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01

    <201 – 먼저 보낸 이유>

     

    오크노디가 자신과 친하지 않은 학생들을 강을 지나지 못하게 묶어두고 있다.

    추측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앗, 다들 게으름뱅이네! 아직도 안 건너가고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소용돌이가 치는 강의 표면을 어떻게든 건너보겠다고 물에 몸을 담가보는 헤스티아와 지고쿠, 롯토, 도로시, 록펠 5인방.

    발을 들이기 무섭게 그들의 기척을 감지했다는 것처럼 어디선가 오크노디의 명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크노디?”

    “어디서 말하는 거야?”

    “강 건너편이요!”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이제는 질릴 기운도 없었다.

     

    “갸하하! 굉장하잖아. 이런 재주까지 벌이고.”

    “오크노디. 잠깐 할 말이 있어. 들어줄 수 있을까?”

     

    순수하게 감탄하는 지고쿠와 달리 진지하게 말을 건네는 헤스티아.

     

    “저를 말리려고 하는 거라면 그만두세요. 못된 짓만 골라서 했던 사람들을 순순히 용서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강바닥에 마목을 깔아둬서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용 없다니깐요?”

    “그거, 우리만 지나갈 수 없을까?”

     

    나쁜아이나 하는 짓이라고 혼내는 대신, 오크노디의 힘에 붙어 시험통과를 우선시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도로시는 내심 조금은 실망했다.

    헤스티아는 이사벨을 닮아서 오크노디를 챙겨주려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당연히 그녀라면 이사벨처럼 오크노디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모습을 보일 거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하지 못할 일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꼰대나 할 짓이다.

    도로시 본인도 오크노디와의 친분을 이용해서라도 시험을 통과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틈만 나면 길을 막고 통제를 시도하며 자기네 사람들은 순순히 보내주거나 함께 통제를 하는 것은 제국진영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안될 거 없죠!”

     

    당연히 오크노디도 그들의 통과를 허락했다.

     

    “잠깐. 당신들한테는 허락한 기억 없거든요?”

    “같은 상급반끼리 치사하게 이러기냐?”

    “같은 학생끼리 평화롭게 아카데미 생활을 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어요. 지난 두 달의 시간동안 여러분은 그 기회를 날려먹었고요.”

     

    오크노디는 무임승차를 노리던 호너 후라이드치킨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원한다면 따라와도 좋아요. 그거야 본인 자유죠. 하지만 제 능력이 당신들까지 도울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오크노디와 친한 자들이 수면 아래로 잠수해서 무난하게 통과하는 반면, 제국진영 학생들은 그대로 발이 묶이고 말았다.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괜히 통제를 시도했다며 후회했지만 계단 저편에서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2학년 무리들을 보고 후회할 시간도 없음을 깨달았다.

     

    “용사는 어디서 뭘 하는 거야? 1구간에서는 잘만 돌파했으면서!”

    “이미 건너가고도 남았을 시간이잖아.”

    “누구 용사 본 사람?”

    “여기엔 없어.”

    “잠깐. 용사가 여기에 없다면 이미 강을 건너간 거 아니야? 애초에 오크노디가 길을 막게 시켜둔 마목을 힘으로 뚫은 사람이 용사잖아.”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지금 보이지 않는다는 건 용사가 자기 성적을 우선시해서 골인지점으로 탑승물을 몰고 있다는 뜻밖에 더 되나?”

     

    남을 골탕 먹이고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는 악랄한 짓만 골라서 하는 호너와 달리, 그의 말을 받아주는 체다 포테이토피자는 자기애가 강했다.

    굳이 타인을 짓누르며 자신과의 위치를 재확인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충분한 자부심이 있고, 그렇기에 그는 타자와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았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그에게 용사의 골인라인으로의 직행은 합당한 짓이고 딱히 배신도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라.”

    “큭. 결국은 2황녀뿐인가.”

     

    이제 그들이 믿을 구석은 제국3대공신가문의 자제들이 모시는 무력과 권력을 겸비한 자, 매스각키 2황녀밖에 없었다.

    황권에 끌려 다니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중간고사 필수강의 성적을 난장판으로 받는 것보단 잠깐의 굴욕을 감내하는 편이 나았다.

    물론 그것도 황녀가 그들을 거두어줄 때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하아? 자기 성적 정도는 알아서 챙기라고. 허~접.”

    “황녀님은 평소에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유지하며 학우들의 과제를 돌봐주지 않으셨습니까?”

    “과제랑 시험이 같을 리가 없잖아. 그 정도도 모르는 거야? 멍청해~”

    “…저희가 많이 합격할수록 황녀님의 편의를 돌봐드릴 수족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황녀님을 보필하겠습니다.”

    “킥킥. 손발을 합쳐서 열 개 넘게 가지라고 할 셈이야? 그렇게 많으면 징그럽다고. 애초에 수족이면 수족답게 알아서 잘 따라와야지♡”

     

    매스각키 황녀는 풉풉 비웃으며 강으로 뛰어들었다.

    확 빠져 죽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호너와 체다의 저주와 달리, 매스각키 2황녀는 강 반대편에서 쏙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협잡.

    음모.

    잡스러운 수법을 쓰는 사람들은 통과할 수 없는 오크노디의 시련 앞에 제국학생들의 시름만 깊어졌다.

     

     

    * *

     

     

    유피는 절친한 친우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나요? 오크노디를 그대로 두어도.”

    “들었잖아. 본인 입으로 약속까지 한 걸.”

    “하도 수상하니까 하는 말이죠.”

     

    오크노디와 결딴을 낼 작정으로 강까지 밀고 올라갔었던 이슈타르와 유피.

    결전을 각오하던 두 사람은 힘 빠지게도 오크노디는 순순히 길을 열어주었다.

     

    “먼저 가세요.”

    “순순히 선두의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전 여기서 할 일이 있거든요!”

     

    이 아이, 또 무언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여기서 널 쓰러뜨리고 지나가겠다면?”

    “후회할 걸요? 바로 뒤까지 따라온 다른 분들은 좋다고 골라인으로 직행할 테니까요.”

     

    오크노디의 말에 계단 뒤, 이슈타르와 유피가 선 자리의 후방에서 대답이 나왔다.

     

    “그게 네 작전이라면 장단에 맞춰줄게.”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아니라도 주변의 공기가 몇 도는 내려가게 만드는 북부대공녀 아이린.

    오크노디에게 협조적인 그녀 혼자만 나타났다면 힘으로 어떻게 해보기라도 했겠지만 그녀의 뒤에는 덤도 여럿 따라붙었다.

    파직파직 전기를 몰고 다니는 C그룹의 카시아.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C그룹의 나머지들.

    오크노디가 자신들을 묶어두고 카시아와 나머지가 줄지어 지나간다면 1위부터 6위가 확정된다.

    입학시험 공동수석을 넘어서 1학년 단일수석을 얻고 유망한 인재들을 포섭하려는 그녀에게 1위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었다.

     

    용사 별 거 아니구나.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

     

    자칫 이런 의견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물론 그녀는 안다.

    실력에서 용사인 자신에게 비견될 상대는 오크노디밖에 없음을.

    그렇지만 어설픈 소문조차도 그녀의 명성과 이름값을 실추시키는 누가 된다.

    제국의 잔꾀 많은 귀족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향한 지원을 줄이고 그 대가로 가문의 편의를 돕도록 수작을 부리겠지.

    그 모든 정쟁과 귀찮음을 고작 중간고사에서 1위 한 번을 못한 것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슈타르는 크나큰 피로감을 느꼈다.

     

    “너와 끝을 볼 자리가 꼭 여기일 필요는 없겠지.”

    “그렇죠?”

    “그렇다고 마물을 조종하는 불길한 힘을 보고도 순순히 지나갈 수는 없어. 너는 용사로서의 내 책무를 자극했으니까.”

    “그럼 가볍게 계약을 하는 건 어때요?”

    “계약?”

    “용사님의 동료인 유피 성녀님은 신에게 공증 받고 신언을 선포하여 공신력 있는 구두계약을 체결할 수 있잖아요.”

    “무엇에 대한 공증을 요구하려는 거지?”

    “저는 여기서 100명의 통과자를 보내기 전까지 기승구간에 도전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용사님은 이대로 결승선을 통과하러 가세요. 저한테 해코지를 하러 다시 돌아오지도 말고요.”

    “…제약 없는 계약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약속을 위반할 때의 페널티는?”

     

    유피의 물음에 오크노디는 처음부터 생각해뒀다는 것처럼 해맑게 외쳤다.

     

    “참수의 골고다를 모시는 성녀는 <절단>기능이 엄청나게 강하죠? 규칙을 위반하면 유피 성녀님에게 제가 받는 <절단> 데미지를 10배 늘려도 좋아요! 대신, 용사님과 성녀님이 약속을 어기면 그쪽도 저한테 <절단> 데미지를 10배 크게 받기로 해요.”

    “!!”

    “어째서 그런 조건을 거는 거지? 우릴 먼저 보내고 여기 남아서 100명을 3구간에 먼저 보내는 것으로 네게 무슨 이득이 생긴다고.”

    “음, 그건 알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뭐라고?”

    “알려주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용사님 같으면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한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겠어요?”

     

    유피가 오크노디를 쏘아보며 말했다.

     

    “들을 가치도 없어요. 저런 찝찝한 제안, 무시하면 그만이잖아요.”

    “…받아들이자, 유피.”

    “이슈타르!”

    “나도 알아. 오크노디에게 무언가 수상한 꿍꿍이가 있다는 건. 하지만 여기서 싸움을 붙어도 결판을 낼 수 없고 성적만 손해를 볼 뿐이야.”

     

    계약을 어기는 쪽은 10배의 데미지.

    크리티컬이 터질 때의 화력을 통상일격에 받는다.

    강자간의 대결에서 그만한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계약을 위반할 확률은 없다고 봐도 된다.

    오크노디는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이슈타르와 유피는 계약을 체결했고, 제 3 구간의 기승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시작하려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고 얼른 시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할 수가 없었다.

     

    “교관님. 저희 탑승물은 어디 갔습니까?”

    “제 탑승물은 뿔이 아름다운 수사슴인데요.”

     

    시험장 탑승물 보관소.

    텅 빈 보관소를 보고 당황한 두 사람에게 교관은 무심히 대꾸했다.

     

    “모른다.”

    “…예?”

    “숲 어딘가에 있겠지.”

     

    교관은 탑승물을 타고 달려야 할 숲 저편을 가리키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기승구간의 완주는 탑승물을 타고 출발선에서 골인선까지 달리는 것으로 측정된다. 탑승물을 구해오지 못한다면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탑승물이 왜 보관소에 없고 숲 어딘가에 흩어져있는 겁니까?”

    “제일 먼저 온 사람이 우리를 전부 부쉈으니까.”

     

    이거였구나.

    애초에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꼬장을 부려놓고 자기 할 일을 하려고 신언의 공증을 받으면서 계약을 한 거였어.

    이 나쁜아이.

    영악한 꼬맹이.

    사악한 다크 프린세스 같으니!

    이슈타르와 유피는 오크노디의 수작에 단단히 당했음을 깨닫고 발을 동동 구르며 괴로워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