 얼른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덕분에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 풀린 듯하였다.

     

   도르마는 그제야 크라슈를 보고는 조그마한 머리를 기울였다.

     

   “그, 그런데 크라슈 님, 웬일로 저주학 교실에 오셨어요?”

   “도르마, 너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

     

   도르마는 이번에도 고개를 기울였다.

     

   “벨투아 씨 건이야.”

     

   그리고 크라슈가 다음 말을 하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토끼 눈동자가 된 그녀를 보며 크라슈는 의자를 하나 드륵 빼어 앉았다.

     

   “우선, 벨투아 씨의 마지막 목격담을 찾았어.”

   “저, 정말인가요!?”

   “그래, 당장 찾으러 갈 생각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문제가 하나 있어.”

     

   크라슈는 현재 라헬른 아카데미 학생이다.

   크라슈가 나름대로 아카데미에서 특별 취급받고 있다곤 하나 학생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황녀인 시즐리마저도 제국의 사정을 살피러 갈 때 일부러 제국 쪽 임무를 받고, 간 거였기 때문이다.

     

   “임무와 훈련을 제외한 무단결석이 반복되면 퇴학이니까.”

     

   벨투아를 찾는 건 크라슈에게도 훈련 취급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에 듀란달과 함께 훈련 기간을 꽤나 길게 쓴 만큼 이번에도 멋대로 움직이기는 그랬다.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벨투아를 찾는 거라면 뭐든 할 수 있다며 도르마가 굳은 의지를 보여왔다.

   그 의지를 엿본 크라슈는 짧게 웃었다.

     

   “임무를 하나 내줘.”

   “임무요?”

   “그래, 벨투아 락로드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금역, 멈추지 않는 밤에서 벨투아 락로드의 수색 임무야.”

     

   도르마는 또다시 토끼 같은 눈을 했다.

     

   “제, 제가 임무를 낼 수 있나요?”

     

   라헬른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임무는 대부분 각 나라나 가문에서 등록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학생인 자신이 임무를 낼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크라슈는 거기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잘 알았다.

     

   “그야, 가능하지. 벨투아 씨가 자리를 비웠다면 도르마 네가 락로드 가문의 주인이잖아.”

     

   락로드 가문은 벨투아, 도르마, 이 둘밖에 없다.

   왜냐하면 벨투아는 고아였던 도르마를 유일하게 양녀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제자들이 있다곤 하나 그들은 각자의 성을 지녔거나 혹은 평민인 이들이다.

     

   정식으로 락로드 가문의 사람은 도르마 한 명뿐이었다.

     

   즉, 그녀는 개인 혼자로서도 충분히 가문의 이름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가문 단위로 움직일 수 있는 이가 그녀였다.

     

   “아, 아아, 그러네요!”

     

   뒤늦게 그 사실을 이해한 도르마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락로드의 이름이라면 임무가 가능하다고 그녀도 판단했다.

     

   “알겠어요! 제가 등록할게요!”

     

   그녀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벨투아를 찾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울 모습이었다.

     

   “고마워. 부탁할게.”

     

   한숨 놓은 크라슈는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해두고는 특수학관을 나왔다.

     

   이걸로 벨투아를 수색할 방법은 만들어 두었다.

     

   ‘남은 건 임무를 받는 거겠지.’

     

   그리고 크라슈는 또 다음 난관을 거쳐야 함을 느꼈다.

     

   임무를 받는다.

   그건 즉, 샬롯을 만나 부탁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샬롯이 좋아하던 과자라도 있었던가.’

     

   얼마 전, 크라슈는 샬롯이 가족임을 되새겼다.

   자신이 그저 샬롯이라는 거대한 별이 두려워 외면 했을 뿐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동생으로서 대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이제는 샬롯이 겉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이 행동해도 그 내면은 자신을 위함을 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직 샬롯에게 서툰 건 사실이었다.

     

   ‘어찌 되었든 결국 부딪쳐 봐야겠지.’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사자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 크라슈를 알아본 여러 이들이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왔다.

     

   그리고 대부분 아이에게 내비친 반응은 경의였다.

   예전에는 호승심도 섞여 있었지만, 크라슈가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그가 세운 업적에 존경을 품은 것이다.

     

   크라슈 또한 조금씩 자신이 라헬른 아카데미의 중심이 되어감을 느꼈다.

     

   예전에 아서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마저 골칫거리로 취급받았던 자기 삶이 참 많이 변했다고 크라슈는 생각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크라슈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인기척을 느꼈다.

     

   그 인기척에 짧게 한숨을 내쉰 크라슈는 옮기던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 크라슈의 몸에 속력이 더해졌다.

     

   엑셀.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던 크라슈가 어느샌가 복도 한쪽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크라슈의 손이 즉시, 뻗어졌다.

     

   “크엑!”

     

   크라슈가 뻗은 손에 목이 잡힌 이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시그린을 따르는 쌍둥이 중 하나인 백사.

   토이 포포아였다.

     

   “토이!”

     

   그 순간 근처에 있던 쌍둥이 흑사 타이 포포아가 소리를 내지르며 크라슈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또한 후에 창공의 세대에 속할 이들이다.

   쌓아온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듯 타이의 소매에서 뻗어 나온 검날은 즉시 크라슈를 급습했다.

     

   그러나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크라슈는 우뢰성을 뽑지도 않고, 손날 위에 아우라를 둘렀다.

   그러고는 즉시 검날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쩌엉!

     

   새하얀 백염이 서린 크라슈의 손날과 타이의 검날이 맞부딪치며 거센 소음이 울려 퍼졌다.

     

   타이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자신의 검을 고작해야 손날로 맞받아친 것을 믿지 못하는 눈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듀란달에게 배운 재룡락은 육체 자체를 하나의 무기로 만드는 비술이다.

     

   지난 몇 달간 크라슈는 재룡락을 필사적으로 익혔고, 그 결과 재룡락의 1단계 수준에 이르렀다.

     

   아우라를 육체 일부분에 집중시켜 강철보다도 단단하게 만드는.

     

   재룡락(災龍落)

   일식(一式)

   체(體)

     

   크라슈는 이제 마음먹으면 육체 어디든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목이 잡혀 있던 토이가 크라슈의 팔을 꺾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크라슈의 팔을 꺾으려 해도 그의 팔은 바위마냥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힘부터가 너무 차이가 난 것이다.

     

   그들의 얼굴이 굳었다.

   크라슈가 강한 것은 그들도 알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할 정도로 강했다.

     

   분명 자신들보다도 한 살 어린 크라슈다.

   하물며 그들 또한 1기생 사이에서 날고 기는 이들 중 하나.

     

   아무리 그래도 크라슈와 이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콱!

     

   “끄윽!”

     

   그러는 순간 크라슈가 토이의 목을 더 움켜쥐었다.

   토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자 타이가 당황했다.

     

   “토이를 놔줘!”

   “볼 일부터 말해. 그러면 놔줄 테니까.”

     

   먼저 자신의 뒤를 밟은 건 타이와 토이 형제의 짓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스산한 눈동자로 그들에게 경고했다.

     

   왜냐하면 과거를 포함한 현재까지도 그들에게 딱히 좋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크라슈는 타이가 머뭇거리기 시작하자 살짝 눈을 찌푸렸다.

     

   “왜? 시그린 에파니아가 시켰냐?”

     

   크라슈가 질문하자 타이는 욱하듯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 시그린 님과는 전혀 관련 없이 우리의 독단적인 행동이다.”

   “그럼 쫓은 이유는?”

     

   타이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 모습에 크라슈는 목을 두둑하니 풀었다.

     

   그것이 크라슈가 전투를 하기 전 행하는 행동임을 들었던 타이는 멈칫하곤 서둘러 말했다.

     

   “시그린 님이 최근 너만 관련되면 예민해져서 우리끼리라도 무언가 캐낼까 싶어 온 거뿐이야!”

   “시그린이 나만 관련되면 예민하다고?”

     

   크라슈는 허하고 짧게 소리를 내었다.

   하긴, 시그린의 계획이란 계획은 죄다 부수고 다녔으니.

     

   그야, 저쪽이 예민해지는 건 당연한 절차긴 했다.

     

   ‘그보다 이제 샬롯이 아니라 슬슬 나를 표적으로 잡기 시작했나.’

     

   저쪽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겠지.

     

   그래서일까.

   크라슈의 입에 스산한 웃음이 걸렸다.

     

   ‘언제쯤 알려나.’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서는 그녀와 함께 회귀하지 못했음을 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시그린은 분명히 망가지겠지.

     

   다른 이들은 몰라도 시그린과는 지독한 악연인 크라슈다.

   그러니 크라슈는 부디 그녀가 무너지기를 바라며 토이의 목을 놓았다.

     

   “쓸데없는 짓이야. 너희들이 내게 뭔가 캐내 갈 수 있을 리도 없고, 캐내 간다고 한들 얻을 만한 것도 없다.”

   “윽.”

     

   타이는 그 말에 반박을 못 하겠는지 입술을 앙다물었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들과 크라슈 사이의 격차는 너무 벌어졌다.

     

   “그리고 너희들도 가라앉는 배는 언제까지고 타고 있지 않은 게 좋을 거다.”

     

   그러면서 둘에게 충고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토이와 타이 형제는 그런 크라슈를 바라볼 뿐 차마 쫓지 못했다.

     

   단지, 크라슈는 속으로 생각했다.

     

   머지않아 시그린 쪽에서 한 번 크게 수작을 벌여 올 거란 걸 말이다.

     

   ‘그때가 되면.’

     

   이쪽도 제대로 시그린을 박살 낼 준비를 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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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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