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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

       

       남다운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일단 입고 있는 옷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사라가 오라고 했고, 그래서 사라가 입으라는 대로 입은 것이긴 하지만…… 이런 양복 같은 옷에, 심지어 색깔은 짙은 와인색이다.

       

       대체 이런 색깔의 옷을 입힌 이유가 뭐냐고.

       

       아니, 그래, 의도는 알겠다. 같은 편을 식별하기 좋게 하려는 거겠지. 여기 있는 애들 거의 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파티에 교복을 입고 오라고 할 수도 없을 거고.

       

       그런데, 그렇다고 이런 옷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혹시 자기 눈동자 색깔에 맞춘 건가? 그렇다면 상징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있는 남자애들한테 붉은 계통의 옷을 입힌 것은 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

       

       “…….”

       

       게다가, 남다운은 여기 와서 딱히 대화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따진다면 사라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사라는 이 파티의 주인공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오래전에는 나름대로 돈 있는 집안에서 살아본 남다운이었기에 이런 곳에서 파티의 주인공은 엄청나게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오해만 사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라, 남다운은 그냥 구석에서 음료수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남다운은 기본적으로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선배, 안녕하세요?”

       

       이런 인사를 몇 번이나 받았다. 물론 이야기가 깊게 흘러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냥 상투적인 자기소개,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몇 마디 후에는 결국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금방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정도 반복된 후에는 딱히 대화할 사람도 없— 

       

       “선배, 안녕하세요.”

       

       —지는 않았다.

       

       그래, 얘네들이 있었지.

       

       남다운에게 말을 건 것은 유하늘과 이수아였다. 두 사람 다 붉은 계통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무척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이 둘에게서는, 사라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근본적으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분위기. 사실 백 퍼센트 남다운의 직감일 뿐이기는 했지만.

       

       하긴, 아직 연애할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진작에 여자친구가 생겼을 테니까. 고백을 못 받아 본 것도 아니고.

       

       “오, 드디어 시간이 좀 나셨나 보네.”

       

       만약 예사라가 들었다면 그대로 뒷목을 잡았을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남다운은 두 사람에게 대답했다.

       

       “아, 저, 그…… 죄송해요.”

       

       유하늘이 얼른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남다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뭐, 미안할 것까진 없고.”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말 몇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멀리서 바라본 예사라는 생각보다도 무척 바빠 보였으니까.

       

       처음에는 척 봐도 돈 많을 것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다가, 어딘가 쉬러 가기라도 했는지 한참 안 보이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해서 다시 나타난 뒤에는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숨어있었다.

       

       그러다가 몸이라도 안 좋아졌는지, 이번에는 신소희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유하늘과 이수아가 한 번씩 사라지는 것도 봤다. 두 사람 모두 사라졌다가 다시 나왔을 때는 기분이 무척 좋아진 상태였다.

       

       “…….”

       

       어째 이것도 다 예사라와 관련된 이유 때문인 것 같은데.

       

       하지만 굳이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왠지 더 파고들었다가는 정말로 귀찮아질 것 같았으니까.

       

       “뭐 그래도, 이런 곳에 오는 것이 마냥 나쁜 것도 아니고.”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지 말 걸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였지만, 그래도 예의상 그렇게 말해주었다.

       

       “뭐……그리고 정말로 오기 싫어 보이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거든.”

       

       남다운이 고갯짓을 한 곳으로 유하늘과 이수아가 시선을 돌렸다가, 둘 다 동시에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았다. 뭔가 냄새나는 것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역시나 이런 표정을 하는구만.

       

       세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사람은, 무려 윤다호였다.

       

       그렇다. 그렇게 사이가 나쁘고, 서로 교류조차 거의 끊어진 상태였지만, 놀랍게도 아직 두 사람은 약혼자였다.

       

       약혼해두고 따로 파혼 선언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결혼처럼 딱 끝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흐지부지 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제도로 존재하지도 않는 개인 간의 약속이었으니까.

       

       그러니, 둘이 따로 합의하지 않는 이상은 아직 둘은 약혼 관계였다.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어질 정도이기는 했지만……

       

       “저 뒤에 있는 사람은……?”

       

       윤다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당연하다. 애초에 윤다호가 여기에 원해서 올 리가 없으니까.

       

       윤다호 뒤에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하나 따라붙어 있었다. 노인이라고는 하지만 허리가 굽거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인상은 아니었다. 근육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운동으로 단련한 듯한 반듯한 신체에, 깔끔하게 깎은 수염. 그리고 말끔하게 넘긴 2대8 가르마.

       

       만약 머리카락이 흰색이 아니었다면 10년은 젊게 볼 수 있을 사람이리라.

       

       “호명 그룹의 전 회장이야. 저 사람 조부.”

       

       이수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마 ‘저 사람’은 윤다호를 뜻하는 거겠지.

       

       그 정보를 들은 남다운은 조금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파티가 시작하고 한참 뒤에야 왔다. 저렇게 손자를 억지로 데리고 온 전 회장이었으니 당연히 제일 먼저 만나게 할 사람은 사라가 되어야 했겠지만…… 그 사이에 사라가 사라져버렸으니 저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린 것이 당연하다.

       

       저 모습을 보고 몇 가지 유추해볼 수 있었다.

       

       첫째로, 이 약혼은 최나경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적어도 유진 그룹 관계자들은 두 사람을 별로 좋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뻔뻔하게 말을 걸면 받아주기는 했지만, 절대로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둘째로, 호명 그룹은 이 결혼에 찬성한다. 적어도 전 회장은 찬성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도 여기 참석했다는 소리가 되니까.

       

       윤다호는 시종일관 불편하고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할아버지가 무섭기라도 한 모양인지 대놓고 투덜거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 파혼을 안 했었지?”

       

       남다운과 이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미 파혼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최나경은 사라졌고, 다른 사람들은 이 결혼을 반대할 테니까. 유진 그룹의 중요한 지분이 그대로 윤다호 집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니,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사라를 찾는 걸까?”

       

       “아마 그럴 거야.”

       

       유하늘의 질문에, 이수아가 다시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의 예상은 틀린 모양이었다. 윤다호의 할아버지라는 호명 그룹의 전 회장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쪽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똑바로 향했으므로.

       

       그리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윤다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유하늘이 그런 의문사를 내뱉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갑자기 이쪽을 향한 거물을 보고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남다운은 다르게 생각했다.

       

       아마도, 유하늘이 본 것과 같은 것을 남다운도 본 것 같으니까.

       

       전 회장이 윤다호의 어깨를 밀 때, 윤다호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고통을 참는 것처럼.

       

       남다운은 저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잘 안다.

       

       축구 훈련하다가 크게 넘어지거나, 어디 부딪힌 사람이 그 부위를 다시 세게 눌렸을 때. 혹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다음 날 근육이 땅기는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보통 저런 반응을 보인다.

       

       다만, 윤다호가 따로 운동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 그래서였나.

       

       지난번에 부 활동 도중에 찾아온 윤다호를 보고 유하늘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기억났다.

       

       물론 그때는 저런 식으로 ‘반응’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썰미로 뭔가를 캐치해낸거였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윤다호와 호명 그룹의 전 회장은 유하늘, 이수아, 남다운의 코앞까지 왔다.

       

       “안녕들 하신가.”

       

       마치 너스레를 떨듯, 약간 농담조로 그렇게 인사한 전 회장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엄청난 재주라고, 남다운은 생각했다.

       

       “내 손자의 약혼녀 절친들이지?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윤다호가 이야기했을 리가 없다.

       

       아마 다른 방식으로 조사했겠지.

       

       전 회장의 시선이 유하늘, 이수아를 스쳐서 남다운에게 향한 채 한동안 고정되어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한동안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호명 그룹의 전 회장은, 다시 유하늘과 이수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 손자가 너무 늦게 파티장에 왔군. 일단 파티의 주인공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너희들은 사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세 사람에게 굳이 이름을 물어보거나, 반대로 이름을 소개하지도 않고서, 그는 그렇게 물었다.

       

       “…….”

       

       유하늘과 이수아는 몰라도, 적어도 남다운은 예사라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뭐, 알았어도 별로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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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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