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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그렇게 지팡이에 낚싯줄을 묶어 만든 일견 성의라곤 조금도 없어보이는 낚싯대가 완성되었다.

    루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시루드가 보기에는 영 아니었다.

     

    “정말 그런 걸로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하하, 정말이라니까.”

    “…….”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흘겨보는 시루드의 시선에, 루크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믿지 못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나와 내기하는 건 어떻겠느냐?”

    “무슨 내기?”

    “간단하다, 낚시를 해서, 더 큰 물고기를 낚는 쪽이 이기는 걸로. 승자는 무엇을 보상으로 할까……. 그건 네가 정하거라.”

    “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원하는 것 들어주기?”

    “그래, 그거 좋겠군. 범죄나 상대방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는 제외하고.”

    “……좋아.”

     

    시루드는 이내 더욱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낚싯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낚시바늘에 걸리는 물고기의 크기가 커지지는 않을 텐데.

    누구의 물고기가 더 큰지는 순수하게 ‘운’이다.

    그리고 루크는 그 ‘운’을 이번 기회에 한번 더 확인을 받고 싶었다.

    이것은 과거 베리튼에서 있었던 카드게임의 연장선.

    에이레스로 돌아와서 몇 번 실험삼아 내기를 해보았지만, 그 때 같은 기묘한 확률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진심으로 내기를 해야 작동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꽤 진심이다.

     

    루크는 미소를 지었다.

    문득 이렇게 케일과 자주 내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케일은 저렇게 시루드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용을 쓰곤했지.

    그 모습이 꽤 재미있어서, 루크는 시루드에게 물었다.

     

    “시루드, 그대는 이기면 내게 무슨 소원을 빌 생각이느냐?”

    “무, 뭐! 비, 비밀이야!”

    “하하, 그거 조금 궁금해지는구나.”

    “그럼, 너는 뭔데?”

    “흠……. 글쎼.”

     

    루크는 딱히 미리 생각해둔 것이 없었기에 고민하는 듯 턱을 긁었다.

    어린아이에게 뭔가 거창한 것을 바라기도 뭣하니까…….

     

    “그럼, 간단히 볼에 뽀뽀는 어떤가?”

    “뭐!?!”

     

    그 말에 시루드는 굉장히 당황하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뭐, 무슨, 뭐? 너 진심이야?”

     

    시루드는 자신의 제자, 직접 서클을 바로잡아주고 1서클부터 키워낸 직계제자이다.

    그것은 마법사로서 사제관계를 넘어선,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라고 칭해진다.

    그렇다보니 루크에겐 시루드가 마치 손자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루크는 과거 마을 어린아이들에게 ‘촌장 할아버지 좋아!’라고 불리며 볼에 입맞춤을 받는, 그런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별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던 것.

     

    그리고 특별히 돈이나 노력도 들지 않는다.

    간단히 하기엔 별 문제가 없는 소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싫은가?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흐음, 뭘로 해야 할까.”

    “아니,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그걸로 해도 좋은, 아니, 그건 아니고. 음, 그러니까…….”

     

    시루드는 거의 횡설수설하며 말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시루드가 기겁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이런 외견이라 거부감이 심한가, 싶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되었다. 다른 걸 생각 할 테니. 아까 그건 잊어버리거라. 음…….”

    “아니! 아니가 아니라, 그래!”

     

    시루드는 혼란스러웠다.

    바라는건지, 바라지 않는 건지, 솔직히 자신도 잘 모르겠으니까.

     

    ‘여자애가 이기면 뽀뽀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시루드는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방금 루크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며 메아리쳤다.

    ‘뽀뽀’라는 단어가 두뇌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렇다보니 루크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루크는 나를 좋아하는 걸지도……?’

     

    설마, 방금 그건 자신에게 하는 고백 같은 거 아니었을까?

    내기를 빙자해서 용기낸 고백.

    그런데 자신이 보인 이상한 반응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그걸 다시…….

     

    시루드는 쿵쿵뛰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 네가 정 그렇다면…….”

     

    그 순간, 루크가 외쳤다.

     

    “오! 지금 뭔가 낚였다! 자, 보거라. 이걸로도 충분히 낚시가 되지 않느냐?”

    “으, 응?”

     

    시루드는 말이 끊겨 당황했고, 루크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낚싯대, 아니 자신의 지팡이를 끌어올렸다.

    지팡이 끝에 매달린 낚싯줄이 팽팽하게 무언가를 바닷속에서 모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낚싯대에 걸린 것은 바로…….

     

    “물고기의 머리?”

     

    뭐가 먹고 남긴 물고기의 머리였다.

     

    뭔가 음식물 쓰레기 같은걸 낚아서 그런지, 루크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게 여자애가 보기에 아름답고 깜찍한 형태도 아니었고…….

     

    “아, 아깝네. 그거. 몸이 다 있었으면 꽤 컸을 것 같은데.”

    “…….”

    “야, 너무 그러지 마. 그 머리만 해도 충분히 큰데. 그거 몸통이 다 있었으면 엄청 무거워서 절대 못 끌어올렸을 걸? 그리고 내가 더 작은 걸 낚을 수도 있다고.”

    “…….”

     

    하지만 루크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하게 어두웠다.

    그 이유는 단지 내기에서 질 것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진정한 이유는 바로, 그 물고기의 모습이 굉장히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홀린 듯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파랑이…….”

    “응? 지금 뭐라고 했어?”

     

    루크는 물고기의 사체를 보며 생각했다.

     

    ‘파도를 부르는 뿔이 부러져있다. 사냥당한건가. 씹힌 흔적과 형태를 보아……. 압도적인 치악력으로 이빨에 몸이 뜯겨나갔어.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저항했군.’

     

    죽은 것은 부패반응으로 보아서 약 두시간정도.

    그때는 루크가 해변가에서 모래성을 짓고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루크는 연결되는 듯 한 사건의 흐름에 놀라 입을 막았다.

     

    ‘설마, 그 때의 파도는 이 저항의 여파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일이 심각해진다.

     

    ‘파랑이’는 네임드 일각고래.

    해양생태계에서 꽤 높은 서열에 위치한 동물이다.

    허나 그런 동물이 이토록 무력하게 찢겨나갔다면…….

     

    ‘이 바다 근처에 최상위 포식자가 있다는 말이로군.’

     

    절단면의 형태와 부패정도를 보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생물은 바로 티갈로돈이었다.

    티갈로돈은 단단한 외갑각과 날카로운 이빨로, 바닷속의 범선이나 다름이 없다.

    티갈로돈이 전력을 다해 들이박으면 작은 나룻배 정도는 곧바로 파괴되며, 작은 범선도 충격에 흔들릴 정도.

     

    그런 해양몬스터가 대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토록 육지에 가까운 바다에 나타났다는 말.

     

    “맙소사.”

     

    루크는 자신의 추측에 이마를 짚었다.

    지금까지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것 만으로 이미 기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뭔가 불안한 느낌에 루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시루드에게 말했다.

     

    “시루드, 내기는 끝이다. 더이상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구나.”

     

    하지만 맥락을 모르는 시루드의 눈에는 그것이 자신이 내기에서 지고 싶지 않아서 떼를 쓰는 것 처럼 보였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런 바다에 위험한게 있을 리 없잖아. 설마 네가 내기에서 이기고 싶어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다. 정말 위험하기 때문에 말하는 게야. 얼른 바다에서 떨어지거라.”

     

    하지만 루크의 심각한 표정에 시루드는 할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낚싯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만 없었다면 말이다.

     

    “아, 알았어. 잠깐만. 뭔가 물었어, 오, 이거 좀 큰 것 같은데?”

    “……뭐라?”

     

    루크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낚을 지 몰랐던지, 꽤나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시루드는 이내 있는 힘껏 낚싯대를 당긴다.

     

    “에잇!”

     

    그리고 촤악, 바닷가에서 튀어오르는 검은색의 형체.

     

    그 찰나에, 시루드는 보았다.

     

     

    거대한 몸통, 그리고 단단한 갑각, 또 커다란 입 안에 덕지덕지 박아놓은 듯 한 날카로운 이…….

     

     

    자신이 낚을 수 있는 물고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낚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튀어 오른 것이 분명해보였다.

     

    “아.”

     

    시루드는 순간 죽음을 예견했다.

    그 커다란 입을 바라본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그 끔찍스러운 형상에 몸이 굳어버렸을 뿐.

     

    그러나.

     

    “피해!”

     

    자신을 밀치는 힘이 느껴졌다.

     

    루크였다.

     

    “큿!”

    “우와아아!!”

     

    -콰직-!

     

    ——–

     

    루크는 시루드를 티갈로돈의 경로에서 밀치면서, 동시에 지팡이를 이용해 입 사이에 박아넣었다.

    하지만 루크의 몸은 그 힘의 방향까지 틀기엔 너무나 가벼웠다.

     

    결국 함께 바다로 떨어져버린 루크와 티갈로돈.

     

     

    반면, 시루드는 루크의 도움 덕분에 팔꿈치가 땅에 부딫혀 살짝 아릴 뿐, 어떤 상처도 없었다.

     

    “뭐, 뭐지? 방금?”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시루드는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다.

    방금 자신이 본 것이 과연 현실이 맞는 것인지를.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루크는 그 괴물 같은 물고기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것이라는 사실을.

     

     

    “루크가, 방금 날 구해준 거야?”

     

     

    입으로 내뱉고나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루크는 자신을 구해줬고, 나는 그래서 지금 여기 누워있는 거구나.

     

    그럼 나는 얌전히 루크가 다시 바다에서 나오는 것을 구경하면 되겠네.

    루크는 뭐든 굉장하니까, 분명 또 아무렇지 않게 바다에서 올라오면서 한마디 하겠지.

     

    ‘꽤 커다란 물고기를 낚았구나, 시루드.’

     

    물론 그럴거다.

     

    그런데……. 왜 아직 올라오지 않지?

     

    순간, 시루드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루크도 딱히 대책은 없었고, 그냥 자신을 대신해서 잡아먹힌거라면?

     

    ‘말도 안돼, 그럴리가 없어……!’

     

    시루드는 황급히 바닷가 근처로 기어가 바다를 향해 외쳤다.

     

    “루크! 지금 뭐해! 빨리 나와!”

     

    넌 나보다 아는 마법도 많고, 힘도 세고, 똑똑하잖아!

    그런 몬스터 따위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런 걸로 죽을 리가 없잖아!

     

    시루드는 이제 두려워졌다.

    만약 루크도 아빠처럼 죽어버리면…….

     

    그 때, 바다에서 무언가 하얀 물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푸하!”

     

    “루, 루크! 역시 살아있었구나!”

     

    다행히, 루크의 모습은 다친 곳 하나 없이 아주 멀쩡해보였다!

    시루드는 그제서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괜히 걱정이나 시키고!

     

    그런데, 루크가 수영하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팔을 마구 휘적거리면서 물을 엄청 들이키는 것이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시루드, 살려, 나, 어푸, 수영 못……! 푸하!”

     

    “뭐, 뭐라고? 진짜야?”

     

    그 루크도 못하는 게 있기는 한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음… 분위기 드리프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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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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