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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201화. 쉽지 않은 일 ( 4 )

       

       

       

       

       

       숨이 가빠진다. 두뇌 한쪽이 꽉 당기면서 누군가 잡아당기는 기분 마저 들었다.

       

       이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손에서 변신 로봇 장난감을 빼앗긴 여섯 살 아이의 심정이다.

       

       손안에 있던 컨텐츠를 코 앞에서 빼앗겼으니 크게 다른 경우도 아니겠지. 

       화면을 조작하는 손가락이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컨텐츠가 삭제가 된다고!’

       

       극단적인 슬픔.

       필사적으로 화면을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조작한다. 

       

       애초에 내가 뭔가 하려고 했던 게 잘못된 거였을까.

       방치형 게임에서 컨텐츠를 원했던 것이 멍청했던 거였나.

       

       자조적인 기분마저 들었다.

       

       흠칫.

       

       파티션 너머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핸드폰을 붙잡고 그 난리를 떨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슬쩍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화장실로 대피해야겠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탓일까. 

       일어나자마자 부장님과 시선이 마주쳤다. 

       

       “박 주임. 어디 바빠?”

       “아, 아뇨. 어쩐 일로…”

       “내가 어제 부탁한 실사 조사표, 다 하고 파일 서버에 올려놨나?”

       “아, 네. 그거 올려놨습니다.”

       

       아무리 월급 루팡이라지만, 시킨 일은 대충이라도 끝낸 다음에 놀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걸려도 할 말이 있거든.

       

       “어디 보자.. 아 그래. 여기 있네. 고생했어.”

         

       용건이 끝난 부장님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아, 쓰읍… 어우. 배 아퍼라.”

       

       슬쩍 부장님의 눈치를 보다가 바지 뒷주머니에 핸드폰을 찔러 넣고 잰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정말 배가 아픈 것처럼 아랫배를 감싸주는 디테일이 포인트.

       

       재빨리 화장실 가장 구석진 똥칸으로 들어가서 핸드폰을 꺼냈다.

       

       회사가 바쁜 시즌이고 나발이고 지금 이벤트 분량이 삭제되고 있는데,

       업무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뭔가…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분명 뭔가 있을 거다.

       백번 양보해서 이번 미니 이벤트가 자동 진행 방식이라고 해도,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있어야 된다.

       

       ‘제발 있어라, 제발!’

       

       맨날 무기 만들고, 팔고, 벼락 떨구는 루틴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슥-

       

       즐겨찾기 해둔 밤의 일족으로 화면을 옮겼다.

       일단 밤의 일족을 자꾸 찾아내는 컨텐츠 도둑의 낯짝이나 한번 볼 참이다.

       

       분명 케넬름이 메시지로 ‘까다롭고 복잡하다’라고 말할 정도면 굉장히 까다롭고 귀찮은 과정의 이벤트였을 텐데,

       감히 내 컨텐츠를 뺏어가?

       

       까득.

       

       ‘내 플레이 타임의 원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악마나 회색 아우라를 두른 인간이라면 무호흡 벼락 30 콤보를 먹여주리라.

       

       이윽고 화면에는 하얀 머리의 여자와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셀리나가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조합이다.

       하얀 머리 쪽은 아마 밤의 일족인 것 같기는 한데…

       

       “쓰읍. 이건 또 뭔 경우지?”

       

       일단 좀 봐야 알겠는데.

       

       

       

       

       

       *****

       

       

       

       

       

       신의 계시라는 것은 참 난해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단편적이고 상징적이며 해석하는 이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였다.

       

       하물며 이번 계시에는 어떤 인간의 피를 먹이라는 상징이 존재하지 않았다.

       

       노인의 피인지, 젊은 사람의 피인지. 그도 아니면 처녀, 청년, 어린이, 갓난아기 중 어느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인간의 피 중에서 무엇을 먹여야 할지 막막한 상황.

       

       오랜 시간 헤맬지도 모르는 요소였지만, 천만다행으로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처녀의 피.

       

       밤의 일족은 많고 많은 인간들 중에서 오직 순결한 처녀의 피밖에 먹을 수 없었다.

       나머지 인간들의 피는 너무 비리거나, 쓰거나, 짜고, 떫었다.

       

       반면 처녀의 피는 굉장히 달고 산뜻하고 입안에 착 감기는 것이… 아무튼 굉장히 맛있었다.

       실험의 일환으로 직접 피를 마셔본 5호의 소감은 그랬다.

       

       굉장히 의외였지만.

       

       ‘… 설마 피를 맛있다고 느낄 줄은 몰랐는데.’

       

       길고 긴 시간 동안 인간의 피를 먹어볼 생각을 한 일족이 누가 있겠는가.

       가뜩이나 외모 때문에 악마라고 오해받는 일족인데, 거기에 인간의 피까지 먹는다?

       

       아마 토벌 당했을지도 모른다.

       

       미리 뽑아둔 피로는 달콤한 맛이 나지 않았다.

       말 그대도 갓 뽑아낸, 혈관에서 방금 막 튀어나와 생생한 온기를 간직한 피만이 그 달콤함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주민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주를 해주 하기 위해서는 처녀의 몸에 직접 입을 대고 피를 먹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리 당찬 북부의 여인이라고 하여도, 상처에 입을 대고 피를 먹인다고 하니 선뜻 자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두려운 것이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

       

       밤의 일족이 인간에게 안전한 종족인 것은 이해했지만, 직접 피를 먹였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여러 괴담 같은 소문이 날개를 단 것처럼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피를 먹이면 그 부위는 썩는다더라, 시름시름 앓게 된다더라, 남자가 피를 먹이면 여자가 된다더라…

       

       심지어 5호에게 피를 먹여본 처녀가 소문에 대해 반박해도, 무력하게 묻힐 뿐이었다.

       

       하등 쓸모없는 소문들.

       그런 소문이 퍼지는 마당에 피를 먹이겠다고 자원하는 처녀가 있을 리 없었다.

       

       “…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후우ㅡ 후우ㅡ! 저,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그 모든 상황을 일축하기 위해 셀리나가 직접 나섰다.

       밤의 일족에게 피를 먹여도 안전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려는 것이다.

       

       셀리나가 뒷골목에서 험한 인생을 보내왔지만,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처녀의 몸.

       분명 5호가 먹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웅성웅성.

       

       광장 한복판에 모인 주민들이 셀리나와 5호를 둘러싸고 낮게 떠들었다.

       

       “정말로 먹이는 거야? 소문에는 피를 먹이면…”

       “세상에 피부 하얀 것 좀 봐. 어쩜 저렇게 하얗지?”

       “피, 피를 먹이면 눈동자가 똑같이 붉어진다고 그랬는데!”

       

       온갖 근거 없는 낭설이 주변을 맴돈다.

       

       “후우….”

       

       퀭한 눈동자 밑으로 짙게 내려온 그림자, 수면 부족으로 욱신거리는 머리.

       주변의 소음 귀를 파고들며 머리가 더욱 욱신거렸지만, 셀리나는 꾹 참으면서 5호를 바라봤다.

       

       피곤에 쩔어서 심신 미약 상태인 자신과는 다르게 5호는 여느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찰랑거리며 떨어지는 백발의 머리카락과 하얗고 창백한 피부, 붉은 눈동자.

       여자인 그녀가 봐도 부러울 정도의 미모까지.

       

       ‘같은 다섯 종족인데 도대체 이 차이는…’

       

       자신은 고작 고양이 귀에 꼬리가 자라나고, 몸이 조금 가벼워진 수준인데.

       피가 옅어진 종족의 슬픔이라는 것일까.

       

       “… 셀리나 님?”

       “아! 미안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바로 시작하죠. 뒷목이 편할까요?”

       

       잠을 통 못 잤더니 의식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잡생각을 끊어낸 셀리나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정리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아 틀어 올리며, 5호에게 잘 보이도록 몸을 돌렸다. 

       

       한 손으로 가지런히 모은 머리카락 사이로 짧게 자라난 몇 가닥의 잔머리카락. 

       손가락으로 훑으면 부드럽게 미끄러질 하얀 목덜미와 파랗게 도드라진 옅은 핏줄.

       

       “뒷목 말고 팔을 주시면ㅡ”

       

       팔을 달라고 말하려던 5호의 동공이 바짝 수축했다.

       

       “흐읍…”

       

       가녀린 목덜미, 하얀 피부, 흐릿한 핏줄.

       달콤한 처녀의 피.

       

       꿀꺽.

       

       5호가 저도 모르게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 5호 님?”

       “아, 아아. 네.”

       

       들렸나? 

       괜히 움찔한 5호가 슬쩍 셀리나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셀리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

       

       ‘진정하자… 이건 그냥, 실험이잖아.’

       

       말 그대로 이건 일종의 실험이었다.

       처녀가 밤의 일족에게 피를 먹여도 안전하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증명.

       

       두근 두근.

       

       여인의 뽀얀 살갗이 두 눈 가득 들어찬다.

       입이 살짝 벌어지고 호흡이 점차 거칠어졌다. 차갑게 굳은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왜, 왜 이러지…’

       

       처음이다.

       

       이름 모를 처녀의 손가락에서 피를 먹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셀리나의 목덜미에 이렇게나 시선이 가는 걸까. 손가락과 목의 차이인가?

       

       “하아… 후우…!”

       “어, 어? 5호 님? 괜찮으신 거죠?”

       

       셀리나의 물음에 대답할 여유가 없다.

       

       참을 수 없다. 

       당장 저 가녀린 목에 이빨을 박고, 처녀의 뜨거운 피를 마시고 싶다.

       

       뜨거운 충동이 몰려온다.

       무엇에서 비롯된 충동일까.

       

       저주를 해주 할 수 있다는 본능적인 움직임?

       아니면, 그들도 몰랐던 본능이 깨어나는 것일까?

       

       꿀꺽.

       

       “실, 례… 하으, 하겠습니다.”

       “어어? 살살 좀 부탁ㅡ?! 끄으읍?!”

       

       콰악.

       

       5호가 천천히 셀리나의 여린 목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허공을 휘젓는 셀리나의 손을 붙잡았다.

       5호의 손을 뿌리치기에는 더없이 약한 힘. 

       

       포식자에게 목덜미를 물린 새끼 고양이처럼, 셀리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스으… 하아…

       

       조금 호흡을 가다듬은 5호가 셀리나의 목에 이빨을 가져갔다.

       여리고 얇은 피부, 그 아래에는 더욱 얇은 핏줄이.

       

       꾸욱…

       

       천천히 이빨로 누른다. 

       더욱 천천히, 반항할 수 없게.

       

       “아, 으읏…! 흐으읏…!”

       

       셀리나의 입에서 여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통에서 비롯된 비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하고, 듣는 이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다.

       

       “자자자잠, 흐이잇! 잠깐만! 잠깐, 흐으응! 멈춰ㅡ 흐읏! 요!”

       

       5호가 깨문 목덜미에서 뜨거운 열감이 터지더니,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몸 깊은 곳에서 쩌릿쩌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감각이다.

       

       “흐으으읏! 꺄으으윽!”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셀리나가 버둥거렸지만, 한 번 피를 맛본 5호는 멈출 수 없었다.

       

       꿀꺽… 꿀꺽…

       

       뜨겁고 달콤한 액체가 목으로 넘어간다.

       그 어떤 것보다 감미롭다.

       

       이거다. 이게 바로 일족이 원하던 것이다.

       저주를 풀 수 있는 열쇠.

       

       조금만 더 마시고 싶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마시겠습니다…”

       “흐이잇! 아, 아아으읏… 멈, 멈춰요으읏! 끄흐읏!”

       

       야릇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모인 주민들은 저마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고, 처녀들은 눈을 가리고 안 보는 체하며 열심히 힐끔거렸다.

       

       ‘세, 세상에… 도대체 무슨 느낌이길래 저렇게 소리를…’

       ‘꿀꺽. 야하다…’

       

       처녀들의 호기심이 동했다.

       도대체 어떤 것을 느끼고 있길래 저런 야릇한 비명을 지른단 말인가.

       

       타타닥!

       

       “다들 비키세요! 물러나요!”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넋을 놓고 있던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몸으로 두 여인을 가렸고,

       주민들은 아쉽다는 듯 힐끔거리며 주춤주춤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고서도 5호의 흡혈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훌쩍… 나, 죽을래요… 말리지 마! 이대로 죽을 거야! 나는 못 살아! 창피해서 못 산다고!”

       “어어! 셀리나 아씨! 정신 차리세요! 야, 잡아!”

       “아아악! 나 말리지 마! 당신들이 내 기분을 알아? 아냐고!”

       

       정신을 차린 셀리나는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난동을 부렸고,

       5호는 장갑을 벗은 채 멍하니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꾸욱.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은 느껴졌지만, 그걸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점은 느껴지지 않는다.

       … 정말 해주가 된 걸까?

       

       “… 정말일까.”

       

       확인할 방법은 하나.

       

       햇빛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밝고 투명한, 따뜻한 그것을 향해.

       그림자에서 빛을 향해.

       

       손가락 끝에 햇빛이 닿을 듯하다. 다가올 격통에 대비해 5호가 눈을 꼭 감았다.

       당장이라도 손이 타오르는 고통이 몰려올 것 같았다.

       

       “…아.”

       

       따뜻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정말로, 정말로 족쇄가 풀렸구나.

       

       5호의 붉은 눈동자에서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은 툭, 하고 그림자 위에 떨어졌다.

       

       “이게… 햇빛…”

       

       일족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5호는 그림자 속에서 햇빛을 향해 손을 뻗은 채로 소리 죽여 울었다.

       

       

       

       *****

       

       

       

       “저기이, 혹시 그. 밤의 일족한테 처녀의 피… 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요.”

       “저, 저도…”

       “아! 저도요!”

       

       셀리나의 공개 흡혈이 있고 난 이후.

       어째서인지 처녀들의 자원율이 급상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카드와 바토리…!! 무시무시한 이름의 일족이군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속 제어술식 0호를 개방하고, 피로 목욕할 것 같은 이름…!! 꺄아아악!! 도망챠!!!

    – ’13thGuest’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200화!!! 꺄아아악!! 어느새 벌써 200화라는 곳까지 와버렸군요!! 참 멀리도 걸어온 것 같은데, 전부 독자님들의 응원과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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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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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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