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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그렇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신혼방으로 향한다.

         

       “오셨습니까?”

         

       “그래. 별일 없었지?”

         

       내 물음에 경비병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 별일이 있을 리 없지요.”

         

       “그러면 다행이고.”

         

       -끼익.

         

       경비병이 문을 열어주자, 내가 침실로 들어가다가 소파에 누운 테오도라와 눈이 마주친다.

         

       뭐지?

         

       평소랑 조금 다른 눈매에 살짝 기가 눌린다.

         

       “뭐야? 왜 그렇게 봐?”

         

       “흥. 됐어요.”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테오도라.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침대로 향한다.

         

       뭐야? 도대체 왜 저래?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로 향한다.

         

       “당신 소파에 가서 자요.”

         

       차갑게 날이 선 목소리에 내가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다.

         

       “왜 그러는 건데?”

         

       “그걸 몰라서 물어요?!”

         

       날카롭게 소리 지르는 그녀에게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한다.

         

       “모르니까 물어보지.”

         

       최근 기술 투자 기금과 영지 발전 기금이 서서히 고갈되어 새로운 재원 마련과 마족 숭배자와의 컨택을 위한 준비로 피곤해 죽을 거 같다.

         

       “참나. 언제 제 집무실에 도청 마법을 설치했죠?”

         

       아! 루키우스가 말했구나.

         

       어차피 걸려도 의미 없지만 내가 아차 하는 표정을 연기하며 일부러 이를 드러내며 말한다.

         

       “루키우스가 말했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난 표정을 짓는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비겁하게 그런 마법이나 쓰고, 거기다가 세나라는 여자랑 티타임은 왜 그렇게 많이 하는 건데요?”

         

       “그건…”

         

       세나와의 티타임도 걸렸나?

         

       사실 티타임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대지만 실제로는 내 눈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시술을 하고 있다.

         

       내가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게 사실이 퍼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올 테니까.

         

       한껏 표정을 일그러트린 그녀가 나를 압박하듯 말한다.

         

       “정부인가요? 정부인 거 맞죠?”

         

       “아니 왜 그게 그렇게 되는 건데?”

         

       솔직히 어이없다 못해 당황스럽다.

         

       도청 마법이 걸린 거보다 왜 이쪽에 더 화내는 건데?

         

       애초에 성녀 후보인 세나와 잠자리를 갖는 건 웬만큼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지.

         

       원작에서도 순결을 잃으면 안 되어 뒤로 했던 게 기억난다.

         

       조신한 성격과는 별개로 어마어마한 변태와 나를 엮는다니…

         

       이건 나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둘이서 티타임을 자주 갖는 이유가 뭐지요?”

         

       “아니… 진짜 오해라니까?”

         

       내가 테오도라 결혼한 지 곧 2년 차를 맞이하며 이렇게 억울한 적은 없다.

         

       “바람을 필 때 남자들은 모두 오해라고 말하더군요.”

         

       “아니 진짜 나는 억울해.”

         

       지금 테오도라가 옆에 있지만 그녀와 선 아닌 선타기를 하느라 죽을 맛인데.

         

       그런 선타기를 또 하는 선택을 내가 할 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테오도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코로 깊게 숨을 내쉰다.

         

       “그럼, 이유를 말해봐요!”

         

       “이유야…”

         

       내가 애써 머리를 쥐어 짜내며 핑곗거리를 찾아보지만 찾지 못했다.

         

       “봐봐! 나쁜 새끼. 녹색 머리 년한테 꺼져!”

         

       그렇게 말하며 돌아눕는 테오도라를 보며 고민한다.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와 그녀의 관계에 관해서 설명하자면, 낮에는 서로 대립 관계이지만 밤에는 그렇게 사이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테오도라의 생리 전에는 몸이 달아오르는지 먼저 키스해달라고 조르며 내 품에 안겨서 칭얼거릴 때도 많다.

         

       그때는 좀 귀여운데.

         

       어쨌든 낮에도 복잡한데, 밤에도 그렇게 복잡하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생각에 어떻게든 그녀의 오해를 풀어줘야 하겠다는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또 내가 순결의 보주로 증명하면 믿어 줄 거야?”

         

       내 말에 작게 움찔하는 테오도라.

         

       그녀가 얼굴을 살며시 돌리고 반신반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정말 증명할 수 있겠어요?”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나는 세나와 아무 관계가 아니야. 네가 오해하는 것처럼 그런 일도 없었고.”

         

       내 말에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살며시 고개를 돌린다.

         

       “흥.”

         

       그렇게 다시 토라지는 테오도라.

         

       근데 도청 마법은 생각보다 화를 안 내네?

         

         

         

       ***

         

         

         

       “루키우스 오빠… 이거 너무 어려워.”

         

       루키우스가 황제의 보좌관이 된 이후 하는 일 중에 후계자 양성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라면 따로 교사를 붙여야 하지만 조이가 루키우스와 자주 봤기에 그에게 배우고 싶다고 말해 테오도라가 승낙했다.

         

       “황녀님. 이거는 말이죠.”

         

       조이가 내미는 문장을 본 루키우스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자, 조이의 눈빛이 흐려진다.

         

       “흐아앙… 너무 어려워. 나는 공부 따윈 하기 싫은데.”

         

       조이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귀족으로서 배워야 할 교양에 대해 배운 것 말고는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애초에 황제 계승 4순위이기 때문에 황제가 될 가능성도 낮았고, 그녀도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선황제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이다 보니 선황제도 공부보다는 그녀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보니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가 너무 슬플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걸로 지금까지 BL 소설이나 야한 소설밖에 쓴 적이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 책상에 고개를 푹 숙이는 조이.

         

       그 모습에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쉰다.

         

       “황녀님 그래도 공부하셔야지요.”

         

       루키우스의 말에 아무런 답변이 없는 조이.

         

       “히잉… 나 안 그래도 소설도 써야 하는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는 거야.”

         

       루키우스도 그녀가 황궁에서 유명한 야설 작가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게 조이가 수줍어하며 감평을 요구한 적이 있으니…

         

       물론 그렇다고 이딴 저질 소설 따위나 쓴다고 화낼 수도 없고 잘 썼다고 칭찬해 준 루키우스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이딴 걸 황녀가 쓴다는 걸 알면… 교황청에서 가만두지 않을 텐데.’

         

       어쨌든. 신분이 낮은 루키우스는 최대한 조이를 어르고 달래며 말한다.

         

       “그래도 해야죠. 현재로서는 황위 계승권 1순위이지 않습니까?”

         

       루키우스의 자상한 말투에 조이는 고개를 젓는다.

         

       “황제 따윈 절대 하고 싶지 않아.”

         

       “아마 안되실 겁니다.”

         

       현재 테오도라는 어엿하게 황제로서 자리를 잡았다.

         

       테오도라가 갑작스럽게 죽거나 하지 않는 이상 조이가 황제가 될 일은 가능성은 작지만…

         

       고개를 푹 숙인 조이가 옆에 있는 루키우스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저번처럼 머리 쓰다듬어 줘.”

         

       퉁명스러운 조이의 말에 루키우스가 주변을 살피고…

         

       “크흠… 조금만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선남선녀가 밀폐된 곳에서 매일 같이 만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나 언니인 테오도라는 의무에 대해 엄격한 생각하고 있다.

         

       그 영향을 준 사람은 데비앙이지만, 어쨌든 테오도라는 혹시나 제국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조이가 자신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황제에 오르길 바라지 않기에…

         

       거의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수업을 시키는걸. 루키우스가 나서서 잘 막아주어서 조이는 루키우스에게 고마움도 갖고 있고.

         

       예전 대공부에서도 알게 모르게 친해졌으니까.

         

       거기다가 루키우스도 조이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으며 거기다가 순수한 생각과 귀여운 행동이며 말투며. 그런 조이와 오랫동안 공부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같이 있으니. 그런 마음이 안 생기면 더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내 책상에서 고개를 든 조이가 피곤한 얼굴로 말한다.

         

       “루키우스 오빠. 조금 쉬었다가 공부하자 나 머리 터질 거 같아.”

         

       아직 진도를 나갈 게 많지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조이를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아직 할 게 많은데…’

         

       그렇다고 저리 힘들어하는 조이를 보며 야속하게 공부를 더 하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럴까요?”

         

       고심 끝에 루키우스가 허락하자 조이의 얼굴이 화사해진다.

         

       “응응! 내가 시종한테 말해서 맛있는 것 좀 가져오라고 할게! 잠깐 기다려.”

         

         

         

       ***

         

         

         

       그렇게 테오도라에게 나의 순결을 증명하고 며칠이 지난 아침.

         

       대공부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응? 저 편지들은 뭐야?”

         

       대공부 한켠에 수북이 쌓아 올린 편지들을 보며 내가 묻자. 세나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대공 전하께 온 편지예요.”

         

       “내… 내 편지?”

         

       족히 수백 장은 될 거 같은 편지뭉치를 보며 내가 당혹감을 느낀다.

         

       “나한테 이렇게 많이 보낼만한 이유가 있나?”

         

       내가 제국의 인기인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편지를 받을 만한 일이 없어서 호기심이 생긴다.

         

       “흐음…”

         

       내가 편지뭉치의 제일 위에 있는 편지를 들어 올리며 누가 보냈는지 확인해 본다.

         

       “알타이 백작가?”

         

       알타이 백작가라면 예전에 이름을 들어본 거 같다.

         

       야를 평원 북부에 있는 백작가였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 나와 접점이 있는 가문은 아니다.

         

       -찌이익

         

       내가 편지를 개봉하고 읽기 시작한다.

         

       앞에 있는 미사여구를 제외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제국의 찬란한 꽃인 조이 황녀께 구혼을 청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조이는 곧 있으면 성년이다.

         

       즉 합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 나이가 된다는 뜻이다.

         

       “설마 이게… 다 구혼 편지는 아니겠지?”

         

       내가 황급히 편지를 몇 개 더 개봉하지만…

         

       “하하…”

         

       아무리 조이가 미녀라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편지가 조이에 구혼하는 편지라니…

         

       현재 테오도라와 데비앙의 자식이며, 황제파와 반황제파의 대립에 비해 그리 중요하지 않기에 뒷순위로 밀려있었지만 조이의 남편감은 허투루 고를 수는 없다.

         

       현재 황위 계승권 1위인 조이.

         

       그녀의 남편이 누군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뀔 테니까.

         

       “큰일이네.”

         

       너무 고위 귀족과 결혼은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조이를 앞세워 황위를 주장할지도 모르니까.

         

       물론 조이가 황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겠지만 남편의 강요 때문에 내전이 터질지도 모르지.

         

       예전에 유리아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황족의 일원으로 미약하지만, 황위 계승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려는 가족들은 그녀에게 황위에 오를 것을 중용하였고 그녀는 거부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거기다가 멀쩡히 살아있는 높은 순위의 황위 계승권자들도 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그녀에게 잔혹한 매질을 하여 황제가 되도록 강요하였고 결국 황위에 오른 그녀는 황제가 되었지만 그녀의 생은 그리 길지 못했다.

         

       결국….

         

       건재한 황위 계승자가 그녀를 폐위시켰고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녀의 나이 18살의 일이었다.

         

       그런 비극이 조이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지금이야 내가 제국을 꽉 쥐고 있으니 불가능하겠지만 내가 물러나면 상황은 많이 바뀐다.

         

       테오도라가 빠르게 정국을 장악하겠지만 조이의 남편이 다른 생각을 하면 꽤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그러니 애초에 그런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

         

       언제 시간을 내서 처제를 만나 봐야겠네.

         

       내가 알기로는 처제가 만나는 사람이 없지만 혹시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생일 전에 미리 언질을 해놔야 하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부터 다시 주7일 연재로 바뀝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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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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