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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도적 너프!》

        

       “““결사- 반대-!”””

        

       《장작이 부족하면!》

        

       “““폭탄이 남아있다”””

        

       《최고예요!》

        

       “도적도적……?”

        

       아니, 잠깐. 잠깐.

        

       ……방금 외친 건 조금 이상한데. 전파한 적 없잖아. 저걸 현실에서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저런 건 선창하라고 한 적 없다.

        

       합리적이고 평범한 수치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타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역시나, 흥분으로 가득하던 시위대조차 잠시 주저하는 것이……반수 이상은 웅얼거리며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하여 잠시 공백이 찾아온 타이밍을 노렸던 걸까. 마이크조차 없던 어떤 관리자가 우렁차게 소리치고-

        

       “오카리나, 때려쳐라!”

        

       “““오카리나- 때려쳐라-!”””

        

       다시금 자신감을 얻었다는 듯이, 시위대가 화답했다.

        

       ……분위기를 개선한 건 좋은데, 이건 시위 주제랑도 상관없는 구호 아닌가.

        

       그래도, 음.

        

       남에게 맡기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법인 거겠지. 어려운 일이네.

        

       이어서 마이크마저 건네 받은 신입 관리자에게 잠시 매서운 눈빛을 보내주고……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자니- 어째 이상한 멘트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열정적이니까 괜찮겠지.

        

       군중 앞에서 구호를 선창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명이고 무대 위로 초빙한 끝에 가까스로 찾아낸, 그나마 무난한 사람도 애드립을 시도하다가 격추당했고.

        

       까다롭게 굴 순 없는 노릇이다.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사람조차 속출하는 마당이니.

        

       게다가 지금 이 사람은 의외로 시위를 제법 잘 리드하고 있는 것이……슬슬 나는 어딘가로 가서 구경해도 되지 않을까.

        

       원래 각종 회장은 개회사 정도만 하고 빠지는 게 도리 아닌가. 도적부흥운동회라고 다를 이유는 없겠지.

        

       저기, 2층에 호프집이 있는 건물이 괜찮아 보이는데. 맥주 500 한 잔과 함께 하는…….

        

       “슬슬 뭔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사인회라거나.”

        

       그리하여 자연스러운 이탈 경로를 고민하는 사이, 톡톡- 하고 부드럽게 어깨를 두드리며 제안하는 진희. 고마운 말이지만, 나도 염치가 있다.

        

       “……두 분 사인회는 아까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으니 괜찮아요. 새로 오신 분들도 계신 것 같긴 한데……그렇다고 또 부탁드리기는 너무 죄송스러워서요.”

        

       “아니, 예나 네 사인회……설마 이렇게 와주신 분들 그냥 보내게? 진짜로?”

        

       ……뭔가, 오해가 있지 않나. 그냥 보내다니. 애초에 시위를 하러 온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가는 거잖아.

        

       내 사인회……도, 아니고.

        

       그리 생각하다보니, 음.

        

       하기야, 슬슬 준비한 간식을 나눠줄 때가 된 것 같긴 하다. 벌써 시작한지 꽤 시간이 되기도 했고. 힘이 빠질 시점이겠지.

        

       관중석으로 갈 때 가더라도, 여기까지는 하고 가는 게 맞지 않을까.

        

       다만…….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예상 밖의 일이었다. 본래, 인터넷방송의 시청자들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나. 다들 꼭 가겠다고 채팅만 잔뜩 쳐 놓은 다음에 정작 현장은 텅텅 비어있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스트리머가 야외 방송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언제든 오라고 외쳐대도, 실제로 등장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듯이.

        

       그럼에도……아크와 레반에 별포크까지, 이름값 넘치는 스트리머들이 함께 해준 덕분일까. 어설프게 줄을 쳐둔 구획 안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몇 백명은 될 것 같은 규모다. 많아야 100명 정도 예상했던 시위였는데. 이정도면 주최자로서 대성공이라고 자축해도 괜찮지 않을까.

        

       간식을 넉넉하게 가져와서 다행이야. 나눠주기는 해야 하는데……아.

        

       아까부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크에게 배낭을 들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혹시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 * * *

        

       “자, 이쪽으로 줄 서주세요! 한 줄로 서주세요! 통행 방해하지 않게 이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뭘 부탁하든 그 반대로만 움직이는 악질 시청자들이라고 해도, 현실에서까지 청개구리처럼 굴기는 어려웠던 걸까.

        

       현장에서 선출된 10명의 관리자들의 주도 하에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줄은 제법 길게 늘어졌다. 지나가던 일반인들도 무슨 줄이냐며 기웃거리다가, 이내 저게 뭔지는 몰라도 너무 길다는 이유로 포기할 정도로.

        

       그리하여 형성된 줄의 선두. 박제될 위험을 무릅쓰고 맨 앞자리에 앉았던 팬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무려 첫 순번으로, 그 아따먹과 직접 마주하는 행운. 긴장감으로 삐걱거리는 걸음을 옮겨, 앞에 다가가자- 

        

       어째서인지,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그를 향해 내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중력이라도 가진 양 시선을 끌어당기는 얼굴. 내밀어진 스마트폰 화면에는 눈이 조금도 가지 않았다. 그나마 시선을 가슴까지 내리지는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이예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꽂히듯 들려왔다.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대체 무슨 싸구려 마이크를 쓰는 건지. 방송에서 듣던 미성은, 현실의 목소리를 절반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저 얼굴도, 눈빛도, 목소리도. 실물로 보는 ‘아따먹’은, 현실에서 몇 걸음은 벗어나 있는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만나게 된다면 시도하려 했던 드립이나, 잘 보고 있다는 인사 따위는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 정도로.

       

       그렇게, 얼마를 더 멍하니 바라보았을까.

        

       스마트폰을 조금 더 내미는 이예나는, 다른 손으로는 어느새 준비된 안내판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 눌러주세요.”

        

       “네, 네?”

        

       “가챠예요.”

         

       [가챠 결과에 따라 상품을 받고 이동해주세요]

       [5등 – 홍삼 캔디]

       [4 등 – 홍삼 정과]

       [3 등 – 초콜릿]

       [2 등 – 악수]

       [1 등 – 미정]

        

       채팅을 칠 수 있었다면 물음표를 도배했을 광경이었다. 홍삼에 한이라도 맺혔냐는 비난과 함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시위를 시작한다거나.

        

       그러나 현실에서, 이예나의 얼굴을 마주하고도 그리 할 수 있을 리가. 멍하니 서있던 팬은, 홀린 듯이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동그란 뽑기 기계가 그려진 화면. 큼지막하게 그려진 ‘시작’ 버튼을 누르면, 맥 빠지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동그란 공이 하나 굴러 나오고- 이내, 종이 하나를 뱉어낸다.

        

       [2등]

        

       “2등상이네요. 조금 부족하긴 한데……카, 레반님이 홍삼 정과를 2등상으로 하면 당장 폐쇄하고 해산시키겠다고 협박해서. 원하시면 다른 거랑 교환도 가능해요.”

        

       “아, 아니요! 악수 좋아요!”

        

       그리 말하며 한 쪽에 수북이 쌓인 홍삼정과를 향해 손을 뻗는 모습에, 그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오른손을 뻗었다. 뒤에 늘어선 줄에 서있던 사람들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 부러움 섞인 야유가, 어쩐지 제법 듣기 좋았다.

        

       “……왜지. 알겠어요.”

        

       그 와중에 정말로 악수보다는 사탕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듯이 의문섞인 목소리로 혼잣말을 속삭인 이예나는, 이내 천천히 손을 마주 뻗어 잡았다.

       

       조금은 차가운, 그리고 가녀린 손이, 그의 손을 꼬옥 쥔 채 위아래로 가벼이 흔들렸다.

        

       “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미소.

        

       좋아하는 연예인과 악수를 하고는 평생 손 안 씻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줄 한번 더 서면 혹시 또…….’

        

       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 생각하게 되고 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

       .

       .

        

       “한번만! 한번만 더 돌리게 해주세요!”

        

       “줄 긴데 빨리빨리 좀 갑시다-!”

        

       “홍삼 캔디 의외로 괜찮은데?”

        

       .

       .

       .

        

       “확률 공개해라-!”

        

       “여러부운! 한번 줄 서신 분들 저희가 다 확인하고 있어요! 다시 줄 서지 말아주세요-!”

        

       * * * *

        

       간식, 그냥 다같이 나눠주려 했는데. 왜, 물자 나눠주는 인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효율적이고 좋잖아.

        

       아이디어를 꺼내자마자 진희와 아리에게 강력하게 각하당했더랬다.

        

       이어서, 한 명씩 간식을 받아가게 해주겠다고 사람들에게 공지까지 해버리고……과도한 환호가 일어난 탓에, 더 이상 돌이킬 수도 없었고. 이게 무슨 팬미팅도 아니고, 이럴 이유는 없었는데.

        

       그래도, 가챠를 미리 돌리고 오도록 시스템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바꾼 덕분일까. 기나긴 행렬도 어느덧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체감상 2시간은 걸린 것 같은데.

        

       잠깐의 틈을 타,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예정되었던 시위 종료 시간이 코앞이었다.

        

       시위 열심히 하라고 간식을 나눠주는 거였는데. 이건 본말전도 아닌가.

        

       도중에 커트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거절한 것이 조금씩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차마 묵묵히 줄을 선 사람들에게 더는 안 되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었으니…….

        

       후회와 별개로, 다시 해도 이렇게 하겠지.

        

       팔은 아프지만.

        

       악수도 악수지만, 홍삼 캔디를 꺼내서 손에 쥐어주는 것도 이젠 제법 중노동처럼 느껴졌다. 단순 반복작업이라 그런지, 조금 멍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저 편에서는 아리가 다섯손가락을 활짝 펼쳐, 5등상을 뽑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5등상……홍삼 캔디, 새 봉지 꺼내야겠는데.

        

       “안녕하세요. 잠시, 사탕 좀 꺼낼게요.”

        

       그리하여 고개를 숙인 채 옆에 놓아 둔 가방을 뒤적거리며 양해를 구하는 순간.

        

       “예나야.”

        

       들려오면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에요.”

        

       “그런가요, 아따먹님?”

        

       현실에서 먼저 접한 사람에게 아이디로 불리는 건, 생각 이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구나.

        

       도무지 읽기 힘든 표정으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이예리에게,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사과부터 해야 하려나.

       

       그래도, 일단 할 일은 하고.

        

       “사탕 드세요. 2등상같은 5등상이에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열두안즈 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ojjam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헤모글로빈 님, 50+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파페포포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소설을 읽어주시고, 200화를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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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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