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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1

   크라슈가 샬롯의 사자단을 방문한 이후.

     

   “그러렴.”

     

   크라슈는 무척이나 쿨한 샬롯의 대답을 들었다.

     

   왜 그런 임무를 맡는지 물어라도 볼 줄 알았는데.

   샬롯은 거기에 관해서도 딱히 묻지 않았다.

     

   그저 크라슈가 하고자 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한 것이다.

     

   “왜 누나도 따라가 줄까?”

     

   너무 쉽게 대답한 샬롯 탓에 황당해하고 있자.

   샬롯은 평소와 같은 웃음을 그리며 크라슈를 가볍게 놀렸다.

     

   “괜찮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샬롯 덕분에 라헬른 아카데미의 무단결석할 일은 없을듯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부탁한 아서라는 애.”

     

   크라슈의 귀가 쫑긋하니 섰다.

     

   “2기생들의 훈련 과정이 끝날 때쯤 결정하고 들어 오겠다던데.”

     

   가짜 아서도 특급 반 출신이다.

   그러니 당연히 다른 단에서도 스카웃 제의를 받았을 터.

     

   이해할 수는 있는 부분이었다.

     

   ‘나나 샬롯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이니 냉큼 들어올 줄 알았더니.’

     

   의외로 간을 좀 더 보려는 건가.

   최근 이쪽 움직임이 수상하니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샬롯에게 감사 인사를 해두고, 사자단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크라슈의 눈에 익숙한 검은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자기 몸을 애써 숨기려고 하고 있으나.

   그녀의 타고난 육체는 벽 정도로 가리기에는 나올 곳이 너무 나와 있었다.

     

   메리 다이아나.

     

   과거 신창이라 불렸던 여성이었다.

     

   “메리.”

     

   크라슈가 부르자 메리가 흠칫하며 벽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분명 방에 틀어박혔을 때와 달리 메리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다림질부터 시작해 단추조차 제대로 끼우지 못한 꼴은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머리 쪽도 제대로 빗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엉망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소심한 모습으로 쭈뼛거렸다.

     

   예전에 신창의 모습은 이제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자신을 기다린 것 같은 모습을 보고, 크라슈는 느긋이 물었다.

     

   “그, 그으, 크, 크라슈 님이 돌아오셨다고 해서 잠깐요.”

     

   어깨를 오므린 채 메리는 쭈뼛거리며 이야기했다.

   바닥을 보고 있는 그녀는 꽤나 많이 망가져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녀 또한 이제 자신의 스킬이 없어졌음을 깨달았을 테니까.

     

   갑자기 스킬이 사라진다니.

   당연히 메리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당혹감은 겉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못했다.

   더불어 크라슈에게는 더더욱 알릴 수 없었다.

     

   자신의 스킬이 사라졌단 걸 크라슈가 눈치채 그에게 버려진다면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갈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러니 오늘 그녀가 이 자리에 온 건 그걸 확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 일이 있어서 다시 또 라헬른 아카데미 밖으로 갈 거 같긴 하지만 말이야.”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메리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메리는 몸을 움찔거리며 더더욱 쭈뼛거렸다.

     

   혹시나 다가온 크라슈가 자신의 스킬이 없어진 사실을 알까 본능적인 두려움에 빠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리의 앞에 다가온 크라슈는 그녀의 와이셔츠 쪽에 손을 올렸다.

     

   그러곤 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어 똑바로 채워주기 시작했다.

     

   메리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 잘못 채워진 자신의 인생을 크라슈가 고쳐주고 있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메리, 너도 이제는 방에서 나오기로 했구나.”

   “아, 네, 네에, 크라슈 님이 따라오기만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저, 저도, 노력하여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메리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무진장 노력했음을 어필했다.

     

   “잘했네. 역시 나랑 같은 동기다워.”

   “아, 헤, 헤흐.”

     

   크라슈가 빙그레 웃으며 칭찬하자 메리는 바보 같이 헤실거렸다.

   그 웃음 속에는 인정 욕구가 채워지며 행복감이 차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근에 시그린이랑은 어때?”

     

   그러면서 크라슈는 자연스럽게 시그린에 관한 것을 물었다.

     

   “아, 아, 그게, 더 이상 본 적 없어요. 완전히 끝나버렸으니까.”

     

   한때는 주인으로서 따랐던 시그린이다.

   그러나 더 이상 시그린이 찾아오지 않음에도 그녀의 눈에는 아쉬움이 없었다.

     

   오히려 시그린을 향한 미약한 원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 그냥,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어요.”

     

   그러면서 작은 후회마저 느껴졌다.

   그녀의 곁을 조금 더 빨리 떠났다면 자신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걸 본 크라슈는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벗어났잖아? 이제 메리, 넌 자유의 몸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하, 고 싶은 대로요?”

     

   메리는 크라슈를 올려다보았다.

   언제든 복종하기 위한 개처럼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듯 메리는 크라슈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거기에 명령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에 손을 떼었다.

     

   “그럼 난 이만 가봐야 하니까.”

   “아.”

     

   명령 없이 떠나가는 크라슈를 보고, 메리가 움찔거렸다.

   그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크라슈는 메리에게 짧게 웃었다.

     

   “방에서 나온 모습 보니 보기 좋네. 돌아올 동안 훈련하고, 잘 지내고 있어.”

   “네, 네에!”

     

   그리고 다음 말을 명령이라 인식한 것인지 메리가 눈에 띄게 기뻐하며 힘차게 대답했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그대로 복도를 지나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조금 전 메리의 머리를 쓰다듬은 손을 닦아 내었다.

   당연히 크라슈의 눈은 무감정했다.

     

   이걸로 메리 쪽은 완전히 끝났다.

   최소한 앞으로 거치적거리는 일은 없게 되겠지.

     

   ‘남은 건 시그린이랑 아델라 녀석인가.’

     

   두 사람을 떠올린 채 크라슈는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다른 이는 몰라도 세 사람에게만큼은 가차 없는 그였다.

     

     

   * * *

     

     

   멈추지 않는 밤.

     

   금역이 되어 버린 세계 침식 중 하나.

   그곳은 언제나 밤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태양이 뜨지를 않는다.

     

   어둠밖에 없는 공간에는 누가 세운 건지 모를 탑들이 우후죽순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 있으며 그러한 탑에 기생하고 있는 침식종들은 흑종귀(黑種鬼)라 불리는 기이한 존재들이다.

     

   크라슈가 그런 멈추지 않는 밤을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세계 최고의 해주사, 벨투아 락로드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멈추지 않는 밤이 있는 위치였다.

   멈추지 않는 밤은 일반적으로 관리되는 금역들과 달리 무법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그곳까지 가는 산맥이 상당히 험준하기 그지없었다.

   말이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조차도 걷기 힘든 빽빽한 나무와 풀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무들과 풀들은 멈추지 않는 밤 근처에 있는 만큼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기형적으로 변해 있다.

     

   그러니 멈추지 않는 밤에는 인간 세계에서 나온 범죄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멈추지 않는 밤으로 가는 산맥 길.

   정작 크라슈는 무척이나 편안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야, 크라슈가 이동하고 있는 마차는 일반적인 마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그닥다그닥-

     

   나무와 풀들이 자꾸만 발을 찌름에도 말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이 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에벨아스크가 불러들인 망령 마였다.

     

   크라슈가 타고 있는 마차 또한 뼈로 만들어진 마차로 바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공중에 뜬 마차는 유유히 산맥 위를 지나갔다.

     

   “굳이 너까지 따라올 필요 있었냐?”

     

   스쳐 가는 풍경을 보던 크라슈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팔짱을 낀 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개나리 빛이 섞인 검은색의 머리카락에 깔끔하게 정돈된 검은 드레스 복장.

   거기에 팔짱을 낀 탓인지 유달리 강조되는 상체를 지닌 여성은 눈을 콱 찡그렸다.

     

   “그야, 당연히 같이 가야지. 금역에 간다는데 내가 혼자 보낼 줄 알았어?”

   “원래도 혼자 가기로 한 거잖냐.”

   “안 돼. 나랑 같이 펴, 평생 살아 주기로 했으면 책임지고, 안전히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살면서 안전하게 지내본 적이 더 드문 것 같은데.

   크라슈는 어이없는 눈으로 에벨아스크를 보면서도 더 말하지 않았다.

     

   에벨아스크가 있으면 편한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라슈를 따라온 이가 그녀 한 명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링, 너도 그렇고 말이야.”

     

   크라슈의 옆에 딱 달라붙은 채 어째선가 에벨아스크 쪽을 경계하고 있는 여성.

   하링 라그렌.

     

   크라슈가 사자단을 통해 임무를 받아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냉큼 따라온 것이었다.

     

   “크라슈가 가는 곳은 나도 가.”

     

   하링의 눈에서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금역에 가는 만큼 하링은 위험할 거로 생각하나 그녀가 우긴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긴, 창공의 세대였던 녀석을 걱정하는 것도 웃긴가.’

     

   오히려 이 기회에 금역 쪽 지식을 쌓아 두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크라슈는 자기 혼자서 멸망을 막으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무리만 하지 마라.”

     

   그러자 에벨아스크와 하링이 크라슈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지금 누가 할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크라슈의 무릎 위에 있던 크림슨가든의 까마귀만이 거보라는 듯이 낄낄거렸다.

     

   크라슈가 멋쩍은 반응을 보이는 사이,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춰 섰다.

   어느새 산맥을 나왔기 때문이었다.

     

   산맥을 지나자 점차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까지 한낮이었는데 밤이 되어 가고 있다.

     

   더불어 밤은 다른 밤들보다도 훨씬 더 어두웠다.

   아무래도 안개까지 껴있는 것 같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밤안개 사이로 마차는 계속해서 쭉쭉 나아갔다.

   일반적인 말이었다면 밤안개에 휩싸인 시점에서 공포에 질려 멈췄겠으나 망령마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밤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대신 거기에 보이는 것은 밤 사이로 솟아난 기묘한 모양의 탑들이었다.

     

   끝이 뾰족한 탑은 밤을 공격하기라도 하듯 하나 같이 하늘 위로 솟아나 있었다.

   크라슈는 창문 너머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벨아스크, 백골 군단은 가만둬라.”

   “왜? 벨투아를 찾으려는 거 아니었어?”

   “네 백골 군단이 움직여도 흑종귀들과 맞서 싸우느라 소비만 될 거다.”

     

   크라슈는 창문 밖에 보이는 흑종귀들을 바라보았다.

   탑에서 고개를 내민 녀석들은 갑자기 들어온 방문자들을 하나 같이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관찰이 끝날 때쯤이면 분명 대거 들이닥치겠지.

   먹잇감이라고 판단했다는 소리니까.

     

   “일단 계속 나아간다. 어차피 벨투아는 이런 바깥쪽에는 없어.”

     

   벨투아가 금역에 들어온 이유는 저주를 찾기 위함이다.

   그것도 분명 최상위 저주들일 터.

     

   최상위 저주는 벨투아라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

     

   그가 최상위 저주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관찰하기 위함이다.

     

   ‘미친 영감.’

     

   어느 미친 인간이 저주 하나 관찰하겠다고 금역까지 들어올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크라슈는 생각했다.

     

   “그럼 내 시체들의 도움 없이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을 작정이야?”

     

   마차가 나아가는 사이, 에벨아스크는 약간 질린 표정으로 밖을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멈추지 않는 밤은 정말 끝도 없이 넓었다.

     

   여기를 뒤져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막막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간단해.”

     

   크라슈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멈추지 않는 밤이 점점 더 짙어지는 그곳.

     

   “세계 침식의 힘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

     

   그곳에 벨투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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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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