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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쩌저저저적……!

         

       쾅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졌다. 마치 검에 베인 것처럼, 갈라진 틈새에서 검붉은 핏물이 왈칵 터졌다.

         

       마신의 내면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올리비아의 심장을 향해 얼음을 찔러넣었다. 일순간에, 한치의 고통 없이 목숨을 끝내기 위해.

         

       올리비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영혼에 불과했는지, 살갗을 꿰뚫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부드럽게, 마치 수면에 손을 집어넣는 듯한 기분.

         

       어쩌면 이조차도 그녀의 배려일까. 분명 그러할 것이다.

         

       주변 풍광은 점점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갈라진 하늘 너머엔, 잊었던 푸름이 내리쬐고 있었다.

         

       [■■■■■■■■……!]

         

       신을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발광하는 악마들과, 발버둥치는 마신의 불멸성. 그 모든 끔찍한 풍경 속에서, 나의 시선은 오직 눈 앞에 있는 사람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마법사, 올리비아.

         

       나는 마력을 불사르듯 끌어올렸다.

         

       그리고.

         

       [당신은 마신을 처치하셨습니다.]

         

       그녀를 죽였다.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홀로 누워 있었다.

         

       시간조차 알 수 없는 텅 빈 공간.

         

       있는 것이라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색의 균열 뿐.

         

       이런 곳에서 눈을 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정경 또한 아니었다. 분명,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저런 통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순간.

         

       [“……올리비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대답해다오.”]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제발…….”]

         

       멜리나는 노을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양 손으로 잠든 듯 눈을 감은 올리비아를 들어서, 끌어안듯 감쌌다. 바람이 불어서, 멜리나의 황금빛 머리칼을 헤집어 놓았을 때 나는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멜리나는 축 늘어진 올리비아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제 뺨에 가져다 대고 눈물을 흘렸다.

         

       ‘이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바깥 풍경이야.’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안배인지, 신의 배려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홀린 듯 바깥을 바라보았다.

         

       [“멜리나 님.”]

         

       한참이 지나자 멜리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색 바랜 사제복을 입고 있는 소녀. 리브가가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멜리나가 올리비아의 시신을 껴안고 있는 동안에도, 전투는 이어졌다. 마물들이 아직 남아있던 탓이다. 물론 승기는 이미 넘어와 있었다. 남아있는 마물은 고작해야 몇 마리 뿐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멜리나는 올리비아가 미웠다. 마음이, 아팠다. 유언이라도 한 마디 남겨주었으면 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달라는, 그런 허례허식이 가득한 말이라도 남겨주기를 바랬다.

         

       그래야 그것을 핑계삼아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원망스러운 제자는 그조차도 남겨주지 않았다. 

         

       [“……리비야.”]

         

       멜리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어쩌면, 올리비아의 이 미소마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일까봐.

         

       그것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두려워서…….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무심코 꺼내버린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기, 기도문을 읊어 다오…….”]

         

       한참을 숨을 헐떡이던 멜리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리브가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녀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절박했다. 만약 자신의 제자가, 천국조차 가지 못했다면……도무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언니는 괜찮을거에요.”]

         

       리브가는 그렇게 답했다. 아무리 그녀가 성녀라고 한들, 올리비아가 천국에 갔는지 가지 않았는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단순히 멜리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곧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할 정도로 그녀는 미련하지 않았다.

         

       그냥, 확신할 수 있었다.

         

       언니라면 반드시 그랬을테니까.

         

       만약 언니가 천국을 가지 못했다면……감히 상상으로도 담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 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닐것이다.

         

       [“……바보 같은 년.”]

         

       아우렐리아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줄담배를 피며, 멀찍이서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보았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피어오르던 희미한 미소를.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테지만, 적어도 올리비아는 스스로의 죽음을 호상(好喪)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환한 미소가 그 증거였다.

         

       곰방대를 든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아우렐리아는 남몰래 눈가를 부볐다.

         

       그런 아우렐리아를 보며 아리아가 말했다. 세월의 흐름에 찌든 듯한 눈동자. 황제였다.

         

       [“너도 올리비아가 천국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우렐리아는 쏟아지는 이목을 느꼈다. 성녀의 말을 들었으면서도, 다들 걱정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방금 질문으로 인해 일행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아우렐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신이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안 데려가고 배기겠어? 따지고 보면 자기가 할 일 다 올리비아한테 떠넘긴거잖아. 신자가 아니었던게 뭐 대수라고.”]

         

       몇몇 일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제가 속삭이듯 되물었다.

         

       [“그런 것 말고. 네 생각을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아우렐리아 역시 무신론자였다. 대신 그녀는 윤회(輪廻)를 믿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아우렐리아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올리비아가 윤회했을거라 생각해.”]

       [“왜지?”]

       [“아이테르의 천국은 올리비아에게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닐 지도 모르니까.”]

         

       빛의 여신이 말하는 천국은 모두가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과연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몰살’의 기억을 가지고서?

         

       [“차라리 기억을 잃고 윤회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적어도……나는 그렇게 생각해.”]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다.

         

       [“무수한 회차를 경험하면서 느꼈노라. 망각이야말로……신의 축복임을. 그런 의미에서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애써 슬픈 기색을 감추고 있었다. 오직 올리비아가 그것을 바라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왜 하필 나였을까. 그 수많은 유저 가운데서, 왜 하필.

         

       ‘……나였을까.’

         

       그러자 푸른 균열이 내게 다가왔다.

         

       [귀환하시겠습니까?]

         

       마치 내가 그런 의문을 품어서는 안된다는 듯, 나를 재촉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라고.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만나라고.

         

       문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세계에 떨어진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지금 순간을 상상해왔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이 순간을.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찾아오니,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세계를 멸망시켰던 마녀는 죽었다.

         

       마신은 죽었고,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과연, 나는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가.

         

       “…….”

         

       나는 푸른 균열을 향해 손을 가져다댔다. 유리와도 같은 균열 너머로 푸른 머리카락이 비쳤다.

         

       [귀환하시겠습니까?]

         

       나는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로?”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동시에 균열 너머에 익숙한 풍경이 비친다.

         

       책상 위에 놓인 게임용 데스크탑.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헤드셋.

         

       나에게는 한없이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리웠던, 그리워했던 것들.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생각이었다.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그리웠던 집밥을 먹을 것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밤새 술도 마실 것이다.

         

       그렇게 할 것이다.

         

       여태껏 고생했던 만큼, 행복하게 살 생각이었다.

         

       “…….”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 통로는, 언제까지 열려있는거지?”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균열은, 내가 넘어가기 전까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 시선은 더 이상 균열을 향해있지 않았다.

         

       그 반대편에 위치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올리비아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멜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두 손을 모아, 올리비아를 위해 기도하는 리브가가 보였다. 조용히 고개를 숙여 묵념하는 에스티와, 무왕이 보였다.

         

       검에 몸을 반쯤 기댄 채로, 하염없이 흐느끼는 키엘이 보였다.

         

       과연 저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올리비아가 바랬던 대로, 평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겠지.’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왜인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것이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죄책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이 세계를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내가 봐줘야 해.’

         

       내가 지켜봐줘야 한다. 저들이 억지로나마 행복한 삶을 살 때까지만이라도.

         

       그래야, 올리비아가 마지막 미련을 털어버릴테니까.

         

       나도, 마지막 죄책을 털어낼 수 있을테니까.

         

       이것은 나의 속죄다.

         

       그들을 기만했던 것에 대한 속죄.

         

       [무운을 빕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Ilham Senjaya님. 마이뉴엘입니다.

    201화. 7개월. 여기까지 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작품은 여기서 맺어지지만, 세멸마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들과 회귀자들의 남은 이야기는 에필로그의 형식으로 조금 더 이어질 예정이거든요.

    그러니 완(完) 표시는 그날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첫 작품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아 여기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미숙한 탓에 작품의 분량을 압축한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후원해주셨던 모든 독자분들, 응원해주신 pd님. 매일 댓글 달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에필로그 1화는 평소처럼 내일 00시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분량이 얼마나 나올지는…저도 잘 모르겠네요 ㅎㅎ;;

    아무튼,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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