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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해가 어둠에 먹혀가기 시작하며 붉게 타오르는 검은 하늘에 검은 구멍 하나가 나타난다.

    비로소 떠오른 검은 태양.

    드디어 이렇게 바다에 온 원인을 목도한 루크는, 그 광경을 잊지 않기 위해 하늘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과거의 하늘과 비교해 오차를 수정하는 작업을 잊지 않는다.

     

    자그마치 5000년이나 차이가 있는 하늘이다.

    5000년의 변화를 단순한 계산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최소한 과거와 바뀐 단위계 정도는 수정할 수 있을 터.

     

    ‘하늘의 별자리와 태양의 위치, 그리고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면…….’

     

    루크는 머릿속으로 마법적 계산을 속행하며 한켠으로는 생각했다.

     

    일식, 이렇게 자세히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매번 일식은 굳이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던 데다가, 일식이 일어나는 날은 기본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아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둘도 아니었다.

    그래서, 루크는 이렇게나 밝고 떠들썩한 일식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꽤, 즐거웠으니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놀았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이 심장을 지닌 채로 케일과 레니에가 함께 있었다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만약 이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욱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루크는 잠시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꼈다.

    불어오는 바람은 그렇게 더웠던 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시루드는 왠지 그런 루크의 옆모습이 어딘가 아련해보인다고 생각했다.

     

    루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오늘 일식이 즐거웠었던 걸까?

    뭔가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라 시루드는 루크와 마찬가지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일식을 구경했다.

    붉게 노을진 하늘에 검은 구멍이 하나 뚫린 것 같은 하늘은 꽤 멋지긴 했다.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역시 옛날 이야기인 것 같지만.

     

    ‘……아니, 아닌가?’

     

    루크를 만나게 되었으니 일식의 날에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말은 100% 거짓말이 아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아빠보다 같은 반 여자애를 더 그리워했던 건 아닌가 부끄러워져서 약간 얼굴에 피가 쏠렸다.

     

    그러고 있는데 루크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설마 지금 자신이랑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화들짝 놀랐다.

    시루드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루크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하늘의 사진만 찍어댔다.

    그 모습에 시루드는 갑자기 김이 확 빠지며 막대한 부끄러움이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혹시 자신의 모습을 루크가 봤을까 싶어서 슬쩍 낚시 모자의 챙을 집어내려 얼굴을 가리고 그 상태로 시선을 곁눈질해 루크를 보았지만, 루크는 곁에서 시루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말든 시선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찰칵, 찰칵.

     

    루크는 마지막으로 하늘의 형태를 완벽히 기록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어 일식의 하늘을 몇번 찍었다.

    뭐, 그것도 기억하면 될 일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 하늘의 모든 곳을 동시에 시야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니 시각적 자료를 이렇게 챙겨두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이내 사진을 확인한 루크는 꽤 괜찮게 찍힌 하늘의 사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잘 찍혔구나.”

     

    루크의 중얼거림에 시루드는 갑자기 느껴지는 어색함때문에 루크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그 카메라 좋아보이네. 새로 산거야?”

    “아니, 그냥 아는 사람한테 빌렸다. 그런데 이거, 그렇게 좋은 카메라인 것이냐?”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시루드는 조금 난처하게 뒷목을 긁었다.

    그냥 척 봐서 나빠 보이진 않아서 한 말이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루크가 카메라를 꼼지락거리며 미소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카메라가 좋고 나쁜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묻는다.

     

    “음, 너 사진 찍는 거 좋아해?”

    “아니,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별로 취미는 아니었다.

    한번 본 광경을 쉽게 잊지않는 루크는 애초에 사진을 이용해 어떤 상황을 물질의 형태로 남겨야 한다는 발상이 옅기도 했으며, 미적으로 사진을 찍는 방식 따위는 알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즐기지도 않는다.

     

    “그, 그렇구나.”

     

    하지만 뭔가 단호한 루크의 대답에 시루드는 뭔가 무안해져서 루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루크는 혹시 사진이 찍고 싶어서 그런건가, 싶어서 묻는다.

     

    “너도 찍고 싶다면 빌려주겠다. 뭘 찍고 싶은 게냐?”

    “아, 아냐. 됐어.”

     

    시루드도 딱히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니어서 거절했다.

     

    뭐, 루크랑 같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지만…….

    시루드는 뭔가 자신 쪽에서 말하면 좀 이상해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말할 수는 없었다.

     

    ———

     

    “아, 그래. 내 걱정은 말게. 근처에서 시루드를 만나서 말이지. 지금 같이 있다네. 응, 천천히 오거라. 하하, 뭘. 이정도를 가지고……. 아, 그러도록 하게. 단 둘이 바닷가도 좀 걷고 그러란 말일세. 그래.”

     

    한참 통화를 마친 루크는 뭔가 후련한 표정으로 다시 다가와 앉는다.

    시루드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묻는다.

     

    “무슨 전화였어?”

    “아, 보호자의 연락이었단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 조금 더 있어야 겠구나. 괜찮겠느냐?”

    “무, 물론이지. 편한대로 있어.”

     

    시루드는 문득 루크의 손에 들린 휴대폰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런데, 휴대폰 바꿨어?”

    “아, 얘기 안했던가? 이번에 망가져서 새로 구했단다.”

     

    루크는 자신의 새로운 휴대폰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원래 쓰던 휴대폰보다 더 성능이 떨어지는 보급형 휴대폰.

    리엔느 숲에서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생각하지 않고 마력을 쏟아냈으니 그 섬세한 마도구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휴대폰이 망가졌다보니 또 새로 구입해야 했는데, 그럭저럭 여유롭지만 그다지 풍족하지만은 않은 예르나의 지갑사정상 루크에게 새로 비싼 걸 해줄 수도 없어서 이런 것을 쓰게 되었다.

    예르나도 휴대폰을 새로 사야 했으니까.

     

    “혹시 번호도 달라졌어?”

    “음……. 모르겠구나. 그러고보니 달라졌으려나.”

     

    시루드가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역시나.

    루크의 번호가 달라져있었다.

    어쩐지 연락이 안 되더라니.

     

    “기기가 바뀌면 번호도 바뀌는 게 보통이야.”

    “아, 그런 겐가? 몰랐군.”

     

    루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 했다.

    마력시도 없는데다 휴대폰에 대한 연구도 대부분 끝나서 당장은 휴대폰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아 번호가 바뀌었다는 것도 이제 처음 알았다.

    번호 저장 같은 것도 예르나가 이미 끝내 주었었고.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루크는 시루드의 손에 들린 장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낚시는 아닐테고.

     

    “보다시피, 낚시맞아.”

     

    아니, 낚시였다는 모양이다.

     

    “엘프가 낚시를? 그것도 바다에서?”

     

    숲의 요정인 엘프가 바닷가에 있는 것 부터가 이미 꽤 희귀한 일인데, 그것은 바다와 숲의 마나가 거의 극상성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나무는 바닷물을 뿌리면 말라죽는 것 처럼, 바다는 엘프에게는 그닥 유쾌한 공간이 아니었다.

    뭐, 요즘은 엘프도 바다에서 수영 정도는 하지만, 낚시는 또 다른 이야기다.

     

    알다시피, 엘프는 육식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엘프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를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다.

     

    그런데, 지금 시루드는 그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는 모순과 말장난을 참 좋아한다.

    그것이 마법의 본질이자 근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루크는 어쩐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하하! 정말, 정말로 재미있어! 하하하하!”

    “뭐야……. 내가 낚시 하는게 그렇게 이상하냐!

     

    갑자기 웃어버리는 루크에게 당황한 시루드는 무안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루크를 째려보며 물었다.

    얼마나 신났는지, 저 꼬리도 마구 휘둘러지며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그 모든 행동이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다.

    루크는 그런 시루드의 불퉁한 표정을 바라보며 웃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럼. 지금 네가 쥐고 있는 그것은 낚싯대가 맞는 게로구나?”

    “그래, 내 낚싯대가 뭐 어때서.”

    “아니, 굉장히 특이해서 말이다. 그런건 처음 봐. 꽤 비싼 낚싯대 같아 보이는구나. 나는 막대기에 줄을 대충 묶어놓은 것만 써 봤는데.”

    “뭐, 어디 무인도에서 생존했냐…….”

     

    시루드가 투덜거리는 모습이 굉장히 또래의 평범한 아이다워보여서, 루크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뭘 낚았느냐?”

    “조그만 피츠비 두마리.”

    “오, 피츠비. 꽤 귀여운 녀석들 아닌가. 보여주거라. 네 양동이는 어디있지?”

     

    루크가 보고싶다는 듯 물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시루드는 그런 루크에게 보여줄 물고기가 없었다.

     

    “그……. 양동이는 없는데.”

    “왜지?”

    “먹으려고 낚는 게 아니니까. 낚아도 쓸모가 없잖아.”

     

    그야 그렇다.

    엘프가 낚시를 해도 먹을 수 없으니 딱히 물고기가 쓸모가 없다.

    그래서 잡을 물고기를 담는 양동이도 두지 않고 낚시를 한다는 것인가?

     

    “그럼 낚은 뒤에는 어떻게 하느냐?”

    “그냥 치료해주고 다시 풀어주는데.”

    “그거 정말 대단한 낚시로구나.”

     

    그렇다면 이 낚시는 바로 어떤 의도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오락행위라는 말.

    꽤 흥미로운 느낌이다.

     

    “그럼, 잘 낚이긴 하느냐?”

    “뭐, 그럭저럭.”

    “으흠.”

     

    루크는 잠시 시루드가 들고 있는 낚싯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이튼과 예르나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낚시나 해볼까.”

    “어, 낚싯대 가져왔어? 빌려줄까?”

    “아니, 그런 요란한 장비가 아니더라도 물고기를 낚는 데는 막대기와 줄이면 충분하지. 그러니 낚싯줄만 조금 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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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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