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1

        방송 시간이 되었다.

       

        – 라하!

        – 용하용하

        – 용하예요!

        – 하이용!

        – 라하!

        – 라하라하라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언제나처럼 방송이 열리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 지금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할 때가 아니었던가?

        물론 ‘한국’ 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한국 시청자들이 내 방송에 들어오는 것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제 말했던 대로, 오늘은 특별한 콘텐츠를 해볼 거란다.”

       

        – ㅠㅠㅠ

        – 아앗…

        – 우주선 이야기 계속해주는 줄 알았는데…….

        – 흙흙흙.

       

        “…….”

       

        그건 나중에 해준다고 했는데도 참…….

        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카메라의 각도를 한 번 수정했다.

       

        – 어라?

        – 그러고 보니 여기 어디예요?

        – 늘 보던 그곳이 아니네요?

        – 방송실 아니네?

       

        “흠. 이제 좀 정신을 차리는구나.”

       

        계속 옛날이야기 해 달라고 징징거렸으면, 바로 매니저들에게 처리하라고 하려고 했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정신을 차렸기에, 나는 오늘의 방송실로 사용하기로 한 이곳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이곳은 적당히 만들어 낸 또 다른 방송실이란다. 보다시피 넓지?”

       

        – ㅋㅋㅋㅋㅋ

        – 적당히 만들었다닠ㅋㅋㅋ

        – ㅋㅋㅋ

        –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 아! 장소 따위는 만들면 그만임!!

        –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한다.

       

        이곳은 밤 동안 고민해서 만들어 낸 두 번째 방송실이다.

        기존의 내 방송실이 일반적인 잡담 방송을 위해 존재한다면, 이 넓은 방송실은 첫 번째 방송실에서는 할 수 없는 활동적인 콘텐츠를 위해 준비한 곳이다.

       

        – 활동적인 컨텐츠?

        – ???

        – 활동적인이요?

        – 드래곤님의 활동적은 도대체 무슨….

        – 비상!!!

       

        “…….”

       

        그런 거 아니다 이놈들아.

        반쯤 장난으로(장난 맞겠지?) 호들갑을 떠는 시청자들을 한심하게 바라봐준 후, 천천히 옆을 보며 손짓했다.

        그리고 오늘의 특별 콘텐츠를 위해 섭외된 특별 손님이 모습을 드러낸다.

       

        따각! 따각!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 ???

        – 눈나?

        – 헐? 아라크네아님?

        – 거미 눈나다!

        – ㅎㄷㄷ

        – 허미.

        – 마망이다!!

       

        청류의 등장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반은 거대한 거미의 형태를 한 청류의 하반신에 놀라고, 반은 인간 모습을 한 청류의 상반신을 보며 놀란 모양이다.

       

        그러는 사이, 오늘의 카메라맨이 되어 준 도화가 천천히 카메라를 움직이며 청류의 전신을 자세히 찍어 준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점점 감탄사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 눈나!!

        – ㅗㅜㅑ

        – 입가 옆에 점 너무 섹시해요!

        – 세쿠시해요!!

       

        “섹시? 섹시가…… 아하! 제가 좀 요염하죠?”

       

        한국어 사전을 뒤적거리던 청류가 허리와 가슴을 강조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런 청류의 자세에, 채팅창이 더욱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고…….

       

        딱!

       

        “아얏?!”

       

        “요놈!”

       

        나이를 먹어도 한심한 청류의 머리에 딱밤을 날려주었다.

        물론 내 아바타로서는 키가 닿지 않으니 쇠구슬을 날렸다.

        청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선정적인 것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너도 이제 1,400살이지 않으냐? 나잇값을 해야지.”

       

        “넹…….”

       

        에휴.

        이 아이가 30살일 때부터 거두어들여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를 훈계하듯 해버렸다.

        이젠 이 아이도 성년이 훌쩍 지났는데…… 더 이상의 훈계는 그만둬야겠군.

       

        – 1400살?

        – 헐.

        – 할모니?

        – 라나님에 비하면 어린아이 아님?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큼큼.”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나는 그냥 아무런 일도 없었던 셈으로 쳤다.

        방금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헛기침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후, 나는 청류를 모두에게 소개했다.

       

        “소개하마. 이 아이의 이름은 청류. 이 게이트에서 ‘인연의 실잣기’라는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단다.”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 오오오!!

        – 아티스트!

        – 패션 디자이너?!

        – 디자이너 눈나!!

        – 와!!!!!

       

        오. 생각보다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채팅창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오늘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오늘의 콘텐츠는 간단하단다. 지금부터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겠다.”

       

        받는 의견은 간단하다.

        바로 ‘방송인 라그나에게 어울리는 의상’이다.

       

        – 오? 

        – 설마?

        – 마사카?

        – 두근두근

        – 큰 거 오나?

       

        “그리고 받은 의견들 중 몇 가지를 투표로 뽑고, 그 의견에 따라 여기 청류가 솜씨를 부릴 것이다.”

       

        “오호호호!!”

       

        휘리리릭!!

       

        내가 가리키자, 청류는 솜씨 좋게 자기 거미줄을 뽑더니 순식간에 그럴듯한 옷 한 벌을 만들어냈다.

        물론 좀 급하게 만드는 바람에, 속이 비쳐 보이는 티셔츠였지만 말이다.

       

        – 오오오오?!

        – 오오!

        – !!!!

        – 와아아아!

        – 라그나! 라그나!

        – 서, 설마?!

       

        “그리고 그 의상을 내가 입어보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사람에게는 치킨 기프티콘이었나? 그것을 주도록 하마.”

       

        – 와아아아아아!!

        – 아ㅏㅏㅏㅣㅏㅏㅏ!

        – 이거지!

        – 캬! 이게 방송이지!

        – 인형 놀이 시간이다!!

        – 모델 라그나님!!!

       

        채팅창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당히 좋은 반응에,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진짜로 좋아하는군.’

       

        ‘대박 콘텐츠입니다!!’라며 나에게 아이디어를 건네주었던 매니저의 말이 맞았다.

        그 매니저에게 성과금을 지급해야지.

       

       

        *             *            *

       

       

        갑자기 선언된 아이디어 모집이었기에, 내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 좀 미리 공지라도 해주시지.

        – 힝.

        – 의상 아이디어라면 그림도 그려야 하나요?

        – 첨부 자료 구해야 하나?

        – 큿! 포기.

        – 코스프레도 가능?

       

        시청자들의 질문이 연속적으로 쏟아진다.

        그런 질문에, 나는 미리 매니저, 청류와 상의한 내용을 공지해주었다.

        큼직큼직한 내용만 꼽자면…….

       

        1. 아이디어 제안에는, 별다른 서식이나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지 잊었느냐? 내 능력이라면, 너희들이 어떤 의상을 원하는지 다 읽을 수 있단다.”

       

        – 아.

        – 앗아아..

        – 그러네?

        – 헐.

        – 시청자 마음을 읽겠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라나님.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뭐, 싫은 사람은 그냥 신청하지 않으면 된다.

        다만 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생각을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어야 한다.

        당연히 그것에 동의도 해주어야 하고 말이다.

       

        2. 신청은 한 사람당 한 번, 의상 역시 하나뿐.

       

        “즉, 한 사람당 한 가지 의상만 딱 한 번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아하.

        – 그건 이해되네요.

        – 넹.

        – 아항.

       

        물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대리 신청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신청을 받게 되면 그것도 힘들겠지?

        딱히 노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다.

       

        3. 선정적인 의상이나 저작권에 걸리는 의상은 안 된다.

       

        “인간들의 법에 저촉되는 의상은 모두 불허한다. 다들 명심하도록 하거라.”

       

        – 아쉽.

        – 쩝.

        – 코스프레도 안 되나?

        – 힝.

        – !투표

        – ㅠㅠ

        – 코스프레 방송을 생각해 보면, 코스프레까지는 될 듯?

       

        이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과, ‘코스프레’라는 단어와 함께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코스프레라면…… 아마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물 속 캐릭터의 의상을 나에게 입혀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외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모두 말한 후, 의견 모집이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의견 수집이었으나, 뜻밖에 의상 아이디어는 제법 많은 양이 모이기 시작했다.

        딱히 전문가처럼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동안, 나는 청류를 바라보았다.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시간도 나의 방송 시간인데, 그냥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는 법.

       

        “시간이 좀 남으니, 그동안 청류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해 보려무나.”

       

        – 오!

        – 눈나!

        – 애인있어요?

        – 첫사랑 이야기해주세요!

        – 패션 디자이너가 원해 꿈이셨나요?

        – 사랑해요!

       

        내 말에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채팅창.

        이런 인터넷 방송이라는 문화 자체가 처음인 청류는 당황하는 얼굴로 나와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았다.

       

        “주, 주인님?”

       

        “쯧쯧. 당황하지 말거라. 내가 도와줄 터이니.”

       

        청류의 거미 다리를 톡톡 토닥여 준 후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질문을 확인하고, 그중 가장 종류가 많은 것들만 몇 가지 추렸다.

        어차피 아이디어 모집이 다 될 동안만 하는 잡담 시간이니, 질문 몇 가지라면 충분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흠. 청류야. 네가 본래 패션 디자이너가 장래 희망이었냐는 질문이 있구나.”

       

        “패션…… 뭐요?”

       

        “…….”

       

        아,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이쪽 차원의 단어에 대해서 잘 모르지?

        나는 이마를 탁 치며 단어를 바꾸었다.

       

        “네가 지금의 직업을 본래부터 꿈꾸었냐는 질문이란다.”

       

        “아하! 재봉사요?”

       

        “음…… 비슷하지.”

       

        사실 청류의 직업을 따져 보자면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재봉사’에 더 가깝긴 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의상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일상복 제작’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패션 디자이너’는 ‘레이첼’이…….

       

        “주인님. 지금 그년 생각하셨죠?”

       

        “???”

       

        어떻게 알았지?

        휘둥그레진 얼굴로 청류를 바라보자, 청류가 뾰로통한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다.

        레이첼과 묘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앞에서 실수한 건가?

       

        내가 당황하는 사이, 청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큼큼! 본래부터 재봉사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답니다. 전 그냥 평범한 ‘인면지주’였거든요.”

       

        – ????

        – 뭐임? 

        – 갑자기 무림 드리프트임? 

        – 아닠ㅋㅋㅋ

        – 아라크네가 아니라 인면지주였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이 뭐죠?”

       

        청류가 채팅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엔 드래곤님의 패션쇼가 시작됩니다.

    여기선 삽화가 있으면 최고인데…. ㅎㅎㅎㅎ

    죄송요! (호다닥!!)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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